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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29 23:20:59
Name nickyo
Subject [일반] 잔혹한 건축대기업의 비즈니스와 법률의 공허함.

신도림에는 멋들어진 주상복합 시티가 있습니다. D모산업의 결과물이죠. D모 산업은 이 신도림이라는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사운을 걸고 이 주상복합시티를 건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가지요. 너무나 그럴싸하고 좋은 홍보내용과 나쁘지 않은 가격에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일평생 모은 돈으로 강남권에는 들어가기 어려우니 그럴싸한 집 한채 장만하려는 서민과 중산층 사이의 애매한 계층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 거대 건설사들과 다르게, D모 산업의 건설은 거대한 주상복합 시티를 짓기에는 자금력과 기술력에 난조를 겪게됩니다. 결국, 시공을 제대로 하기전에 제대로 통보,동의조치 없이 '사측사정'에의하여 설계를 바꿉니다. 계약을 건 계약자들은 집단으로 반발합니다. 시작부터 삐그덕거렸죠. 변호사와 감정사를 고용해서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기업프렌들리'정책 덕인지, 혹은 대한민국 정계와 건축업계의 영혼의 투톱 패시브 시킬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지 말아야 할 시공허가가 났습니다. 담당 구청에 아무리 항의를 해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구슬려 먹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랬다고 합니다. 하하. 담당 공무원 부처 몇 분들은 영전을 가셨다나 외제차를 뽑았다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떠돌던데, 그건 제가 뭐 그분들 통장 내역서나 명세서 영수증이 없어서 모르곘습니다.




이미 건설이 시작된 상태에서, 계약자들은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이미 계약금으로 대부분이 여유자금이 아닌 정말 피땀흘린 돈을 부은상태. 차라리 그렇게라도 제대로 짓기를 바래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기존 계약시의 설명과는 다른 마감재, 건축자재를 가져다 쓰고, 공사중에 비가왔는데 비가 그대로 스며들어 버립니다. 이미 설계의 무단변경에서 위기감을 강하게 느낀 계약자들은 그러한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며 지속적인 항의를 하지만, 기업에서는 사람을 써서 출입을 봉쇄하고, 항의를 묵살합니다.



그 이후는 뭐 아주 대한민국 공식마냥 흘러갑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항의는 묵살, 공사 강행. 법적으로 싸워보려하지만 몇몇의 회유책과 이간질 책(말도 안되는 조건에서 조금 더 나은조건을 보장하는대신 그냥 입주하라는 일종의 책략들. 이자를 없애준다던가 따위의.) 그리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기 위해 만드는 말들과 증거를 채집하지 못하게 하기위한 방해 등. 일개 서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비즈니스의 힘 앞에 무너지지요. 결국 완공이 되고 입주자를 받는 순간까지도 비가 새고 방음이 제대로 안되며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의 난항을 겪으며 무사히 오픈을 하게 됩니다. 재밌는건, 상가의 완성도에비해 주거타운의 완성도가 낮았다는 정도. 그리고, 이렇게 맘대로 해도 잘 굴러가는게 비즈니스 기업프렌들리라는것 정도.



안타깝게도, 우리집을 포함하여 평생 번돈 부은 집들은 아마 계약금을 날리게 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그런 집에 사는 집을 팔아서 이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투기가 목적이었겠거니 하겠지만, 집한채 팔고 집한채사는게 투기가 되는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합니다. 집이 두채가 되는것도아니고. 일평생 맞벌이해서 집한채 못사는 사회라면, 자본주의 때려쳐야죠. 엄마나 아빠나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번을 못간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이슈화는 거의 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마치 언론에서는 투기꾼들의 과욕이라는 식으로 찍어내보냈죠. 재밌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30만원 짜리 집에 사는 사람을 괴롭히는 월셋방 주인에게는 연대와 분노를 외치면서, 1억 계약금을 내야하는 집에는 쌤통이다를 보내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뭐 시민단체나 대학생들의 관련 연대따위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이슈화 자체도 안됬거든요.


지금 아마 남은 미 입주자 계약주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약시에 비해 얼마나 설계변경과 자재변경이 일어났는가, 어떤 하자가 발생했는가를 증명하려면 1년 반이 걸린다네요. 심지어 감정사를 데리고요. 문제는, 의료소송과 마찬가지로 D 건설 측에서 감정사 하나 구슬려서 아니라고 반박하면 판사는 판단이 어렵다고 합니다. 뭐, 이것때문에 2년동안 불면증에 가까이 시달리던 부모님께서는 이제 체념한 듯 합니다. 그저, 제게 공무원이 되라며 일말의 희망을 걸고계실뿐이죠.




잘 모르겠습니다. 내 상식으로는 계약이라는게. 심지어 입주자가 '돈을내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게. 나는 햄버거집에서 고기를 빼고 주면서 우리 사정으로 바뀐거임 먹어 했을때 돈내고 먹을사람이 얼마나 있나 궁금합니다. 내가 손님이라면, 스시집에서 생선살이 없으니 스시를 시켰는데 와사비에 간장과 밥을주면 주방장의 얼굴을 도마에 찍어버리고 싶을 거 같아요. 저희 사정으로 드릴수는 없지만 돈은 다 주셔야합니다. VAT포함 팁도 포함이요 하하.



변호사분들께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이 소송이 얼마나 힘든지 잘 설명해 주셨다고합니다.
재밌지 않나요?

법치국가에서는 법 앞에 평등해야하는데, 상대가 '대기업'이기에 불리하다고 설명해야하는 상황들이.
사안에 무리가 있어서 불리한게아니라, 대기업이라 불리하다는 이야기에 실소가 터집니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법률이고, 그게 비즈니스라는것에 더.



엄마한테 공무원대신, 슈퍼거미를 찾아서 거미한테 물려야겠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혹은 어딘가에 있을 악마의 열매라도 먹어야하나봐요.
개인이란, 즈려밟히라고 있는거죠 뭐. 비즈니스사회 자본만세! 저는 좌빨이 아닙니다!

80만원의 비정규직도, 1억의 계약금을 가진 시민도, 결국은 약자지만
질투란 사람들을 어떻게 소외시키는지
흔히 말하는 진보나, 연대나, 그 반대진영이나
결국 이런거지. 하게되는 밤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돈 꼭 많이 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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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파이
12/03/29 23:26
수정 아이콘
선분양제는 진짜 없어져야 할 악습이예요.
집 하나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을 울리는 게 대체 얼만지 셀 수조차 없네요.
속상하실 텐데 댓글들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12/03/29 23:27
수정 아이콘
솔직히 디큐브 시티 만든 기업이 대기업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지들이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
(디큐브 들어가시는 분들도 무슨 대통령급은 아니더라도 어디서 기죽고 다닐 분들은 아닐텐데 말이죠)
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그 수준의 기업이 이런 파워를 낸다니..

우리나라 기업 프랜들리가 그 수준인가요 -_-? [m]
jjohny=Kuma
12/03/29 23:34
수정 아이콘
이래서 거래는 되도록 직접 물건을 보고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ㅠㅠ 정말 안타깝네요.

p.s 그런데 대성산업 정도를 대기업이라고 하던가요? [m]
WestSide
12/03/29 23:45
수정 아이콘
D모산업.. 우리 회사인줄 알고 뜨끔했습니다...........
포켓토이
12/03/29 23:47
수정 아이콘
대성산업 2011년 매출 1조 2천 6백억..
업계 특성상 매출이 높긴 하지만.. 이 정도 매출이면 충분히 대기업이라고 부를만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1000대 매출 기업에 끼려면 대충 매출이 2000억을 넘기면 됩니다.
대성산업은 한 300위쯤 되겠군요.
자유수호애국연대
12/03/29 23:50
수정 아이콘
아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반복될, 대한민국의 역사로군요.

위로해드릴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같이 씁쓸해할밖에...
12/03/29 23:50
수정 아이콘
지난 주에 쇼핑 다녀온 곳인데....
근처 다닐때마다 신기해서.. 아 다른 의미는 아니고 제가 어렸을 적 까지만 하더라도 신도림은 공장 지대였는데
이렇게 고급 빌딩이 들어오는 동네가 되었네 하며 쳐다보곤 했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네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신도림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동네일이라서 신기해하며 기사나 보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오목교의 하이페리온... 이라고.. 아마 무단 설계변경으로 주민들이 소송을 냈었고 일부 승소를 했다는 것 같았었는데... (정확치는 않.. ㅠㅠ)
아무쪼록 nickyo 님 집안 일도 잘 해결되시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12/03/30 00:05
수정 아이콘
한심한푸념에 따스한 위로의 말씀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내일도 좋은하루 맞이하시고 평안한 밤 되셔요.
저글링아빠
12/03/30 00:17
수정 아이콘
일단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잘 마무리되시길 기원합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는 것은 오지랖의 영역에 해당하기에 꺼려집니다만,
공개된 게시판에 적으신 것은 여러 의견을 들으시겠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더 적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신 일은 사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위에 어느 분께서 말씀하신대로, 선분양을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느 정도 항상 잠재하는 위험이자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선분양 후 설계나 시공변경의 범위에 대하여 엄격한 규제가 되지 않고, 그것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단 질러놓고 나중에라도 돈으로 무마하는 편이 중간에 고꾸라지는 것보다는 낫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저도 이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선 안되리라고 보고, 법제와 업계의 실무관행이 모두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문제 투성이이지만,
이 일이 건설"대기업"의 횡포라거나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부 탓이라고 쉽게 돌려버리기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사실 이런 류의 막가파식 시공과 그로 인한 소비자피해는 유명 대건설사(삼성, 현대, 엘지, 대림 등등)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편이고,
설계와 시공실시 능력이나 자금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건설사들의 경우에 더 자주 일어납니다.
건설사도 아닌 그냥 건축사무소에서 짓는 그 이하의 건물 시행-설계-분양-시공은 아주 더 아수라장이구요.
마트에서 물건 살 때보다 재래시장에서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더 크고, 대기업 제품보다 중소기업 제품을 샀을 때 광고와 실질의 괴리가 더 클 가능성이 높은 거랑 비슷한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제품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그나마 대기업이 낫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이 사건도 사실 글에서 언급하신대로 시공능력과 자금동원력이 모두 떨어지는 곳이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가
건설-분양시장 불황과 금리 상승이란 틈바구니에 끼여 외통에 몰리자 알고도 저지른(?) 일에 가깝지,
대기업이 금력을 동원하여 횡포를 저지른 형상에 가깝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더 나아가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탓..은 뭐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건설업계의 이런 관행이란 정부를 누가 이끌었냐와 아무런 상관 없었기에 말이죠.

항상 푸념도 좋지만, 정확한 문제의 원인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으면 문제의 해결도 요원해진다 생각합니다.
법이 공허하다는 말이 피해자인 소비자의 입에서 나올 정도로 건설에 관련된 법률환경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참 유효한 지적입니다만,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어디를 비난해야할 지 포인트를 놓치셨던 건 아닌가 싶네요.

마지막으로, 건설회사를 상대로 한 건설관련 소송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담당 변호사가 거기서 나아가 상대가 대기업이라 이겨야 할 사건을 못이긴다는 식으로 말했다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대기업이 감정인을 구워삶아 결과를 마음대로 할거란 식으로 이야기한 변호사와는 같이 일하실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건설업계가 아수라장이고 건설법률환경이 아직 정비되지 못한만큼 건설 사건을 다루시는 변호사들도 이런 저런 분들이 유난히 많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시는 입장이 되셨지만, 외양간 고치는 분이라도 잘 만나셔서 약간이라도 금전적으로나 마음으로나 위안을 얻으실 수 있는 결과에 이르셨으면 좋겠네요.
jjohny=Kuma
12/03/30 00:19
수정 아이콘
사실은 저도 이 리플과 거의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하고 싶었습니다.
(nickyo님께서 많이 상심하시기도 했고 저도 제반지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좀 망설여졌지만...)
내일은
12/03/30 00:58
수정 아이콘
플랜트 같은 특수목적용 건물도 아니고 백화점 같은 상업용 건물이나 아파트 짓는데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찾아보니 작년 도급순위는 86위 군요. 이 정도면 우리나라 건설계에서는 양호한 축에 속합니다. 이보다 훨씬 순위 떨어지는 건설사들도 건물 잘만 짓습니다. 그러니 기술력이 부족해서 건물을 못지었다기보다 (애초 능력이 안됐다고 보기보다는) 자금쪽 문제 (이건 성의의 영역이죠) 인걸로 보입니다.

선분양제는 정말 문제가 많은 제도인데... 후분양제를 하면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 외에 중소전문건설사들은 은행에 의존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은행은 손쉽고 확실한 장사만 원하지 자체적으로 투자요건 분석해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업 지원 기능이 사실상 없다보니... 이것 참.
12/03/30 10:07
수정 아이콘
D산업은 대기업 맞습니다만..;; 다른거 다 차지하고서라도, 신도림의 그 노른자위 땅이 전부 다 그 회사 자산... 연탄공장 자리였죠.
(근데, 관심이 생겨서 찾아봤더니, 온갖 악재로 인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와중이긴 하네요;;)
제가 신도림 옆동네에 살아서, "야.. 이제 우리 동네에도 이런데가 생겼구나~" 하고 좋아라만 하고 있었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을줄이야...

기업 상대로 싸우는거 힘들죠. 승산도 적고... 대기업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만 돼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기분일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여론몰이를 이용해 싸우게 되는데, nickyo님의 케이스는 여론도 별로 호의적이지 않으니...
힘내세요.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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