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1/19 23:14:29
Name 자이체프
Subject [일반] 기가 막힌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모 출판사가 <기획위원>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달아주고 (물론 4대보험이나 퇴직금 같은 건 없습니다) 기획및 편집 업무를 맡기면서 판매된 책의 수익금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했다는 겁니다. 대신 회사가 책정한 기준으로 손해가 나면 돈을 반환하는 방식입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회사가 책정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 요구에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15373.html

몇 년전에 이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문제가 많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실제로 몇 년 후에 폐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다음 기획위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관련 업계에 살짝 발을 걸친 입장으로 말씀드리자면 완벽한 사기이자 전형적인 악덕기업주의 모습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회사 기준에 만족시켜 줄 정도의 판매량을 보여주기는 사실상 어렵고, 사실 그 정도 기획력이면 자기 회사를 차리지 굳이 월급 받고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사에 나온대로라면 했던 업무는 사실 일반 출판사의 편집자나 기획자와 다를게 없습니다. 책이라는게 워낙 변수가 많아서 어떤 책이 잘 팔리고 안 팔릴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런데 손해는 눈꼽만큼도 안 보고 이익만 챙기려고 들다니 어이가 없다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릅니다. 물론 책 판매량이 저조할경우 눈치를 주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출판사도 책이 손해를 봤다고 편집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노예소리를 들어가면서 회사에 충성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안정'입니다. 그런데 그걸 보장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식으로 일을 시킨다는 것은 약자의 입장을 이용한 사업주의 얄팍한 '꼼수'입니다.

사실 출판업계는 높은 근무강도와 낮은 임금에 허덕거리는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업종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대부분의 편집자와 기획자들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하나로 묵묵히 일하는 순둥이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치졸한 방식으로 그런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다니 너무 너무 화가 납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그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망가지는건 생각하지도 않았나 봅니다. 저는 위즈덤하우스 대표가 이 문제를 사과하고 소송을 철회할 때 까지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절대로 사거나 보지 않을 겁니다. 책장에 있는 그 회사 책이 몇 권 있던데 내일 당장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만약 일을 할 기회가 온다고 해도 거절할 생각입니다. 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편집자들을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기대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까요.

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이렇게 화를 내는건 아마 최고은 작가의 사망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자판을 치는 손가락이 떨리네요. 날벼락을 맞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까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소송을 제기한 위즈덤 하우스의 연 모 대표님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저보다 연세도 많으실 것이고 사회적인 존경과 지명도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번 일도 나름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고, 손해본게 아쉬워도 괴물은 되지 마십시요. 지금도 충분히 많아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1/19 23:33
수정 아이콘
제가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본문의 글과 링크된 글을 읽어보면 정확한 내부 사정을 모르는 3자 입장에선 솔직히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링크된 글을 읽어 보면 계약하신 분들이 무척 불리한 조건이라는 걸 모르고 사기당하듯 계약한 것도 아니고 알면서도 자기 사정이 급하고 어찌 될것 같다고 생각해서 계약하셨다고 하니...
몽키.D.루피
12/01/19 23:35
수정 아이콘
뭔가 그냥 갑갑하네요..
자이체프
12/01/19 23:52
수정 아이콘
주환 님//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그걸 알고 계약을 한 편집자의 잘못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방식으로 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양자의 위치를 고려해봤을때 대단히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출판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고, 충분히 비난받을 일입니다.
PoeticWolf
12/01/20 01:53
수정 아이콘
편집자로서... 참... 씁쓸합니다. ㅡㅡ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4794 [일반] 영화 부러진화살에 대한 조국교수의 코멘트와 민사판결문 [38] 세미소사8177 12/01/19 8177 0
34793 [일반] 기가 막힌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4] 자이체프4267 12/01/19 4267 0
34792 [일반] 오늘 하이킥 보고 [29] 다음세기5996 12/01/19 5996 0
34791 [일반] 세계의 미스테리 탈옥 [13] 김치찌개7748 12/01/19 7748 0
34790 [일반] 대몽항쟁 1부 - 완. 고려, 항복 [16] 눈시BBver.26080 12/01/19 6080 3
34789 [일반] 곽노현 교육감 1심 판결 내용 (간단하게) [190] 슬라이더7145 12/01/19 7145 0
34788 [일반] 조갑제닷컴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돈상자 의혹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20] Mithinza6570 12/01/19 6570 0
34787 [일반]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3조300억 투자 [69] 마르키아르7189 12/01/19 7189 0
34786 [일반] 쿨타임이 찼으니 어김없이 뽑아보는 올해의 뮤직 Top 100 리스트(9) [6] hm51173404265 12/01/19 4265 0
34785 [일반] [드라마 추천] 빛과 그림자 보고 계시나요? [16] 수지4128 12/01/19 4128 0
34784 [일반] 서울에서 하는 '걷는 데이트' 가이드 -1- [26] 凡人6465 12/01/19 6465 5
34783 [일반] [경향신문] 예수교장로회, 이근안 목사직 면직 결정(내용추가) [28] Mithinza6591 12/01/19 6591 0
34782 [일반] 그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임무 - 일왕을 처단하라 [24] 김치찌개4248 12/01/19 4248 1
34781 [일반] 곽노현 벌금 3천만원 선고…직무복귀(1보) [120] 뜨거운눈물5979 12/01/19 5979 0
34780 [일반] [ZM] 레알 마드리드 1 : 2 바르셀로나 [36] 티티5883 12/01/19 5883 0
34779 [일반]  死地출마 [16] 시애틀에서아순시온4797 12/01/19 4797 1
34778 [일반] [개혁/진보] 진보진영에 대한 개혁세력의 태도에 이가 갈리네요 [72] 격수의여명6032 12/01/19 6032 6
34777 [일반] 가슴에 내려앉는 시 모음 4 [6] 김치찌개3320 12/01/19 3320 0
34776 [일반] 석패율제도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여론호도에 대한 분노 [48] 한번가보자4735 12/01/19 4735 0
34775 [일반] 오늘 페이스 메이커를 보았습니다.스포없어요 [33] SSeri4725 12/01/19 4725 0
34773 [일반] 2012년도 개봉예정 영화들입니다 [47] 리니시아6953 12/01/18 6953 0
34772 [일반] 종이접기의 심오함 [9] 김치찌개4893 12/01/18 4893 0
34771 [일반]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의 관악을 출마 어떻게 보십니까? [119] 하우스6897 12/01/18 68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