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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6/04 03:27:21
Name 시퐁
Subject 김가을 감독, 그리고 삼성전자 칸.
언제였나, 헬로APM배였나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 여성 감독이 리그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참 프로리그가 열리던 때였고 상대적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주어졌다. 삼성칸은 프로리그 최하위에 있었다. 다른 팀과 최하위 결정전을 통해 지게 된다면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는 팀이었다. 그런데도 김가을 감독은 워3리그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언제나 선수들과 함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쪽과는 달리 워3리그에서의 삼성칸은 승승장구했고 '감독이 함께 하면 이긴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나는 워3리그만큼은 삼성칸의 팬이었다. 강서우와 장용석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워3게이머였다.

그녀는, 김가을 감독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는 지금 CJ의 전신인 GO의 팬이었고 삼성 칸이 프로리그에서 최하위를 하건 말건 아무 관심이 없었다.그들의 전력이 너무 나쁘다고 생각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하위를 다투는 팀의 감독으로써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허황되다 생각한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생각에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다.

승부사였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후의 일이었다. 그녀는 유일한 '프로게이머' 출신의 감독이었던 것이다. 다른 감독들에 비해 나이도 상대적으로 어리고 여성이기에 팀에서의 존재감마저 의심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나의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나의 편견은 내가 그리도 비웃던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SG패밀리가 팬택에 인수되고 팀에서 '삼성칸만은 이겨라'라는 오더를 내리며 이후 승리를 가져간 송호창 감독은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만큼 약체 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써 유달리 자존심이 강한 그녀에게 그 인터뷰는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자기와 함께 한 선수들을 무시한 발언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지만 삼성칸은 무너지지 않았다. 언제나 승리 이후의 인터뷰는 같았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한 게임단의 수장인 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팀에 대한 가능성을 믿어야 하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최하위 결정전까지 치루는 팀이지만 지나간 어제에 연연하기보다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2005년 중견급 저그 세명을 영입한 삼성칸은 무섭게 변화했다. 프로토스의 신예 송병구와 저그 에이스 변은종, 팀플레이 마스터 이창훈의 영입으로 팀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팀플레이에서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고 2005년 최고의 신예 송병구의 극적인 승리는 팬을 끌어모았다. 케스파컵에서 우승하고 후기리그에서는 수모를 안겨주었던 팬택마저 꺽으면서 승승장구, 결국 결승까지 올라갔다. 패배하긴 했지만 당시 최강이었던 SK T1을 마지막까지 몰아넣었고 송병구는 두고 두고 회자될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경기 끝나고 김가을 감독의 인터뷰는 주훈 감독의 인터뷰보다 더욱 빛났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후기 리그의 주인공은 삼성전자 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우승이 목표였고 최하위를 달릴때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녀가 이끌어낸 결과물이었다.

지금의 삼성은 무섭다. 이창훈 선수를 주축으로 한 팀플레이는 다른 팀과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다. 다승 1위의 송병구가 있고 테란 라인은 강력해졌다. 2006년 나는 삼성칸의 우승을 예측했지만 기대하던 송병구가 부진했고 테란들은 제 몫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변은종은 큰 경기에 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위팀과의 승점 차가 너무나도 크고 승수 차이도 많이 나기 때문에 1위 직행으로 전기 리그 결승에 안착할 수도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테란 라인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2005년 후기가 김가을 감독의 용병술이 크게 작용했었다면 2007년 전기, 지금은 선수들 자체가 너무나도 강하며 선수들간의 결속력은 모든 팀 가운데 손꼽힌다고 평가받는다.

나는 CJ의 팬이었다. 하지만 더불어 나를 삼성 칸의 팬으로 만들어준 것은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도 아니었고 성적이 좋아서도 아니었다. 김가을 감독이 있기 때문이었다. 팀원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 우승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 쉽게 굽힐 줄 모르는 승부사로써의 집념이 그녀의 경기를 한번도 보지 못한 나를 그녀의 팬으로 만들었고, 송병구의 팬으로 만들었으며 삼성 칸의 팬으로 만들었다.  



....더위 먹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제 증상을 들어본 분들이 '더위 먹은거다'라고 하시더군요.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제 글을 다시 둘러보았는데 송병구 선수에 대한 응원글이 셋이고, 이창훈, 박성훈 선수에 대한 감탄글이 하나, 변은종 선수에 대한 글이 하나, 마재윤 선수에 대한 글이 하나 이윤열 선수에 대한 글이 하나더군요. 몇가지 더 있었지만 서지훈 선수의 광팬으로써 그에 대한 글을 둘밖에, 그것도 오래 전에 썼다는 것에 대해 충격받았습니다. 지금은 그가 힘들 때이니 응원글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팬들의 염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아마 pgr평점 평가위원에서 탈락하게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빴고, 경기를 보는 감각이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평가위원에서 탈락하지 않을 만큼의 평가만 하려니 질이 떨어질까 두렵고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군요. 여유가 생기고 경기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때 다시 신청하겠습니다. 모두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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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04 03:34
수정 아이콘
흠... 송병구 선수는 프로리그에서의 성적만큼 개인리그에서 내주면 더 좋을텐데.. 현재 스타리그 16강 1승 1패, MSL 16강 1패중... 하긴 프로토스 양대리거가 쉬운게 아닌데 요번엔 김택용, 송병구 2명이나 되는군요.
안티테란
07/06/04 06:44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 맵이 토스에게 더 좋은 편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김가을 감독님이 역시 송병구, 이성은, 허영무 등의 걸출한 신예를 발굴해 내는 것은, 프로게이머로서의 그녀의 경험이 또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리네커
07/06/04 07:51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요새 무척이나 덥더군요
서지훈선수의 부활 저도 기대합니다
07/06/04 08:42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후 성공하신분이 정말 많지만, 개인적으로 김가을 감독님이 가장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힘내시길 ^^
사고뭉치
07/06/04 10:07
수정 아이콘
삼성이 최하위를 달릴때 김가을감독님꼐 사인을 받게 된적이 있었는데, "감독님 팬이예요!" 라고 했더니 " 앞으로는 우리 선수들도 응원해주세요." 라고 대답하셨드랬죠.
언제나 자기 선수들에 대한 성원을 잊지 않으시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반했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저도 딱히 삼성의 어느 선수를 응원한다 말할수는 없지만, 감독님이 좋아서 삼성이 잘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게 되었네요. ^^
발가락
07/06/04 10:46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 은퇴후.. 제일 팬들에게 멋지게 각인되고 있는 옛 프로게이머인듯..

저도 좋아합니다. 김가을감독의 삼성칸..
My name is J
07/06/04 11:41
수정 아이콘
동경하지 않을수 없고 애정을 품지 않을수 없는 팀이고 선수들이고 감독님입니다. ^_^
그들의 성장이 반갑고 선전에 감탄하고 또 흥분하고 있지요.
송병구 선수의 2006년 부진이 매우 아쉽지만, 한박자쉬고 다시금 날아오르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해도 여튼 좋다~이거지요 으하하하-
07/06/04 11:45
수정 아이콘
2007년 삼성칸 정말 강하고 기대되는 팀입니다 팀플은 독보적인 위치고
개인전도 저그라인을 제외하고는 좋구여 CJ 케텝도 화이팅합시다~
서지훈 선수의 부활도....
카이레스
07/06/04 12:03
수정 아이콘
매력있는 팀이죠. 감독님 때문에 더욱 정이가는 팀은 삼성과 한빛
두 팀밖에 없을 거 같네요^^
서지훈 선수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구경플토
07/06/04 12:45
수정 아이콘
팀내 평가전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내는 김동건 선수가 빨리 방송에 적응하여 이성은 선수와 두 기둥으로 팀을 받쳐주고, 변은종 선수만 부활해 주면 삼성칸도 정말 무서운 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무서운 팀이지만요.
07/06/04 12:50
수정 아이콘
점점 가을이형에게 끌립니다 ^^
Que sera sera
07/06/04 13:09
수정 아이콘
삼성을 보면 정말 감독하나가 팀을 저렇게 키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이라서 더 멋지네요 ^^
信主NISSI
07/06/04 13:48
수정 아이콘
김가을 감독의 장점은 다른 감독들에 비해서 어리고, 여성이란 점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알고 있을 이번 겨울의 일련의 사태에서, 위의 문제들로 인해 발언권이 적었던 만큼이나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겠죠. 김가을 감독님을 어느덧 '존경'까지 하는 이유는,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될 두 요인을 장점으로 바꿨다는 겁니다. 끈기있는 신뢰로 말이죠.
다큰템플러
07/06/04 14:15
수정 아이콘
1위, 그것도 압도적인 승률로 1위를 지켜내고 있는 팀이 별로 관심을 못 받는 조금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좋은글이 올라왔네요. 삼성팀을 볼때마다 팀이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 있느냐 보다는 결국 감독과 팀원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뭉쳐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프로리그에서 삼성칸의 좋은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가을이형 애인도 좀...)
구경플토
07/06/04 14:26
수정 아이콘
애인 있는 것 같던데요. 반지도 끼고 있고, 팀원들도 애인 생겼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고...
서른살인가요? 흠, 갈 때가 되긴 됐네요. 9월에 있을 친구 결혼식때 와서 부케나 받으라고 해야겠네요.
다큰템플러
07/06/04 14:58
수정 아이콘
/구경플토님 그렇다면 결혼을...근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신가봐요.
여자예비역
07/06/04 16:03
수정 아이콘
김가을 감독님..멋지시죠~ 정말 바라는 커리어우먼의 전형이랄까요!!
Windermere
07/06/04 16:33
수정 아이콘
성명서 내기 전까지는 호감이었습니다.
토스희망봉사
07/06/04 16:44
수정 아이콘
저때는 삼성이 워낙에 약체 였던 터라 어쩔 수 없었죠
정형식
07/06/04 17:48
수정 아이콘
본문중에
'2005년 중견급 저그 세명을 영입한 삼성칸은 무섭게 변화했다. 프로토스의 신예 송병구와 저그 에이스 변은종, 팀플레이 마스터 이창훈의 영입으로 팀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
라는 부분이 있는데 수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그 3명인데 송병구 선수가 포함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군요.
07/06/04 18:33
수정 아이콘
저그 셋 중 한 명은 박성준 선수겠죠...?[본래 플러스였었나;]
마법사scv
07/06/04 19:59
수정 아이콘
감독님 자체가 끌립니다. 이건 뭐 -_-;
케스파 우승 후 흘린 눈물과 인터뷰를 잊지 못 합니다.
저도 김가을 감독님 한 명이 삼성을 저렇게 크게 만드는구나 라는 댓글에 공감합니다.
예전 그 약체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최고의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브제로
07/06/05 08:13
수정 아이콘
삼성 연승 마감...

시퐁님의 저주!! (응?)
아유아라
07/06/07 10:17
수정 아이콘
선수 출신 감독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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