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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1 01:00:28
Name EndLEss_MAy
Subject [일반] 저희 성당 신부님의 선거에 대한 강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천주교는 정의구현사제단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여러번 낸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2년 전 지방선거가 임박하였을 때 저희 성당 신부님의 강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전 강론이라 토씨 하나까지 정확하기는 힘듭니다만, 워낙 강렬하게 남은 강론이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다만 주의하실 것은, 곳곳의 접속사와 몇몇 부분이 제 기억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며,
기독교적 서술이 여러군데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만,
미사책에 메모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곳에 알립니다.

너무도 공감했던 강론이기에 소개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건강한 투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은 제가 기억하는 강론 내용입니다.

"...(중략)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사실, 총선이든, 대선이든, 그리고 이번에 닥치는 지방선거이든,
천주교 신자라면 투표를 할 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잠시 우리의 본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세례를 받은 의미, 기도하는 의미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부자가 되기 위하여 기도하십니까?
다른 이의 존경을 받게 해달라 기도하십니까?

우리가 주님에게 신앙고백을 한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대한 의무를 수락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이를 돕는 것,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맞서야 하는 것,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것 등...

부자가 되기 위하여 세례받으셨습니까?
존경을 받기 위하여 세례받으셨습니까?

아니요. 우리는 주님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세례받았습니다.

다른이를 위하는 삶, 어려운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삶, 주저 앉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꺼져가는 생명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는...(잠시 침묵)

다른 이의 잘못을 내 형제의 잘못이라 여기고 용서하며, 분노를 사랑으로 바꾸고, 길가의 잡초 한 포기마저 사랑하여야 하는...

그런 힘겨운 책무를 맡기 위하여 세례받은 것입니다.
세상의 고통을, 다른이들의 고통을 나누며, 우리의 등에 힘든 짐을 짊어지기 위하여 세례받은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낮은 곳에 임하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능력을 지니지는 못하였으나, 그들과 고통을 나눌 수는 있습니다.

서로의 힘겨운 삶을 나눕시다. 그 나눔은 기쁨이 되고 기쁨은 기도가 되어 주님께 바쳐질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형제 자매께서는 고통을 나눌 수 있고 어려운 이를 돌볼 줄 알고, 자연을 지킬 줄 아는 후보에게 표를 주시길 바랍니다.
모두를 사랑하라 하였으나 사람의 선거이기에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 집니다.

주님의 죽음은 모두가 패배라 여겼지만, 부활하여 승천하심으로서 영원한 승리를 얻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의 승리는 주님을 닮는 것부터 시작하며, 선거의 승리는 주님의 말씀에 버금가는 후보를 뽑는 것이 시작입니다.

사랑하는 **성당 교우여러분, 주님의 승리에 동참하기 위하여 깊은 기도 뒤에 올바른 투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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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chless
12/04/11 01:03
수정 아이콘
이래야 내 천주교지!
12/04/11 01:04
수정 아이콘
어떤 종교랑 어쩜 이리 다를까요...
12/04/11 01:14
수정 아이콘
진짜 신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 같네요. 참 인상적입니다.
12/04/11 01:26
수정 아이콘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도덕적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일치공감하고 감동할만한 강론입니다. 종교와 상식의 교집합은 귀하디 귀한 가치지요.
12/04/11 01:41
수정 아이콘
종교의 가치는 이성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순수성의 잣대로 판단해야한다 생각합니다.

종교가 비난 받아야할 땐
성서가 이성적, 논리적 가치를 가지지 못할 때가 아닌,
그 순수성의 가치를 배반할 때라 생각합니다.
마치 사랑과 비슷하게요. 사실 그게 종교가 말하고자하는 바일테고요.

얼마전 기독당 홍보물에서 나온 공약보고 참... 많이 답답했는데,
좋은 강론 잘 보았습니다.
오늘도데자뷰
12/04/11 01:49
수정 아이콘
에휴...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대형 교회 목사님들은 안하시니...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낭만토스
12/04/11 02:43
수정 아이콘
진짜 저런 예배...아니 천주교니깐 미사라고 하겠죠?
아무튼 저런 미사라면 저도 다니고 싶을 정도네요.
저런 좋은 말씀 하시는 분들이 모 종교의 윗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S.hermit
12/04/11 06:14
수정 아이콘
개신교인으로서도 공감이 참 많이 가는 글이네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개신교의 교리나 성경에서 말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교회(특히 대형교회 혹은 개신교의 주도적인 목소리)의 가르침은 그렇지가 못하니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Kingfish
12/04/11 07:17
수정 아이콘
"지금의 나"가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부족한거 없이 원하는거 다 이뤄지고 잘먹고 잘살게" "해달라"고 투자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대중성에 호소하고 인기 얻는 성직자들이 세를 불리고 타락하고 그러는거죠. 거기다가 성과급이면 현상에 더 가속화가 되는거고...
Locked_In
12/04/11 08:20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근데 왜 같은 신을 모시는 어떤 종교의 소수 정신나간 양반들은 빨갱이 빨갱이 외치면서... 참...
12/04/11 10: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번주 주일 저희 교회 목사님 설교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 놀랐구요. (저희 교회 목사님은 꼼수 애청자 이십니다 크드)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해져 보이는 부패하고 경직된 교회 및 종교권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 새 바람이 부는 것 같아 기쁩니다 ^^ [m]
DragonAttack
12/04/11 16:38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비종교인이지만 뭔가를 얻고 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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