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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8/04 20:22:42 |
Name |
퉤퉤우엑우엑 |
Subject |
[소설] 殲 - Prologue |
"빨리...빨리요! 빨리...빨리 의사 불러와요!"
여인의,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눈꺼풀에 힘이 없어 거의 감고 있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표정도 어느 정도는 그려진다.
귀에는 빗소리가 울린다.
비가 정말 오고 있는걸까. 확신은 하지 못하겠어.
내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또 왜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지도.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프다.
아파.
왜인지 속이 답답하고 아프다.
내장이 전부 미어지는 것 같아.
모르겠어. 아무것도.
힘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것도, 방금 자각했다.
심장부터 서서히 감각이 사라진다.
서서히...
어머니가 끊임없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하지만 그것도 이젠...작아지고 있다.
서서히 감각은 사라져갔다.
마지막엔 감각이 사라진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의식마저.
속이 미어지던 아픔은 사라졌다.
눈이 떠졌다.
아니, 눈이 떠졌다고 내가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내가 눈을 떴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사물들이 보인다. 눈을 뜬 건 맞았어.
우리 집의 내부가 보인다. 사물들이 보인다.
거기에, 녹색을 띈 것들이 흐물흐물 거리고 있다.
아니. 내가 보고 있는 장면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
사람은 아냐.
그렇다고 동물이나 사물도 아냐.
저건 뭐라고 말해야 하는거지?
사람의 형태를 한 상태에서 왼쪽 다리나 팔이 없다던가,
혹은 눈이 있을 위치에 뭉개진 피부가 있다던가,
혹은 온 몸을 끈적끈적한 액체로-피처럼 보이는 액체로 뒤집어 쓰고 있다던가,
혹은 그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들.
'부피'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그들끼리 한없이 겹쳐져 있고, 그래서 녹색이 더욱 진해진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
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저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그저, 알아 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 떠돌고 있어.
저들은 나와 달라.
그래, 내 몸은 팔도 있고, 다리도 있고, 눈이 뭉게지거나 피를 뒤집어 쓰지도 않았어.
나는 저들과 달라.
내 몸은 저런 식으로 통과되지도 않을 거고...
않을...거고...
않을...
않아야...하는데...?
아,
아...아냐. 아냐.
이런 건, 아냐. 아니라고.
이런 상태가 너무 무섭고, 싫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꿈, 일거야.
그렇지. 꿈이겠지.
이 꿈에서 벗어나야 해.
눈을 감자.
느껴지지는 않지만 예전 하던대로.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언제나처럼 방 안에서 자고 있을거야.
그리고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절대 이런 상황이 아닐거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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