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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21 13:40:35
Name kiss the tears
Subject [잡담]2006. 10. 21



# 0.

내일은 제가 참 고맙게 해주는 동생 녀석이 결혼을 합니다
한참 어울려 다니고 술 마시고 하던게 얼마 되지도 않은 거 같은데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고 하니
그간의 시간이 꼭 거짓같습니다
철없고 세상 무서운 거 없던 녀석이었지만
어느덧 세상 무서운 걸 알고 책임이란 걸 지게 될
그 녀석에게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피로연에서 저의 개그로 많은 사람을 웃겨 달라는 소리에
' 봵 ' 하며 모른 척 해 버렸습니다


# 1.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라고 탓하지 마세요
인생에 문제가 아니라
' 나는 왜 이럴까.... ' 라고 늘, 자기 자신한테 트집을 잡는데,
문제가 있는 거에요


                     이병률 산문집 ' 끌림 ' 중에서.......


# 2.

어제는 간만에 여행을 했습니다
뭐 여행이라고 해야 거창할 게 없는 아주 작고 시시한 여행을...

전 그랬거든요
아침에 눈뜰때 늘 같은 천장이 보이는게 어느날부터 지겨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같은 무늬에 같은 구조의 그 벽지가...

꿈꾸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천장을 보며 팔을 높여 기지개를 펴곤
익숙하게 문을 열고 또 익숙하고 문을 열고
그렇게 들어간 욕실에서 익숙하게 물의 온도를 맞추고
익숙하게 떨어지는 물방울 아래 서서
익숙한 곳에 있는 비누로 비누칠을 하고
익숙한 향의 샴푸로 머리를 감고
익숙한 곳에 있는 수건으로 몸을 정리하고 나와서
익숙한 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걸어가
익숙한 길을 따라 운전을 해서
익숙한 직장의 문을 여는
익숙한 것에 대한 이별을 말이죠

그래서 어젠 직장앞 여관으로 갔습니다
' 아주머니 방하나 주세요 '
키와 칫솔과 면도기를 받아들고선
익숙하지 않은 그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제일 첨 살핀 곳은 천장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비누가 있었고
익숙하지 않은 향의 삼푸가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눈을 뜨는데 그 익숙하지 않음에
한번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왠지 그 느낌을 놓치기 싫어
다시 데스크로 가서 말했습니다

' 아주머니 일박을 더 하고 싶은데 얼마를 더 계산하면 되죠? '



# 3.

요즘 성시경씨의 새 음반을 듣는데
참 가슴에 와 닿는 가사가 있습니다

- 추운 겨울을 좋아했었지
   숨을 쉴때마다 내 숨결이 보인다면서... -

숨을 쉴때마다 숨결이 보인다라...
참 멋지단 생각이 들어
자꾸만 그 부분을 반복하게 됩니다

한 겨울 내 가슴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숨결을 보고
누군가가 참 좋아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숨 쉴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 4.

늘 보잘 것 없고 일상에 자잘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네요
그저 마음속에 담아놓고 끙끙거리며 속앓이를 하기보다
얼굴도 모르고 무얼 하시는 분들인지도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싶어서
또 한번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주말입니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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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레스
06/10/21 14:28
수정 아이콘
가슴이 따뜻한 글이네요..잘 읽고 갑니다^^
본문에 나온 성시경씨 노래 제목은 무엇인가요?
My name is J
06/10/21 14:35
수정 아이콘
한가로운 토요일오후...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까...그냥 뒹굴까...고민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글이 그 고민을 더하는군요. 오호호-
kiss the tears
06/10/21 14:47
수정 아이콘
카이레스님//
새로운 버릇입니다
아마 10번트랙인가 그럴겁니다!!
눈물이나
06/10/21 15:07
수정 아이콘
바쁜 토요일 오후...
퇴근 못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기분이 편안해지는 글이네요~
조급 하게 생각말고 내일 출근해서 마무리 해야겠네요 ^^;
사탕군
06/10/21 16:14
수정 아이콘
이번 성시경씨 앨범은 상당히 좋은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오늘 오전 3차면접을 보고 거의 실신하듯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먹고 살려니 참 힘든게 요즘 세상 같습니다.
하드코어
06/10/21 16:15
수정 아이콘
전 오늘이 전역 1주년이지 말입니다. 사실 전역은 20일에 했지만
입대가 21일이니 1주년이지 말입니다.. 감격
쿠야미
06/10/21 16:16
수정 아이콘
괜히 멋지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두 이 익숙함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요~
중간고사가 끝나면 해봐야겠습니다 ^^
06/10/21 16:22
수정 아이콘
회사 영업부 과장님의 결혼식 갔다가 돌아와서 나른한 토요일 오후를 맥주의 짜릿함으로 날려버리고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할까 생각중입니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뒹굴거리는 것만으로도 전 기분이 좋더군요.^^
06/10/21 17:04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전 오늘 오전에 대학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해보는데다 1번이어서 어찌나 떨리던지... 이젠 운에 맡기고 수능때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이 공부하는 익숙함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기를^^..
jjangbono
06/10/21 17:52
수정 아이콘
은휴님 면접 잘 보셨는지.. 오전에 심리학 실험 참가하러 잠시 학교가서
학교에 수시치러 온 교복입은 고등학생들 보니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 말이죠^^
non-frics
06/10/21 18:16
수정 아이콘
크..전 익숙하지 않은것보다는 늘 제 몸에 밴게 좋더라구요. 전 익숙하지않으면 되게 불편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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