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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16 15:21:46 |
Name |
김연우2 |
Subject |
가을의 강림(降臨) 2편 |
2.
"아이.. 졸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며칠뒤면 내 생애 최초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린다. 그곳에서의 승자는 내가되어야했다. 졸려도 나는 졸려서는 안됬다. 나는 강해져야 하기 때문에...
게다가 상대는 임요환, 16강에서 결승까지 전승으로 -역대 이런 인간은 있지도 않았다, 아니, WCG때 이 인간같지도 않은 동일한 인물의 작자가 이 기록을 세우기는 했었지..- 치고올라온 테란의 황제였기때문에 나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됬다. 후.. 오늘도 힘들 하루를 풀어나가야 겠지..
숙소를 나왔다. 연습을 해야한다고? 후훗, 물론이다. 하지만 언제나 있었던 새벽일과를 며칠뒤가 결승이라고 빼먹을수는 없다. 그 새벽일과는 바로 운동이었다. 나는 새벽마다 숙소주변에 있는 공원을 몇바퀴씩 돌곤 한다. 프로게이머는 앉아서 게임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활동량이 적다. 이런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시간날때마다 부지런히 운동을 해두어야한다. 모자를 푹 뒤집어 쓴채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바깥날씨는 선선했다. 아니, 추웠다. 가을이 왔기때문에.. 동수형이 우승했을때도 작년 이맘때쯤이었지? 참.. 그때 엄청 부러웠었는데.. 1년지나고 바로 내가 동수형이 있던자리에 오다니.. 그것도 상대도 그때와 같았던 임요환... 왠지모를 아이러니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뛰어왔을까, 나는 공원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하아..하아... 뛰는 와중에도 내 머리는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내 상대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그것도 임요환이라는 황제를... 동수형은 어떻게 임요환선수를 이길수 있었을까? 한번 동수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을 돌기 시작했다. 맨날 도는 트랙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거웠다. 밤을 지새우며 전략을 짜서 그런것일까? 이미 내 몸은 휴식을 요구하고 있는데 나는 결승이라는 무대에 얽매여서 이렇게 인생을 꼬아놓고있다. 문득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여겨졌다. 후... 임요환. 물론 이 사람은 대단히 강한 상대이기때문에,그렇기때문에 더욱 더 자각을 해야하는것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를 이기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을 갖는것 자체가 나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건 아니다... 자신감을 갖는거다.. 다른사람들 모두 임요환의 우승을 생각할때, 나는 임요환의 준우승을 생각하겠다.. 절대로 지지않을거다.. 최근들어서 부쩍 이렇게 스스로의 우승을 뇌리에 깊숙히 박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고 있을때, 마치 한 cf처럼 어떤 여자가 내 옆에 붙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머, 혹시 프로게이머 박정석씨 아니세요? 반가워요! 저 팬인데..."
... 미모의 아가씨이다. 오늘은 운이 좋군. 괜히 흐뭇해지는 미소를 지으면서 무뚝뚝 하게 말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어? 박정석선수, 며칠뒤면 임요환선수와 결승전 있지 않아요, 평화의 광장에서? 그때 저 갈꺼에요~ 그때 저 보시면 아시는척 해주셔야해요! 제 친구들한테 평생 자랑할거리 만들어야지."
" 아... 예.."
흠흠... 이여자.. 왠지 오늘 이자리에서 달리고 있을 사람이 임요환이였다해도 붙어서 신경쓰게 만들었을듯 하지만.. 왠지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든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가장 이질적인 차이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왠지... 이사람과 나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친숙한정도가 아니라... 이사람은 왠지...
"저기.. 정석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아이~ 팬이 이렇게 붙어서 달리는데 그냥 달리기만 하는 선수가 어디있어요? 저기 벤치에 앉아서 얘기라도 조금만 해주세요!"
음... 어차피 매일 뛰는거 하루쯤 샛길로 빠진다고 큰일이 되는건 아니겠지?
"아, 예. 죄송합니다. 저쪽에 있는 벤치에 먼저 가있으시겠어요? 제가 자판기에서 음료수라도 한잔 뽑아드릴께요"
"정말요? 우와~ 정말 감사해요! 그 음료수 안먹고 친구들에게 보여줘야지~ 아 참, 그럼 그냥 제꺼 음료수 두개 뽑아다 주시면 안되요?"
".... 아.. 예.."
.. 뭐 저런여자가 다있어? 그냥 얻어먹는거 같다가 족할것이지.. 우.. 아씨, 돈없는데.
2분뒤..
"자, 여기있습니다."
"오~ 정말 감사해요. 제가 좋아하는 2% 뽑아오셨군요! 역시 우리 정석오빠는 참 착해~"
...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흠흠.."
일순간의 정적. 사실 프로게이머와 팬 하나 사이에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프로게이머는 게임, 경기로써 팬을 사로잡고 팬은 그 경기를 관람하면서 프로게이머에게 환호를 보내는 역할을 서로 하는것이다. 그런 서로간의 간접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끼리 직접적으로 대화나 행동을 하려고 하면, 어떻든간에 처음에는 어설프고 할말없기 마련이다.
"저.. 이번 결승전.. 연습 잘 하고 계세요? 반드시 이기셔야 할텐데..."
... 이기고 싶은건 당연하다. 동수형이 그랬듯이, 나도 이기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나와 동수형은 처지가 비슷한것 같다. 과거에 동수형이 우승했을때는 말 그대로 임요환의 전성기였고, 아무리 굳세보이는 인상의 동수형이라고 해도 솔직히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을것이다. 그런데 형은 도대체 어떻게 그 압박감을 떨쳐 낼 수 있었을까?
"아... 연습은 하고있죠, 뭘.. 하지만 실력이 별로 출중하지 못해서.. 순전히 운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상대는 임요환선수... 노력은 하고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제가 이길지는 장담하지 못해요.."
"에이~ 그래도 정석오빠 4강에서 홍진호선수를 격파시키고 올라오셨잖아요~ 그때 그 슈팅스톰 얼마나 멋있었는데~ 그때 방송 못보셨어요? 거기 가서 럴커에그 위로 슈팅스톰 터졌을때 꺄아~ 하고 소리질렀던 사람이 바로 저란말이예요~"
.... 아, 그때 소리질른게 너였냐??
"아... 예..흐흐.. 음... 물론 홍진호 선수도 대단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임요환선수라구요. 2개대회 연속으로 우승했던 실력자에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16강부터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단 말이에요. 흠..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어머, 프로게이머가 일반인한테 그런 전략적인거 물어봐도 되는거에요? 에이, 프로게이머들 별거 아니네~ 그런건 스스로 생각해야죠~! 프로토스는 힘! 힘으로 임요환선수를 제압하는거에요! 아자아자~"
...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솔직히 말해서, 내스타일인(그당시에) 물량형 플레이가 가장 임요환선수에게 잘 먹혀들어갈꺼라는 의견을 내 스스로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주위의 게임관련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포석은 가장 정석적인 정석을 이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임요환은 뛰어난 전략가이다. 가공할만한 오른손의 빠르기를 이용한 소수유닛 컨트롤, vs프로토스전에서도 자주 바카닉을 사용하기도 하는 그를 상대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란... 말도안되는 소리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일반인이 지껄이는 소리가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음.. 힘.. 힘.. 많은분들이 조언을 그렇게 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제 힘으로 임요환선수의 전략을 압도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어요. 임요환선수를 상대해봤던 선수들은 다 알거에요... 이렇게 나올줄알았는데, 뒤에서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일격필살을 준비하는 임요환선수.. 그리고 그거에 당하는 프로게이머들.. 이번에 임요환선수가 어떤식의 필살기를 준비할지 알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흐흐흐... 필살기를 말하는건가..? 물론 그렇지,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비기를 상대방이 펼친다면, 아무리 내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힘을 다 펼치지 못하고 지기 마련인게 전략의 세계이지. 그렇기때문에 임요환이 무섭다고 하는거다. 빠른컨트롤과 감각적인 타이밍, 그리고 전략적인 연구, 이 모든것들이 오늘날의 임요환을 만들었단 말이다.. 그래서 항상 사람, 아니 너희 프로게이머들은 그를 두려워하지.. 오늘은 이녀석이 어떤 전략으로 나를 말아먹게 할까... 그런 생각하다보면 이미 스스로는 임요환에게 진거고.. 흐흐, 그러고보니 너처럼 생각하는 놈이 예전에도 한명 있었군."
놀라웠다. 아니, 어떻게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변한단 말인가. 분명 지금까지 나와 말하던 사람은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또한 내가 아까봤던 여자와 다르지 않은 그 여자였다. 그러나 목소리가 달랐다. 무거운 힘이 깔린듯한 중저음의 목소리... 그거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주늑들게 하는 힘... 그런데... 왜.. 이 사람.. 아니, 이 괴물에게 나는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혹시 이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둘러봤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왠지모르게 큰일이 일어날것만 같았다. 내앞의 괴물이 나를 해코지한다면... 이런젠장! 며칠뒤면 결승전인데 이게 무슨꼴이야!
"..!! 당신 뭐야! 목소리가.. 당신 대체 누구야!!"
"흐흐... 이거.. 일년전에 했던말 또해야 하는건가..? 그래, 다시말하겠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너의 왜 너의 앞에 있는지 그 이유가 중요하지."
... 이유? 이유라니... 누군지도 모를 괴물같은 목소리의 소유자가 내 앞에 나타날 이유는 뭔데? 소름끼치는 목소리... 그런데 왠지 낯설은 목소리는 아닌듯 했다... 이건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듯... 이건... 질럿... 그래.. 질럿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 왠지... 꿈을 꾸는것 같군.. 사람이라면 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없지..."
"그렇지. 사람이라면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없겠지. 하지만 나는 가능해. 왜냐하면 난 너와같은 프로토스이기 때문이다."
순간 할 말을 잊었다. 표정이 새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애써 웃어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건 꿈이야. 내 앞에 있는 작자는 미친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며, 그것도 왜 하필이면 프로게이머인 내 앞에서 프로토스 흉내를 내고 있느냔 말이다.
... 하지만... 나와 같다고? 프로토스? 물론 내가 게임에서 플레이 하는 종족은 프로토스.. 하지만 난 인간이었다. 이 프로토스가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내게 왔단 말인가?
후.... 길게 한숨을 쉬었다. 심호흡을 했다. 이건 꿈이다. 절대 겁먹지 말고 여유를 갖는거다, 박정석!
" ...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지....요?"
"크하하하!!! 정말 맘에 드는군. 그래, 이건 가림토 이후에 내가 찾아온 두번째 선택된 프로토스란 말이지! 흐흐흐흐... 이번 선택된 자의 칭호는.. 영웅... 영웅이라... 너, 스스로를 영웅이라 자부하고 있는가?"
... 왠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영웅? 흠.. 이번 2002 SKY배에서 나와 동수형이 유'이'한 프로토스로써 군림하게 되자 사람들은 나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진정한 영웅은 어려울때 스스로 강해지는 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영웅이라는 과분한 별명이 나를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내가 영웅이라면, 그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어야 했으니. 실제로 황제테란 임요환역시 그에 걸맞는 성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매일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괴물같은 그에게도 심적 부담이 많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나는 경력면에서 봤을때, 그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수상경험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이었는데.. 새삼스럽게 그걸 들먹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웅이라는 단어에 대한 자부심? 흠.. 물론 기분은 좋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주면 인간이라면 응당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거든..요..(쿨럭) 하지만 그거때문에 반드시 좋다고는 보지 않아요. 그단어가 내게 주는 부담감... 뭐 기타 여러가지 등등 들이 나를 좀 괴롭히는줄 아는가요? 그런 별명 붙여주신 팬들께 감사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단말이에요"
".... 할말이 없군. 영웅이라는 칭호가 부담이 된다니.. 뭐가 부담이 된다는거지? 니가 영웅이라고 불리우기 때문에 너는 그에 걸맞는 성적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노력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면 네가 프로토스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더냐!? 아니, 게임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이야!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사람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다니.. 아무래도 너희 인간들은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썩 좋은것 같지는 않군."
"... 뭐라구..!..요?!(쿨럭) 나도 인간이란 말이에요. 그렇게 사람들이 내게 기대를 하고 있으면 나도 인간이기때문에 당연히 부담감을 느끼는것 뿐이라구요! 그게 뭐 어때서요?"
"... 그래서.. 넌 영웅이라는 너의 닉네임이 싫은가?"
...싫다고? .. 싫지는 않다. 그야 당연히 내가 뼈빠지게 노력하면 영웅으로써 계속 군림할수는 있을테니깐. 하지만, 내가 가장두려운것은, 내가 못했을때를 얘기하는것이다. 내가 더이상 지금같은 성적 내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때도 나를 영웅으로 생각해줄까? 아니, 기억이라도 해준다면 다행이겠지. 그만큼 나는 사람들의 평판에 얽매이고 있었다... 내앞의 프로토스는 그점을 꼬집어서 얘기하고 있는듯 했다.
"... 영웅이라는 칭호.. 유지하고 싶어요. 하지만.. 힘든걸 어떡하죠? 영웅이 되기 직전인 지금, 내앞을 가로막고 있는건 황제인데!! 그를 뚫어야만 내가 진짜 영웅으로써 군림할수 있을텐데!! 내앞에 있는 상대는... 너무 강해요.. 이번에 준우승을 하고 다음에 잘할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이번 결승전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텐데.. 사람들이.. 이번에 내가 진다면.. 사람들이 그때도 나를 기억해줄지.. 그게 의문이란 말이에요.."
설움이 복받쳤다.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님과의 반대를 무릎쓰고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스타리그 결승전에 지금 나는 서있는것이다. 그런데도 무서워서 못하겠다니..? 내가 얼마나 바래왔던 일인데?! 사람들의 평판이 무서워서, 내가 잊혀질까 두려워서, 겨우 그 딴 일 때 문 에 두려워서 자신감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게 서러웠다. 눈물이 났다. 이토록 나약한 내가 너무 미웠다.. 내가 과연 영웅이 될수 있을까?
"후... 이건 또다른 성격을 소유한 프로토스이군.. 1년전의 가림토보다는 생각외로 많이 인간적이군.. 너.. 어느때 가장 희열을 느끼나?"
희열. 희열. 희열. 그야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때. 어렸을적, 나는 스타크래프트 세계에 입문하면서 부터 점점 스타크래프트의 미학에 빠져 살게 되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도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꼈던것은 프로토스 종족이었다. 내가 꼬맹이었을적, 나는 공상과학만화를 보면서 과연 이 세상에 외계인이라는것이 있을까, 가장 궁금해했었다. 그러한 궁금증은 내가 게임을 시작할때까지도 계속되었었고, 그 이유하나로 나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을 고르게 되었다. 그때의 열정, 그때 내가 만약 프로게이머가 된다면 반드시 모든 선수들을 제압하고 최고가 되리라, 반드시 프로토스로써 모두를 이기리라... 그때 마음먹었던 모든것들이... 어느순간부터인가 없어져 버렸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때 가장 희열을 느꼈었던것 같다.
"희열...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어요.."
"그때 그 감정.. 내가 다시 느끼게 해준다면, 너 우승할 자신 있는것이냐?"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고? ...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원하던 대답! 내가 임요환을 이길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전술을 짜오는것이 아니라 내 마음 가짐을 다시하는것이었단 말이다!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는것! 내가 태초에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을때의 그 열정! 그때를 기억하고자 했던것이었다!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그를 이길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때 그 감정.. 어떻게..? 어떻게 제게 되찾아 주실거죠?"
"흐하하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영웅? 영웅이라는 작자가 남에게 도움을 빌어서 강해지고자 한다면 안되지! 하지만, 내가 힌트는 줄 수 있다. 그 힌트란... 이것이다."
그는 -아니 그녀라고해야하나?-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2% 음료수를 내게 들이밀었다. .....2%?? 내게 뭔가 부족한것이 있다면... 그게 2% 부족하다는 것인가..?
"내게 부족한 뭔가가 2%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프로토스."
" 그 2%가 무엇인지는 잘 생각해 보게. 아, 2%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닐세. 쓸데없는 2%를 없애야 한다는 뜻이네. 무엇을 없애야 할까? 나와했던 대화들을 잘 떠올려 보게."
그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깊은 한숨... 왠지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후... 이렇게 가을마다 강림(降臨)해서 기(氣)를 살려주는것도 힘들군.. 크크... 그나저나 이번 가을에도 가림토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자식, 고맙단 말 한번 안하는군."
"가림토... 설마 동수형을 말하시는 겁니까? 동수형에게도 저에게 해주셨던것과 같은 조언을 해주신건가요?"
"그럼. 이 망할놈의 프로토스로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들이 결승전만 왔다하면 기가 주늑들더라고. 그래봤자 작년 가림토 한명이 다였지만... 프로토스의 신(神)으로써, 가급적이면 프로토스들이 따뜻한 봄마다 결승전에 올라가면 좋겠구먼."
"가을.. 왜요? 낭만적인 계절이지 않아요? 후... 이 계절에 내가 우승한다면.. 정말 멋있겠군요.."
"흐흐흐... 김동수를 그렇게 기억했듯이 사람들 역시 이번에 네가 우승하게 된다면 너를 또하나의 가을의 전설로써 기억하게 될것이다... 영웅이여, 가을의 전설이 되어라..."
그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서 힘이 쫙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벤치에 몸을 기댔다.. 아.. 숙소에 들어가야 하는데.. 왠지모르게 신(神)이말한 2%가 무엇인지 알것만 같았다..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잡념들... 나는 프로토스로써, 팬들에게 영웅의 우승을 안겨줄 프로토스로써 그런 잡념들을 없애야만 했다...
내가 수없이 생각했던 념(念)들.. 그들중 그 2%만 지워낸다면.. 나는 우승할수 있었다. 온몸에서 뜨거운것이 끓어넘쳤다. 숙소로 가야했다... 하지만... 난 일어날 수 없었다.. 형언할수 없을정도의 흥분이 나를 마음으로만 흥분시켰을뿐, 정작 내 몸은 지쳐만 가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피곤했던 내 몸은 휴식하기 시작했다... 정말 갈구했던 무언가를 알아내었다는 안도감에 내 몸은 극한의 속도로 피로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휴식하면서도 누군가를 나는 자각하고 있었다.. 나를 믿는 눈으로 바라보았던 프로토스의 눈길이... 신(神)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며칠뒤..
박정석,
[2002년] 2002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by 김연우2
p.s. 저번에 김동수선수가 우승했을때를 바탕으로 썼던 내용중 잘못된점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김동수선수가 2001 스카이배에서 우승했을때를 바탕으로 내용을 썼었는데, 마지막부분에서 2000 프리첼배 우승으로 잘못 기록했던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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