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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5 17:21:29
Name Elenia
Subject [일반] 황당한 부상 이야기
가끔은 보통사람의 생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혹은 도저히 짐작가는 이유조차 없는 상황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죠.

훈련이나 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운동선수들의 황당한 부상 이야기들 중에는 리모컨을 잡으려다 등 부상을 입었다던가, 발가락으로 채널을 돌리다 햄스트링이 올라온다던가 하는 우스운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부상들은 모두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밥도 왼손으로 먹고, 글도 왼손으로 쓰고, 똥도 왼손으로 닦는 왼손잡이입니다. 회식자리에선 술도 오른손으로 제대로 따르지 못해 혹시 오른손은 의수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하나는 마우스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변기 물 내리는 레버나 버튼을 조작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화끈한 영상과 함께 할 때만 발생하는 이벤트입니다만 근래에는 피곤한 탓인지 의욕이 없어서...)

어젯밤 친구와 곱창에 소주 한잔하고, 출근해서 오전 업무를 보는 도중 신호가 왔습니다.
기름진 것을 안주 삼아 술 마시고 다음날 싸는 술똥이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기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휴지통 비우고 나가시는 것을 확인한 후 번개같이 비데가 설치된 칸으로 들어갔습니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지만 역시 따뜻한 곳에 앉아야 변도 잘 나오는 법입니다.

새벽에 있었던 축구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도 감상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의 기사도 탐독하는 동안 근 일주일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 체내의 모든 것들이 질풍노도와 같이 빠져나왔고, 상쾌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한 후 평소와 같이 오른팔을 뒤로 뻗어 변기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순간 어깨에 전기가 통한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고 오른팔을 움직여봤습니다. 팔이 90도 이상 잘 올라가질 않았고,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것이 어깨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잠깐만 그러겠거니 했지만 점심을 먹고 피지알을 하며 두어시간 루팡질을 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불편하고 아파서 팀에 "팔을 드는데 고통스럽다, 잘 안올라간다, 잠시 병원에 다녀오고 싶다"고 하니 다들 오십견 온 거 아니냐면서 걱정해주시더군요. 차마 변기 물 내리다 삐끗한 것 같다고 말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정형외과에 오니 간단한 촉진과 엑스레이만으로 진단이 끝났습니다. 뭐라고 하는지 정확한 부위명은 까먹었는데 여하튼 인대를 다쳤다고 하네요.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이유로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오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던 터라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앞으로는 변기 물도 일어서서 왼손으로 내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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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
16/04/15 17:24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똥글은 뭐다???
그룬가스트! 참!
16/04/15 17:25
수정 아이콘
으음.. 팔쪽이면.. 견갑골 근처의 인대를 다치신건가요;;
16/04/15 23:00
수정 아이콘
그 의사선생님의 말씀으로 들은 부위가 이름이 비슷했던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습니다.
오십견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을 좀 놓은 것도 있고, 신체 부위는 들어도 원래 잘 몰라서...
커프스톰프
16/04/15 17:25
수정 아이콘
추천드릴수밖에 없군요
잠잘까
16/04/15 17:31
수정 아이콘
여기 똥싸다가 다친분이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김설현
16/04/15 17:35
수정 아이콘
필드에서 부상을 당하셨군요 프로 피지알러로 인정합니다.
16/04/15 17:53
수정 아이콘
쾌차하시기를 바라며 ..

앞으로는 폭풍같은 쾌변을 위해 인대 단련에 힘쓰시길 바랍니다.
방과후티타임
16/04/15 17:54
수정 아이콘
피지알러 인정합니다.
16/04/15 18:05
수정 아이콘
쾌차하시길 빕니다. 님 잘못이 아닙니다. 기술이 이렇게나 발달했는데 아직도 변기 물 내리는 버튼은 치명적인(?)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굳이 어제 폭식의 잔해를 확인하면서 물을 내려야 하는가? 앞으로 리모콘으로 물 내리도록 해주세요...는 개뿔 리모콘 잃어버리고 급 탈출각.
렌 브라이트
16/04/15 18:26
수정 아이콘
리모콘이 퐁당....!!
16/04/15 19:25
수정 아이콘
IoT적용해서 스마트폰으로 내리게 합시다
16/04/15 23:01
수정 아이콘
리모컨이 변기에 빠져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변기 뚫는 글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합궁러쉬
16/04/15 21:37
수정 아이콘
프로 피지알러시군요.
저도 제가 겪은 황당한 부상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하천가를 따라 내려가면서 하품을 시원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꿀벌이 입 안으로 들어오네요?
정형외과에 입 안에 박힌 벌침 빼러 갔습니다.
-p.s : 같은 위치에서 자전거 타고 내려가다 말매미랑 마빡 박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네오크로우
16/04/15 21:48
수정 아이콘
되게 오래 전인데 친구랑 술 거 하게 먹고 인적 없는 골목길에서 둘이 같이 시원하게 쉬야를 하고 부르르 떨다가 친구 녀석이 허리에 담이 와서
억~ 하면서 확 주저앉았던 적이 있었죠. 수습은 해줘야 되는데 웃음만 나오고.. 그 녀석도 아프긴 아픈데 웃기긴 하고..
16/04/15 22:58
수정 아이콘
와 저야 아무도 못 본 곳에서 혼자 당한 부상이니 괜찮은데, 이건 평생의 흑역사가 되지 않을지...
웃기긴 웃기네요 크크크크
종이사진
16/04/15 22:36
수정 아이콘
NBA 선수 중 케빈 러브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현재 르브론 제임스의 동료이기도 하죠.

미네소타에서 데뷔했는데,
자다가 팔 부상을 당한 경력이 있습니다.
16/04/15 22:58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자다가 팔부상은 도대체 어떻게 당하는거죠 정말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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