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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9/18 02:08:05
Name Go2Universe
File #1 8959190519_f.jpg (284.2 KB), Download : 17
Subject 상대적이고 절대적으로 훌륭한... <하나오>


(서론이 좀 깁니다. 이해를.)
(맵 논쟁 사이에 불쑥 끼어들어 죄송한 마음 감출길이 없네요.)



1.



영화는 안봤지만 예고편은 봤었다.

아이스케키. 파송송계란탁. 아차.. 파송송계란탁은 몇몇 장면을 케이블에서 본 기억이 난다.

한창 다코다 패닝이 날리던 시절에 아이엠 샘을 보지 않고.. 한참후 우연히 TV더빙판으로 봤었다.

코찔찔이 시절의 엄마찾아 삼만리 보면서 울었던 기억도 있다.





2.



몇몇 사람들이 플라이 대디를 멋진 영화라고 추켜올렸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 영화가 내 발톱밑에 낀 때만도 못한 영화라 말할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해서 그 '때'를 영화로 본 사람들을 한심하다고 할수는 없는 거다.

영화를 좋아하는 기준에는 절대성만이 존재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건, 연극이건, 드라마건간에. 대중과의 접점이 강한 부문에서는 어쩔수 없는 것같다.)

나 역시도 혼자 링2를 재미있다고 했다가 매장당했던 기억도 있으니 말이다.





3,



자 이제부터 <하나오>.

알만한 사람들은 많이들 아는 만화지만 발매된게 지극히 최근인 - 해적판의 유무는 알수 없다. -  이 만화는 여러지점에서 보는 사람들을 설레이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



유명하다고 할수 있는 대부분의 만화들을 일본과 그리 많지 않은 시간차로 받아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발매된지 8년만에 정식 발매가 된것 부터가 의외이다. 그 의 만화중 두편이 20세기 일본만화 100선에 두개나 랭크되었다는데도 말이다.



뭐 이유라면 미형(美形)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만화라는 점과 그리 많지 않은 편수(고작 3권이다. 물론 한편한편의 밀도와 양은 대단하지만), 그리고 진부해지기 쉬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선입견 때문이리라. (그 누가 만화에서 재미를 능가하는 예술을 기대하겠는가. 호사가의 취미와 만화의 흥행은 영화의 그 것 처럼 분명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하나오>는 그런 점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가를 말해준다. 미형의 그림체따위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역시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하나오>의 작가는 일본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중 한명이다. 피카소의 그림이 얄궂은들.. 피카소를 그림 못그린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차.. 있기는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





4.



<하나오>의 장점들을 찾아보자.



<하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지기 쉬운 모든 함정들을 피해간다.대부분의 아버지와 아들(뭐.. 어머니와 딸로 섞어보아도 마찬가지지만)이야기는 진부하고 무난하다. 쉽게 신파로 흐르며, 왜 저런 이야기를 또 할까라는 생각을 들게할정도의 진부함을 지닌, 즉 사람들의 관심을 끌 여지가 애시당초 없는 뻔뻔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물론 액면가 그대로의 <하나오>의 이야기를 보면 저 뻔뻔한 이야기와의 차이는 알수 없다.

성장이 멈춰버린 바보 같은 아버지와 세상을 모두 아는 듯해서 시니컬해진 아들의 이야기.

약간 <아이엠샘>과 비슷한것 처럼 보이는 설정이다. 저 설정을 가지고서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눈물, 콧물을 모두 쥐어 짜내는 최루성 신파물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가 심각한 장애인이거나, 아들은 난치병에 걸렸다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것도 아니면 귀여운 아들로 인해 무너져가는 가족이 복원된다거나 하는 이야기겠지. 그런 점에서는 <하나오>에서 특별히 다른점은 없다.



하지만 액면가 그대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풍부하게 캐릭터를 설명하고 표현하고 포장해주는 작가만의 실력은 진부함이라는게 이야기의 설정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하나의 소재를 밀어넣는다.



바로 '야구' 를 말이다.



항상 혼자 상상에 빠져서 배나온 아저씨가 된 주제에 '오만 관중의 함성이 들리는가!' '나는 3번배번을 받고 요미우리의 4번타자가 될 것이다!'를 외치는 한남자의 미성숙이 모든이들에게 꿈을 생각해보게 하는 야구와 결합되었을때의 화학작용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리고 그 '야구'는 아들에게 의문을 가져다준다. 진짜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가하는 점을 말이다. 생활력 없고 바보 같기만 했던 아버지에 대해서 점점 알아갈수록 아버지가 신기한 (대단한이란 수식어 보다는 신기한 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듯하다.) 아들은 그 진실을 알아가면서 점점 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현실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판타지'를 선택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선 현실의 괴로움에 매몰되지 않는 산뜻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필연적으로 진부해질수 밖에 없는 소재의 한계를 무난하게 극복해 나간다.



<하나오>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들도 슬퍼하지 않는다. 실제 그런일들이 있다면 정말 슬퍼할만한 일이 많지만 - 부상으로 야구생활을 그만두게 되는 사람, 치매에 걸려 과거 자신의 팀동료들을 부르는 할배등 - 그들은 결코 눈물을 보이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현실에 좌절했다한들 성장이 멈춘채로 여전히 '요미우리의 4번타자'만을 외치는 하나오를 보면 허무맹랑한 '꿈'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오>의 미덕중 아주 큰 부분은 꿈이 있는 사람만의 '낙관'이다.



<하나오>의 미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기는 스포일러가 강하니 조심하기 바란다.)

작품의 말미. 이제는 이야기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에서 작가는 그 전까지 차곡 차곡 쌓아왔던 일련의 이야기들을 주마등처럼 흘려놓으면서도 그게 결코 동어반복이 되지 않는 결정적인 연출방법을 선택한다.



그 것은 하나오의 홈런과 함께 지난 시간들을 함께 해왔던 모든이들과 모든 장소들위로 날아가는 야구공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위를 지나서 간 그 공의 마지막 목적지는 훌쩍 중학생(혹은 고등학생)으로 자라나버린 하나오의 아들 시게오의 글러브 속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했다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 위대한 표현이 있을까 한다.



그리고 마지막 TV아나운서의 한마디.

"예 하나오 선수. 오늘은 3타수 무안타네요. 하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 사람은 하나오인데요"

그리고 웃으면서 홈런을 치는 요미우리의 진짜 4번타자 '하나오'



백문이 불여일견.

이 만화를 보고서 다들 감동해보자.

물론 다운로드가 아닌 사서 보는 걸로다가...







뱀발

직장을 찾고나서 매달 5만원 정도를 만화책구매와 CD구매에 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다운로드를 받아본 죄책감때문에 이러한 일을 하고 있죠.

다운로드 받던 학생시절에는 최소한 '보고 싶은데 돈이 없는 거잖아?'라고 말했지만

돈을 버는 지금에 이르러서까지 저런 변명을 할수 없기에

그동안의 죄(?)들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5만원이라봐야 술 한두번만 안마시면 되는 돈이잖아요..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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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DVD
06/09/18 12:09
수정 아이콘
번역자 '김완'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존경합니다.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번역을 이어받으신 이후로 보여준 숱한 명개그에 감동했습니다. 1~7권까지 산 거 싹 잃어버렸는데 다시 살 겁니다. 원작자도 깜짝놀란 바로 그 번역 SSJ 네 바로 '센스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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