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루고자 하는 리그는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리그다.
이 리그가 사라진지도 벌써 3년이 넘어 4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 이 리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 리그의 특징적인 두 사건은 논란의 중심에서 계속 등장한다. 왜 이 리그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가. 지금부터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겜TV는 스카이라이프의 등장과 함께 출범을 했다.
최근 한창 말이 많았던 장민호라는 인물도 바로 이 겜TV와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이고, 벼룩시장의 출자와 이 장민호라는 사람과 함께 겜TV는 스카이라이프의 게임 채널로 출발을 했다. 그것이 2000년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방송은 하지만 2000년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2001년이 넘어가서야 비로소 제대로된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 채널 가운데 출발이 가장 늦었고, 그만큼 열세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대게의 게임 채널이 그렇듯, 스타리그를 시작하려는데, 문제는 그 기원을 찾기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스타리그의 시점이 그들이 주최한 최강자전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1차리그로 출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타낼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강자전이 여럿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정식적인 리그의 출범은 겜TV 1차리그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1차리그. 2002년 3월 14일에 개막하여 5월 29일에 막을 내린 리그다.
16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벌인 이 리그의 최종 우승자는 한웅렬이었다.
이 무렵, 자신의 전성기의 절정을 맛보던 한웅렬은 결승에서 기욤 패트리를 3:0으로 완파하며, 자신이 메카닉 테란의 운영에 있어서는 이제 최강임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윤열, 한웅렬, 김동수, 장진남, 기욤, 전태규, 박효민, 최인규, 강도경, 이재훈, 임효진, 베르트랑, 홍진호, 박정석, 김정민, 임성춘이라는 상당히 탄탄한 선수 구성을 가지고 있던 겜TV의 1차리그.
16강의 조편성과 8강의 조편성을 차례로 적겠다.
A조: 이윤열(3승), 한웅렬(2승 1패), 김동수(1승 2패), 장진남(3패)
B조: 기욤(3승), 전태규(2승 1패), 박효민(1승 2패), 최인규(3패)
C조: 강도경, 이재훈, 임효진(2승 1패), 베르트랑(3패)
D조: 홍진호(3승), 김정민(2승 1패), 박정석(1승 2패), 임성춘(3패)
A조: 전태규, 이윤열(이상 2승 1패), 강도경, 김정민(이상 1승 2패)
B조: 기욤(3승), 한웅렬(2승 1패), 홍진호(1승 2패), 이재훈(3패)
리그의 진행 방식은 온게임넷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6강 풀리그와 8강 풀리그, 그리고 4강 토너먼트와 결승전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겜TV만의 독특한 그것의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겜TV는 나름의 맛을 보여주는데, 기존의 리그에서는 보기 힘들던 선수들의 등장과 신예들의 등용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웅렬은 이 시기에 온게임넷 4강과 함께, 여기서의 우승으로 나래를 피게 이르고, 이윤열의 최초 4강 입성 대회가 바로 이 리그이다.
맵은 기존의 래더맵인 라이벌리와 로스트템플, 뉴 리모트 아웃포스트, 스노우바운드였다.
2차리그. 2002년 7월 11일에 개말하여 2002년 10월 4일에 끝이 난 리그다. 논란의 중심에 처음으로 서게 된 리그라고 할 수 있으며, 겜TV 남자부 스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스폰서십을 얻은 리그이다. (동시에 마지막으로 얻은 스폰서십이기도 했다.) 매직&멀티팩배 스타리그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리그는 예선을 거쳐서 12명의 선수가 참가를 했고, 16강 조 편성은 다음과 같다.
A조: 한웅렬(3승), 김성제(2승 1패), 박성훈(1승 2패), 성학승(3패)
B조: 박경락, 최인규, 송병석(이상 2승 1패), 기욤 패트리(3패)
C조: 강도경, 이윤열(이상 2승 1패) 이재훈, 김환중(이상 1승 2패)
D조: 김완철(3승), 전태규(2승 1패) 도진광(1승 2패), 임요환(3패)
16강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다음과 같이 조 편성이 되었고, 그 편성은 이렇다.
A조: 전태규, 박경락,(이상 2승 1패) 한웅렬, 이윤열(이상 1승 2패)
B조: 최인규(3승), 강도경(2승 1패), 김성제(1승 2패), 김완철(3패)
전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최인규는 이 번 대회에서 가장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며 4강에 올랐고, 네이트배 결승의 영광을 강도경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진출한 박경락. 그는 한웅렬과 이윤열을 8강에서 제압하며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성기, 공공의 적이라고 불리며 그 위용을 떨쳤던 박경락의 신화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최종 결과는 강도경과 박경락의 결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각 전태규와 최인규를 누르고 올라온 그들은 엄청난 혈전을 벌이고, 결국 강도경의 3:2 승리로 결승전이 마무리가 된다. 이 결과 때문에 논란의 한 축이 탄생하게 된다. 흔히 논쟁하는 저그 최초의 메이저 타이틀은 누가 차지했는가의 문제인데, 사실 메이저라는게 그다지 확실한 기준으로 정립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점에는 답이 여럿 존재한다. 특히, 이는 3차리그의 이윤열과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렇게 리그는 마무리가 되었고, 역시나 겜TV의 특징인 신예 발굴의 장으로 활용된 리그였다는 점만 증명하였다. 이 시점에서 박성훈과 박경락, 김환중은 잘 알려진 선수가 분명 아니었으니까.
맵은 데저트 로템, 아일 오으 사이렌, 엠퍼러 오브 엠퍼러, 뉴 리모트 아웃포스트였다.
3차시즌. 2003년 1월 8일 개막하여 2003년 4월 6일에 막을 내렸다.
이윤열의 그랜드슬램과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선 리그이다.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 자체가 정립이 되지 않은 용어라고 볼 때, 이 대회를 메이저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겠지만, 여하튼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리그라고 볼 수 있다.
16강 조 편성은 다음과 같다.
A조: 강도경(3승), 조정현, 이재훈, 나경보 (모두 1승 2패)
B조: 한웅렬(3승), 이윤열(2승 1패), 박경락(1승 2패), 송병석(3패)
C조: 박신영(2승 1패), 박용욱(2승 1패), 서지훈, 전태규(모두 1승 2패)
D조: 나도현(3승), 조용호(2승 1패), 최인규(1승 2패), 김성제(3패)
강도경은 우승자로서의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고, 겜TV에서는 정말 최강이었던 한웅렬도 다시금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 대회를 통해 처음 본선에 오를 수 있었던 나도현의 위력은 3승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전대회 4강에 들었던 박경락, 전태규, 최인규가 모두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8강은 결국 당시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 두 선수와 겜 TV에서 영광을 안았던 두 선수에게 4강의 영예를 허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게 된다. A조에서 이윤열이 강도경과 함께 4강에 오르는데 성공을 했고, B조에서는 조용호가 3전 3승으로 한웅렬과 함께 4강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A조: 이윤열, 강도경 (이상 2승 1패) 박신영, 나도현(이상 1승 2패)
B조: 조용호(3승), 한웅렬(2승 1패), 박용욱(1승 2패), 조정현(3패)
그리고 맞이한 4강전. 세상은 이미 두 번의 결승에서 조우한 이윤열과 조용호의 재조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이윤열과 강도경의 조우였다. 이윤열은 자신의 천적격이었던 한웅렬과의 경기를 힘겹게 돌파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강도경과 조용호를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당대 최고였던 이윤열을 상대하기에는 강도경은 힘이 부쳤던 것일까. 겜TV 사상 최초로 한강시민공원이라는 야외에서 열렸던 결승전은 이윤열의 싱거운 3:0 승리로 막을 내린다. 너무도 허망하게 힘 한 번 쓰지도 못하고 끝이 나버린 경기였다.
이 대회의 경우, 신예의 출현은 생각보다 적었다. 나도현 정도가 이 대회를 통해 등장한 신예라고 할까. 그리고 이윤열의 소위 그랜드슬램과 맞물려 관심을 끌게 되었고, 사실 맵 자체의 밸런스 문제도 개선이 되지 않은 채 진행이 되어서, 이래저래 말이 많았던 리그이기도 했다. 맵 제작자였던 김진태씨가 수정을 할 시간이 없이 군대를 갔고, 맵에 걸린 프로텍터를 풀지 못하여 결국 그냥 리그가 진행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맵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데저트 로템, 엠퍼러 오브 엠퍼러, 아일 오브 사이렌, 그리고 유일한 신규맵, 포레스트 오브 아비스가 공식 맵이었다.
4차시즌.
준비는 완료가 되었다.
선수도 결정이 되었다.
시드권자인 이윤열, 강도경, 조용호, 홍진호(그는 비슷한 시기에 열린 챌린지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시드를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챌린지 오픈에 대해서는 뒷날 겜TV의 다른 리그를 설명하면서 다룰 것이다.)
예선을 넘어선 선수들, 최연성, 임요환, 서지훈, 전태규, 최인규, 박정석, 박용욱, 최수범, 성준모, 차재욱, 변은종, 박태민. 이렇게 열 두 명의 선수들. 이 중에는 당시 처음으로 등장한 변은종과 차재욱, 최연성 같은 경우도 있었고, 최수범과 성준모처럼 오랜만의 등장으로 기대에 부푼 선수들도 있었다. 여기에 양념으로 남자 선수를 격파하며 화제를 불러 모은 서지수까지. 맵도 지난 시즌 김진태씨의 갑작스런 입대로 인한 프로텍터로 인해 수정되지 못한 맵들이 아니라, 변종석씨가 맡아서 야심차게 준비한 맵들로 새롭게 꾸며지게 되어 있었다. 이름만 놓고 보면, 기대를 부풀게 하는 그런 맵 들이었다.
Twilight Lost Temple, Memory of The River Stix, Hanabi, Che Gebara, Dop Show.
이름에서 개성이 뿜어져 나오고, 나름대로 야심차게 겜 TV가 추진하던 프로젝트(겜TV도 독자적인 팀리그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성 선수들의 의무 참여와 3억원이라는 상금을 걸고 시작하기로 준비중이었다.)들로 인해 4차리그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에서 겜 TV는 문을 닫는다. 2003년 4월 28일에 일이었고, 겜 TV 관계자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결국 무위로 돌아간채 그렇게 겜TV 남자부 스타리그는 사라졌다.
『"밥을 굶더라도 시청자와 게이머들에게 한 약속은 지키겠다." 폐업 수순 밟기에 들어간 스카이 겜TV의 직원들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되살리기 위해 눈물겹게 몸부림 치고 있다. 스타리그 담당인 이학평 PD는 2일 "정상적인 진행은 어렵게 됐지만, 이미 지난 4월 예선전까지 마친 방송 리그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밝혔다.
스카이 겜TV는 지난달 28일 대주주들이 적자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추가 자본 증자를 포기하겠다고 하더니 곧이어 1일자로 직장 폐쇄를 선언한 상태. 따라서 5월초 개막 예정이었던 스타리그 역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스타리그를 강행할 뜻을 보인 것은 방송 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아무 조건없이 제작에 참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관계업체는 물론 전용준 캐스터와 김창선 해설위원도 무보수로 출연할 것을 약속했다. 제작비 수천만원이 해결됐다. 문제는 방송 송출 문제와 제작 공간, 상금 등이다. 스카이 겜TV가 거액의 위약금을 케이블TV 사업자측에 내지 않으려면 올해까지는 재방송이라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송출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디오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에 '최후의 호소'도 해볼 생각이다. 상금 지원을 위한 스폰서도 해결해야 한다. 팬들의 관심과 화제성을 감안하면 그만한 광고 효과는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 겜TV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 팬 사이에서는 '스타리그를 볼 수 있다면 모금 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글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만약 모든 것이 힘들다면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십시일반 상금을 내놓겠다는 관계자도 있다.
"돈을 받지 않아도 기꺼이 제작에 참가하겠다는 20여명의 동료,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는 울컥 눈물이 솟았다"는 이 PD는 "이 리그의 진행은 게임리그를 아껴준 팬들과 밤을 세워가며 훈련을 한 게이머들, 관계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말했다. 과연 '뼈를 깎는' 스타리그가 성사될 수 있을까. 또 게임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겜TV 리그를 사실 메이저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3회라는 리그는 1년이나 4회 이상의 기간과는 거리가 있다.
상금도 가장 작았던 리그였고, 리그만의 개성을 찾기에도 무언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도 늦은 출발에 작았던 개성이라면, 사실 답이 어느 정도 결정이 나 보이는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그들의 리그는 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강도경과 이윤열의 우승에서 우리는 E-Sports 기록의 논란의 원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여하튼 그들의 우승을 통해 저그의 우승과 당대 최강의 완성의 장면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4차시즌을 구성했던 선수들 가운데 임요환, 강도경, 최인규는 어느새 군인이 되었고, 성준모는 기자가 되었다. 햇병아리였던 최연성과 차재욱은 이제 팀의 중심 테란이 되어 버린 상태이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그들의 과거를 지웠다. 잊혀져서는 안 되는 과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