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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7/27 00:26:00 |
Name |
wkdsog_kr |
Subject |
장문의 독백성 및 저징징성 글: '맵'과 '저그'의 관계 2 |
저번 글을 올린 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그 동안 꽤 많은 경기가 있었고, 제 예상과는 달리 프로토스들이 저그에게 3:0으로 힘없이
나가 떨어진 경기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반면 박지수 선수는 이제동 선수를 깔끔하게 3:0으로 격파하면서 우승자의 반열에 당당히 들어섰습니다.
그 동안 탄생한 한 명의 돌아온 우승자와 한 명의 새로운 우승자에게 먼저 축하 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처음 올렸을 때 부터 후속으로 글을 계속 업로드할 예정이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바쁘게 지내다가 이제서야 글을 쓸 시간이 나네요.
저번 글을 읽고 의견을 개진해 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리고
이번에도 생산적인 의견 제시가 많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리고 이번에도 전 저그의 입장에서 '징징'거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 글에서 다룰 주제는 딱 두 가지입니다.
어떤 맵이 저그가 할만한가.
어떤 맵이 저그가 암울한가.
이번 결승 경기가 제가 다시 글을 올린 동기에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이전에 박지수 선수의 경기력에 먼저 감탄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경기가 치뤄지고 있을 때엔 맵 벨런스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그런 경기력을 가진 선수가 이렇게 우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저번 글에선 저그와 맵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중점을 두고 글을 썼습니다.
정작 맵의 어떤 요소가 저그가 할만하니 어떻게 맵을 만들자-라는 생산적인 이야기에 있어서는,
저의 부족한 두뇌로 인하여,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제가 보고 많이 배운, 정확한 분석들을 해주신 펠릭스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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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그 요소들을 크게 둘로 나누겠습니다.
자원.
그리고 지형.
물론, 이 둘은 서로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번엔 자원을 기준으로 삼아 맵의 요소들을 분석하고 파고 들겠습니다만,
자원을 기준으로 맵을 보는 것과 지형을 기준으로 맵을 보는 것은
같은 공을 다른 쪽 방향에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즉, 파악하는 순서만 다를 뿐 결국 같은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죠.
글을 쓰는 재주가 없는 관계로 서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1) 미네랄
올드팬들은 모두 기억하시겠지만, 꽤나 오랫동안 본진 미네랄의 기준은 8덩이였습니다.
몇 년간을 고정된 국민맵으로 활약해온 로스트 템플의 영향이 컸죠.
그 당시에 제작된 맵들을 보자면, 정글 스토리(9덩이)나 블레이즈(10덩이)와 같은 맵들은
모두 '미네랄이 독특하게 많은 맵' 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사일런트 볼텍스나 인큐버스, 버티고, 후에 제작된 비프로스트, 포비든 존, 개마고원,
일반적인 힘싸움형 맵이든 전략적인 맵이든 가리지 않고 본진 미네랄의 기본은 8덩이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본이 9덩이입니다.
벨런스가 비교적 잘 맞다고 평가되는 안드로메다나 블루 스톰,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평가되는 카트리나나 폭풍의 언덕 등등 한결같이 9덩이입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잘 아시는 사실이라서 굳이 글로 설명하기도 민망하긴 합니다만,
맵들이 예전과 비교해서 일단 '전체적으로' 저그에게 불리해졌습니다.
미네랄이 많으면 저그를 상대하는 종족에게 유리합니다.
저그는 라바라는 독특한 유닛 생산 시스템으로 인하여
일꾼을 생산하는 데에 드는 부담이 타 종족보다 훨씬 큽니다.
다른 종족은 많은 일꾼으로 많은 미네랄의 덕을 100% 볼 수 있지만, 저그는 그렇지 못합니다.
저그가 항상 본진 자원이 타 종족보다 늦게 고갈되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타 종족보다 일꾼이 적거든요.
미네랄 하나 당 자원이 1500보다 늘어나더라도 저그가 불리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테란과 프로토스의 본진 자원이 고갈나는 속도가 저그보다 빠르기 때문에
역으로 저그의 입장에서는 타 종족의 자원이 빨리 고갈될수록 좋거든요.
'미네랄의 양이 어떤 방식으로든 늘어나면 무조건 저그가 불리해집니다.'
본진 미네랄이 8덩이였던 아카디아는 저그가 할 만한 맵이었습니다.
본진 미네랄이 10덩이였던 롱기누스는 저그가 죽어나는 맵이었습니다.
본진과 앞마당 미네랄이 합해서 18덩이나 되었던 구 카트리나는 저그가 두 종족을 상대로 모두 죽어나는 맵이었습니다.
그러나 뒷마당의 미네랄이 2개 줄어들자 마자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5:5, 심지어는 약간 앞서는 전장으로 변했습니다.
본진 미네랄이 9덩이였던 오리지날 포르테는 저그가 유리한 맵이었습니다.
미네랄이 10덩이로 불어난 네오 포르테는 저그가 죽을 쒔습니다.
2) 가스
저번에 썼던 글에서 가스 자원과 테란>저그>프로토스>테란의 종족 상성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짤막하게 줄이자면, 일반적으로 가스 멀티가 많을 수록 저그에게 좋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반은 사실이 아닙니다. 테란을 상대로 저그는 맵에 가스가 많을수록 유리하지만, 프로토스를 상대로는 불리해집니다.
ex)
레퀴엠은 빈약한 미네랄 자원에 비해 가스 자원이 풍족한 맵입니다.
(수비도 용이하지 않은 앞마당의 미네랄 갯수는 6개, 그나마 자원량 900 가량, 일꾼 밀치기로 초반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가스 섬멀티)
이 맵의 분석이 되지 않았던 초기에는 짧은 러쉬거리 때문에,
저그는 초기에는 테란을 상대로 약세, 프로토스를 상대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짧았던 러쉬거리가 수정되고 맵 분석이 되어가자 저그는 테란을 상대로 이 맵에서 유리해지기 시작합니다.
반면 프로토스는, 강민 선수의 수비형 프로토스가 점차 보급되어 가고 맵의 분석이 이루어짐에 따라 저그를 상대로 선전합니다.
레퀴엠이 사라지던 시절의 체감상 벨런스는 저그>테란, 저그<프로토스, 테란<프로토스였습니다.
보시다시피, 프로토스에게 고전한 테란을 제외하면 역상성이 두드러진 맵이었죠.
테란이 프로토스에게 고전한 이유는 러쉬거리가 가까운 역언덕형이라는 지형상의 특이점 때문이었습니다.
3) 이론의 실제적 적용: 멀티의 배치
네, 이제 제가 되지도 않는 솜씨로 글을 쓰려고 든 이유가 나오는군요.
어떻게 배치된 어느 정도의 자원이 있는 멀티가 어떻게 저그에게 유리하게, 또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이제 이러한 잡다한 탁상공론은 집어 치우고, 실제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맵퍼분들에게 조금의 메세지라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번 글에서 썼다 시피, 고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글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프로토스가 있기 까지는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노력과 함께 수많은 '프징징' 들의 징징거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 저그의 기본 명제 하나만 확실히 하겠습니다.
'저그는 상대보다 많은 자원을 먹어야 이길 수 있는 종족입니다.'
Q) 어라, 그럼 4드론은요? 상대보다 적은 자원을 캐고도 저그가 이길 방법이 있네요.
A) 상대의 자원이 병력으로 환산되기 이전의 타이밍 러쉬로 끝내는 것은 전 종족 공용의 문법입니다.
그.리.고. 올인은, 어디까지나 '올인'일 뿐입니다. 올인 플레이를 제외하고 방법이 없다면 그건 방법이 아예 없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올인밖에 할 게 없다면 상대는 당연히 올인을 예측할 것이고, 이미 파악할 수 있는 올인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올인도 올인 외의 해법이 있을 때에 빛을 발합니다.
네, 저그는 상대보다 많은 자원을 먹어야만 상대와 '힘싸움'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저그는 항상 상대보다 많은 자원을 가지고 시작했고, 그리고 암울하지 않았습니다.
저그의 플레이는 지금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12드론 앞마당. 이후 투 해처리로 운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하지만 저그는 그래도 상대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테란과 프로토스가 본진 자원으로 플레이했거든요.
하지만 과거에도 상대와 같은 자원 이상을 먹을 수 없는 저그가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는 잘 보여준 예가 있었습니다.
The Ragnarok. 역대 최고, 사상 최고의 죽음의 테란맵.
이 맵은 지형적으로 앞마당에 바로 해처리를 지을 수 없는 특징과 엄청나게 짧은 러쉬거리가 결합되어서
저그가 테란보다 많은 자원을 갖고 플레이 할수 없는 맵이었습니다.
무리하게 앞마당을 확보하려다간 테란의 초반 공격에 무너지기 일쑤였으며,
본진 플레이로 안정성을 추구한 저그 유저들은 그저 패배의 시간만 조금 늦춘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그 시기는 임요환 선수가 가장 빛났던 시기이지만 스타 판도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그 동안 억눌려 왔던 테란 유저들이 '테란도 할 수 있다' 라는 희망을 보았을 지언정
여전히 테란이 지금의 강세 종족, 사기 종족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실세는 저그였습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신인 3인방으로 불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명 '트로이카 테란' 3인방이 등장합니다.
이윤열, 서지훈, 김현진. 그리고 그 당시의 평가로는 이들의 공통된 주특기는 '더블 커맨드, 물량' 이었습니다.
본진 자원으로 무한정 멀티를 늘려 나가는 저그를 상대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 테란 유저들은
그들 역시도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앞마당을 확보하고 저그와의 자원 격차를 줄이는 모험에 나섭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저그들은 더블 커맨드 이후
투팩에서 쏟아져 나오는 탱크와 바이오닉 물량의 화력 앞에 전혀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그 때까지 저그의 대 테란전 대세를 이루었던 히드라-러커의 조합으로는 물량이 아무리 앞서더라도
원론적으로 더블 커맨드 이후 완성된 다수 탱크와 베슬이 포함된 테란의 조합을 상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급기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그 진영에서는 그 동안 가디언을 통한 마무리 외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하이브 이후의 체제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저그가 암울했을까요?
이윤열 선수가 막 양대 리그에서 떠오르던 시점부터 잘 보여준 더블 커맨드 이후 투팩 빌드에
분명 한동안은 저그들이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저그들 역시 발전을 거듭했고, 테란과의 자원 격차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으로
울트라리스크-저글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듭니다.
테란이 장악하고 있던 최상위층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저그는 테란에게 그렇게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의 테란 대 저그에선, 이전보단 좁혀졌지만 여전히 저그가 거의 항상 더 많은 자원을 먹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원배럭-더블 커맨드가 아닌 투배럭-아카데미-더블컴, 혹은 투배럭-팩토리-더블컴 등의
어느 정도의 병력의 안정성을 확보한 후에 더블을 확보하는 빌드가 대세를 이루어서
지금보다 테란의 앞마당 활성 시기가 훨씬 느렸기 때문이죠.
(이는 로스트 템플의 영향도 있습니다. 아직 로템이 주류를 이루던 그 시절에는 팩토리를 올리지 않고 더블커맨드를 하는 것은
언덕러커에 대한 크나큰 부담을 동반했습니다. 이는 프로토스가 쉽게 더블넥을 꿈꾸지 못했던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최연성이 등장합니다.
최연성은 현존 최강의 테란 전략인 일명 '양산형 테란'이라고 불리는 전략을 창시한 선수였습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금의 거의 모든 테란의 모습에는 최연성이 녹아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테란 대 저그의 벨런스는 테란 쪽으로 오히려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임요환이 보여준 해법은 물론 테란의 컨트롤에 있어서는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그만이 할 수 있는 해법이 많았습니다.
이윤열이 보여준 해법 역시 이윤열과 소수만이 할 수 있는 난해한 해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연성이 보여준 해법은 사실상, 어느 정도의 노력만 수반된다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해법이었습니다.
최연성의 원배럭 더블커맨드로 인해, 테란은 저그와 거의 같은 타이밍에 앞마당을 확보하게 됩니다.
저그가 추가 멀티를 먼저 시도하긴 하지만 그 동안 테란과 저그는 같은 자원을 수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같은 자원을 먹은 힘으로 인해 테란은 저그가 추가 멀티를 확보할 즈음에는
저그보다 압도적인 병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출합니다. 이를 막을 수단이 없는 저그는 GG를 치고 게임이 끝납니다.
최연성 전성기 그 당시의 모습이지만, 지금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죠?
테란의 플레이는 이제 여기서 굳어집니다. 그저 최연성의 것을 더 단단하게 다지려는 노력이 있었을 따름이죠.
임요환, 이윤열의 시대와 최연성의 시대는 여기서 달라집니다.
아마추어 고수들, 그리고 일반 유저 사이에서도 테란이 저그를 압도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이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그의 해법찾기가 시작됩니다.
박성준이 먼저 질레트배에서 한 가지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건 임요환의 것과 마찬가지로 그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을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앞에 서술했듯이, 올인은 어디까지나 올인이거든요.
그 올인의 한계로 인해서, 박성준 선수의 테란전은 점점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마재윤의 3해처리-뮤탈-러커-하이브의 공식은 저그에게 있어 테란전 최초의 공식이었습니다.
3해처리의 많은 라바는 저그에게 유동성을 주었고, 또한 저그의 이후의 세력 확장을 훨씬 더 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그리고 첫 번째 '정석' 으로 한동안 괜찮은 듯 하던 테란 대 저그의 벨런스는 다시 무너집니다.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는지 모를 '업빌드' 라 불리는 빌드.
원배럭에서 빠르게 엔베와 아카데미를 올리고 마재윤의 3해처리의 근간이 되는 첫 뮤탈이 뜰 때에
공1업-사업-스팀업이 완료되는 빌드입니다.
그리고 이 빌드는 이후로 현재까지 저그를 상대하는 거의 모든 테란의 정석 플레이이고, 이를 상대하는 저그의
'올인이 아닌' 해법은 아직 나온 바가 없습니다.
아, 왜 맵 벨런스를 논하면서 테란 대 저그의 역사를 늘어놓냐구요?
같은 맵의 벨런스도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윤열의 등장과 함께 개념맵에서 테란맵이 된 맵이 있습니다. 바로 옛 국민맵, 로스트 템플이죠.
이 선수는 로템에서 프로토스전에서도 더욱 괴물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로템의 벨런스를 붕괴시켰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국민맵 로템의 시대가 저물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최연성의 등장과 함께 개념맵에서 테란맵이 된 맵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시대에 개념맵으로 널리 쓰이던 거의 모든 맵들은 최연성이 선수석에 앉으면 테란맵으로 변했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테란 유저들이 곧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맵퍼들의 패러다임 역시 선수들의 패러다임 만큼이나 변해가야 했습니다.
예전엔 개념맵이라고 만들었을 맵들이 테란맵들이 되기 시작했으니까요.
대표적인 맵 2개 들겠습니다. 노스텔지어, 짐 레이너스 메모리.
말이 나왔으니 노스텔지어, 짐 레이너스 메모리에서 시작해봅시다. 가스 멀티의 배치.
노스텔지어는 앞마당 가스가 없는 맵입니다. 그럼 종족 상성의 법칙에 따라 테란이 저그 상대로 좋지요?
그런데 노스텔지어는 오래도록 5:5의 벨런스를 보이며 온게임넷을 대표하는 맵으로 오래도록 쓰이고 널리 사랑받았어요.
저그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는데도 5:5의 벨런스를 보였다면은 저그에게 좋은 요소도 있었다는 뜻이겠죠?
짐 레이너스 메모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마당에 가스가 없었지만,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그리 꿀리지 않는 전적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최연성 이전에는 말이죠.
반대의 케이스 하나 들겠습니다. 머큐리는 (물론 저그 대 프로토스 벨런스로 더욱 악명높지만) 앞마당 가스가 없었고,
그로 인해 테란 대 저그 역시 테란이 큰 우위를 보였습니다.
[멀티의 분산]
노스텔지어와 짐 레이너스 메모리의 가스 멀티들은 지상 유닛으로 도보로 공략하기에는 매우 꺼림칙한 위치들에 있었습니다.
특히 짐 레이너스 메모리에서 잘 드러난 특징인데요,
모든 멀티가 구석진 곳에 포진되어 있었고 대병력으로 공략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테란이 이렇게 분산된 저그의 멀티를 치기 위해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병력을 분산하거나 혹은
긴 거리를 도보로 움직이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시간을 번 저그들은 멀티를 하나 둘쯤 내주더라도 그 동안 모아놓은 자원으로 고급 병력을 생산해서
테란전을 곧잘 이기곤 했었습니다.
이는 또한, 테란 역시 멀티를 견제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난타전으로 이어져서
게임 자체가 더 아기자기하고 재밌어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반면, 머큐리는 가스 멀티들이 테란이 저그에게 가는 러쉬로에 떡하니 놓여 있습니다.
어라? 테란이 따로 멀티를 치러 갈 필요도 없이 진출만 하면 멀티도 거저 먹고, 상대 멀티도 거저 깨네요?
우와, 이렇게 좋을 수가요.
머큐리는 테란이 한방 병력을 일방으로 전진하고 저그도 그저 그에 맞서 싸우는 구도 외에는 본 기억도 나지 않는군요.
이런 맵은 벨런스도 안 맞고 재미도 없어요.
맵 몇가지 들겠습니다.
머큐리, 알포인트, 오델로, 아테나, 카트리나, 폭풍의 언덕
다 센터쪽으로 주요한 가스 멀티가 나있어요. 어라? 요즘 맵이 4개나 있네요.
이 중 카트리나는 애초에 센터 힘싸움형 맵이 아니므로 제외.
오델로랑 아테나, 폭풍의 언덕.
대체 센터에 가스 멀티는 왜 주는거죠? 테란을 상대로 타 종족이 그거 못먹잖아요.
그건 테란만 먹는 테란 전용 멀티에요. 테란은 앞으로 조금만 진출하면 떡하니 있는 거저 먹는 멀티고
테란을 상대하는 종족에겐 테란이 조금만 진출하면 시즈 포격에 닿으니까 방어하기도 정말 힘겨운 멀티죠.
역시, 아테나는 전적이 많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오델로와 폭풍의 언덕은 프로리그의 출전 횟수가 말해주듯 테란맵이네요.
테란만 먹으라고 준 멀티가 이리 많은데 테란이 당연히 유리하죠.
알포인트의 센터지역 섬 멀티, 전 당시 알포인트 맵을 이곳 pgr에서 보자마자 저 센터의 섬멀티는 장식용,
기껏해야 테란만 먹는 멀티로 전락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사실로 드러나더군요.
제발 센터에 멀티, 것도 가스 멀티좀 떡하니 주지 말아요.
테란 상대로도, 프로토스 상대로도 모두 저그가 힘든 맵이 됩니다.
최근 맵들 중에 비교적 벨런스가 잘 맞았던 운고로 분화구나 파이선.
센터쪽으로 그런 중요 멀티 안 주니까 보세요, 나쁘지 않잖아요. (파이선의 테저도 테란이 유리합니다만 이는 뒤에 거론)
안드로메다의 센터 멀티 같은 경우는 테란조차도 먹기 힘든 사실상 장식용의 멀티인데다가,
그나마도 하나 뿐이니까 별 영향이 없긴 하죠. 오델로랑 아테나, 폭풍의 언덕. 이건 대체 뭐냐구요.
[센터 쪽으로 나 있는 멀티는 테란만 유리합니다.]
다시 맵 몇가지 들겠습니다.
블루 스톰, 오델로, 머큐리, 타우 크로스, 라이드 오브 발키리.
이 맵들의 공통점은 멀티들이 가까운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점입니다.
멀티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은 아까 노스텔지어나 짐 레이너스 메모리와 반대가 되는 개념인데요.
이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저그전 기동성의 약점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납니다. 느린 병력으로도 금방 가서 수비하는데요, 뭐.
물론 이 맵들 중에 타우 크로스와 라이드 오브 발키리는 저그가 불리하지 않았습니다만,
타우 크로스의 맵을 가로지르는 강과 돌아가는 다리는 저그의 기동성이 다시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라이드 오브 발키리는 저그가 유리한 요소 또한 무척 많은 맵이었죠. 본진 미네랄 8덩이와 뮤짤에 좋은 언덕 :)
제가 전에 올린 글에 대한 댓글 중에
'프로토스의 최종 조합은 무척 느리기 때문에 저그가 싸워 주지 않고도 뒤를 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라고 말씀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블루 스톰과 같은 맵들은 멀티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저그가 기동성을 통한 공격을 해도 그 느린 프로토스의 병력이 와서 막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은걸요.
이제동 선수가 카트리나에서 난전을 통해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카트리나가 저그에게 좋은 점 한 가지는, 기동성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 지형이 굉장히 많은 것이죠.
멀티간 거리가 엄밀히 말해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만, 지상 병력이 지나다니기엔 굴곡이 많고 험하니까요.
참, 블루 스톰의 뮤짤용 언덕이 패치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벨런스가 이렇게 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테란 대 저그 더블 스코어. 토스 대 저그 더블 스코어. 예상대로 되더군요.
애초에 블루 스톰은 뮤짤하기에 최적화된 지형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저그가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는 전장이었습니다.
그 단 한가지 유리한 점을 패치함으로서 저그에게 불리한 점만 남아서 저그를 괴롭히는 것이죠.
삼룡이 멀티의 존재. 개구멍의 존재. 가까워서 방어가 너무나도 쉬운 가스 멀티들.
[멀티들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기동성이 쓸모 없어지는 저그가 불리, 멀어지면 저그가 유리합니다.]
아, 커세어 리버를 하는 토스를 상대할 때는 예외로 봐야하겠군요.
[멀티 자원의 양]
아리조나 맵을 기억하세요?
강민 선수가 자신의 수비형 프로토스의 완성을 향해 달리며 무한정 넘어지고 있을 당시의 추억이라면 추억이겠죠.
'아리조나 XX관광' 아직 잊혀지지 않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어쨌거나 이 아리조나 맵은 머큐리와 더불어서 역대 최악의 저그 대 프로토스 벨런스를 자랑했습니다.
물론 저그가 유리한 쪽으로요. 저그 대 테란은 전적으로는 테란이 앞섰지만,
당시 Tucson배 팀리그에 이 맵이 첫 경기에 쓰였는데 각 팀의 선봉으로 저그의 출전 빈도가 무척 높았습니다.
(저저전에서 울트라가 나오기도 했죠.) 토스를 상대론 물론, 테란 상대로도 할 만했다는 뜻이죠.
레퀴엠 맵은 위에서 언급했습니다. 이 맵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원이 적고 불안정한 앞마당도 빼 놓을순 없겠죠?
이 두 맵의 공통점은, 각 멀티들의 자원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멀티의 갯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맵들에선, 맵의 다른 요소로 봐서는 저그가 암울해야 하는데 저그들이 제법 선전했습니다.
레퀴엠에선, 무척 가까운 러쉬거리로 인해 저그가 고전을 해야 마땅했지만 오히려 선전했구요.
테란의 더블커맨드가 힘들다는 점도 있었습니다만.
아리조나는 앞마당 미네랄이 10덩이나 되고, 게다 가스는 없다는 약점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그의 해처리는 테란이나 프로토스의 본진 건물보다 싸고, 건설하는 데에 부담이 덜합니다.
게다가 병력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죠.
아리조나는 가스로 막힌 섬 멀티에 있는 미네랄이 달랑 3개, 그리고 그 안쪽의 멀티에도 달랑 미네랄 3개와 가스 1개가 있었습니다.
달랑 미네랄 6개, 가스 2개를 확보하기 위하여 본진 건물 2개가 필요했던 거지요.
레퀴엠의 앞마당과 섬멀티 구조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요즘 쓰이는 안드로메다의 본진 안 자투리 미네랄 멀티도 생각해 봅시다.
테란이나 토스는 결국 짓기야 짓지만 살짝 아까운 데에 반해, 저그 해처리는 당연하게 짓잖아요.
[개개의 멀티의 자원이 줄고, 멀티의 갯수가 는다면 이는 저그에게 이득이 되는 요소입니다.]
[즉, 본진 건물이 많이 필요하도록 자원을 분산하여 저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본진에 딸린 자원의 갯수]
맵 딱 4개 언급하겠습니다.
네오 사일런트 볼텍스, 블레이드 스톰, 아카디아, 안드로메다
4개 맵 전부 저그가 할 만했던, 그리고 할 만한 맵들입니다.
위 4개 맵의 공통점은 본진 안에 딸린 미네랄 멀티가 하나 있었다는 점이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본진에 딸린 자원이 3개였습니다. 보통 맵은 2개죠? 본진하고 앞마당.
사일런트 볼텍스는 본래 본진과 앞마당만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처럼, 3해처리가 강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죠.
그 당시엔 2해처리가 정석이었기에, 이는 저그에게 큰 패널티였습니다.
(사실 3해처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첫 해처리 옆에 미네랄이 있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지역에 첫 해처리를 짓는 것은
초기 미네랄 양과 초반 수비에 있어서 상당히 큰 차이가 납니다)
이 맵에서 저그가 암울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자 네오 버젼에서는 그 해처리를 지어야 하는 지역에
미네랄 4개짜리 자투리 멀티를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저그맵 되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벨런스 조절의 실패였습니다.
밑에 어떤 분이 글에 쓰신 게 맞아요. 벨런스는 전적만이 아니라 게임 내용도 봐야되요.
사일런트 볼텍스는 스카이 2001에 쓰이면서 테란이 저그를 6:1 가량으로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 내용을 보면 초반 벙커링 치즈러쉬로 인한 승부가 거의 전부 다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네오 버젼으로 수정된 사일런트 볼텍스는 저그가 많이 유리한 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블레이드 스톰은 그 당시로 치자면 무난한 힘싸움 맵이었는데, 그 당시 gembc(엠겜의 전신)에 쓰이던 맵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 형태의 힘싸움 맵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그들은 gembc의 고만고만한 힘싸움 맵들 중에 블레이드 스톰에서 특히 선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카디아. 다시 여기까지 왔네요. 저그가 10:0으로 앞서다가 테란이 따라잡고 어쩌고 해서 개념맵의 대명사가 된 맵.
대놓고 물량전을 유도한 맵이었는데, 저그가 해처리 세 개를 통해서 미네랄 하나를 더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더 큰 장점이 되는지 잘 보여준 맵이었습니다.
안드로메다는 요즘 쓰이고 있고 많은 경기가 나오고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에 쓰였던 맵 중에 유일하게 '개념맵'으로 불릴 만한 맵이 있었다면 안드로메다였습니다.
바로 위 코너에 썼던 본진 건물의 갯수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네요.
테란, 토스의 정석 더블컴이죠? 2개잖아요.
저그의 정석 3해처리죠? 3개잖아요. 하하;
그러니까 자원 3개 주고 하자구요. 아카디아랑 안드로메다 좋았잖아요.
맨 처음에 제가 확실히 썼잖아요. 저그가 상대보다 가스는 안 바라니 미네랄 조금이라도 더 먹어야 상대와 싸울만 하지 않겠어요.
조금 전에 보니 펠릭스님도 이 의견을 펴시고 계시더군요 :)
아, 그러고 보니 자원 3개 주는 맵 중 로키도 있었군요(가스까지!). 하지만 로키는 지형상의 문제로 프로토스 맵.
그래도 로키는 테란이 좋지 않았으면 않았지, 저그가 암울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전장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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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신경써서 그 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풀어내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고, 첫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의견 개진과 잘못된 점을 짚어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만,
공격적인 말투와 '저그도 발전하면 된다' 류의 코멘트는 보지 못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고칠 가망이 없다면 글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저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맵의 요소 몇 가지를 짚어 보았는데, 조금이라도 저그의 희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제가 링크를 걸 줄 몰라서 그러는 데, 첫 글을 링크 걸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박지수 선수 우승은 정말로 축하해요. 정말로, 박지수 선수의 우승을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이전에 김구현 선수와의 스카웃 대전 때부터, 요즘의 고만고만한 테란 유저들이 아닌 눈여겨 볼 테란 유저로 점찍어 두었습니다.
제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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