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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28 00:06:38
Name Marioparty4
Subject [일반] (스압)가족이야기 - 태양, 금성, 그리고 화성과 명왕성(3)
3. 금성과 화성 - 금성과 화성의 환경 차이를 남녀의 차이점에 비유하는 것보다 우리 형제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 그리고 다르지만, 차이가 있지만, 금성과 화성은 가까이 붙어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게 꼭 어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 나와 형과의 관계에 대한 기억은 ‘유난히도 싸웠음’이라는 말에서부터 출발한다. 보통 부모님 세대에서 문제가 생겨서 가정의 불화가 찾아오면 자식들은 좀 올바르고 조숙한 경향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건 우리 형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나 보다.
  정말 지독히도 싸웠다. 싸웠다는 것이 서로 치고 박는 것은 아니었고 울보에 소심한 나로서는 덩치 큰 형에게 늘 맞아야만 했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입을 놀려댔기에 더더욱 맞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폭력으로 사람을 위협하면 입을 다물게 되기 마련인데 나는 물에 빠져도 입은 둥둥 떠오를 인간처럼 끊임없이 입을 놀려댔다. 어찌 보면 그 상황에서 형이 화를 내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싸운 사실 자체가 부끄럽진 않다. 형도 나도 부끄러워하는 것은 ‘싸움의 원인’이다. 아주 어렸을 때야 어머니가 육아를 담당하고 가사를 전담하느라 형과 나를 조율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도 직장을 다녀야 했던 시점부터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바쁘다 보니 우리에게 제 때 밥을 해줄 수가 없었고 형과 나는 자주 배달음식을 사 먹어야 했다. 그 때쯤에 보통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섭취할 수 있는 돈까스를 다 먹었을 정도로 맨날 돈까스를 사 먹었다. 이 돈까스가 문제다. 형도 나도 심각한 먹보였다. 다만 당시를 기준으로 나는 천천히 먹는 편이었고 형은 ‘엄청나게 빨리 먹는 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형은 내가 반을 먹기도 전에 식사를 끝내야만 했고, 먹보였던지라 그것으로는 성이 차질 않아서 호시탐탐 나의 식사를 노렸다. 난 그렇게 치졸한 놈이 아니다. 한 두 조각 정도는 꼭 형에게 양보를 했다.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어린 나이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 않냐’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내 수준도 사실 그게 한계였다. 한 두 조각으로 성에 찰리가 없는 형으로서는 더 달라고 때를 썼고, 나는 더이상 뺏기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했다. 타협과 양보가 없는 논쟁은 결국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음을 나는 그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먹는 것’으로 시작한 형제의 다툼은 늘 심각한 사태로 번지게 되었고 그럴 때면 힘이 없는 나로서는 꼭 ‘엄마에게 이를거야’로 항변을 했다. 싸움의 원인을 하나 밖에 들지 않았다만 나머지는 더 얘기하기 싫을 정도로 치졸하고 부끄러운 것들에 불과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유치하고 별 것 아닌 걸로 무던히도 싸워댔다. 심심하면 싸웠고 할 게 없으면 싸웠다. 형과 나의 관계는 싸움과 투쟁의 역사로서 설명이 된다. 사실 그 거면 충분한 설명이 된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옛날 일이니 괜찮지 않냐’고 말해도 사실 아직도 형과 있으면 주기적으로 싸우게 된다. 오히려 둘 다 성인이 되고 나서의 싸움이니 ‘더 심각하게’ 싸우게 되어서 무섭기까지 한데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유치한 것’으로 싸우는 게 버릇이 된 만큼 아직도 ‘유치한 것’으로만 싸운다. 서로 평생 등 돌려서 살 일은 없다. 싸울 때는 유치한 것 이외의 이유로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싸움과 반목의 이유를 나는 누가 뭐라 해도 ‘형과 나는 원래 다른, 그것도 극과 극의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형과 나는 다르다. 성격이며, 취향이며, 관심사며, 생각하는 바이며, 사상이며, 가치관이며, 세계관이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기호며, 외향적인 부분들까지 뭐 하나 닮은 구석이라고는 ‘윌리를 찾아라’의 윌리를 찾는 것만큼이나 찾기가 어렵다. 형은 샤프하다. 뭔가 날렵한 이미지이다. 외모적인 특성은 죄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크진 않지만 결코 나만큼 작지는 않는 눈에 오똑한 코, 적당히 매력적인 입술에 살아 있는 얼굴의 선, 뭐 하나 바르지 않아도 엘라스틴 샴푸로 머리 뒷처리를 한 것만큼 윤기 있는 머리칼이며(거기에 빳빳한 직모) 등등. 닮은 연예인은 따로 없지만 곱상하면서도 굉장히 ‘잘생긴 이미지’이다. 반면에 반곱슬에 넓대대하고 둥근 얼굴, 둥그스름한 코에 작은 눈, 큰 머리인 나로서는 형과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내가 외향적으로 아버질 닮아 있다고 하는 데 나는 그러한 현실이 슬프다. 뭔가 섬세한 느낌의 외향적인 이미지를 가진 형과 거칠고 우락부락한 이미지를 가진 나는, 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형제로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거기에 나보다 키가 작고 동안인 형과 형보다 키가 크고 노안인 나는 친척 어른들을 만나러 갈 때면 형 동생 구분을 반대로 하시는 어른들을 보며 서로 기분 나빠했다. 노안인 것으로 스트레스인 나로서는 형의 그러한 기분을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갔을 때 학생증을 제시해달라고 말하는 점원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면서 열변을 토하는 형을 보면서 확실히 형은 형대로 동안인 것이 스트레스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타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혼자인 상태를 지독히도 싫어한다. 무섭기까지 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게임에 몰두하면서 혼자인 상태로 버틸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 나서부터는 ‘친구들’이 없으면 난 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에 형은 혼자인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러한 스스로의 상태를 즐긴다. 물론 형도 사람인지라 ‘외딴 세상에서 혼자만 사는 것’을 즐기지는 않지만 친구를 굳이 만들려 하지 않는다. 사람에 목숨을 걸어대는 나를 보며 무척이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게 정말로 사교성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진짜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무척 신기할 따름이다. 형이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친한’친구가 한 명은 있기 때문이다. 형은 ‘걔 하나면 굳이 더 이상 친구가 없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물론 나에게도 정말 친한 친구들과 그냥 친한 친구들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도 형과 나는 다르고 말할 수밖에.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조차도 다르다. 형은 지나칠 정도로 매사를 최악의 상황만을 염두해 두고,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에 비해 나는 모든 것을 현실성을 버리고 좋게 보려고 노력한다. 드라마에 빠져서 낄낄대는 나를 보며 ‘저게 현실성이 있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형을 보면서 나는 정말 형과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저러한 일로 나도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형이랑 비교하면 이것은 진정한 鳥足之血이므로 여전히 형과 나는 극과 극에 놓여있다.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는 게 괜한 말은 아니다. 정말로 형과 내가 극과 극이기에 서로를 ‘싫어한다면’ 우린 애초에 등을 돌리고 돌아서야만 했다. 싸우긴 해도 아직도 형과 내가 서로를 형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극과 극이 통함을 증명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형을 존경하고, 형은 나를 대견하게 여긴다. 언제나 묵묵하고 장남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어머니에게 성심성의껏 효도를 하는 형을 보면서 ‘형 따라가려면 정말 평생이 걸려도 안 되겠어’라고 생각한다. 형은 형대로 나를 좋게 생각한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지만)한 번은 형이 ‘내가 공부를 안 해서 네가 그 몫을 맡게 된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너한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제발 그 점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형은 그게 자기 나름대로 속에 걸리는 일인가 보다. 늘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있고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게 옆에 같이 붙어있으면 표현이 서툴러서 ‘형제간의 싸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형 생각을 하면 늘 미안한 마음 밖에 없다. 맞고 자랐다지만 사실 가볍게 두드려 맞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며, 어렸을 때라지만 난 형 알기를 우습게 알고 정말 죽일 듯이 덤벼들었기 때문에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동생에게 형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음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형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데 왜 꼭 이게 형 앞에서는 ‘분노’로 표출이 되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어서 고민이다.
  우리 형제는 정말 재미있는 관계이다. 떨어져 있으면 서로를 극진히 생각하고 그리워하지만 막상 같이 있으면 끊임없이 반목하고 싸운다. 앞서 얘기를 했지만 이것은 ‘표현’이 서투르기 때문일 것이다. 싸우고 나면 서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누구도 먼저 사과하지 않는다. (사실 요즘 들어 형은 사과를 하는 편이지만)나는 아직도 형에게, 크게는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다. 어머니 속을 썩이고 형에게 미안한 짓을 하고 나면 나는 진심으로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를 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줄 모른다. 아니, 못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새냐’는 것과는 다르게 나는 안에서는 구멍이 정말 크지만 밖에서는 구멍을 없앤 듯이, 그 누구에게나 잘 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머니와 형은 이를 ‘가식’이라고 타박을 주지만 나는 ‘남이기에 잘 못하면, 한 번 틀어지면 끝이지만 형과 어머니는 가족이잖아’라고 응수한다. 표현이 서투를 뿐이지 나는 정말로 형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제발 형이 이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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