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더>는 어쩌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가느냐, 혹은 모르고 가느냐에 따라 인상이 극명하게 달라질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어느 정도는 알고 갔었구요.
<더 파더>의 큰 이야기는 결국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돌보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어떤 분들은 이 영화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더더욱이요. 그건 철저하게 영화가 1인칭(에 가까운) 시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철저하게 주인공인 '앤소니'에게 초점이 맞춰져있고, 다양하게 꼬여버린 사건과 인물들이 철저하게 '앤소니'의 시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이 처음 들어선 관객에게는 마구잡이로 꼬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같은 행동, 같은 말들이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는 형태에서 더더욱이요.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처음 들어선 관객들에겐) 미스터리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반대로 영화에 대해 조금 사전 정보를, 무엇에 대한 영화인지 인지하고 가신 분들이라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그닥 감정적이지 않다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앤소니'를 동정하지도, 연민하지도 않습니다. 철저하게 그저 그런 일들이 있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1인칭이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더라도 감정 이입에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영화는 이 사건들을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이 무너져 내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올리비아 콜먼도, 이모겐 푸츠도, 루퍼스 스웰과 마크 게티스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결국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건 안소니 홉킨스라는 배우의 무게감이겠죠.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신경질적이며, '조금 별난' 아버지 역할을 엄청나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의 연기까지. 엄청난 연기를 선보입니다. 결국 스스로 겪는 혼란과 무너져 내림의 여파까지 감당해내는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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