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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7/31 12:50:40 |
Name |
불나비 |
Subject |
어떤이의 괴물 영화평 (스포일러 주의) |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대로 영화 '괴물'은 최고의 영화였다.
그리고 항상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나에게도 이 영화는 최고였다.
하지만 분명 이 영화는 30대 이상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누구나 맘 편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더더욱 이 영화는 훌륭하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고 몰려나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20대였지만 그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액션이 어쨌냐느니, 감동이 덜했다느니, 좀 어렵다느니 등등 각자의 감상들에는 다 이유가 있어보였지만 그들은 영화의 본질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분명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20대들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게 되고, 무관심하게 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영화 '괴물'은 액션 영화도 공포 영화도 시사풍자 영화도 아닌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라면 퓨전 장르의 영화였기에 감각적인 액션이나 찐한 멜로에만 익숙한 20대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일 이 영화를 괴물이 출현하는 액션 영화로 기대하고 본다면, 훌륭한 CG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불에타는 괴물이 불탈때 영상에서 불과 몸이 따로 놀았다는 것이나, 리얼하게 묘사되었으면 하는 괴물이 사람을 삼키는 장면이 끊긴다는 점, 피가 낭자하길 원했던 장면들이 많이 삭제되었던 점 등등 헐리우드 액션 괴물 영화에 비해서 괴물 영화의 진수를 느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본다.
더구나 첨단 과학 무기가 난무하는 요즘 시대 영화에 익숙한 세대에게 가족들이 들고나온 무기인 화살, 화염병, 쇠파이프로 요즘 세대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화염병도 던져 본 사람만이 안다고, 마지막에 보여준 박해일의 비장한 싸움에 감동한 것은 아마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익숙하게 염병을 던져본 세대들이었으리라.
결국 이 영화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한겨레21에서 나온대로 주인공 괴물은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를 상징할 수도 있다.
아니면 분단된 한반도가 만들어낸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불합리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
포르말린을 강에 퍼뜨려 괴물을 만들고 괴물에 치명적인 병원체가 있다고 하여 남한을 전시체제로 만드는 미국이 분단의 원인과 천민 자본주의를 만들어낸 원흉이라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멀쩡한 사람을 보균자로 만들고, 정작 문제의 본질인 괴물은 그대도 방치하고 있는 한국 정부 역시 한국 서민에게는 압제자일 뿐이었다.
검문서에 배치된 비리로 얼룩진 한국 공무원들이나 엉성하기 짝이없는 경찰의 보안능력 등등
무능한 한국 정부의 관료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한국의 진보세력,,,
봉준호 감독은 한국 사회 분단과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 한국 사회 국가기구의 무능력함을 '괴물'이라는 영화 속에 모두 담아내려 하고 있다. 이는 정말로 어려운 시도였지만 그는 훌륭하게 해냈다.
영화의 주요 테마라고 제기된 '가족'에 대한 해석 역시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기존 미국 헐리우드 영화들이 가족의 눈물겨운 상봉으로 전형적인 감동의 도가니를 연출했다면, 이 영화는 딸 현서의 죽음을 통해 헐리우드 가족 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결말을 연출해낸다.
현서의 죽음과 더불어 버려진 아이와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박강두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애라는 한 발 더 나아간 주제의식을 옅볼 수 있다.
훌륭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무거운 내용을 보건대 이 영화는 아쉽지만 왕의남자와 같은 히트를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하다.
상당히 제작비를 많이 들인 것에 비해 본전을 못 뽑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다시 이런 영화를 볼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더욱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일단 잘나가고 있으니 관객을 믿을 수 밖에 없겠다.)
단 이 영화를 이해 못하는 20대들을 보면 조금은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 자본주의 미래를 바꿔낼 사람은 386의 운동권 세대가 아닌 마지막에 활시위를 당긴 20대 박남주(배두나)라는 것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 20대에는 단절된 과거로 다가가는 이 시대가 정말로 아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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