"몇년 전 까지만 해도, 게임방송국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뒷담화 중 '엄재경' 해설위원님>
폐인, 중독자, 사회부적응자, 학교폭력 유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라는 남이 개발한 게임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아니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을 스포츠라 부르는 e-스포츠라는 도전, 이것 또한 현재진행 중 입니다.
태동기, pc방 대회를 모태로 규모가 커진 오프라인 대회들, 그리고 게임방송국이 등장합니다. 스타는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와 주류의 부정적 인식, 편견들에 맞서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갑니다.
분식 먹을 돈이 없어 빚덩이에서 팀을 꾸려야 했던 감독님들, 꿈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스타판에 투신한 방송국 관계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꽃다운 청춘을 태워 불꽃같은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팬분들의 힘.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었다면, 지금의 스타판은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WCG는 세계의 이스포츠 축제를 지향하지만, 한때 국내 스타판의 구성원들과 긴장관계를 형성한 적이 있었습니다. 협회를 창설하면서, 그동안 주어지던 WCG에 대한 포인트가 랭킹에 반영되지 않고, 삼성은 가입금을 미루는 등 양상은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듯 했지만, 큰 잡음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WCG는 온게임넷과 손을 잡습니다. 온게임넷의 방송 노하우, WCG의 자금력과 조직력이 합쳐지면서 대회는 해가 갈 수록 발전합니다. 올해는 78개국에서 800명에 달하는 선수단이 독일 쾰른에 모였습니다. 스타와 워크 해설진 분들이 언급하신 것 마냥, 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들어오신 유럽의 유료관중분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경기장을 가득 매워주셨습니다.
7유로, 한화 만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지불하고 관중석을 꽉 채운 유럽의 이스포츠팬분들
한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이 스스로 만든 속설이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각각의 개인은 근면하고 훌륭하지만, 모래알 처럼 뭉치지 못하고 잘나가는 동료를 질시한다'
WCG와 온게임넷은 1 vs 1 => (-) 의 길을 택하기 보다는, 1 + 1 = 2~ 의 상생을 결정했습니다.
WCG는 온게임넷의 중계를 통해 노출을 증대시키면서 국내 팬분들의 마음속에서 대회의 격을 올릴 수 있었고, 온게임넷은 WCG를 통해 세계에 온게임넷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WCG의 주관사인 삼성이 함께 하는 것으로 온게임넷의, 온게임넷이 중계를 해줌으로써 WCG의 가치가 오릅니다.
송병구 선수의 응원 플래카드에 등장하는 OSL Champion 이라는 문구는 이러한 윈-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곳은 용산? 한국 이스포츠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수 많은 플래카드들. osl우승, 이제동, 송병구 등 한국스타들에 대한
사랑이 뜨겁다
혹자는
"스타를 요즘 누가하냐" 고 합니다.
"맨날 우리만 우승하는 스타 때문에 대회 격이 떨어진다"
"WCG에서 스타를 빼자"
반론을 제기해 보겠습니다. 글과 몇장의 사진입니다.
스타와 우리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열성팬분의 모습. 예사 폼이 아닙니다. 시작은 저 멀리 바다 건너 미국의 한회사가 만든 게임이지만, 지금의 스타는 게임 자체에 우리의 요소를 얹어 재창조해낸 새로운
문화입니다. 그 문화를, 또 다른 바다를 건너 독일에 있는 유럽분들이 함께 즐겨 주시고 계십니다.
이제동, 박잔수(?), 송병구, Fighting! 철자 조금 틀리면 어떠랴!
'양민을 학살하고 있는' 가해자들에게 주어지는 환호와 열광. 최고 수준의 저그 대 프로토스를 만끽하고 있는 유럽팬분들. WCG는 우리의 최고 실력을 해외의 팬분들께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바다 건너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에 대한 팬써비스이기도 합니다.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관중들. 이 모두는 그동안 '게임 따위에' 전부를 걸었던 스타판의 구성원들 덕분이고, 그 결과물 입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 세계 최고의 관객, 세계 최고의 시스템을 통해 세계 e-스포츠 종주국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 e-스포츠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송병구 대 이제동의 경기에 열광! 서울이나 쾰른이나,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
인상깊었던 장면은, 특히 WCG를 구경하러 오신 분들의 다양한 배경이었습니다. 세계 사이버 게임축제를 지향하는 WCG로서는 이보다 좋은 현상은 없겠죠? 이 관중들을 끌어모은 건 스타의 매력이고, 이를 극대화시킨 것이 우리나라 입니다. 8번이나 왕좌를 독식하는 매너 없는(?) 나라의 선수들에게 향하는 열광은 순전히 그들의 경기력 때문입니다. 우리가 발견했고, 우리가 다듬었으며, 우리가 키워나가고 있는 스타의 매력을 함께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께 송병구, 이제동, 박찬수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의 경기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남녀노소, 아시안, 유럽. 인종과 성별, 나이를 넘어 하나되는 관중들
게임을 경기장에 앉아 구경하는 것. 프로게이머가 돈을 벌면서 게임을 하고 방송으로 그것을 시청하는 것. 게임을 e-스포츠라 부르는 꿈.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의 물결이 독일 쾰른에서 파도치는 현장.
가족 단위 관람객, 친구와 함께, 캠코더로 기록을 남기면서, 맥주한잔과 함께하면 더욱 즐거운 WCG
NBA의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을 보면서 "저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라던 감탄. 마라도나의 5인 돌파 드리블,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 자신의 조국이 약해서, 그나라가 항상 혼자 다해먹어서 싫은 분들도 계시지만, 경기의 질과 경기력 만으로 팬이 되는 분들도 계십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우리는 즐겨보는 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 선수들에 찬사를 보냅니다. 임요환, 박성준, 강민, 마재윤 등의 플레이를 담은 동영상에는 해외 유저들의 감탄사가 넘칩니다.
"방금 그거 어떻게 한거냐면~!" 이제동 선수가 러커로 자신의 유닛을 공격해 보이지 않는 다크를 잡아내는 플레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친구들
pgr의 자매사이트(?) 팀리퀴드 주최 팬미팅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팬들과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
WCG를 통해 매년 해외의 팬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인 스타리그, 그리고 온게임넷의 앞선 방송 노하우를 WCG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꽃다운 나이에, 보다 나은 경기력을 위해 젊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부리는 주체는, 그들에게 기대를 하고, 응원을 보내는 팬분들이고,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고 싶지 않다는 투쟁심과 나아지길 원하는 항상심, 그리고 승리자가 되었을 때의 영광과 금전적 보상 등 입니다. 자신들의 의지에 의해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어느샌가 자신들의 등뒤에 젊은 나이에 짊어지기 힘든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게 됩니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분들의 기대, 환호, 눈물. 재미로 시작한 게임이 어느 순간 단순한 승부가 아니게 됩니다. 한경기 한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하고, 남들이 다 누리는 보편적인 즐거움들 - 학창시절의 친구들과의 학교에서의 추억, 대학생활 을 누리지 못합니다.
WCG는 그런 선수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또한 좋습니다.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사람이 골방에만 박혀있으면 생각이 좁아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함몰되고 맙니다. WCG의 국가대표는, 숙소 - 경기장 - 숙소 - 경기장의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다른 세계를 만나고, 공통 관심사를 지닌 외국의 팬분들을 사귀고. 게이머로서의 인생 이 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됩니다.
선수들은 개인전에 집중하고 싶어도 팀체제 하에서 프로리그에 올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직함은, 프로리그 내에서 개인의 인지도를 올리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팀체제를 중시하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국가대표라는 명예와 이름값은 WCG에 대한 연습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평소 접할 기회가 없었던 타 종목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면서, e-스포츠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WCG를 통해 카스와 워크를 드문드문 보는 라이트 유저지만, 경기를 지켜보고 있자면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나라 선수이기에, 비록 평소에는 out 오브 안중이었던 게임이더라도 한번 쯤 지켜보게 만드는 힘을 WCG는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WCG는 져주기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진출제도, 동내 대회보다 못하다고 욕먹었던 운영에서의 미숙 등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전세계적으로 워크나 FPS만 인기가 못하고, 우리만 하는 경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충분히 해결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상대로 힘겹게 싸워온 지난 역사에 비하면, 이런 문제제기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를 우리만 해서 빼야 한다.
-> 우리가 발견한 스타의 즐거움을 알려가고 나누면 됩니다. 우리가 경기의 즐거움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면 됩니다.
실력차가 커서 빼야 한다.
->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경기들을 보고, 사람들이 '우리는 왜 못하지'라고만 생각한다고 일방적인 판단을 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아니어도 야구를 좋아할 수 있고, 펠레가 될 수 없어도 축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들이 출전하는 경기들에서 콜드패를 당한다고 할지라도 그들과 붙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약소국이어도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나라들, 선수들도 많습니다. 드림팀이 출전한 미국 농구팀에 올림픽에서 관광을 당해도, 마음속의 우상인 그들과 붙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 상대팀에게는 흥분되고 잠이 오지 않는 전야였을 겁니다. 한국 선수를 만나서 자신의 기량을 확인하고, 평소 게임 상으로 존경했던 게이머와 직접 대전할 수 있는 기회를 WCG가 제공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도 있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외국 선수가 우리나라의 프로팀에 들어와 실력을 키워 WCG에서 호각을 보이는 그런 미래도 꿈꿔 보기는 합니다. 그럼 더욱 흥미진진해지겠지요.
몇시간 후면, 송병구 선수와 박찬수 선수가 WCG의 금메달을 놓고 대결을 펼칩니다. 관중들의 입을 떡! 하고 벌리게 만드는 대박 경기들을 기원합니다. 장재호 선수, 그루비는 한끼 굴비 정식으로 생각하시고 거뜬히 먹어 치우시기 바랍니다.
<사진 출처 - 온게임넷 vod, fomos 기사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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