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플토빠를 가장한 저그 츤데레 주다스페인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후부터 골수 저그팬이자 저그 게이머인
꾸에에님의 '저저전 개괄'을 피지알 분들과 나누기 위해
허락을 받고 옮겼습니다.
이글은
이어지는 저그들 저저전 시리즈의
이해를 돕는 개론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다 읽으신 분들은
"조용호 대 마재윤 - tide was high" 도 즐기시길 권하겠습니다.
*사진은 구지성 양입니다.
필자분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올렸으며
저그가 도인과 기인의 종족인 만큼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출처는 포모스 매니아칼럼입니다.
http://www.fomos.kr/
=========================================================================================
"저저전 개괄"
I. 저저전의 의의
저저전은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이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종족전 중 가장 허무하고 또 천편일률적이라 평가받았으며, 인기게이머가 등장하지 못한 당시 상황과 겹쳐 아직까지 가장 하급의 종족전으로 취급받고 있다. 나아가 가장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테란이나 새로운 파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프로토스전과 비교하면 그 중요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저전은 다른 종족과 비교/대조해야만 드러나는 저그의 특성이 사라지고, 오로지 저그만이 갖고 있는 무엇으로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저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관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훌륭한 종족전으로 결코 좌시할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이하 저저전의 시기별로 그 양상을 풀어내며 마지막에 가서는 저저전이 갖는 의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II. 초기의 저저전
0. 짧았던 혼란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었을 때 초기의 저저전은 다양한 유닛이 등장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당시의 여러 전략들을 살펴보면 심지어 히드라에 대항하는 가디언의 활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실로 저저전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또는 원시시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주 짧게 끝나버리고, 저저전의 대부분의 공식이 브루드워 출시 이전에는 확립이 되는데, 이들 공식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1. 유닛
1) 무탈리스크
혼란의 시기가 종식된 결정적 계기는 무탈리스크의 활용성이 증명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이후 저저전은 무탈리스크 싸움으로 획일화되며, 무탈리스크 컨트롤이 뛰어난 사람이 저저전의 일인자라는 공식이 등장하게 된다.
저저전과 관련하여 온게임넷의 공식기록까지 갖고 있었던 봉준구의 경우는 그가 프리챌 스타리그에 진출했던 당시에는 이미 전성기가 지나가버린 지는 태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승까지 진출했는데 이는 무탈리스크 보이라는 그의 별명에서 알 수 있는 그의 무탈리스크 컨트롤과 결합된 당시 최고 수준의 저저전이 있었기 때문이니, 저저전에서 무탈리스크가 얼마나 중요한 유닛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 무탈리스크가 떠오르며 그에 대한 안티유닛으로 같이 각광받았던 것이 스커지였는데, 1999년의 봉준구는 이미 무탈리스크를 나눠 스커지를 요격하는 컨트롤까지도 무리 없이 보여줬을 정도였다.
2) 저글링
무탈리스크 중심으로 저저전이 재편성되면서 이에 대한 안티전략들도 등장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유닛은 저글링이었다. 레어를 늦추면서까지 저글링을 확보하여 상대방의 무탈리스크가 뜨기 직전 또는 뜨는 순간 상대방을 밀어버리는 전략은 무탈리스크 일변도로 빠지는 저저전의 카운터로 작용했다.
특히 저글링은 스커지와 결합하여 저글링-스커지라는 전략으로 재구성되었는데, 당시의 무탈리스크 컨트롤로는 다수 스커지 요격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탈리스크 확보 이후에도 유효한 것으로 상용화되었다. 실제 국기봉의 경우는 봉준구와의 경기에서 절대적 약세라는 예상을 뒤집고 저글링 스커지로 저저전 최강자인 봉준구를 격침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빠른 챔버 확보를 통한 공업저글링 + 스포어 확보와 같은 저글링 중심의 전략이 여러 형태로 가지를 치며 저저전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 물론 양상이 복잡한 것과 여러 종류의 유닛이 등장하는 건 전혀 관계가 없다.
3) 그외 유닛
브루드워 출시 이후 저그는 러커라는 유닛을 다시 한 번 저저전에 투입하기 위한 시도에 들어가는데, 다수의 저글링을 러커로 상대하면서 무탈리스크를 스커지로 요격하는 러커 스커지나 러커와 스포어 콜로니의 방어를 이용해 자원전을 도모하는 형태, 이를 한 번 더 비튼 히드라-저글링 등의 여러 전략이 등장했다. 다만, 러커 자체가 레어 이후에 확보되는 유닛이며 기동성이나 소요자원, 빌드타임 등의 문제로 인해서 상용화에는 결국 실패하고 깜짝전략 정도로 남고 말았는데 이마저도 저저전이 계속 발전해나가며 어느 순간에는 사장되어 버리고 만다.
2. 운영체계 - 최적화의 단초
무탈리스크 한합 싸움이라는 당시의 저저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나, 초기의 저저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발전한 것이 바로 저저전의 운영체계이다. 저그의 경우 상대방에 비해 불리한 빌드로 시작하더라도 체제전환속도와 유닛의 기동성의 우위를 최대한 살려서 맞춰잡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 비해 저저전의 경우는 그 장점이 완전히 봉쇄되어버렸다.
결국 저그로서는 상대방의 많은 전략을 커버할 수 있는 안전한 빌드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저그가 가진 빌드의 대부분은 저저전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빌드에 있어서 큰 발전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만족할만큼 안전한 빌드를 찾아내는 것에는 실패하는데 다만, 9풀<12풀<12햇<9풀이라는 기본틀이 정립되는 의외의 성과는 거두게 되었다. 저들 빌드 간의 강약관계는 첫저글링을 뽑기 이전 확보할 수 있는 드론의 숫자와 첫저글링의 확보타이밍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들 둘은 기본적으로 부의 관계로 파악이 되었다. 주목할 것은 이들 간의 강약관계는 저저전이 발달했다는 지금까지도 묵찌빠라기보다 오히려 가위바위보에 가까운 명확한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실력이 비슷한 저그들끼리의 싸움이라면 초반 저글링 접전으로 경기가 끝나버리거나 서로 맞물려서 무탈 한 합싸움으로 끝나버리는 양상, 또는 무탈리스크 대 저글링-스커지 정도로 전개되며 경기양상에 있어서 저저전은 허무하다, 등장유닛의 고정을 통해 저저전은 다 똑같다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3. 평가
초기의 저저전을 살펴보면 이른바 카오스 상태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질서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질 부분은 초기에 잡힌 이들 틀이 지금에 와서도 상당부분 유효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저전의 발전은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보다는 그 체제 내에서의 수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고 평가받았으며, 그 발전이 더디거나 오히려 정체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초기의 저저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최소한 지지 않는 것이었으며, 이것은 이후 저저전의 빌드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비기는 경우는 컨트롤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으며 따라서 초기 저저전의 강자는 빌드싸움의 강자였으며 동시에 컨트롤의 최강자였다.
III.중기의 저저전
0. 양산형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
1) 9오버스포닝풀과 최적화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저전에서의 안전한 빌드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해졌으며, 그나마 이를 만족시킨 것은 2002년을 넘어서부터의 대세빌드였던 9오버스포닝이었다. 이는 9드론스포닝에 비해 덜 극단적이었으며,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 필요하면 언제든지 12드론 해처리라는 극단적인 전략으로까지 선회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물론 여전히 9풀<12풀<12햇<9풀의 공식은 유효했으며, 이 공식이 제대로 들어맞아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저저전은 부지기수였다. 이에 더하여 과거에는 예의없다하여 비난받았던 5드론과 같은 도박수가 본격적인 전략으로 고려되었다. 이는 9오버 빌드 대부분에 카운터로 들어가며 결국 저저전의 안전한 빌드에 대한 갈망은 완벽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오버스포닝, 이후의 11스포닝과 같은 안전지향 빌드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으며, 이는 저저전의 양산형을 가속시켰다.
2) 발전의 단서
초기 저저전에서 정립된 부분이 고스란히 옮겨진 중기 저저전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저저전이며, 글쓴이는 저저전의 양산형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양산형은 경기양상이 정해져 있어서 대부분의 경기가 틀에 찍은 것처럼 흡사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9풀<12풀<12햇<9풀의 공식은 가끔의 예외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공고한 것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공식이 한 선수에 의해 조금이나마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중기 저저전 극복의 단서는 중기 저저전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한 선수와 이에 대항했던 한 선수의 대립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 아래에서 거론할 선수는 조용호와 홍진호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뚜렷한 특성을 최대한 살려 당시 저저전의 강자로 우뚝 섰다.
1. 유닛
1) 무탈리스크-스커지
매인스트림의 무탈리스크와 카운터어택의 스커지 사이를 뒤틀어버린 파문은 soul에서 시작되었다. 조용호를 선두로 걸출한 다수 저그유저들이 포진하여 저그왕국으로 불렸던 soul에서 저저전의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가장 세련된 형태로 등장했던 것이 바로 건맨무탈이었다. 박성준이 더욱 다듬어 테란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조명을 받았고, 이후 서경종식 무탈뭉치기의 발견으로 인해 보급화된 무탈리스크 부대의 원샷원킬은 건맨무탈이라는 이름으로 저저전에 최초로 등장했다.
예전부터 스커지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탈뭉치기는 사용되어 왔으나 이제는 기동성까지 부여되며 스커지의 입지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말았다. 스커지가 무탈리스크를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며 최소한 소울저그들을 상대로 스커지 전략은 사양되는듯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항하는 스커지 컨트롤 및 운영체계의 발전 역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무탈리스크와 스커지의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조용호 이후에는 박성준 정도의 무탈리스크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저그유저만이 이 공식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이후 서경종식 무탈리스크 뭉치기가 보급화된 이후에는 무탈리스크 우위로 굳혀지게 된다.
2) 저글링
저글링컨트롤은 저그유저의 기본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며, 나아가 당대최고의 저그유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역시 고도의 저글링컨트롤이었다. 미세한 컨트롤, 예를 들어 공격받고 있는 저글링을 뒤로 빼내고 다른 저글링을 그 자리에 넣는 전환컨트롤의 경우에는 이미 초기의 변성철과 같은 저그유저가 그 극을 보여준 전례가 있었기에, 좀 더 많은 저글링을 좀 더 짧은 시간 안에 미세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과제가 되었다. 나아가 소수 저글링을 빼내서 게릴라를 시도하거나 무탈리스크를 동반한 성동격서식 공격 등의 발전으로 인해 멀티태스킹은 저저전의 강자에게서 필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
저그유저는 손이 빠를 필요가 없다는 명제는 디파일러의 활용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부정된 것이나 저저전에 있어 빠른 손은 무조건 필요한 것이었으며 조용호가 당시 저저전의 강자로 등장하게 된 것과 가장 큰 관련이 있다. 저들 명제가 마재윤 이후에나 부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의 저저전에 대한 인식이 저그유저들은 물론 해설자와 같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낮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초기부터 저그가 만나는 저그는 저그가 상대하는 모든 종족 중 가장 빠른 컨트롤을 요구하는 종족이었다.
2. 운영체계
1) 유닛컨트롤 우위 속의 반전
저저전을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1> 빌드에서 이긴다.
2> 빌드에서 비긴다면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으로 압도한다.
이 공식의 유효함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 것이 이미 언급한 조용호였으며, 이후 조용호는 자신보다 컨트롤이나 멀티태스킹에서 앞서는 마재윤까지도 빌드 우위를 이용하며 격파할 정도였으니 중기 저저전의 집대성이라 부를만 했다.
초기부터 빌드의 우위나 정교한 유닛컨트롤은 저저전의 강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는데, 중기 저저전의 반전은 빌드나 컨트롤 이면의 무엇, 또는 컨트롤이 가져다주는 또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며 시작되었다. 쉽게 말해 우위빌드에서 시작했음에도 또는 자신보다 컨트롤이 나쁜 저그가 상대임에도 지는 경우가 발견되며 당황한 사람이 등장했다는 것이며, 이는 중기 저저전의 특징인 최적화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본격적으로 흔들린 것은 앞으로 몇 년 후이다.
2) 순간최적화
드론 또는 병력 중 무엇을 뽑느냐는 단순한 결정을 위해 전장의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라바관리인데, 이는 드론 하나를 더 뽑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본진까지 밀려버릴 수 있는 최고속의 저저전에 있어서는 무용지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최적화였으며, 그나마 안전한 빌드를 통해 컨트롤에서 압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 독보적이었던 조용호조차도 한 선수에게는 여러 번 패배하며 저저전에서의 라바관리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여지가 생기는데 그 시초는 바로 홍진호였다. 그는 라바관리에 있어 천부적인 감각을 보여줬으며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저저전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소수저글링을 빼돌려서 게릴라를 하는 경우, 부각되는 것은 컨트롤이나 멀티태스킹인데 홍진호의 경우는 이 부분에서 자신보다 앞서는 조용호와의 대결에서도 여러 차례 승리하며 라바관리의 마술을 보여줬다. 저저전에서는 소수의 저글링이 빠진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저글링부대에 본진까지 밀릴 위험이 크며, 특히 발업저글링으로 요약되는 상대방의 병력충원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들 변수를 고려하여 소수로 다수를 막아낼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것이 순간최적화이며 광의로 사용되었을 때는 운영이라 하는데, 최적화와 운영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라바관리를 통해 이어지며 이후 라바관리는 저그유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3. 평가
물론 모든 유저가 이를 따라할 수는 없었고, 홍진호 역시 아직까지는 중기 저저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저전에서 섣불리 드론을 뽑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든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더하여 생각보다 소수의 드론(6~7미네랄 - 2~3개스)으로도 컨트롤이 동반된 다수의 병력(2해처리)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알려지며 양산형을 계승하면서도 그 속에서 저저전은 더욱 격렬한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더불어 빌드에서 열세에 처했을 때의 극복방법 등도 상당부분 연구되었는데, 이는 병력운영과 같은 멀티태스킹적 요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중기 저저전은 초기 저저전의 정립된 부분이 답습되면서도 그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고, 컨트롤 우위가 저저전 우위로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발견되는 예외를 고찰하는 저저전의 두번째 카오스 시대이며, 과도기였다고 볼 수 있다. 중기니 당연히 과도기였겠지만.
IV. 현대의 저저전
0. 중기 저저전의 끝
현대의 저저전은 이전부터 그 조짐이 보이기는 했으나, 마재윤과 조용호 사이의 수번이나 있었던 다전제를 통해 확실하게 그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중기 저저전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 저저전에서 발견된 빌드우위의 경기지배력이 유지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9풀<12풀<12햇<9풀로 통칭되는 스포닝풀 확보 타이밍의 사이의 강약관계는 물론 1해처리와 2해처리사이의 시간마다 달라지는 강약관계까지 포함하는 의미였다.
그나마 질서가 잡혀있지 않은 초기 저저전이 후반부에 정립이 되고 이어진 중기 저저전은 경기양상에 있어서 패턴이 일정한 시대였는데, 이 부분에서 독보적이었던 것이 조용호와 그 계보를 이은 박성준이었으며 홍진호가 그 추세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 물론 홍진호 역시 당시에는 저그 중에서 일류급의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을 보여주고 있었다. 간혹 심리전의 극대화를 통해 떠오르고 또 몰락한 변은종과 같은 예외도 있었으나 대부분 이 패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고려할 때 실로 저저전의 양산형 시대였다고 볼 수 있다.
- 박성준과 박태민과의 대립은 중기 저저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인데, 박성준의 컨트롤이 빛나는가, 컨트롤이 빛나기 전에 박태민이 빌드로 박살내버리는가의 양상이었던 이 둘의 싸움은 중기 저저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극복된 것이 현대의 저저전이라 할 수 있으며, 이후 저저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빌드나 오버로드 서치도 아닌 저그유저의 실력이 되었다. 후술하는 부분은 현대의 저저전에서 특별히 이전과 구분이 되는 뚜렷한 차이들이며, 저저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유닛
1) 무탈리스크 - 스커지
무탈리스크 컨트롤의 극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무짤은 이미 중기의 저저전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기에는 박성준 한 사람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래서 혼자만의 기술이었으나 이후 서경종식 무탈뭉치기가 보급된 이후에는 저그의 기본기술이면서 동시에 제대로 하기에는 어려운 중요한 것이 되었다. 이는 봉준구의 무탈나누기로부터 시작하여 조용호의 건맨무탈, 박성준의 수동무짤로 이어지는 유닛컨트롤의 계보에서는 최종단계이다. 무짤은 저글링-스커지 전략의 실질적인 사장을 고했으며, 스커지는 무탈리스크의 보조유닛이나 스파이어 완성 직후의 한 타이밍만을 노리는 유닛으로 격하되었다. 물론 스커지의 컨트롤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무짤에 대항하는 예상요격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한 부대로 뭉쳐서 컨트롤하는 무탈리스크에 비해 여러 부대로 나눠 컨트롤해야 하는 스커지는 확실히 그 제어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탈리스크 중심체제로 갈 것 같다. 주목할 부분은 지금 이제동이나 박찬수와 같은 저저전 강자들은 이 부분에 있어 괄목할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라바관리가 조명되더라도 어쨌든 컨트롤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술할 것이나, 유닛컨트롤은 라바관리에서 라바교환율이라고 하는 유닛의 '실질적인 가격'을 바꿔버리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2) 저글링
저저전의 한쪽 날개인 저글링의 컨트롤 역시 꾸준히 발전해왔으나 무짤이 보급된 무탈리스크 쪽에 비하면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저글링부대의 운용에 있어 대규모 전환컨트롤은 몇 년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만 그것조차도 조명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 그 여파라고 할 수 있을지 확신은 어렵지만, 최근의 저글링은 컨트롤이 주목되는 유닛에서 라바관리의 우월함을 조명할 수 있는 유닛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는 감상이다.
지금 상대적으로 적은 자신의 유닛으로 상대방의 다수의 유닛을 잠시 후에 막아내거나 또는 밀어낸다는 라바관리의 묘는 저글링 운용에서 가장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운용체계 - 라바관리와 운영
이미 언급한 바, 저그의 끝은 전장의 모든 변수를 고려한 순간적인 최적화에 있는데 이것을 받쳐주는 기술이 라바관리며 광의로 운영이라 표현한다. 다만 발업저글링으로 대표되는 저저전의 속도는 이 순간최적화를 하기에는 너무도 빨라 거의 불가능한 것이 초기부터 드러나는 저저전의 양상이었고, 9풀<12풀<12햇<9풀이라는 빌드우위는 이것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라바관리가 발전하며 최근에는 저저전에서도 순간최적화가 곧잘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스채취가 뒤진 경우 해처리에서 앞서나가며 압박을 강하게 한다거나 필요에 따라서 순간적으로 저글링을 늘리고, 드론 한 기를 교묘하게 추가하며 소수 유닛으로 방어타이밍을 만들어내는 현대 저저전의 추세는 9풀<12풀<12햇<9풀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며, 또 누구의 라바조율-전장의 변수수집과 가중치부여가 빠르고 정확한지가 가장 큰 변수로 대두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라바관리는 초기의 저저전부터 있었던 것이며, 굳이 자신이 라바관리를 하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저그 본연의 모습이다. 이 부분이 더욱 조명될수록 현대적 저저전 역시 따라서 발전할 것이라 본다.
3. 평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9풀<12풀<12햇<9풀로 대표되는 빌드우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동시에 지금의 모든 저그 유저가 현대적인 저저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직까지 중기 저저전의 양산형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그들을 목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은 그만큼 저저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현대적 저저전이라고 하나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현대적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과도기적인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깨지기는 했으나 이제동의 저저전 연승기록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앞으로 저저전의 양산형 공식은 더 흔들릴 것이라 전망한다.
V. 저저전의 의미 및 사죄의 말
0. 저그의 정체성
저그가 테란이나 프로토스라는 종족에 비해 갖는 압도적인 우위는 체제전환, 병력생산과 보충, 기동성과 같은 속도에 있으며, 따라서 강조되는 부분은 이 속도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였다. 그러나 저저전에서는 이 우위가 사라져버린다. 이것은 다른 종족과의 비교/대조에 의해서만 부여되는 저그의 특성을 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며, 여기서 지금까지 가려져있던 저그의 정체성이 드러나게 된다.
대규모 유닛의 컨트롤이나 동시교전시의 멀티태스킹은 다른 종족의 동족전에서도 강조되어 왔던 것인바, 분명히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 이는 봉준구가 초기 저저전의 최강자로 활약했으나, 이후 이 계보를 잇는 조용호나 박성준의 경우 자신보다 이 부분에서 취약한 홍진호에게 여러 번이나 무너졌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결국 저그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라바관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야말로 저그의 정체성이라 본다. 저그는 고수 아니면 하수라는 농담으로 시작되는 라바관리의 묘는 매뉴얼이 나오지 않는 저그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저그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1. 라바조율
지금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는 저그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속된 말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물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 장사, 이후의 가치, 교환, 거래라는 표현은 애초에 저그의 유닛은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상대방의 유닛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화폐개념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상황에 따라 1라바는 1질럿과 같은 가치를 가질 수도 있고, 3라바가 0마린으로 교환될 수도 있다. 또 무슨 유닛을 뽑는가에 따라서도 저 교환율은 뒤틀린다. 물론 컨트롤 여하에 따라서 2라바가 1드라군이었던 것이 1라바가 1드라군이 되기도 한다. 저그에게 유닛컨트롤은 다른 종족과 같이 중요한 요소이나 라바관리와 연관지어서는 교환율을 바꾸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병력 대신 드론을 뽑거나 드론을 건물로 바꾸며 장래의 교환율을 뒤틀어버릴 수도 있다. 놀리는 말로 장판파라 하지만, 마메 2~3부대를 위해 15~20라바 정도는 써야 할 것이나 디파일러-러커 이후로는 3~4라바로 거래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저그는 라바관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모든 저그는 기본적으로 운영형이다. 라바교환율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그 선수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공격형이라고 굳이 이름 붙이는 선수들은 초반부터 이 교환율을 높게 보는 것뿐이다. 동시에 최적화라 함은 지금의 라바관리를 통해 잠시 후의 교환율을 최대한 높이는 과정이며,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저그는 순간적으로 이것을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공방저그의 경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일류저그들의 경기에서까지 수차례 경험하고 목격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흔히 하는 마메진출 타이밍과 병력규모에 맞춰 배럭스 숫자를 파악하고 예의상 박아줄 성큰의 숫자를 조절하는 것도 라바관리에 포함된다.
2. 저그의 발전과 저저전
유닛의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던 초기의 저저전을 지나 라바관리의 중요성에 겨우 눈을 뜨게 된 중기의 저저전에서 이제는 본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라바조율을 인식하는 현대 저저전에 이르렀다. 이 과정은 저그의 발전과정과 궤를 같이 하며, 다른 종족을 상대하는 저그의 자세와도 바로 겹쳐있다. 저저전에서 가장 확실하게 조명되는 라바관리야말로 저그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저저전이야말로 저그의 진수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서문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저저전의 발전은 라바관리의 발전이며 동시에 저그의 발전 그 자체라는 것이 글쓴이의 논거이자 주장이다.
3. 사죄의 말
급한 마음에 글을 쓰다보니 글이 난잡해진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느끼나, 글쓴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저저전의 개괄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여기서 마무리지으려 한다. 다만, 저저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허무하다거나 천편일률적이라는 인식까지 겹쳐 재미없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쉽게 쓰여진 글이기는 하나, 이 글이 저저전을 보는 사람들에게 저저전의 재미를 느끼고, 또 저그를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