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4/08/02 00:00:14 |
Name |
헝그리복서 |
Subject |
질레트배 스타리그 결승전 - 완성형의 저그! 모든걸 되돌리고 왕좌에 앉다!! |
질레트배 스타리그 결승전 - 완성형의 저그! 모든걸 되돌리고 왕좌에 앉다!!
그가 챌린지를 거쳐 듀얼에 올라 올때 만해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에게 투신이란 별명이 있는지도 몰랐고 이름도 굉장히 낯설었다. 그가 조지명식에서 담담한 눈빛으로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할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스타리그가 개막되고 몇 안되는 저그 중 오히려 나는 변은종이나 밉지만 박태민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열아홉의 저그 왕자는 단 한경기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Natural born Zerg. 그는 진정한 저그였다. 어느 샌가 사람들은 박성준 대신 그를 저그라고 부른다. 그의 모든 플레이가 저그로 대표된다. 박성준은 진정한 저그의 희망이 되어 있었다.
일본도(日本刀)중에 카타나란 것이 있다. 흔히 보는 일본도 보다는 좀 짧고 단도 보다는 좀 긴 크기인데, 굉장한 위력을 가진다고 한다. 단도 만큼 작지 않아서 장검의 공격을 쉽게 방어할 수 있으며 단도 보다 길어서 공격력 또한 우수하다고 하는 이 카타나란 칼이 박성준의 경기를 보면 떠오른다. 시퍼렇게 날이선 카타나를 들고 적의 사정거리 안까지 단숨에 파고들어 찌르는 단 일합(一合). 무섭게 찔러 들어오는 그 살기로 어떤 상대고 본능적으로 한발짝 물러 선다. 한 템포 쉬는 순간 끝나는 것이다. 그게 그의 스타일이다.
제 1 경기 노스탤지어 - 그 한 박자를 놓쳐버린 저그
박성준 11시, 박정석 5시.
박정석은 칠게이트 질럿으로 박성준의 본진을 파고든다. 그러나 대각선의 불운일까, 박성준의 선방에 드론 1기만을 잡은 채 질럿이 잡히고 막혔음을 직감한 박정석은 스타게이트를 올리고 스카우트 한기를 통해 견제, 다크템플러를 준비한다. 박성준은 끌려 가지 않고 4해처리로 늘리며 온리 저글링 태세를 준비하지만, 승부는 커세어-다템 조합으로 끝이난다. 마치 변은종과 강민의 경기를 그대로 보는 듯 했는데......
‘리치, 날라와 퓨전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이 경기가 퓨전한 모습이었을까. 박정석은 8강과 4강에서도 물량을 늦추고 전략적인요소를 가미한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보여 주었다. 물 흐르듯 넘어가는 테크는 꼭 강민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논의는 글의 뒷부분으로 미루자.
다템이 나오기 직전 타이밍이 박성준에게는 굉장히 아쉬웠다. 러커와 저글링으로 뚫고 들어갈 만 했는데도 한템포를 쉬어 버렸다. 파고들지 못했으니 찌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오버로드의 속업을 빨리 했어야 했는데 그것마저 굉장히 늦어 졌다. 변은종도 그랬는데 커세어-다템에 미련스러울 만치 스파이어를 올리지 않는다. 사실 저그 입장으로서 이런 경기는 약이 오른다. 오버로드를 녹이는 커세어들, 원샷원킬의 다템들. 물론 중후반에서 본진으로 뛰어드는 멋진 모습도 많이 보여 줬지만, 멀티를 늘리지 못한 상황에서 저그가 자꾸만 병력을 소비하고도 플토의 멀티를 깨지 못한다면 지는 것은 자명한 일.
제 2 경기 레퀴엠 - 선포지 비극의 시작
박성준 9시, 박정석 12시.
선포지 비극의 시작이었다. 질럿 캐논러시의 의도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포지 후에 캐논으로 방어하고 게이트 가는 빌드였다. 초반 저글링의 부담이었다. 그러면서 초패스트 공업에 질럿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꽤 신선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박성준, 초반 저글링으로 눈치 밥 먹는 시늉 하더니 몇 안되는 저글링으로 냅다 달려 들어 캐논을 박살내어 버린다. 다수의 프로브가 잡히고 스파이어가 올라간다. 결국 저글링 쫓던 질럿 뮤탈 바라보는 모양새로 영웅의 GG. 게임 스코어 1 대 1.
또 하나 좋은 플레이라면 뮤탈이 뜨기 전에 4기의 저글링을 납입시켜 사이버네틱스 코어를 두드리는 시위를 한 것이다. 결국 질럿은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충분한 시간을 끌 수 있었다.
제 3 경기 성준이야기 - 이 맵은 섬맵이었다?!
박성준 8시, 박정석 10시
박정석의 몰래 센터 게이트가 확실히 성공하는 듯 했다. 박성준은 순진하게 12 앞마당에 스포닝을 갔으니까. 투질럿 프로브까지 동원되어 파일런을 박으니 섬찟할 법도 한데 담담하게 특공 드론과 갓 난 저글링으로 무난하게 방어한다.
물론 올인성 전략이었지만 플토는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뒤를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박정석은 솥뚜껑보고 놀란 사람 마냥 과민 대응을 하기 시작하는데...... 무지막지한 꽃밭을 깔기 시작한다. 물론 후반의 물량을 위해 더블넥을 했다 하더라도, 박성준의 찌르기가 아무리 무섭다고 하더라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캐논을 소환해 놓고는 또 다시 커세어를 모은다. 이번엔 아예 부대단위로 모은다. 커세어를 동반한 리버 드랍인가 했지만 박성준 역시 뮤탈을 왕창왕창 뽑으며 동시에 거의 전 맵의 가스멀티를 삼킨다. 남자이야기는 마치 패러독스에서나 나올법한 공중전이 된다. 결국 자원의 압도적 우세로서, 가디언에 디바우러 까지 동원한 박성준의 승리로 경기는 원사이드 하게 끝나고 만다. 단숨에 2 대 1로 몰리는 상황.
박정석의 플레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제 4 경기 머큐리 - 저그 첫 우승은 수성(水星)에서 이룩되었다
박성준 5시, 박정석 2시.
박정석 답지 못한 플레이가 연달아 나오면서 그의 팬들은 조마조마해 지기 시작했다. 저그를 상대로 진득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마치 모래성 같은 플레이가 필살기성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 역시 머큐리에서의 박정석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포지의 비극이 이어졌다. 박정석은 선포지 더블넥 빌드를 감행 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9시 중앙멀티 지역에 소환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다 들키고 말았다. 결국 9시 지역의 게이트는 취소하고 부랴부랴 꽃밭모드로 전환했다. 미네랄 150이 모일 때 마다 박정석은 캐논을 소환했다. 그런 박정석을 박성준은 적의 본진 면상(面相)에 가스멀티를 먹어버리더니 조여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박정석은 12시에 넥서스를 소환하고 게이트를 지어 후반을 도모했다. 전반의 경기와 비슷하게 커세어 - 꽃밭 체제로 들어섰지만 하늘을 뒤덮은 뮤탈에 통한의 GG를 치고 만다. 선승(先勝) 이후에 내리 3패. 참으로 눈물의 GG 였다.
박성준의 승리 요인은 역시 그 기세다. 박정석은 시종 기세에 눌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강력한 모습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나는 문득 리치가 정말 날라와 퓨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시 강력할 것 만 같았던 그 모습이 알고 보니 실패였다.
박정석은 그만의 굳건한 스타일이 있다. 오히려 강민과 경기를 할 때는 더욱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처 했으며 자로 잰듯한 타이밍이 진짜 플토의 영웅이었다. 단순히 우리가 걱정하는 물량전 밖에 못하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좋은 모습은 다 사라지고 마치 아이가 어른 옷을 입은 양 스스로의 플레이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꽃밭-커세어는 박정석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든 저그는 이 19살 신동에 의해 처음으로 우승을 맛보게 되었다. 챌린지 예선부터 듀얼을 거쳐 스타리그 본선에 우승까지 차지해버린 이 NONSTOP 스타플레이어 박성준은 명실 공히 저그의 완성을 이루었고 저그로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 지를 보여 주었다. 대세가 저그인양 듀얼에서도 저그의 약진이 눈부시다. 요즘 저그의 플레이는 기름기를 뺀 피자 처럼 깔끔담백하다.
박성준을 어떻게 더 칭송해야 나를 비롯한 200만 저그유저들의 가슴이 벅차 오르겠냐만은 한경기 한경기 진행되며 가슴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감격을 저그 유저들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드디어 저그도 예전의 그 강력한 모습을 되찾았고 감격시대가 되돌아오고 있다. 그 시작이 박성준으로 부터 새로 쓰여진 것이다.
저그유저라면 오늘 같은 날엔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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