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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1/01 18:38:56 |
Name |
sylent |
Subject |
OSL 관전일기 - '징크스‘는 못말려. |
OSL 관전일기 - IOPS 스타리그 3주차(2004년 12월 31일)
'징크스‘는 못말려
'괴물‘ 최연성 선수가 지난 [EVER 스타리그]의 정상에서 승리의 축포를 울린 후, 많은 게임 팬들은 ‘우승자 징크스’의 유통기한이 비로소 다 되었다고 믿었다. 비록 [EVER 스타리그] 우승 후 승률의 곡선 방향이 바닥을 향하기 시작 했지만 그리고 지난 12월 17일 개막전에서 ‘투신’ 박성준 선수의 난타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경기를 포기했지만 최연성 선수 만큼은 우승자 징크스로부터 자유로울 거라 예상했다. 이런 믿음과 예상은 단 한 가지 사실, 그가 ‘괴물 최연성’이라는 이유에 뿌리내린 것 이었다 .
하지만 언제까지나 최고로 기억되고 싶은 ‘황제’ 임요환 선수의 저주는 우승자들을 여전히 마법진 안에 가두어 놓으려나보다. ‘퍼펙트 테란’ 서지훈 선수를 2:0으로 즈려밟고 [IOPS 스타리그]호에 승선한 조형근 선수의 예리한 플레이에 최연성 선수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 도합 2패로 16강 탈락이라는 나락의 문턱 앞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우승자 징크스는 ‘괴물’마저도 곤히 잠재워버릴 기세이다.
1경기 <알케미스트> : 최연성(T6) vs 조형근(Z3)
조형근 선수의 진영이 11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테크트리에 박차를 가한 최연성 선수는 앞마당 멀티에 욕심을 부리는 부자 저그들의 ‘사고의 사각지대’를 노려 최소한의 마린만을 생산하고 두 개의 스타포트를 건설하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조형근 선수는 넉넉한 자원으로 배를 두드리는 대신, 다수의 발업 저글링을 확보하여 기습을 시도했고 이는 최연성 선수의 자신감이 자만심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밝히는 결과를 낳았다.
‘최소한의 병력으로 최대한의 방어‘를 수도 없이 보여주었던 최연성 선수였지만 조형근 선수는 ’괴물‘의 조그만 상처를 놓치지 않고 끝없이 헤집어 결국 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괴물‘이라는 확실한 제물로 스타리그로의 귀환에 성공한 조형근 선수의 침착한 플레이는 스타리그를 침식해오는 저그의 힘을 배가 시키기에 부족하지 않다.
가까운 멀티에 가스를 배치한 맵제작팀의 배려가 ‘스타리그 역사’라는 수레바퀴의 가장 큰 못 하나를 빼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8강을 넘볼 수 없게 된 최연성 선수의 다음 상대는 ‘천재’ 이윤열 선수. 이제 남은 것은 머리와 손끝이 하나 되는 몰입뿐이다.
2경기 <발해의 꿈> : 최수범(T1) vs 신정민(Z5)
좋은 빌드로 출발한 신정민 선수는 뮤탈리스트와 히드라리스크를 이용하여 최수범 선수의 앞마당 멀티를 꾸준히 견제, 메카닉 체제를 선택한 최수범 선수에게 자원의 압박을 느끼게 하는 성공하였다. 하지만 최수범 선수는 신정민 선수의 가벼운 공격에 반응하지 않고 꾸준히 병력을 모아 ‘한 방’으로 센터를 장악했고, 이내 신정민 선수의 멀티를 쓸어냈다. 3개의 해처리를 건설함으로서 6시를 자원 공급과 전투력 생산을 위한 베이스로 삼으려 했던 신정민 선수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은 결과였다.
이로써, 온게임넷의 작명 능력에 의심의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 <발해의 꿈>에서 펼쳐진 2경기에서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신정민 선수를 ‘묵찌빠’로 다시 잡아내며, 2005년을 하루 앞둔 12월 31일, 최수범 선수가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최초의 8강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컬트 팬들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3의 마왕’ 최수범 선수. 오직 자신이 도달하려는 높이까지만 성장할 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16강의 사슬을 끊고 8강에 몸을 던질 좋은 기회이다.
3경기 <알케미스트> : 박정석(P3) vs 전상욱(T11)
프로토스가 테란의 타이밍 바카닉에 무너지는 이유는 “몰랐기 때문”이다. 임요환 선수는 <기요틴>에서 ‘한량’ 이재훈 선수를, <노스텔지어>에서 ‘안전제일’ 전태규 선수를 바카닉으로 잡아내며 테란의 진영을 확인하지 못한 프로토스의 마지막을 보여준 적이 있다.
‘영웅’ 박정석 선수는 3시와 11시를 구성하는 지형의 복잡도를 고려했을 때, 더블넥서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메카닉을 상대하는 박정석 선수의 여유를 반영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정석 선수의 여유를 끌어내린 것은 소수의 벌처로 견제하는 시늉을 보이며 바카닉을 준비한 전상욱 선수의 센스였다. 옵저버로 상대의 체제를 확인한 박정석 선수는 리버와 스톰-샤워로 마지막 포효를 시도했지만 적진을 향해 달리는 마린의 행렬을 저지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프로토스의 희망이자 영웅인 박정석 선수의 2연패는 비단 스타 플레이어의 16강 탈락 뿐만 아니라 잘못된 맵 선정에 의한 듀얼 토너먼트의 결과가 정규 시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박정석 선수가 16강에서 주저앉든 혹은 기적 같은 확률의 축복을 받아 8강을 향하든 상관없이, 온게임넷은 맵을 선정하고 조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함을 다시 한 번 각인해야 할 것이다.
4경기 <레퀴엠> : 이병민(T6) vs 변길섭(T12)
‘골든보이’ 이병민 선수에게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던 ‘불꽃’ 변길섭 선수는 이번 경기만은 잡아내겠다는 작정으로 마린과 벌처를 이용한 타이밍 러시를 시도하지만, 그 타이밍은 '불꽃'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지 못했다. 2기의 탱크와 1기의 레이스, 그리고 SCV를 이용한 이병민 선수의 방어에 모든 병력을 잃은 변길섭 선수는 체제 전환과 동시에 드랍십을 활용한 게릴라에 집중하지만, 상대적으로 멀티가 빨랐던 이병민 선수의 안정적인 운영을 전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센터의 대치 이후 서로 드랍십을 교차시키며 난전을 펼쳤지만, 결국 경기 초반의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은 이병민 선수의 집중력이 불꽃을 끄는데 성공했다.
‘불꽃’의 길에 이병민 선수는 분명 큰 문제임에 틀림없고, 오늘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문제란 단지 배움의 기회일 뿐이다. 그렇다. 변길섭 선수에게 이병민 선수는 너무나 좋은 기회일 뿐인것이다.
by sylent, e-sport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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