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1/12/31 00:37:37 |
Name |
스톰 샤~워 |
Subject |
다시 한번 So Good. |
온게임넷 결승전은 역시 대단하죠?
아~~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 것 같군요...
하지만 그 이후에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면 그날의 감동이 뭉개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날 두 선수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습니다. 보는이들에게 짜릿한 승부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줬죠...
그랬으면 선수들은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임선수의 패배를 두고 이리저리 아쉬운 말이 많은 것은 왜일까요?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패배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안타까움이 더하는 건 당연하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졌다. 평소 같으면 겜도 안되게 이겼을 텐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임선수만 다른 맵으로 연습했다. 공정하지 못한 겜이다. 맵들이 전부 테란에게 불리하다. 스타크래프트 자체가 테란이 프로토스에게 약할 수 밖에 없다 등등 이런 저런 이유만을 늘어 놓는 것은 별로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중계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경기 결과는 전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반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맵이 누구에게 유리하다 어쩌다 하는 건 터무니 없는 트집잡기죠. 더 나가서 스타에서 원래 종족 밸런싱이 안 맞다고 주장하는 건 ...
이런 억지 주장들이 결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흠집으로 작용한다는 걸 모르시나요?
왜 그게 자신의 스타에게 마이너스가 될까요?
첫째, (이건 직접적으로 가장 큰 마이너스입니다) 모선수의 팬들은 다 저런 식이다. 모선수의 팬들은 다 그렇다. 선수나 팬이나 다 똑같이 주접이다 라는 매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바둑에선 실수도 실력, 운도 실력이라고 말합니다. 즉 승부에서는 이기는 것이 강한 것이라는 거죠.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요, 자신의 실력을 십분, 십이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죠. 근데 상대 선수는 별로 못하는데 우리 선수가 실수를 해서, 혹은 제 실력을 발휘 못해서 졌다라는 얘기는 달리 말하면 '저 선수는 별로 못하는데 우리 선수는 그보다 조금 더 못해'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상대가 잘해서 진게 아니라 우리 선수가 못하는 선수라서 진 것이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
셋째, (이건 실질적으로 가장 큰 마이너스입니다) 그렇게 맵 운운하고 종족 밸런싱 운운하면 스타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스타가 매우 불합리한 게임으로 비췹니다. 운이 승부를 좌우하는, 혹은 주최측의 일방적인 의도에 따라, 심지어는 블리자드사의 생각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게임이 되버리고 말겠죠. 그런 인식이 확산되면 스타크래프트의 저변은 계속 축소되어 결국에는 프로 선수 자체도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겠죠. 주최측의 의도에 따라, 혹은 운수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게임이라면 누가 그런 게임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 후원하고 스폰서가 되려고 할까요?
이제 좀 더 성숙한 팬문화(?)를 갖춰 나갑시다. 아니 성숙하지 못하더라도 현명한 태도를 취합시다.
'정말 잘하는 우리 선수를 이기다니 저 선수 오늘 정말 잘했군' 이렇게 칭찬하는 성숙한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스타를 하는 즐거움이 또 하나 늘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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