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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4 09:10
오랜 만에 신해철 글 보니 반갑네요.
남성으로 한정지으면 특정세대를 구분 지을 때 편한 방법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쓰는 편지" 랩을 외울 수 있는지 없는지
21/11/04 09:17
어릴 때 친척집 놀러갔다가 별생각없이 친척누나의 넥스트 4집을 들어봤는데 라젠카 세이브 어스 듣고 진짜 와 한국에도 이런 노래가 나올 수 있구나 하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도 정말 좋았구요.
서태지와 더불어 어린 시절 유일하게 노래로 충격과 깊은 감명을 준 아티스트
21/11/04 12:12
무한궤도 앨범은 타이틀곡 외에도 좋아하는 노래가 너무 많네요.
여름이야기, 비를 맞은 천사처럼, 조금 더 가까이, 거리에 서면...
21/11/04 12:57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분들의 사망소식이 많았던 2014년 가을, 그의 죽음 이후에 쓴 글을 잠깐 공유합니다. 1. 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오랜 친구인 아내는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2.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이 생생하다. 아직도 그 음악이 들리면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떠오른다. 가요톱텐이 끝나는 순간 카메라가 반대편을 비춰주었고, 객석 뒤편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없노라고 그대여 3. "매니거즈오뤠이즈텅유라우 암소탈러더탤브싸우 달링유쏘꼴투미 앤아워즈뿔뽀유 유디드워너플라워유워너허니 유디드워너러버유워너머니 유삔테닝어라이 아이저써너쎄이 굿바이" 멋있어 보여서, 가사를 적어달라고 한참을 졸랐던 안녕. 4. 전망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myself를 배우던 무렵 처음 샀던 myself 이때부터 그는 나의 교주였고 hero였었다. 5.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 꿈은 우리곁을 떠나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우리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고 6. 고3 어느 비오는 여름 밤 운동장에 누워 고래고래 그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게 살려는 일종의 다짐이었던 것 같다. 7. 수능 100일전 모임때, 내가 그의 팬임을 알고 있던 예쁘장한 후배가 "Hope"를 불러주었다. 정작 나는 그때 그의 앨범조차 없었다. 아마, 앨범 자켓이 666을 상징한다고 어머니가 갖다 버렸던 것 같다. 아무튼 난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어느날 철원 최전방 부대 내무반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들 속에서 이렇게 힘든 때가 없었다'며 그 노래를 불렀고 기분이 상한 분대장때문에 내무반 전체가 얼차려를 받았다. 8.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엔 '방안에 앉아 혼자 불평해봤자 물론 이 세상이 변하진 않겠지' 라며 내 맘을 서늘하게 하기도 하고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라며 위로하기도 했었다. 9. 대학로의 어느 작은 소극장에서 어렵사리 구한 MR에 맞춰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꺼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10. 올해 유난히 가슴아픈 죽음이 많았다. 십수년만에 말 그대로 펑펑 울어봤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마를 날이 없는 것 같다. 죽음이 그를 안식으로 이끌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아프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을 맘에 갖고 있어 유치하다고 말하는 건 더 이상의 꿈이 없어졌기 때문이야 그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의 행동을 흉내내보기도 해 그가 가진 생각들과 그의 뒷모습을 맘 속에 새겨두고서 보자기를 하나 목에 메고 골목을 뛰며 슈퍼맨이 되던 그 때와 책상과 필통 안에 붙은 머리 긴 락스타와 위인들의 사진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어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모든 것을 가끔씩은 기억하려고 해 세상에 속한 모든 일은 너 자신을 믿는데서 시작하는 거야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바보같은 일일 뿐이야 그대 현실앞에 한없이 작아질때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영웅을 만나요... 언제나 당신 안의 깊은 곳에 그 영웅들이 잠들어 있어요 그대를 지키며 그대를 믿으며 안녕 나의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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