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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28 01:11:47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게임뇌 이론(짐승뇌 이론)의 허구성
최근 게임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시민단체 등의 일부 인사들이 말하는 망언들 중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져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짐승과 비슷한 상태로 변한다. 지금 (한국의) 교실에는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 상태가 짐승같은 아이들이 있다." 라는 권장희씨의 망언이 꽤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그 망언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발끈하고 분노했고 어이없어한 것은 물론이지요.

그런데 소위 '짐승뇌 이론'(게임뇌 이론)의 출처는 바로 일본입니다. 모리 아키오라는 사람이 쓴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것은 추적 60분에도 언급이 되었지요. 모리 아키오 교수는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게임을 즐길 때 사람의 뇌파가 치매 상태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하고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발견하였다는 주장을 펼쳤고 그 주장에 더해 게임을 할 경우 도파민 신경계의 자극을 통해 쾌감을 얻게 되는데 이런 쾌감에 내성이 생기면 뇌의 신경회로가 굳어져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주장도 같이 실었습니다.

일본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인 것은 맞기에, 이 책은 등장하자 마자 일본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몇 년 뒤에는 비슷한 주장을 담은 '뇌내오염'이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 결론부터 말하자면 - 지금 일본 의학계에서 게임뇌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합니다. 왜냐하면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혹여 '그렇다면 그냥 일리있는 학설 정도로 보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게임뇌 이론은 그 헛점 때문에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러 가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매체 중에는 인벤에서 나온 이 기사에 제가 알고 있던 일부 사실을 포함하여 비교적 잘 정리해 놓았더군요. 과연 게임뇌 이론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주요 사항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 게임뇌 이론에 대한 일본 내 비판

"'게임뇌의 공포'나 '뇌내오염'과 같은 책들이 신경학에 대한 신뢰를 해치게 된다. 지금까지 방치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실수를 바로잡도록 노력하고 싶다." - 오사카 대학 츠모토 타카지 명예 교수 (츠모토 타카지 교수는 일본 신경 과학 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일본 신경 과학 권위자이며, 2010년에 개정된 신경 과학 뉴스의 연구 윤리 지침에서 '게임뇌의 공포'에 대한 내용을 지명해 비판한 바 있음)

"게임의 종류와 연령, 게임에 대한 대처 방법 등에 따른 뇌의 연구 결과가 전혀 없었다. 게임 뇌라는 것은 미신이나 단순한 망상과 같은 것이다." - 토호쿠 대학 가와시마 류타 교수

"'게임 뇌의 공포'는 말도 안되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책. 첫째. 연구 대상인 게임에 대해 무지하고, 둘째. 과학적인 순서조차 따르지 않았으며, 셋째. 게임과 스포츠의 뇌파 중 스포츠만 좋은 것으로 해석하는 등 논지가 엉터리다." - 작가 야마모토 히로시. 日本トンデモ本大賞(일본 톤데모이 대상, 의역하자면 일본에서 출판되는 엉터리 책을 대상으로 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정도 되겠군요.) 운영위원.


● 게임뇌 이론에 대한 일본 외 비판

"실험이나 해석의 상세한 수법이 공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타당한지 판단할 수 없으며, 만약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그것이 두뇌에 피해를 입힌다고 볼 이유가 없다." - 영국 과학지 'New Scientist'

"테트리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동으로 대뇌의 감각기관과 복잡한 동작을 담당하는 두뇌피질이 두꺼워지고, 논리적 사고와 언어를 담당하는 두뇌 부위에서는 효율화가 진행된다."(즉, 전두엽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게임뇌 이론과 반대되는 결과) - 미국 전문지 'Mind Reserach Network'


● 게임뇌 이론의 주요 모순점

- 검증되지 않은 실험 방법 / 신뢰성 없는 데이터: 모리 아키오 교수가 뇌파를 측정하는데 사용된 간이 뇌파계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기로 엄격한 의학적인 수속을 밟지 않았으며 임상 실험 등의 사용 실적도 없음. 따라서 측정된 뇌파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

- 이론상 모순 1: 게임뇌 이론에서는 뇌파 계측 실험에서 게임 중에는 베타파가 줄어들면서 β/α값이 저하되는 부분을 게임 유해론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운동하는 중에도 게임 중인 상황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β/α값이 저하되고 있음. 같은 실험값이지만 게임은 배척하는 대신 운동은 추천하고 있어 같은 실험 결과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순 발생.

- 이론상 모순 2: 게임뇌 이론을 맹신하는 이들 중에는 '망가진(?)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독서 혹은 낭독을 권하는 사람이 많으나 낭독 중인 상태도 소위 '게임뇌'와 흡사한 상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여 역시 같은 실험 결과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순 발생.


물론 제가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니 이런 비판을 가지고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자칫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반론이 제기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 내에서는 미검증 등으로 파기되다시피 한 이론이라면 '게임뇌 이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과연 이것이 의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론인지조차도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이쯤 되면 학설이나 이론이라는 말도 거창하고 제가 보기엔 '사이비 이론' 혹은 '유사의학' 쯤으로 취급해야 정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런 식으로 게임뇌 이론이 일본 내외에서 많은 비판과 반론을 받고 지금은 거의 폐기 수준의 이론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오직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의 주장만 편향되게 실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거짓 방송으로 추락시키고 혹세무민하게 만든 KBS 추적60분의 행동이 더욱 가증스러워집니다.

전부터 가졌던 생각입니다만 이번 셧다운제 관련 망언이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게임을 왜곡하는 시각에 분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비논리적 시각을 앞으로 계속 깨뜨려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더불어 '게임뇌 이론' 같이 검증되지 않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유사의학'이 사람에게 잘못 적용된다면 정말로 사람의 뇌에서 짐승과 같은 야만적 사고방식을 창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그럴듯해 보인다'고 다 바른 의학 지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 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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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의대모험
11/03/28 01:27
수정 아이콘
이런 사실을 모르는게 문제가 아니고
알고싶어하지 않는게 진짜 문제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경향을 갖고있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더라구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참 원초적인 짓거린데 말이죠
11/03/28 01:35
수정 아이콘
뭐 솔직히 게임뇌 이론을 무기로 해서 휘두르는 사람들이라고 더 시안님께서 쓰신 내용들을 모르진 않겠죠.

그러니깐 더 짜증나는거지만.
루크레티아
11/03/28 01:49
수정 아이콘
셧다운제가 아니고 그냥 Show me the money죠.
블루마린
11/03/28 02:01
수정 아이콘
관련 전공자로써(비록 학부생이지만), 짧게만 얘기한다면 언급하신 이론은 정말 과학으로써의 가치는 전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창조가설이 더욱 신빙성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것에 비해서는요.
츄츄호랑이
11/03/28 02:04
수정 아이콘
도파민을 생성하는 반복되는 자극에 내성이 생기면, 신경회로가 굳어져 기능이 저하된다는 부분은 사실인가요?
맥주귀신
11/03/28 02:19
수정 아이콘
음..... 솔직히 말해서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어느 정도 믿어지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게임을 접하기 이전의 글읽기 속도와(고등학교) 게임에 몰입한 이후의 글읽기 속도(대학교) 차이가 엄청났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글을 잘 읽었습니다.

물론 일본내에서 거의 파기되다시피 한 이론을 자기네들의 이익과 연결지어 이용하는 점은 역겹지 그지 없습니다.
그냥...... 파기되다시피 하긴 했지만, 게임뇌 이론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항상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SCVgoodtogosir
11/03/28 02:42
수정 아이콘
과학의 과자도 모르는 인간들이 이런 일들을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로 있다는게 진짜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미치겠네요.
joynshine
11/03/28 03:44
수정 아이콘
관련 전공 공부를 하고 있고, 이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로서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도파민 호르몬은 강한 쾌감을 느낄 때 작용하는 호르몬으로서,
가령을 술을 먹는다거나, 게임을 할때, 혹은 섹스를 할때 많이 나오는 것으로서
강한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이죠. 이 쾌락이 뇌속에 기억에 남아, 다시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도파민 회로는 시냅스 사이에 분비된 도파민이 다시 reuptake 되는 기전이 있어서 (일종의 순응현상이죠)
계속되는 같은 정도의 자극에는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의존적이고 중독적인
영향을 만들죠. ( 이 정도는 어느정도는 공감하실듯)
저도 게임을 좋아해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마 생각을 많이 하는 게임 (문명이라든지, 삼국지 ) 이런것은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이 없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정말 단순하게 한가지 행위만 해서 기쁨을 얻는 행위 (가령 FPS 류라든지, 단순한 액션 게임) 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것 같지않아
고등학교 실험에도 자꾸 나오는 쥐에게 도파민 전기 자극을 주는 곳에 냅두니, 먹이를 버리고 그 전기장치만 계속 누르다 죽었다 라는
그때와 어느정도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점은 , 비단 게임만이 그런 도파민 회로 를 자극하는건 아니라는 말이죠. 도박, 섹스, 술 등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는 것은 많습니다. 그러한 강한 자극에 익숙하면, 평소에 약한 자극에는 무덤덤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저 뿐만 하더라도 게임 많이 하다가 학과 공부하려고 하면 상대적으로 쾌락이 적으니 재미없어지고 하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라는게 어느정도는 가소성이 있는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 분비가 다시 정상범위로 돌아오고 괜찮아 지는것 같네요.

게임을 하면 쾌락의 정도가 커서 어느정도는 저 책의 저자가 말하는 동물뇌 (대뇌 전연부의 고등적인 사고 없이, 단순하게 쾌락 위주의 변연계 위주로 활동하는 뇌) 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봅니다만, 비단 그것이 게임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을 적절히 조절해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게 바람직한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고 봅니다..
안철희
11/03/28 04:23
수정 아이콘
뭐 이론적으로는 잘 모르고 관심도없지만
게임을 많이하면 청소년들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건 명백한 사실이죠
대학생이 하루종일 게임을하든 뭘하는 그건 본인 마음이지만
신체적으로 덜 자란 청소년에게 명백하게 해를 끼치는 게임을 제한한다는 발상은
잘못된게 아니죠
강아지
11/03/28 09:22
수정 아이콘
꼭 공부못하는 것들이 핑계는 잘대죠
내가 게임만 안햤다면
내가 학원을 하나만 더 다녔다면
11/03/28 09:35
수정 아이콘
어차피 게임뇌 이론이건 뭐건, 과학적인 근거 따위는 개나 줘버린지 오래입니다.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죠.
'게임중독' 이라는 말부터 이미 모순인데, 다른 것들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원래 '중독'은 의사의 진단이 나오기 전에는 판명할 수 없는건데, 비정상적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전부 게임중독으로 만들어놓고,
그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다 보니, 저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갖다붙이는거죠.
애초부터 게임뇌 이론이라는걸 처음 들었을때, '게슈탈트 붕괴현상' 하고 똑같은 종류의 용어로군.. 이라고 느꼈습니다.
벤카슬러
11/03/28 13:17
수정 아이콘
첫째. 연구 대상인 게임에 대해 무지하고,
둘째. 과학적인 순서조차 따르지 않았으며,
셋째. 게임과 스포츠의 뇌파 중 스포츠만 좋은 것으로 해석하는 등 논지가 엉터리다.

명쾌한 대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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