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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9/01 00:50:22
Name Mentos
Subject [일반] 분노와 자기관리, 그리고 리더쉽.
처음 쓰는 글이라 굉장히 긴장됩니다.
PGR의 글쓰기 버튼의 무게감은 생각보다 훨씬 무섭네요. 다른데서는 곧잘 글도 잘 쓰고 했었는데
여기서 만큼은 그게 잘 되질 않아서 많이 고민하다가 마음이 답답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저는 현재 4학년의 대학생입니다. 자연스럽게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하루도 안하는 날이 없죠.
문제는 제가 꽤나 큰 규모의 동아리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은 스펙과도 관련이 있는 동아리라서 역대 대표들도 다 나이가 있는 편이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제가 대표를 하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네요.
사실 우리 동아리는 일주일에 한번 정기모임을 갖고 그 출석에 대해서 조금 엄격한 편입니다.
결석을 할 시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렇다고 해도 한학기 3번이상
결석을 하게 되면'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제명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제가 대표가 되고 나서 출석이 조금 미진한 회원들이 있어 다음주에 징계위를 열 예정인데
이게 생각보다 머리가 많이 아픕니다. 제 생각엔 기존에 아무리 출결이 엄격했다고 해도 일단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동아리의 특성상 막상 소명을 받게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것 같다는게 첫번째 문제구요,
두번째는 그렇다고 회칙의 적용을 유동성 있게 적용하자니 많은 문제가 있구요.
결국은 오늘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징계위원을 맡게된 회원들끼리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징계대상인 회원중
제가 전화를 걸어 받지 않은 회원들에게 다른 동아리 간부가 전화를 걸었는데 다 받더라구요.
일단 여기서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나름대로는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웬지 무시받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내가 좋은 리더는 아니였구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괜히 심통이 나서 주저리주저리 말도 안되는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함께한
저녁자리도 외면한채 다른 친구를 만나 또 헛소리 하다가 이제 귀가했습니다.
처음에 대표를 시작할땐 그렇지 않았는데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니
이게 잘 조절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리더라면 꼭 갖추어야할 덕목이 '냉정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전 오늘 실격이었네요.

   리더의 경험이 이전에 없진 않았습니다. 학과 학생회장도 했었고, 연극 기획일도 한적이 있었고 의경생활중에
중대 수인을 경험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들이고 어찌됐든
즐거운 순간들이 있어서 일을 지속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이상하리만치 즐겁지가 않아요.
마치 노예같은 무급 인턴같다는 생각만 듭니다. 저만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답답하고 미치겠습니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도 아니었지만 '이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면 어쩌겠어' 라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리 원들중에 아무리 친한사람이 있어도 이런 고민은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보았자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니까 하소연할데도 없습니다.
PGR의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할만큼 많이 힘든걸까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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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파괴자
11/09/01 00:52
수정 아이콘
일단 글의 문단좀 나눠주셨으면 해요
집중있게 읽을라고 해도 모니터라 그런지 글을 숨셔가며 읽어가기가 너무 힘드네요

리더란 자리가 어렵죠, 부원들이 내생각대로 따라주는것도 아니고, 화낼 타이밍도
정해진것도 그렇다고 혼자 쌓아두기도 어렵고 말이죠..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9/01 00:54
수정 아이콘
흠... 그런데 원래, 대표처럼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연락하면 '이 사람 동아리 일 때문에 연락했나?'하는 지레짐작이 가능하고, 귀찮은 마음에 안 받으려고 하는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연락하면 어떤 일인지 잘 모르니까 받고 말입니다.
외대김군
11/09/01 00:56
수정 아이콘
동아리 회장은 공식적인 권력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자리이지요..

저도 동아리회장은 2년정도 했고, 동아리연합회 분과장, 부회장, 기획국장과 선거캠프장까지 해봤지만..

동아리회장이 제일 어렵더군요..

외부적인 힘으로 눌러줄 수 있는 권력이 없이 오로지 리더의 통솔력 하나 믿고 가야된다고 해야 될까요??

특히 스펙과 관련이 되어있다면 동아리가입 목적이 취미와 인간관계가 아닌 스펙쌓기 때문에 온 인원들도 많으니.. 동아리 관리가 더욱 힘들지요..

저도 회원님과 같은 고민을 한적이 많았습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동아리는 동아리고 동아리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더라구요.. 회원님에게 조금 더 도움되는 방법을 선택하시길 추천해드립니다

하지만 리더시니깐 최선을 다하시고 저 같은 경우는 열심히 하다보니 그 당시에는 인정해주지 않았는데 후에 선배나 후배들이 인정해주더라구요..

힘내십시요~!!
조슈아 폰 아르
11/09/01 01:04
수정 아이콘
리더라는 자리는 기본적으로 무엇인가를 바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글쓴분께서 딱히 무엇을 바라고 하셨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찌보면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수행해야 하는 자리가 그 자리죠. 또 불만이 없는 사람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더같이 생각한다면 좋겠지만 일단 구성원들 중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은 내 이해관계에 침해를 받는다면 당연히 불만을 갖겠죠... 더 근본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이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결국 불만, 마찰, 갈등 같은 결과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죠.
게다가 그런 마찰은 보통 조직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큰 조직의 수장을 맡으셨다니 괴로워 할 일이 생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봐요. 중요한 건 리더가 얼마나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느냐에 달려있겠죠...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찰이 있을 때는 기본적으로 원칙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잘 참여하지 않다가 나
중에 와서 꼭 뒷말하는 사람들을 겪어봐서 그런지 결국은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더군요...
물론 사람에 따라 생각은 다르겠지만요... 힘내십시오!
무리수마자용
11/09/01 01:18
수정 아이콘
학교에서들었던 수업 중에 분노와 자기관리라는 수업과목 있었는데 제목을 보니 그 생각이 나네요
사실 글쓴분과 비슷한 위치에서 많이 욱하다보니 필요성을 느끼고 틀었던 수업이거든요
구성원들이 주는 스트레스에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m]
11/09/01 01:47
수정 아이콘
보람과 의미.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면 그만 두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입니다. 일이 힘들어도 뭔가 발전한다거나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고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준비한다는 느낌이 있으면 그런 일이 있어도 중심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간신히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으로 일을 놓지 못하는 건 오히려 악영향만 준다고 생각합니다.
켈로그김
11/09/01 14:11
수정 아이콘
동아리 회장직이란게 은근히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저는 지나고 나니 '좀 더 열심히 많은 일을 벌려놓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흥분을 억제못하고 후배 동생 멱살잡고 화낸 일도 아쉽고..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회장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기도 해서 좋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동아리 관련 행사나 일을 자신있게 추진하려고 노력하시다 보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의 의의를 체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수선화
11/09/01 16:54
수정 아이콘
경영학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피터 드러커'도 많은 저서에서 유독 리더쉽에 관한 부분은 언급이나 작문을 피했는데,그나마 말년의 저서에서
리더쉽에 관해 짧게 자신의 생각을 작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리더쉽이란 모범답안이란 것도 없거니와 설사,모범답안이 있다 하더라도 가르쳐서 될 게 아니다."란 글로 리더쉽을 요약했었습니다.
그 대단한 분도 리더쉽에 대해서 딱히 답을 못내리는 거 보면 참 '좋은리더'가 되는 것이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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