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결혼한지는 3년이 되어 가고 본격적으로 아기를 낳으려고 1년동안 노력을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아보니 검사결과 정자가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혹시나 정관이 막혀서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제 서울대병원가서 다시 진단을 받았는데..

고환이 너무 작다고 하며, 이 크기로는 정자를 만들수 없다고 합니다.

아에 불가능인거죠...

사춘기때 2차 성징이 일어나면서 고환이 성숙해지고 크기도 커지는데... 아마 이때 정상적으로 크질 못했나 봅니다.

사실 예전부터 목욕탕에 가면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크기가 많이 작아서 말이죠..

하지만 당시에는 잘 몰랐기에 그냥 아무 이상없겠지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와서 어제 저녁에 아내와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릴 닮은 아이가 태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퍼 어떻게 말을 잇지 못하겠더군요.

하지만 좀 있다가 이렇게 슬퍼해봤자 어차피 변하는 건 없다는 생각에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의논을 했습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아이를 갖는 방법은 두가지죠.

첫째, 제 3자의 정자를 받아서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갖는 것

둘째, 입양

인공수정의 경우 그래도 아내가 다른 정상 부부와 같이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기 때문에 우리만 얘기를 안한다면 별 문제 없어보여서

주위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나중에 이 아이한테 내자식이라는 감정이입이 될 것 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물론 노력은 하겠지만 말이죠..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나마 반"은" 우릴 닮은 아이이지만 한편으론 반"만" 우릴 닮은 아이이기도 해서..

입양...."입양"은 더욱 힘들 것 같습니다. 인공수정도 안된다면 입양밖에 길이 없긴 하지만 일단은 배제를 했습니다.

결국 "인공수정을 하자"라고 결론이 났고, 이 상황은 일단 부모님한테는 알리지 말고,

평생 우리 둘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들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사실 말만 안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문제가 유전자 문제일 가능성도 20%정도 된다고 하니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상당한 죄책감에 시달리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입양처럼 아에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것보단 그래도 반이라도 섞인 아이를 키우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이 아이를 내 자식처럼 잘 키우는 것은 앞으로 우리 부부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좀 풀어지고 난 뒤 아내에게 물어봤습니다. 결혼하기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겠냐고.

알았어도 결혼 했을 거라고 말을 하네요...

그 말이 진심이던 아니던.... 진심이라고 믿고 싶고..

설령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말해 주는 아내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부부들은 결혼전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새는 결혼전에 필수로 건강진단서를 떼어 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저희처럼 안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현실입니다.

저처럼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아내를 만나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생겨도 극복해낼 희망이 보일 수도 있지만

내 아내가 혹은 내 남편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 감정이 참 우수운게...

어제는 그렇게 막막하고 절망적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결론이 나오니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한해 지내요.

막말로 이게 죽을 병은 아니거든요. 어제 아내도 그러더군요..

내가 죽을 병에 걸렸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하지만 그건 아니라서 정말 좋다라고..

아무튼,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는 평생 지고 갈 성처가 남은 건 사실이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보려고 합니다.

휴~~~ PGR 8년동안 하면서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사람일 모르는 거네요..

그래도 이런 글 허심탄회하게 올릴만한 사이트가 유일하게 PGR이라 생각하며, 그만큼 저에게 있어 PGR은 각별합니다.

PGR분들의 따뜻한 말씀, 그리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나중에 잘 되면, PGR에 아기 사진과 함께 다시 한번 글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그리고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글임에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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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글을 쓰면서 틈틈히 찾아보니 이런 것도 있네요..

수술적으로 고환 조직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서 임신시키는 방법이 있네요.

물론 미성숙 정자라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하는 것인데,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정자가 아니라서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그래도 최대한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강남 차병원 예약을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저랑 같은 증상때문에 완전히 포기하다가 우연히 한약방에서 약을 먹었는데 기적적으로 정자가 생성이 됐다고 합니다.

지금 거기도 찾아가서 약을 먹어보려고 합니다.

그냥 포기하는 것보단 이렇게라도 했는데도 안되면 나중에 맘이라도 편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