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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07 14:28:07 |
Name |
시퐁 |
Subject |
[뒷북 후기] 송병구vs박명수. 한 편의 영화같았던 프로토스의 로망. |
프로토스가 힘든 맵이라고 말합니다. 최소한 '신'이란 글자가 떨어진 백두대간은 저그를 상대로 프로토스에게 악몽과도 같은 맵이었습니다. 당시의 저그는 너무나도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이 그 틈바구니에서 길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2005년의 기세는 간데 없이 사라지고 우울한 연패만을 거듭했습니다. 저는 송병구라는 게이머를 믿었습니다. 작년 후기리그에서 마재윤, 박태민을 잡아내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운영하는 프로토스'라 말하지만 그가 전투하는 모습은 신인의 레벨을 뛰어넘은 것이었습니다. 첫 등장때부터 저는 운영을 지켜보기보다 컨트롤과 전투력, 각종 유닛을 다루는 능력을 주목했습니다. 싸이오닉 스톰은 화려했고 승리의 임팩트는 강했습니다. 경기를 재미있고, 강렬하게 이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신백두대간이라는 맵에 출전함을 상대팀에서도, 팬들도 결코 예상할수 없었습니다. 상대는 박명수, 기세가 남다른 저그입니다. 주목받는건 테란전이지만 프로토스전 또한 강했습니다. 그 또한 송병구라는 이름을 엔트리에서 확인한 순간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패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엔 기존의 백두대간이 저그에게 준 가능성이 너무 컸고 자신의 기세 또한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승리를 확신하고 전장에 나섰으며 그의 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대했습니다. 송병구는 패배시에도 쉽게 gg를 치지 않습니다. 팬들을 실망시키며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가 진 경기중 대부분이 '이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바로 더블넥서스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브가 마술처럼 드론을 잡아내고 이후 질럿들이 난입했습니다. 전사의 희생으로 얻은 정보는 자신을 견고하게 합니다. 숨겨놓은 질럿의 재차 난입에 몰아치려 했던 저글링들은 기수를 돌렸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프로토스의 방어체계가 두려웠고 질럿에 의해 파악당했음이 아쉬웠으며 또 그 질럿에 의한 드론의 죽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이후 프로토스는 앞마당에 넥서스를 완성시키고 질럿과 캐논으로 안정적인 방어를 완성합니다. 저그는 체제 전환도 느리고 자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프로토스를 자신의 진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앞마당 입구 언덕에서 압박했고 확장을 가져가려 했습니다. 자신은 시간을 소유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 이후는 얼마든지 운영으로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송병구는 치열한 심리전을 바탕으로 질럿을 전진시킵니다. 그 위협에 불과한 행위에 저그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한 타이밍 생산된 드론으로 겨우 자원 수급의 가능성을 확보했지만 체제를 쉽게 변화시킬수 없었습니다. 확장을 안심하고 가져가기 어려웠습니다. 저그가 앞마당만 가져간 상태에서 프로토스도 똑같이 앞마당을 활성화시키고 테크는 모조리 올렸습니다. 커세어가 날아들어 스파이어까지 확인했습니다. 프로토스는 저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5시 지역의 확장은 공격력과 속도를 발전시킨 질럿에 의해 순식간에 파괴당합니다. 상대를 견제해야 할 뮤탈리스크는 어쩔 수 없이 다섯시 확장으로 모여들고 질럿은 산개하여 뮤탈리스크의 타이밍을 빼았습니다. 게다가 그 시야에서 벗어난 질럿 몇기가 다시 저그의 확장 지역으로 달려가 또 해처리를 펴는 것은 저지됩니다.
확장은 다크 템플러에 의해서도 번번히 무산되었습니다. 모여진 커세어가 활보하니 뮤탈리스크는 숨죽일수밖에 없습니다. 겨우 히드라, 저글링으로 체제를 전환시켰지만 질럿, 템플러, 아칸 조합이 달려드니 저그는 다시 자신의 진영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앞마당만 확보한 상태, 단지 세개의 해처리에서 프로토스와 불리한 전투를 벌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저그를 묶어놓고 송병구는 또 다시 확장을 가져갑니다. 병력 충원에 급급한 저그는 그 확장을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중앙에 진출했을때, 이미 프로토스의 병력도 중앙으로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11시 프로토스의 확장을 견제하러 출발하려는 찰나 자신의 8시 지역 확장은 파괴당하고 본진엔 다크템플러가 난입해 드론을 학살했습니다. 커세어는 오버로드를 도주케 하고 자신의 병력은 프로토스의 두번째 확장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습니다. 저그는 병력을 모을수도 확장을 할수도 없었고 달려든 송병구의 조합된 병력에 그만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팬들은 이 경기를 평하면서 '한편의 영화같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송병구 선수의 지배 범위에서 저그는 주도권을 한번도 가져간 적이 없습니다. 공격을 통해 실마리를 마련해야 하는 저그가 공격을 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토스의 운영에 이쪽으로 끌려다니고 저쪽으로 휘둘리며 부유함을 소유할 수도 전투에서 승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 그 어떤 프로토스가 최근 저그를 이렇게까지 농락할수 있었을까요. 소수의 아칸과 하이템플러로 가스를 아끼고 상대적으로 많은 커세어는 공중을 장악했으며 질럿은 용맹한 전사와 같이 히드라와 저글링을 학살했습니다. 경기 마지막까지 전투를 쉬지 않음으로써 질적으로 최고 수준의 경기가 나왔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프로토스의 로망이라고까지 표현되던 질럿, 템플러, 아칸 조합 또한 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프로토스의 전투는 화려합니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범위 마법이 난무하고 소수의 용사가 다수의 적을 이겨내고 서 있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합니다. 프로토스의 대군은 그 어떤 종족보다 압도적인 위엄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팬들은 어떤 경우라도 그 종족을 차마 외면하지 못합니다. 프로토스를 선택한 게이머 또한 소수이나 그들은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종족에는 결코 붙이기 어려운 '완성형'을 고대합니다. 저는 송병구가 그 단어라고 표현하기조차 아까운 명칭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에 최가람을 화려하게 누르고 서지훈을 패퇴시켰으며 이재훈을 운영으로 잡아냈습니다. 이윤열이 그에 의해 하부 리그로 떨어졌고 케스파컵에서, 후기리그에서 내노라하는 선수들을 끌어내렸습니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잠시의 부진이 있었지만 그 기대를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민 선수의 팬들은 강민 선수가 프로토스의 극을 보여주리라 믿고 박정석 선수의 팬들은 박정석 선수가 프로토스를 완성하기 고대합니다. 그와 같이 저는 송병구 선수를 기대합니다.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송병구가 어떤 플레이로 감동시킬지 몰라, 매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요즘이 뜸했습니다. 자꾸 써야 글이 좋아지는데 그렇지 못하니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예전처럼 리뷰를 마구 써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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