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본좌 vs others
나는 ‘황제’ 임요환으로부터 시작해 ‘천재’ 이윤열, ‘괴물’ 최연성, 그리고 지금의 ‘마에스트로’ 마재윤으로 이어지는 이름 없는 아우라를 (그 어원이 어찌되었든) ‘본좌’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본좌’의 자리를 향해 고속 질주를 했으나 팬들의 인식에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하지만 또 다른 의미의 포지션을 만들어낸 이들이 있다. 이를테면, 박성준, 강민, 조용호, 박정석 같은.
본좌 vs others
‘부자환상’에 빠진 이시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재산이 얼마면 부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다면 어떤 대답을 쏟아낼까.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대략의 수치가 있겠지만, 그 수치의 이면을 뜯어보면 결국 ‘나는 이 정도 돈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주관적 생각의 발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본좌’에 관한 일련의 의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본좌의 정의라는 것이 주관적이라면, 한 번의 내려씀으로 확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최소 3개월 이상 승률이 70% 이상이었다든지, 양대리그 우승이라든지 하는 숫자놀음으로는 더욱 설명할 수가 없다. 누군가 “본좌는 최소 1년간 65%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64%의 승률을 가진 누군가는 본좌가 아니라는 말인가? 또 다른 누군가 70%의 승률을 요구한다면, 65%는 본좌 논쟁에서 퇴출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혹은 누군가 “최소 양대리그 우승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면, 이윤열의 팬이 “그랜드 슬램 달성이 본좌의 척도다”라고 말할 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도 하다.
나의 본좌
나는 위에서 명시한 본좌의 라인업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점을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이 이미 본좌가 되기 전부터) 본좌들의 경기를 대하는 나의 관심은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그리고 마재윤의 승리 방정식이 아니었다. 나의 안테나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그리고 마재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래서, <네오포비든존>에서 ‘영웅’ 박정석이 임요환을 이겼을 때, <채러티>에서 ‘몽상가’ 강민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이겼을 때, ‘투신’ 박성준이 <노스텔지어>에서 최연성을 이겼을 때, ‘신동’ 조용호가 <라이드오브발키리>에서 마재윤을 이겼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미 준본좌가 되기 전부터) 박성준, 강민, 조용호, 박정석의 경기를 볼 때에는, 이들이 어떻게 상대를 요리할까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박성준 선수의 미칠 듯한 전투력, 강민의 거짓말을 참말로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전략, 온 맵을 뒤덮는 조용호의 생산력, 그리고 박정석의 카타르시스. 이들의 경기는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었고, 그 방법론에 환호하고 싶었다.
‘본좌’를 가르는 나의 기준은 이렇다. 지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본좌, 이기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준본좌. 그리고 이런 분류의 결과가 그럴싸하게 느껴지고 있다. 그래서 ‘대인배’ 김준영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나는 김준영이 어떻게 이기는지보다, 누가 김준영을 꺾었는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 퍼플레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03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