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 6홀을 뒤로하고 마지막 7,8홀을 보러 간다. 상대적으로 볼 것이 없는 7,8홀은 한국 레벨5, 아크 시스템 웍스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라인업이 빈약하다. 후다닥 구경하고 인디게임 부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는 거의 지친 상태였다. 다시 신주쿠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우지끈.
■ 레벨5
아무래도 4,5,6홀에 메인 게임들이 모여있다보니 레벨5 부스를 비롯한 7,8홀은 사람들이 없어서 더욱 한적한 느낌이다. <레이튼 교수 시리즈>, <니노쿠니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레벨5. 회사 설립 25주년이 되었하는데, 그렇게 오래된 회사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둘러본 부스들과는 달리 메인 스테이지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없었고 부스 뒤쪽으로 가야 게임 시연을 할 수 있는데 시연을 하는 사람보다 스탭들이 더 많이 있는거 같았다. 비즈니스 데이라 그럴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쪽 홀 자체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부스나 행사 등이 없다보니 더욱 쓸쓸해 보이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는 부채 또는 간단한 전단지를 나눠주는 편인데, 레벨5는 책자를 나눠줘서 뭐지?라고 생각하며 살펴보았다. 설립 25주년 기념 책자인데 생각보다 읽을 거리가 많다. 자사 인기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소장 가치가 있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삼성전자
도쿄게임쇼에 삼성전자가 빠지면 아쉽지. 게임과는 아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삼성은 언젠가부터 GDC를 비롯해서 게임즈컴, 차이나조이, 도쿄게임쇼, 지스타 등 국내외 유수한 게임쇼에 부스를 차리며 적극적으로 자사를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스토어에 이어 3번째로 가장 큰 규모라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보니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 보여서 언젠가는 잘 되겠지라고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 한국 부스 그리고 P의 거짓
삼성전자 부스 옆에는 한국 공동관이 있다. 일본 시장을 노리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중소규모 게임사들이 함께 모인 이곳. 일본 게임 시장이 유독 난이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그 어려운 시장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꿈꾸는 업계인들을 보며 자랑스러움과 더불어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님블 뉴런의 <이터널 리턴>이 한국 공동관에 자리잡고 있었다. 코스어를 담당하시는 분이 일본분인줄 알았는데, 한국분이셨더라. 한국말로 말해주시길래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수고하세요!라고 말을 꺼냈다.
한국 공동관 반대편에는 프로젝트 문의 <림버스 컴퍼니>가 엄청난 규모의 부스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림버스 컴퍼니>가 이정도 규모였단 말인가? 부스까지 낸 것을 보면 일본에 시장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거나 혹은 이미 일본에 상당수 팬층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게 된다. 나중에 들어보니 퍼블릭 데이때는 시연을 하기까지 최대 6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지만, 그것은 별개로 생각하더라도 이렇게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모습은 매우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망의 <P의 거짓>. 이미 국내외 여러 게임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네오위즈의 신작 <P의 거짓>이 도쿄 게임쇼에도 출품이 되었다. 별도 부스를 만들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나 일본에서 유통을 맡고 있는 '해피넷'의 부스에서 다른 타이틀과 함께 선보이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이 어느샌가 대세가 되어버린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분야로 진출하는 회사가 많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솔 타이틀을 만들었다는 거, 그리고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게 자랑스럽다. 비록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아니지만,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네오위즈에 대해 (회사의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잘한다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모바일에서 벗어나 장르도 보다 다양하고 플랫폼도 확장하는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한다.
이번 도쿄 게임쇼가 어찌보면 코로나로 숨죽였던 일본 게임 회사들의 신작 쇼케이스 무대였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내 게임 회사들의 기회와 가능성을 살펴본 자리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제 굿즈를 사러 움직여야지. 캡콤, 스퀘어 에닉스, 스퀘어 에닉스 뮤직, 코에이 테크모 등 회사 차원에서 직접 굿즈 판매 부스를 별도로 만들어 판매하는게 특징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도쿄 게임쇼 한정 굿즈를 판매한다는 거. 그게 가장 매력적이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코지마 프로덕션. 도쿄 게임쇼에 게임 등은 선보이지 않았으나 친절하게도 굿즈 부스를 따로 만들어 코지마 프로덕션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사고 싶은 굿즈들이 몇몇 눈에 보였으나 일단 참는 걸로. 스퀘어 에닉스는 일반 굿즈를 판매하는 스퀘어 에닉스 오피셜 굿즈 샵과 음반을 파는 스퀘어 에닉스 뮤직 샵 이렇게 2개의 부스를 차렸다. 개인적으로 뮤직샵이 맘에 들었는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킹덤 하츠 시리즈 등 스퀘어 에닉스에서 출시된 게임들 OST를 팔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도쿄 게임쇼 한정 LP가 있다는 것에 눈이 돌아가기 갔다. 돈은 충분하니 제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으나 아쉽게도 빠르게 품절이 되었다고 한다. 슬프다. 그나마 코에이 테크모 샵에서 아틀리에 시리즈 굿즈 몇개 산걸로 만족한다.
이제 다시 신주쿠로 돌아갈 시간이다. 올해 한신 타이거즈가 센트럴 리그 우승을 하면서 떠오른 건 2005년 재팬 시리즈의 33-4 사건이었다. 당시 맞붙었던 상대팀이 치바 롯데 마린즈였는데 4경기 동안 33점을 내는 동안 한신 타이거즈는 단 4점만 내면서 33-4 사건이라 불리는데 올해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니 그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과연 한신 타이거즈는 일본 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올해 도쿄 게임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본다. 코로나 종식 이후 전면 확대된 시점이자 역대 최대 규모라고 사전 홍보를 하였는데 오바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직접 오고 나서 보니,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작들을 실컷 보여줄테니 마음껏 아쉬움 없이 체험하고 가라고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온라인과 함께 병행되면서 전통적으로 부스를 내던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는 부스를 내지 않았다는 점은 살짝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이해를 해야하는게 코로나로 인해 전통적인 형태의 게임쇼가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는거, 그리고 기업들의 비용 절감, 더 많은 유저 참여 등을 위해서는 온라인이라는 채널도 무시못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게임쇼의 본좌라 할 수 있는 E3가 사라지면서 흔히 알고 있는 글로벌 레벨의 게임쇼는 이제 매년 3월에 열리는 GDC, 7월의 차이나 조이, 8월의 게임즈컴, 그리고 9월 중순에 열리는 도쿄 게임쇼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도쿄 게임쇼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게임쇼가 가야할 길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신작 게임들을 보고, 특히 한국 게임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면서 업계인으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스스로도 우리 회사 게임도 좋은 게임을 가지고 출품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게임 업계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들었다. 내가 그래서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고, 앞으로도 게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일 믿고 가야지.
2024년 도쿄 게임쇼에서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