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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14 17:07:04
Name Artemis
Subject [일반] [잡담] 이게 다 김주원, 독고진 때문이야!
남들이 최고의 사랑!을 부르짖을 때 마이너틱한 취향을 지닌 저는 <로맨스 타운>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로또 타운이 되어서 조금 지겨워 손을 놓기는 했습니다만, 오늘이 또 마지막 방송인지라 챙겨주고 있습니다.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가 쓴 작품치고는 사실 달달하지 않아요. 제목처럼 절대 ‘로맨스가 넘쳐나는 마을도 아니’고요. 원 제목이 <식모들>이었다가 가정관리사협회 분들의 압박으로 ‘로맨스 타운’이 되었는데, 그나마 원 제목이 훨씬 더 이 드라마에 맞습니다. 아니면 진짜 ‘로또 타운’으로 하든지.

솔직히 재벌가들이 모여 사는 청담동 1번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 드라마는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텐아시아>에서는 지난주 에피소드를 가지고 잘 버무린 블랙코미디라고 칭찬을 했던 것도 같네요. 하긴 인물 군상들이 워낙 그렇습니다. 전직 조폭이지만 지금은 사업가로 신분을 세탁한 사채업자, 날건달이었다가 할아버지 그림으로 억대 자산가가 된 청년, 처와 첩이 합심하여 남편을 갈구는 집안, 돈만 보고 엄마가 다른 두 아들이 있는 집으로 시집 온 처자 등 우아한 저택 뒷면에는 일그러진 인간 군상들이 존재합니다.

흔히 잘나가는 남자가 액세서리용으로 데리고 다니는 여자를 ‘트로피’라고 하지요. 이 드라마에서는 그걸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가정부들이고 1번가 사람들이고, 앞에서는 그렇게 못하지만 뒤에서는 ‘트로피 사모님’이라고 대놓고 수군거리지요.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정도로 이 드라마는 적나라합니다.

거기다 사이좋은 다섯 식모는 130억짜리 복권에 당첨되는 순간 그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진짜 돈 앞에서 온갖 치사한 꼴을 다 보여주지요. 성유리가 맡은 주인공 노순금과 미모의 식모 현주 언니는 그나마 의리를 보여주긴 하지만. 뭐 아무튼 스토리는 일단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제가 말하려는 것은 남자 주인공인 강건우, 즉 정겨운입니다. 일각에서는 정겨운이 남자 주인공으로서 너무 존재감이 없다 말하면서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게 정겨운 때문이라고 하지요. 김영희 역을 맡은 김민준이 외려 더 돋보인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그런데요, 원래 강건우는 그렇게 멋진 캐릭터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로 인식되면서 남자 주인공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는데요, 실제로 이 드라마는 전반부는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가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귀여운(?) 스릴러 & 블랙 코미디로 흘러가지요. 따라서 남자 주인공의 폭발력은 그다지 없습니다. 어차피 드라마가 진행되는 시점도 그러니까요.

무엇보다 강건우는 유약한 남자입니다. 어머니가 다른 스무 살도 넘게 차이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는 그 남동생을 강건우의 호적에 입적시키죠. 자기는 새 장가를 들어야 하니까.-_- 이 아버지는 굉장히 권위적입니다. 어릴 때 강건우는 커피숍에서 몸이 의자에 낑기는 수모를 겪을 만큼 뚱뚱한 체격을 지녔습니다. 안 그래도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뚱뚱한 소년은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습니다. 착하기도 하지만 어눌하기도 합니다. 공부하러 미국에 갔는데, 뚱뚱하면 평생 그런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봐 겁이 나서 공부보다는 살 빼는 데 주력해서 멋진 훈남으로 돌아오긴 합니다. 그런데 사람 본성이 어디 그렇게 쉽게 변하나요.

<미녀는 괴로워>에서 나왔던 여주인공도 외모가 변하고 그녀의 인생이 바뀌긴 했지만, 그녀가 가진 기본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죠. 강건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자신감이 이전보다 몇 그람은 상승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인 성격이 어디 가나요? 그럼에도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진심 어린 모습은 보여줍니다.

노순금은 뚱뚱했던 강건우를 좋아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좋아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강건우에게 매달리는 것도 바로 노순금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기존의 남녀 구도가 바뀐 듯한 인상을 줍니다. 노순금은 대놓고 말하죠. “나중에 나를 위한답시고 나를 놓으면 죽어!”라고. 그러면서 강건우를 자신에게 이끕니다.

사실 노순금은 공고를 나온 날라리입니다. 노름하는 아버지 때문에 생활력도 강합니다. 하지만 심성은 맑고 건강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적극적입니다. 강건우는 소심한 부잣집 도련님이지요. 당연히 노순금이 다가가서 강건우의 손목을 채 오는 느낌입니다. 즉 재벌남과 가난한 캔디 구조는 비슷한데, 실제 이 연인 사이의 주도권은 노순금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강건우의 아버지 강태원 사장이 순금과 순금의 아버지를 모욕하고 무시하자, 결국 강건우는 노순금 곁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때도 노순금은 말합니다.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나 지금껏 참아온 거 아까워서라도 건우 씨랑 못 헤어져. 내가 괜찮다잖아.”

다시 말해 강건우는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간지남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멋있지도 않습니다. 멋있는 거야 날건달이었다가 벼락부자된 김영희가 멋있지요. 스포츠카 끌고 다니면서 여자들을 홀리고 다니는 김영희는 유머감각도 있고, 언변도 뛰어난데다가, 여자를 잘 배려해주기도 하면서, 은근 마초적인 기질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런 강건우가 사랑스러운 겁니다. 순해 빠지고, 약해 빠지고, 소심해 보이는 이 남자.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노력하고, 강해지려고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정도 베풀 줄 압니다. 자기가 뭘 해야 할지도 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순금을 이해합니다.

“나 아버지한테 도망가려고도 했었어. 그런데 그렇게 못했어. 순금 씨는 노름하는 아버지한테서도 도망 안 가는데, 그런 순금 씨를 내가 보고 있는데 어떻게 아버지한테 그래.” 물론 이렇게 말한 것과는 달리 노순금, 강태원 사장을 둘 다 떠나서 미국으로 가려고 하지만.

뭐 어쨌거나 저는 지나치게 남자의 자존심 운운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따라오는 강건우라는 남자가 사랑스러웠습니다. "우와~ 멋지다~!"라는 말은 안 나올지언정 킥킥 대며 “아이, 귀여워~”는 연발했었거든요. 왜 꼭 남자 주인공은 멋있어야 하나요? 귀여워도 됩니다.>_<

그러니까 강건우는 원래 멋있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걸 연기하는 정겨운이 약해 보일 수밖에 없지요. 그게 결국은 원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눈을 동글동글 굴리면서 어눌하게 말을 내뱉는 정겨운은 기존의 재벌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게 매력입니다.

모든 잘 나가는 남자들이 김주원, 독고진일 필요는 없습니다. 또 그렇지도 않지요. 이 두 사람이 “나도 저런 남자에게 사랑 받아 봤으면!” 하는 판타지를 심어준다면, 정겨운은 “그냥 저렇게 귀여운 남자와 알콩달콩 지내봤으면 좋겠다” 하는 소박한 바람을 심어주지요. 아마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라면 강건우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요? 물론 훤칠한 키에 재벌남은 현실적인 조건이 아니지만 기본적인 성격만 놓고 봤을 때.^^;; 그런 면에서 저는 강건우는 확실히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강건우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조금은 슬퍼요. 아, 물론 꽃중년 조성하 아저씨도 조금 아쉽... 하하.

-Artemis



ps. 그나저나 올해 장마는 꽤 길군요. 그래도 불볕더위보다 낫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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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티타임
11/07/14 17:17
수정 아이콘
제 친구와 저는 이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남자 주인공은 황사장님이다 라는거에 동의했습니다.......

정겨운은 떠나고 어찌어찌 로또가 당첨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2년뒤' 이러면서 열심히 살고있는 성유리에게 멀찍이서 정겨운이 다가오면서 엔딩을 살며시 예상합니다.
11/07/14 17:19
수정 아이콘
이드라마 처음에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흔해 빠진 드라마완 달리 예측이 불가능해서...

다른드라마는 잠깐 봐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는데 이드라마는 좀다른거 같아서...

근데 처음에 노순금이 강건우를 좋아하게되는건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그냥 어쩌다가 만난 술취한 뚱땡이 였을 뿐인데

것도 피같은 돈떼먹은놈
타나토노트
11/07/14 17:20
수정 아이콘
저도 로맨스타운 본방 사수중입니다.
볼때마다 원래 제목인 식모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이 식모들이란 제목과 완전 똑같은데 ㅜㅜ)
이 드라마에 로맨스는 그냥 곁가지일 뿐...
여주인공이 캔디형이나 신데렐라형 캐릭터가 아니란게 맘에 들고
그 외 캐릭터들도 개성 확실하고 이 드라마 진짜 좋습니다.
11/07/14 17:21
수정 아이콘
과감 -> 가감 입니다... (죄송합니다. 꼭 해보고 싶었어요 ㅠㅠ)
뺑덕어멈
11/07/14 17:23
수정 아이콘
강건우의 설정이 저와 많이 비슷하더라구요.
드라마에서는 더 잘 살고 아버지는 더 권위적이고 주인공은 더 뚱뚱하고 더 포탠셜이 높고... 그 정도 차이입니다.
문제는 제 여자친구는 노금순 처럼 결핍된 케릭터가 아니라 아쉬울게 없는 여자라...... 드라마처럼 잡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강건우 같은 남자가 대세가 되기를 바라는데....
여자들은 김주원과 독고진에 더 끌리는 듯 합니다.
정용현
11/07/14 17:40
수정 아이콘
현실은 그 '아무개 한의사'면 그냥 끝나죠.
한의사에 매너좋고 돈도 많은데다가 성격은 어찌나 착한지...
드라마에선 독고진에게 밀렸지만.. 제가 여자라면 아무개 한의사가 최곱니다.
Montreoux
11/07/14 18:09
수정 아이콘
독고진이라뉘... 눈이 뒤집혀서^^ 들어왔더니
안 봤던 드라마네요=,.= 김주원도 누군지 모르겠고.
알테님이 글을 워낙 담담하고 편안하게 잘 쓰셔서 정독했습니다.
남주는 잘 모르겠으나 알테님이 공명하는 지점은 이해가 가고
제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는요,
"사실 노순금은 공고를 나온 날라리입니다.
노름하는 아버지 때문에 생활력도 강합니다.
하지만 심성은 맑고 건강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적극적입니다."
저는 하나도 가지지 못한 미덕ㅠㅜ

비는 언제쯤 잦아 들런지.
잘 읽었습니다.
Darwin4078
11/07/14 18:21
수정 아이콘
8번째줄 전진 조폭 -> 전직 조폭

이런 리플만 달아서 죄송합니다. ㅠㅠ
페퍼톤스
11/07/14 18:31
수정 아이콘
저도 다들 주변에서는 최사 최사 하는데 도통 딱히 재밌는 것도 모르겠고..마침 로맨스타운이 시작하기 전에 성유리가 비쥬얼 갑이었던 눈의 여왕을 본터라 당연하게도 로맨스 타운을 봤어요. 한 몇 주 열심히 챙겨봤는데, 드라마를 원래 잘 보지 않는 터라 한동안 또 뜸하다가 또 간간히 보고 그랬는데 오늘이 마지막회였군요. 오늘은 꼭 챙겨봐야겠어요.
다들 늙었다고 해도 성유리씨는 여전히 이쁘고 귀엽습니다><
호랑이
11/07/14 19:14
수정 아이콘
로맨스 타운은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요즘 독고진 김주원 때문에 여자분들이 까칠하고 싸가지 없어도 마음은 따듯할거야 란 환상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까칠하고 싸가지 없고 마음도 안따듯한데 자동으로 포장을 해주더군요 드라마가.
11/07/14 20:46
수정 아이콘
10화정도까진 챙겨봤지만 그 이후부턴 안보고 있습니다.
내용전개가 너무 반전에 반전을 노리는것도 피곤하고 인물들이 공감이나 환타지를 주는게 드라마일텐데 그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남주 두명이 너무나도...연기를 못합니다. 소리만 지른달까요. 목소리도 안좋으면서...
조성하씨가 정말 멋지게 나왔고 성유리씨 미모가 아직 안죽었다는걸 확인한게 10화까지 보게한 힘이었던거 같습니다.
방과후티타임
11/07/14 22:24
수정 아이콘
엄머나, 나 2년후까지 맞췄어.....
Noam Chomsky
11/07/15 00:23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정겨운 때문에 보신다는거잖습니까? 흐흐~

어머니가 애청자셔서, 가끔 어머니랑 말벗하면서 같이 보는데 참 특이한 드라마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알테미스님 덕분에 오늘 막방도 챙겨봤는데 마지막 이재용씨의 김치전신 보면서 웃었어요. 아... 김치전 먹고 싶다!
마녀메딕
11/07/15 15:41
수정 아이콘
전 성유리가 한 순금이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
자기 사랑에 솔직한여자.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자기 아버지한테 '내가 환장하게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그래' 라고 말하는데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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