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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1 22:18:32
Name 로렌스
Subject [일반] 불쾌한 저녁 식사


오늘 지인들과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한 순대국집에 방문하였습니다.
순대국집안에 외국인들이 모여 순대국을 들고 있더군요.
옆에 낯익은 음료가 보입니다. "어? 외국인들 막걸리 마시네"

외국인이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찰나 한 지인이 이야기 합니다.
"쟤들은 왜 와인이냐 양주같은거 안먹고 막걸리나 마시고 있냐"
"양주는 비싸고 막걸리는 싸구려잖아, 싼마이지 싼마이"

역사적인날 이런 문화 사대적 발언을 들으니 비록 애국자는 아니지만 기분이 팍 상합니다.
막걸리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소주 옹호를 시작했습니다.
본래 전통 소주는 양주와 마찬가지로 증류주이며 희석식 소주 개발을 통해 지금 우리가 부담 없이 마실수
있는 소주가 등장하였다. 대신 대중성을 얻지 않았느냐

설득이 통했는지 수긍하는듯 보입니다. 그런데 그 후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쟤들은 왜 별볼일 없는 서울로 관광온걸까? 한국 놀러올거면 차라리 제주도가 낫지 않냐?"

어떻게 본인이 살고있는 한 나라의 수도가 별 볼일 없는 도시로 비춰질수 있을까요?
비록 외국에 나가본적은 없지만 서울 정도면 볼거 정말 많고 상당히 재밌는 도시라 생각했는데,
그의 눈에 서울은 사람만 북적 북적 거리고 고층 빌딩만 가득한 그러한 도시로 보였나 봅니다.

얼마전 명동역에서 일회용 교통카드를 들고 즐거운듯 웃으며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을 보며
외국인에게는 정말 별것 아닌 일회용 교통카드 일지라도 신기한 기념품, 즐거운 추억이 될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크나큰 자부심을 느꼈던게 참 허망해 집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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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ire State Of Mind
12/03/01 22:21
수정 아이콘
일회용 교툥카드 甲은 대구죠.

칩..!!
정지연
12/03/01 22:25
수정 아이콘
원래 자기의 것은 소중한지 잘 모르는 법입니다..
바나나
12/03/01 22:26
수정 아이콘
자국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서양의 문화는 막연히 좋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반대로 저쪽나라들 가면 막걸리는 비싼 주류가 되죠;; 사대주의의 대상만 바뀌었지 변한건 별로 없어요
RuleTheGame
12/03/01 22:26
수정 아이콘
막걸리 관련해서는 이해가 되질 않네요. 관광을 갔으면 그 곳의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분은 그런 생각이 없나보군요.
(갑자기 어제, 부산에 온 선배한테 아웃백 가자고 했다가 욕 엄청 먹은 게 기억나네요 -_-;;)

서울 관련해서는 약간 이해가 됩니다. 저 같은 촌놈이야 서울은 신기한 곳이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곳은 그렇지 않을테니까요.
관광지로는 제주도가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몽키.D.루피
12/03/01 22:30
수정 아이콘
여행이 뭔지 잘 모르는 분 같네요.
Mr.prostate
12/03/01 22:35
수정 아이콘
딱히 사대주의라기 보단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라서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니까 그런 거죠.
전 대학로에서 몇년간 살고 있는데 우유 사러 쓰레빠 끌고 나가서 대명거리를 가득 채운 커플들을 보면
여기 지저분하고 먹을 것도 없는 동네에 뭐하러 저렇게 바글바글 몰려왔나 싶은 생각 자주 합니다.
12/03/01 22:37
수정 아이콘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죠.
똥꼬쪼으기
12/03/01 22:42
수정 아이콘
음... 친구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제가 예전에 그랬었거든요.
10년전 미국에 8개월 있었는데요, 거기서 체험한 광활하고 웅대한 자연경관과 입이 벌어지는 여러가지 놀이공원을 경험하고 나니
우리나라에 돌아와서는 거의 5년 이상을 여행, 관광을 다니지 않았습니다. 다녀 볼 맘이 안났으니까요.

그 지인들은 그들의 관광목적이 단순히 "자연경관" 정도로만 치부해서 그랬을 겁니다.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자연경관만 보는게 아닌데 말이죠.
12/03/01 22:53
수정 아이콘
일본 하라주쿠에서 일하고 있는 저도...
처음에는 희야~ 거리면서 감탄을 연발했지만.
이제는 그냥 동네의 한 곳일뿐인 별다른 감흥이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친구분들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우리것을 좀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생각하셨으면 하네요.

일단 일본에 국한되게 설명을 하자면 일본사람들 외국에 뛰어난 문화나 자연경치 때문에 관광 가는게 아닙니다.
그 나라의 것을 그냥 느끼고 체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 예전 모 광고 멘트 같았었는데 격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Smirnoff
12/03/01 22:57
수정 아이콘
소주가 희석식 소주가 된 건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그건 논점을 일탈한 것 같고..

막걸리를 싸구려 취급하는 지인분의 생각은 죄송하지만 무식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걸리가 싼 건 싸구려라서 싼 게 아니라 나라에서 배려해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쌀로 술 빚는 걸 금지하면서 막걸리시장이 한번 폭삭 망하고 싸구려 막걸리만 판을 치던 때는 있었지만 막걸리 붐이 한 번 일고 난 후인 지금은 그때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가장 유명한 장수막걸리(사실 이 쪽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나 최근 인기를 모으는 국순당막걸리 외에도 지방의 작은 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들도 마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고 배상면주가에서는 아예 서울에 양조장을 몇 개 차리고 손님들을 불러모으기도 하고 있죠.

전통주의 경우에는 주세를 경감해주고 있거든요. 맥주 소주업계에서 특혜라고 항의를 할 정도로;;

( <a href=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81709064123699 target=_blank><a href=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81709064123699</a> target=_blank>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081709064123699</a></a> 관련 기사입니다. )

그걸 감안해도 막걸리가 양주보다 싼 것은 물론 사실입니다만, 막걸리의 비교 대상은 양주가 아니라 맥주여야지요. 양주와 비슷한 체급의 전통주는 따로 있고..

싼 값에 맥주를 왕창 마실 수 있는 독일 가서 맥주 마시면 싸구려 먹는다고 까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독일 맥주만큼 우리나라 막걸리가 질이 좋은가 하고 물으신다면.. 막걸리에 관심 가지시는 만큼 좋은 막걸리를 만날 기회는 많아진다고 대답드리고 싶네요. 제가 작년에 전공수업에서 막걸리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마셔봤는데 막걸리라는 게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그 와중에 좋은 막걸리들도 꽤나 많았습니다. 위에서 서술한 이유로 인해 맛에 대비한 가격 역시 상당히 좋았구요.
취한 나비
12/03/01 22:59
수정 아이콘
원래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은 잘 잊는 법이니까요.
솔직히 1박2일 같은 방송 매체나 교과서에서 우리나라 자연경관 좋다고 하지만 대륙이나 천조국, 호주같은 곳과 비교해선 별볼일 없거든요.
그런 곳은 진짜 스케일부터가 다르니까요, 비교불가에요.
서울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서울은 쇼핑하고 먹고 자고 놀기에는 정말 편하고 좋은 곳입니다. 돈만 있다면 말입니다.
경치야 제주도보다 더 좋은 것을 자기들 나라에서 봤을텐데 외국인들 입장에선 서울이 더 즐기면서 놀기 좋아요.
12/03/02 00:06
수정 아이콘
어차피 양주도 그 나라에 가면 노숙자들이 싼맛에 들고 병나발 부는건데....
미국가서 만원넘어가는 참이슬 한병 드셔보면 생각이 달라지시려나요
12/03/02 00:14
수정 아이콘
원래 익숙한건 값어치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게 마련이죠...
그리고...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보면, 어디 호텔같은데서 먹는 양식에 와인 같은거야 거기나 우리나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나라에서 맛 볼 수 없는 그 나라 전통 음식을 찾게 되던데...;;
오늘도대략
12/03/02 00:23
수정 아이콘
관광지로 바라보는 서울이란... 어느 정도 공감은 갑니다.
유구한 역사를 반영하는 역사 유적지를 더불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강변의 경치,
그리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는 최첨단 시설은 물론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훌륭한 곳이지요.

허나, 관광객 유치에 있어 도시 이미지는 과연 마냥 훌륭하고 매력적일까요? 각기 다른 색감과 높이의 건물들,
안타깝지만 훼손되어 아직 복원 중인 수 많은 각종 유적지들을 비롯하여 근대화 과정을 거친 서울은 분명 매력은 있지만,
우수한 관광지로써의 역할은 아직 부족한 과도기 상태로 보여집니다. 세계적인 대도시라는 사실은 분명하지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특색은 과연 무엇일까요?
12/03/02 00:48
수정 아이콘
저도 오히려 외국인이 즐기기에는 제주도보다 서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 살면서 여행 몇 번 못가는 사람들이나 자연경관을 보고 감탄하는거지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감탄할지는 좀 의문이에요.

그리고 서울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충분히 신기한 게 많고, 즐길 게 많은 도시입니다.

유럽 여러나라를 다녀봤지만 도시 전체가 통째로 유적지 수준인 로마를 제외하고는
런던이나 파리에 비교해봐도 서울이 그렇게 떨어진다는 생각이 안들더군요.
비소:D
12/03/02 01:15
수정 아이콘
무식해도 정도가 있고 말에서 격이 묻어나는 법인데 참 경박한 지인이네요
리리릭하
12/03/02 05:13
수정 아이콘
관광의 이유를 굳이 대라고 했을때 도쿄, 뉴욕, 서울 같은 전형적인 미국 색채가 짙은 도시 들에 대해 거부감 많으신 분들에 대한 이해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의 문맥상으로 봤을때 그런 도회적 관광지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으로는 보이지 않는군요. ;; 개인적으로도 관광지를 굳이 대도회로 할 필요성이 있는가? 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라. 관광은 역시 대자연! 관광은 역시 바다와 산과 맑은 공기!
어떤날
12/03/02 09:24
수정 아이콘
1월 한달간 스위스에 업무차 있었고 그 뒤에 스위스 사람들도 서울 방문해서 잠시 있고 하면서 우리 나라의 관광거리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외국인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서울 자체가 워낙 큰 도시라서 그 크기만으로도 충분히 특이하고.. 강남의 고층빌딩들, 명동의 쇼핑거리, 남산타워, 고궁들, 한강 유람선, 인사동 거리 등등 생각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볼거리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워낙 익숙해져 있어서 못 느낄 뿐이죠. 또 스위스 사람들 말로는 주말에 DMZ를 갔다왔다고 하더라구요. 안 좋은 역사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보니 저것도 의외로 볼거리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은.. 우리에게 익숙한 거라고 해서 관광이나 볼거리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거죠. 먹거리도 마찬가지구요. (스위스 사람들이 의외로 우리 나라 커피믹스를 상당히 좋아하더군요 흐흐)
꿈트리
12/03/02 17:36
수정 아이콘
지인이 경험이 좀 없는 것 같네요. 경험이 많아지면 생각이 바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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