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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14 12:41:40
Name happyend
Subject 송병구선수가 가지지 못한것
불멸의 연인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베토벤의 전기영화입니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들리지도 않는 피아노위에 얼굴을 파묻고 월광소나타를 연주합니다.
저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이것을 뽑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베토벤 음악의 아름다움은 그의 재능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는 자신 깊은 곳 영혼의 우물속에 두레박을 드리울 줄 알았을 뿐입니다.그것이 없었다면 그의 재능은 멘델스존보다 하수이고,모차르트에는 비교도 안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 했던 파우스트는 베토벤이었습니다.그는 일부러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선택해서 자신을 괴롭혔고,조카의 인생을 망침으로써 자신을 학대했고,수술을 할 때도 마취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월광소나타는 그가 청력을 상실하고 만들었다고도 합니다.악마와의 계약이 만들어낸 그 음악을 들으면서 아니 느끼면서 베토벤은 행복해했을까요?피아노에 얼굴을 묻은 게리올드만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왜,뜬금없이 송병구 선수이야기가 아니라 베토벤 이야기냐고요?
송병구선수도 악마와 계약을 좀 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2005년,모든 감독들이 최고의 신인으로 송병구를 지목했을 때는 테란천하의 시기를 종식시킨 양박저그의 시기였습니다.
프로토스따위는....
그런 그가,단숨에 스타리그에 오르면서 기염을 토한 것도 잠시,16강토스의 불명예와 함께 깊은 슬럼프에 빠졌지요.
2007년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그는 공백기의 본좌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무관의 제왕으로 저주받은 강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왜,그의 그토록 엄청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정상의 문턱에서 무릎꿇었을까?
그 생각이 내내 사라지지 않더군요.
플플전 최고수인 그가,김택용에게 지고,
테란전 역대 최강 소리 듣는 그가,변형태에게 지고,
사상 최악의 대플토전승률의 저그결승진출자란 소리도 듣던 이제동에게도 지고....

왜 그는 그 중 한경기라도 이겼다면 밟아봤을 정상의 문앞에서 주저앉았을까....

김택용이 3.3혁명 전에,이런 말을 하더군요.강민선수를 이기고 난 뒤(혹은 전?)인터뷰에서
"이제야 승부에 눈을 떴다."
그리고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마본좌를 무너뜨렸지요.

이제동을 보면,아직도 송병구를 향해 겨누었던 서슬퍼런 칼날의 떨림이 진정되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다른 우승자들이라면 승부가 끝난 뒤 칼을 접고 칼집에 넣었을 그때까지도 이제동은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그 칼날에 비수마저 꺾였습니다.
그가 얼마나 송병구를 향해 날선 칼을 벼리어 왔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승부를 앞두고 가졌던이것을 송병구는 가지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택용도 이제동도 '도전자'였습니다.그들이 만나 무너뜨린 마재윤,송병구는 모두 당대 최고의 강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확률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세간의 평가앞에서 냉혹할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담금질 했습니다.
그러나 송병구는 단 한번도 자신보다 나은 선수와 만났단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평소대로 긴장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그들의 승부를 갈랐습니다.

임요환과 마재윤이 황제와 본좌의 자리에 오르는데 그들의 재능은 단지 필요조건일 뿐이었습니다.그 둘은 스스로를 극도로 고독한 지경으로 몰아넣는 베토벤이 되길 자처했습니다.
피씨방 이벤트전이 전부이던 시절,게임따위에 올인하는 임요환이나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거만하게 상대를 깔아뭉개던 마재윤.
그것이 그들을 외줄타기에 내몰아 바짝 곤두선 신경으로 게임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수의 진을 치지 않고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었던 한신처럼.

송병구는 재능이 있고,가능성이 많습니다만 파이터가 되지 못한다면 '본좌'의 길은 없습니다.
자신을 작두위에 몰아넣는 무당의 끼로 변신시켜내지 못한다면 그의 재능은 한낱 재능일 뿐입니다.

공부를 열심해 해본 사람들,혹은 무언가에 미쳐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재능...그것보다 더 지독하고 더 치명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월광소나타를 지어야 했던 베토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그래서 범인인 저로서는 그 경지에 대해 감탄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고요.

2008년은 송병구선수의 눈빛에서 악마의 영혼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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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이리와봐
08/01/14 12:45
수정 아이콘
글잘쓰시네요 어차피 이바닥(?) 승부사에게는 남을 무너뜨리는게 직업이니까요
어차피 지면그순간 실력이 없어서 진거지 딴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루나러브굿
08/01/14 12: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오히려 송병구 선수의 유순하면서도 겸손한 듯한 성격과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매료되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만..
본문처럼 이제는 좀 더 승부사다운 기질을 갖고 욕심을 내는 선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 인터뷰를 보면 개인리그보다 프로리그 연습을 더 중시하는 것 같던데.. 이번시즌엔 한쪽밖에 없으니 개인리그에 좀 더 올인해서 우승타이틀 하나정도는 꼭 따줬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니 저는 우승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몇명인지 ;)
My name is J
08/01/14 13:01
수정 아이콘
못가진것이 많지요. 우승 트로피도 필요하고 베지도 필요하고....프로리그 그랜드파이널 우승컵도 그렇고...
으하하하..

게임에서 선수의 개성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또..그런 선수들을 선호하구요.
결승을 한번 두번...거치면서 본인이 부족했던것(결승까지의 과정을 포함해서요.) 을 차례로 메꿔나가고 있으니- 팬은 지켜봐야겠지요.
걱정스러운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방법대로 나아가 잘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하는 것은 다전제에서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보이는데.....
중간에 누가 들어가서 머리라도 한대 쥐어박아(?) 줬으면 하는...정도? 으하하하(달린다-)
08/01/14 13:04
수정 아이콘
2007스타리그 1시즌 다음배 3위
2007 스타리그 2시즌 에버배 2위
2007~08 스타리그 3시즌 박카스배 1위!!!! 하길 바랍니다 ^-^
오소리감투
08/01/14 14:38
수정 아이콘
멋진 응원글입니다.^^
가을감독님이 말씀하신 것도 기억나네요...
병구는 너무 긴장을 안 해서 탈이라고...
부족한 2%는 실력이 아니라, 어쩌면 독기(?)같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lectromagnetics
08/01/14 15:51
수정 아이콘
컨트롤 운영 다 잘 합니다만 센스나 다판제에서 판을 짜오는 능력은 물음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송병구 선수와 도재욱 선수의 프프전 참 보고 싶네요.
새벽오빠
08/01/14 17:19
수정 아이콘
공감 200%

광기없는 천재는 없습니다. 그 '광기'라는 것에 대한 접근 방식, 표현 방식이 다를 뿐.
SHiNeR)eXTRa(
08/01/14 18:18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합니다. 송병구 선수에게는 왜인지 모르게 '악'에 받친 근성 같은 것을 엿보기가 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

물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
힙훕퍼
08/01/14 18:28
수정 아이콘
뭐랄까 김택용선수를 응원하는 입장이긴 해도. 지금 현재 가장 완성형 프로토스의 모습을 보이는건 송병구 선수 같습니다.
다만 병구선수는 너무 자기 자신이 잘한다는 걸 과신하다고 있다고 느낌입니다. 우승을 하는 선수들은 그 선수가 뭐 대진운이 좋다던지
하는 것과 상관없이 뭔가 그 시즌만이라도 다른 선수보다는 뭔가 더 다른 점이 있는데 송병구선수에게는 제 부족한 지식으론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결여 되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렇지만 패배하는 경기 이후에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니 그에게는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택용선수는 다전제 첫 패배를 맞은 이후 아직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반해 말이죠.
질럿은깡패다
08/01/14 18:28
수정 아이콘
목숨을 걸 독기 없이 최강 소리 듣는다는 것 - 그것이 송병구 선수의 재능을 그리고 한계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죠.
포셀라나
08/01/15 06:35
수정 아이콘
마음가짐은 다잡을 필요가 있긴하죠. 지나칠정도로 김택용 선수를 의식하는데..(4강이 끝나고 인터뷰비슷한..온겜에서 틀어주던..)거기서도 이제동선수는 신희승선수를 이기고 신희승선수에 대한 위로와 결승에서 송병구선수를 꼭 이기겠다는 다짐을 같이 했는데.. 송병구 선수는 김택용선수의 34위전에 밀린 심정알고 다음에는 결승에서 붙자..는 말밖엔 안했습니다. 결승이나 이제동선수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죠. 송병구 선수는 4강을 사실상의 결승이라 생각했고 결승은 4강보다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음가짐의 차이가 결승전결과를 낳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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