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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08 01:55:01 |
Name |
다크포스 |
Subject |
[프로리그확대] 벌써 기업의 논리에 지배될 시기는 아니다.!! |
밑에 sylent님의 글에 200% 동의하며, 저도 한마디 올리려고 합니다.
e-sports가 출범한지도 이제 7년이 지나고, 굴지의 정보통신 업체들의 참여 속에서 프로리그가 출범했습니다. 프로리그는 개인리그로 출발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매개로 하여 하나의 완결된 프로스포츠 리그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혁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쾌거였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리그의 출범 덕에 야인으로 전전하던 감독들도 둥지를 틀게 되었고, e-sports를 젊은 아이들의 일탈의 공간으로 여기던 사회적 풍토도 많이 바뀌었으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컨덴츠를 제공하는 등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온게임넷의 경우 프로리그로 인해 스타리그 전체적인 시청률 하락이 있었고 MBCGame은 팀리그가 사라지면서 컨덴츠의 다양함이 떨어지게 되었으며, 일부 프로팀의 경우 과도하게 프로리그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여, 특정 선수들의 개인리그 성적이 동반 하락하고, 맵 밸런스에 따라 동족전이 자주 열리게되는 등 어두운 그림자 역시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프로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해 냉정하게 고민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고민은 소위 협회만이 아니라 e-sports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의 참여 속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는 바 입니다.
이른바 협회에서 추진하는 '프로리그 경기 수 대폭 확대 정책'은 협회 주도의 파쇼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침을 아직 설익은 감을 단번에 따려는 무모한 시도라고 감히 정의해봅니다.
먼저 확대를 옹호하는 논리로서 homy님이 지적한 경기 수가 적다는 문제에 대해서 프로스포츠의 발전 과정을 빗대어 설명하려 합니다.
야구나 농구, 축구들이 프로스포츠가 되어 자리잡는데에는 경기 수의 증가 보다는 인프라의 증가가 선행되어 왔습니다. 이른바 선수층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보다 다양화되고 박진감있는 경기를 선호하는 관중이 늘어나면서 팀의 수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경기 수까지 확대되는 결과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현재 프로리그의 경우 올 해를 기점으로 전부 스폰서가 있는 기업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선수의 숫자나 팀의 숫자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이번 후기리그가 이변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팀별 선수층의 실력차이는 어느정도 존재한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T1, CJ가 가장 안전한 전력을 보유함)
이 상황에서 리그의 경기 수를 대폭 확대하면 아직 팀의 전력이 튼튼하지 않은 팀은 핵심 원투 펀치를 과도하게 출전시켜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임 특성상 전략 전술 및 스타일이 노출되면 상대적으로 버티기 힘든 메커니즘을 생각할 때 특정 선수의 과도한 출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감을 야기할 뿐더러 선수 개인에게도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즉 이는 프로리그를 통해 연봉을 준 선수들에 대해서 최대한 빨리 본전을 뽑겠다는 기업의 입장이 강제되어 있는 것인데, 저는 지금의 시기가 아직 열매를 따 먹을 시기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더우기 이러한 방침은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리그를 아예 폐지하고 프로리그 중심의 수익모델로 생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인데, 이 역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가진 본질적이 특징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농구, 축구, 야구와 같이 단체스포츠는 아니지요. 스타크래프트는 장기나 바둑, 골프처럼 1인 경기에 가까우며, 프로리그는 사실 이러한 1인 경기에 팀을 도입해 부분적으로 단체전을 도입한 케이스(바둑, 장기도 국가별 단체전이 있지요.)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러한 스포츠의 경우 팀리그도 존재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리그이며 한 개인의 영웅적인 승리에 대부분 열광하게 됩니다. 우리가 임요환 선수에 열광했던 것은 그가 SKT1의 리더라서가 아니라, 그가 최고의 개인리그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며 오히려 SKT1은 이러한 황제 임요환 선수가 주장인 팀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올 해 광안리의 흥행이 생각보다 저조했던 점이나 온게임넷에서 스타리그와 프로리그의 시청률의 차이가 많이 나는 점, 최근 관객이 열광했던 경기의 상당 수는 개인리그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스타리그가 갖고 있는 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프로리그는 어디까지나 개인리그의 보조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급격하게 프로리그를 늘린다면, 오히려 프로리그 한 경기 한 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전체 프로리그라는 큰 판이 시청자들에 외면받는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와 같은 직장인의 경우 프로리그를 다 챙겨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스타리그와 MSL 두 가지만을 보기도 버겨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에게 매일 열리는 프로리그까지 들이미는 것은 스타경기 전체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homy님이 말씀하신 녹화방송 이야기는 더더욱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하게 만들 것입니다. 프로리그 사이트에 즐비한 VOD를 보고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경기도 못찾고 순위에 대한 관심도 잃은 채 프로리그에 질려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고액 연봉자들인 그들을 최대한 많이 써먹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상당히 위험합니다. 현재 프로게이머들은 20대초반 군입대 하기 전까지 3-5년을 벌어 평생을 살아갈 밑천을 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이 뚫고 온 경쟁 구도를 생각할 때 3천만원의 돈은 그리 큰 돈은 아닙니다. 경기 수로 그들의 노동을 측정하는 것 역시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한 게임의 멋진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몇백경기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치르게 해서 자신만의 전략과 약점을 노출시키게 하는 것은 착취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게임이 많아지면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등장할거다라는 낙관적인 전망 역시 위험합니다. 현재 프로팀들의 연습생들의 실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을 다 투입하면 관객들이 수준낮은 경기를 볼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프로리그에 대한 외면을 초래할 것입니다.
오히려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현재 상황은 보다 많은 컨덴츠를 늘려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좀 더 많은 게이머를 발굴하는 구조를 만들어(르까프처럼) 인프라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프로리그라는 미완성의 빵을 두배로 늘려 억지로 시청자에게 들이미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투자를 한지 2년도 채 안되어 벌써 단감을 따먹으려고 손을 벌리고 있는 협회와 기업의 논리를 보면 정말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익 모델이라는 입장에서 기업의 논리에만 입각하여 스타리그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어쩌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한미FTA 협상에 뛰어들어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현 정부의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투자한 기업들이 2-3년의 투자 효과가 없다고 대거 철수하는 모습이 무서워서 이들에게 스타리그의 생명을 넘겨준다면, 우리는 분명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프로리그 경기의 무책임한 확대, 우리는 기필코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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