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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16 11:21:57 |
Name |
Mⓒ |
Subject |
[잡담] 핸드폰 맞고로 희망찾기 |
아침 저녁으로 요즘 새로 다운 받은 맞고를 한참 하고 있습니다. 모 회사의 "X투스 맞고 2006"라는 게임입니다. 마치 게임 광고 같은데 절대 그런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나리오와 게임성, 양쪽을 제대로 갖춘 재미난 게임이라 실명을 밝혀둡니다.
대부분의 고돌이 게임이 그렇듯이 이것 또한 복잡한 생각하기 싫고 그냥 시간아 빨리가라 라고 외치고 싶을 때에는 정말 그만인 게임인 것 같습니다.
이 게임에는 여자 꼬마 주인공과 함께 조그마한 개가 등장합니다. 이 개의 정체와 능력이 게임의 중요한 key가 되는데요, 게임 중간에 번 돈으로 이 개에게 먹을 것(개껌, 갈비 등등)을 먹여서 IQ를 올려주게 됩니다. IQ가 올라갈 수록 개의 능력이 높아져서 '싸는 패', '쪽', '패 뺏어오기'등이 가능하게 됩니다.
뭐 일단 이런 능력들을 활용해서 쉽게 이 게임을 클리어 했습니다. 문제는 게임중에 이 개의 IQ를 100까지 올리게 되면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고 하는데 IQ를 40정도 올린 상태에서 게임을 클리어해버려서 그 이벤트를 보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렸다는 거였죠. 전 숨겨진 뭔가가 있다는 걸 알면 잘 참기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다시 개의 IQ를 100로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하고 있는데 게임의 난이도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라서 또다시 IQ가 100에 미도달한 상태에서 게임이 클리어 될 지경에 놓였습니다. 그래서 파산을 당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상대편에게 게임을 내주면서 개에게 먹이를 줄 기회를 늘여나가기로 하였습니다.
"
무조건 먹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상대가 뜰 수 있는 패를 미리 생각해서 친절하게 다 내줍니다.
되도록 '피박', '광박', '멍박' 다 생각해가면서 최대한 박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
그런데
이거 생각처럼 돈이 잘 잃어지지가 않습니다.
(물론 매판 지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돈을 잃을려는 제 생각만큼은 잘 잃어지지 않는군요.)
상대가 컴퓨터의 인공지능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만큼 내 실수에 적절하게 대응해서 돈을 잘 따지 못하네요. 아니면 제가 대박났을 때랑 비교해서 매번 그렇게 큰 돈을 따지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결국 이기려고 하는 판수나 지려고 하는 판수나 별로 차이가 안나는 좀 어이없는 상황에 이르렀네요.
결국 문제가 되는건 제 패의 뒷장, 즉 제가 내는 장이 아닌 뒤집어서 나오는 패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방어가 되어버린다는 거죠. 억지로 지는거, 금방이라고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다가 보니 문득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 일도 이렇지 않을까요?
무지막지한 대박을 바라보고 달려도 막상 도달하고 나서는 그 결과에 실망하기 마련입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이 그에 맞게 나오지 못하고 옆의 사람의 껄 보면 배가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패를 무서워하며(혹은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힘들어하더라도 우리 인생에는 "뒷패"가 항상 존재한다는 걸 말이죠. "아~ 이제는 더 이상 틀렸어!"라고 말할때 내 흔들리는 다리를 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분명" 자신에게 힘을 가져다 줄 뒷패가 찾아갈꺼라고 생각합니다.
대박을 노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만큼 아무런 희망도 없는 절망 속에 빠지기도 쉽지 않은 법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신다면 틀림없이 님이 넘겨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뒷패'가 어딘가에 깔려있지 않을까요?
뱀다리. 저는 그 "뒷패"를 핸드폰 맞고치면서 느낍니다. 돈을 일부러 잃는 미친짓(?)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한번쯤 여유를 가지시고 자신에게 주어진 "뒷패"를 보면서 살짝 미소짓는다면 정말 좋을꺼 같아서 써본 글입니다.
뱀다리2. 물론 지하철에서 이런 돈잃기 플레이를 하는걸 보는 옆사람들의 시선은 절대 곱지 못했습니다. "더럽게도 못치는구나"하는 눈길이 아주 따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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