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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9/27 17:48:21
Name Tech85
Subject 추억의 사이버사커 챔피언십
방을 정리하다가 FIFA 2000 CD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FIFA 2000 한국판에는 김병지 선수가 모델이였죠. 잠시동안 CD를 쳐다보니 온게임넷 사이버사커 챔피언십이 생각이 나더군요. 온게임넷이 개국을 했던 2000년 7월말. 세계최초의 피파 프로리그가 출범을 했습니다. 중계는 지금은 스타리그를 맡고있는 전용준 캐스터, 해설은 iTV 열전 게임챔프라는 아마추어간 게임대결 프로그램에서 피파 해설을 했던 황성진씨가 맡았습니다. 대회 초반엔 강신우 MBC 해설위원도 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전용준-황성진 2인체제로 바뀌었더군요) 하도 오버를 많이 하셔서인지 오버브라더스라는 별명도 얻으시기도 했습니다. 2000 온게임넷 왕중왕전 결승전 1차전이 끝나고 잠시 오버브라더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갔는데 당시 아셈 메가스테이션 스튜디오 안에서 두분이 오버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당시 결승전이 열렸던 건국대 새천년 기념관을 메웠던 모든 팬들이 다같이 낄낄낄 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대회방식은 예선을 통과한 8명의 선수가 3개월간 풀리그를 치르는 대장정이였습니다. 풀리그 성적 상위 4명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였죠. 1위는 4위와 붙고 2위는 3위와 붙어서 승자끼리 결승전을 패자끼리 3,4위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특이했던것은 4강 토너먼트는 다전제로 치뤘는데 스타리그처럼 몇판몇승제가 아닌 4경기를 그냥 치르는 것이였습니다. (홈앤드어웨이인데 홈에서 두번, 원정에서 두번 이렇게 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경기를 치뤄서 승점이 많은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였죠. (승점이 같으면 골득실을 따지게 되고 골득실도 같으면 바로 승부차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스킬포인트라는 그 어떤 대회에서도 볼수 없었던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이 스킬포인트라는 제도는 바로 에디터 모드에서 선수들의 능력치 수치의 총 합을 800으로 하도록 하는것이였습니다. 어떤선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어떤선수는 한국으로 경기를 했기 때문에 공평하게 하기위한 취지였습니다. 당시 대회를 주관했던 게임맥스 홈피에 가면 선수들이 어떻게 스킬포인트를 적용했는지 워드파일로 올려놓기도 했었죠.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는 당시 피파 온라인 게이밍을 할수 있는 사이트인 트윔넷, 배틀탑에서 유명했던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이지훈(한국), 이로수(아르헨티나), 박윤서(이탈리아), 김정현(브라질), 곽래혁(네덜란드), 박진형(스페인), 신정섭(프랑스), 그리고 워3 게이머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형주(잉글랜드). 이지훈 선수는 과거 임요환, 최연성, 이윤열, 강민 선수 포스를 다 합친것 정도의 포스를 자랑하던 최강의 우승후보였지요. 왠만한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보다도 상금과 연봉을 더 많았고 TV CF에도 출연하기도 했었습니다. 중학교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을 했던 경력도 있어서인지 전술적으로도 수준이 높은 경기를 보여줄수 있었습니다. 한번 흐름을 타면 절대로 그 기세를 꺽을수 없어서 신바람축구라 불렸던 박윤서 선수, 전반에 상대방의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후 후반전엔 상대방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컴퓨터축구라 불렸던 이로수 선수등이 또다른 우승후보였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라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이들은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평소 양민들과 경기를 즐겼던 저로써는 초고수들의 신기술(?)에 무척 감탄하곤 했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기술들은 제가 그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였으니 말이죠. 박진형 선수의 ea패스 이후 헤딩떨구기, 팬텀 드리블과 곽래혁 선수의 갈지(之)자 스루패스가 가장 인상적이였죠. 아마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ea패스는 e자를 누른 상태에서 a버튼을 눌러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날리는 패스입니다. 그후 다시 헤딩으로 제대로 떨궈주기만 하면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수가 있었지요. 이건 저같은 양민도 몇번 해보니깐 쉽게 되더군요. 팬텀드리블은 오로지 방향키만 사용해서 드리블을 하는 기술입니다. 스타에서의 환상적인 유닛컨트롤과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엄청난 연습량이 아니면 하기가 힘든 기술입니다. 박진형 선수는 팬텀드리블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다고 하더군요. 곽래혁 선수의 갈지자 스루패스는 말 그대로 갈지자 처럼 지그재그 형태로 스루패스를 넣어줘서 골찬스를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갈지자 스루패스 몇방이면 상대수비망이 금새금새 벗겨지곤 합니다. 그리고 이지훈 선수의 4백과 3백의 혼용도 대단했었구요. 김정현 선수는 세트피스시 골키퍼를 키커로 지정하곤 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었지요.

예선 풀리그는 막판까지 4강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특히 4위싸움을 벌이던 박진형 선수와 박윤서 선수간의 대결이 볼만했습니다. 승점 1,2점차로 똥줄타던 이들간의 경쟁은 결국 승점 1점차이로 박진형 선수가 4강에 올랐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예선 성적이 다음과 같았을겁니다.

1위 이지훈 14점 4승2무1패
2위 곽래혁 13점 4승1무2패
3위 이로수 12점 3승3무1패
4위 박진형 12점 3승3무1패
5위 박윤서 10점 3승2무2패
6위 김정현 6점 2승5패
7위 이형주 5점 1승2무4패
8위 신정섭 1점 1무6패

이렇게 되서 4강은 이지훈 vs 박진형, 곽래혁 vs 이로수의 대결이 되었죠. 이지훈 선수와 박진형 선수간의 대결은 4차전까지 승패를 알수 없었습니다. 서로 2,3골차의 승부를 주고받으며 4차전까지 서로 2승2패를 했는데 골득실도 같아서 승부차기까지 갔었지요. 방송으로 중계된 피파경기 사상 초유의 승부차기에서 이지훈 선수는 한번의 실축으로 결승행 티켓을 박진형 선수에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이로수 선수는 컴퓨터축구라는 명성에 걸맞게 1,2차전에서 모두 곽래혁 선수를 후반전에 안드로메다 관광 태우고 일치감찌 결승행을 확정지었습니다. 3,4차전에서 근소한 골차로 곽래혁 선수가 모두 승리했지만 1,2차전에 벌어진 골차를 좁히기엔 택도 없었죠. 곽래혁 선수는 이지훈 선수와의 3,4위전에서도 2승2패로 동률을 이루었지만 많은 골득실차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결승전은 양선수의 개성이 워나게 뚜렷해서인지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기술축구 박진형 vs 컴퓨터축구 이로수. 이미 예선에서도 서로 무재배를 하기도 했었기에 이번에야 말로 진검승부를 제대로 벌일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팽팽할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참으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로수 선수가 역시 컴퓨터축구라는 명성 그대로 4강에서 곽래혁 선수의 갈지자 스루패스를 무력화 시켰듯이 박진형 선수의 팬텀드리블, ea패스후 헤딩떨구기를 철저하게 차단해 버린것입니다. 박진형 선수는 1,2차전에서 공격다운 공격 제대로 한번 못해보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3,4차전을 따내긴 했지만 역시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울어진 다음이라 무의미 했었지요. 이로수 선수는 이후 벌어진 왕중왕전마저 석권 그해 피파 최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후 온게임넷에서 피파대회 중계를 몇번 하긴 했었지만 사이버사커 챔피언십 만큼의 감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만큼 잊을수 없는 게임대회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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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LoanFeelBride
08/09/27 17:57
수정 아이콘
이로수 선수가 우승했던 기억은 나는데(안경끼고 앳된 소년) 상대가 박윤서 선수가 아니었군요?;
아는 동생이 박윤서 선수와 참 닮아서 맨날 놀렸던 기억이...
08/09/27 18:06
수정 아이콘
이로수 선수가 결승전에서 박윤서 선수를 이겼던것은 왕중왕전이였죠. 저는 현장에서 그 경기를 봤었죠. 피파 결승전 끝나고 스타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렸죠. 기욤 패트리 선수와 국기봉 선수간의 장시간의 명승부 땜시 저는 그날 막차 간신히 타고 집에 갈수 있었다는 ㅡㅡ;;
08/09/27 18:07
수정 아이콘
그때 제 기억속에서는 박진형선수가 은근히 이지훈선수한테 강한 모습을 보였던걸로 각인되었습니다. 4강은 진짜 팽팽했었지만.
08/09/27 18:08
수정 아이콘
반면 박윤서 선수는 이지훈 선수에 유독 약했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지훈 선수에게 패해서 4강행이 좌절되기도 했고 다른 오프라인 대회에서도 이지훈 선수의 벽을 못넘었던적이 많기도 했었구요. 왕중왕전에선 설욕을 했었지만요. 왕중왕전에서 맞대결을 벌일때 이지훈 선수는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중 기침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종종 잡혔었거든요.

P.S. 벌써 8년전 얘긴데 생생히 기억하네요. 이 머리로 공부나 열심히 할껄 하는 후회도 든다는 ㅜㅜ
TheInferno [FAS]
08/09/27 20:39
수정 아이콘
선수들에게 상금을 늦게 지급한게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공업저글링
08/09/27 22:25
수정 아이콘
처음 열렸었던 WCG 한국 예선에서 오프라인 최종예선으로 가기 직전에 곽래혁선수에게 7:3으로 진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피파 2000에서 정말 성공시키기 힘든 카메라가 따라가기도 어려운 중거리슛을 첫골로 허용해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두요..
포셀라나
08/09/27 22:44
수정 아이콘
이게 최촌가요? 키글이 더 먼저 아닌가요?
08/09/28 02:46
수정 아이콘
방송에서 장기간한 리그는 이게 최초일겁니다.
The Drizzle
08/09/28 10:13
수정 아이콘
아 이때 전용준 선수 흥분하는게 기억나네요.
포셀라나
08/09/28 12:19
수정 아이콘
휴.. 그놈의 방송이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프로야구를 방송에서 중계안한다고 프로가 아닌게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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