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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16 02:23:07
Name 라울리스타
Subject [일반] 군대 다녀와서 머리가 굳는다? - 여성 유저들도 읽어BoA요~
군대다녀온 형들의 푸념이었죠. 아 씁 머리가 굳어서. 사실 다녀오기 전만 하더라도 그냥 우는 소리 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군대 다녀와봤자 20대 중반인 사람들이 뭐 저런 소리를 하는가.

근데 요새 제가 느끼게 될 줄이야...

이건 레알 현실이었어~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짤막하게 생각해보았어요.

1) 흔히들 머리는 근육과도 같다고 하지요. 계속 써주면 써줄수록 좋아지고 발달하지만, 안쓰면 안쓸수록 굳는다고. 그런 점에서 봤을 때 2년이란 공백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사고는 얼마나 '많이' 하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수리영역 문제 잘 푸는 학생들 보면 문제집 '많이' 푸는 학생들보다 문제풀 때 '깊게' 사고하는 학생들이 잘풀지요.

헌데 이 군대란 데에선 이 사고를 해먹을 곳이 없습니다. 군대는 반복된 일상의 하루. 그날 그날이 똑같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을 할 수가 없지요. 해봤자 오늘은 어떻게 클록킹을 할까 정도? 후임병 시절엔 오늘은 어떻게 선임병한테 잘보이지? 그야말로 잔머리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일과 끝나고 환복하면 바로 걸그룹, 축구, 스타 시청.

군대에서 왜 책 안읽었냐구요? 책 무지하게 읽었습니다. 근데 군대 다녀 오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대가면 남자다워진다는 순전히 개뻥. 거기에 있으면 얼마나 감성적으로 변하던지....

무라카미 하루키, 오쿠다 히데오, 기욤 뮈소 등...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작품만 디립다 읽었지요. 실질적으로 사고를 하는 책들은 아닌...

군대에서 공부는....정말 소수의 분들만 시행하는 것이니 패스하겠습니다...쿨럭

그나마 머리 쓸 곳이 주특기 배울때인데, 이 군 주특기란 그렇게 난해한 내용은 사실 없지요. 그래서 그것도 잘 못했던 후임병은 욕을 바가지로~ 쿨럭. 게다가 병과가 작업병(전 유선가설병이었습니다)이면 더더욱 그렇구요.


2) 전역하고 나서는 머리가 굳었는지 몰랐는데, 역시 복학하고 나니 알겠더군요.

'창의적 공학설계'라고 팀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데, 2학년이다보니 10학번들도 있습니다. 근데 프로젝트 수행할때 보면 이 친구들 사고가 얼마나 기가막히고 열려있던지.....그렇다고 나이차이도 3살 정도 밖에(많은건가요..쿨럭) 안나는데 말이죠. 아, 하지만 조금있으면 입대를 한다고 하므로 부럽진 않습니다^^

3) 전공 공부할때도 문제에요. 이 두뇌라는 녀석의 체력이 매우 약해졌습니다.

전공책을 폅니다. 여전히 난해한 수식들로 가득차있지요. 고등학교때 같으면 시간은 오래걸리지만 증명과정 다 밞아보면서 '아 겁나 신기하네'라고 이해하면서 공부하는 재미가 어느정도 있었는데(완전히 좋아했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랬다면 전 지금 여기에 안있었겟죠? 크크),

사실 고등학교때 이과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개념을 많이 외우고 문제를 푸는 문과에 비해 외울건 별로 없지만 요리조리 굴리면서 적용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헌데 지금 눈앞에 매우 복잡한 수식이 있습니다. 증명해봅니다. 어디 한 군데에서 조금 시간 끌립니다. 그 순간 머리에 스턴이 걸리며 제 두뇌의 지구력은 눈에띄게 감소합니다. 예전엔 이러면 더 몰두했는데....지금은 다른생각의 불씨가 마구마구 샘솟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포기하면 편해~ 외우자'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무식하게 외웁니다. 완전 쌍팔년도 학력고사식 공부방법이지요. 책을 씹어먹을 기세로 외웁니다.


3) 공대생들은 알만하신 과목인 [전자기학]같은 과목은 괜찮게 풉니다. 왜냐구요? 개념은 난해하지만 문제는 유형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는 과목이라서 디립다 외우면 되거등여.

하지만 교수님의 무한정 문제 주므르기가 가능하신 [회로이론], [공업수학]은 어휴~ 그저 눈물만...

공업수학 시험을 봤습니다. 원래 개념을 단단히 하는 공부가 수학 공부의 정석인데.

그저 책에 있는 문제 디립다 풀며 씹어먹고 갔습니다. 결론은 문제를 책과 약간 비틀어서 제 마음도 비트신 교수님의 승리. 책에있던 수백문제(별로 다를바 업는)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ㅠㅠ

참...고등학교때 같으면 조금 신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어헣~이거 재밌게땅' 하고 풀어봤는데, 지금은 덜컥 겁부터 나네요. 헉..안풀어본건딩~


4) 이번 방학때는 뭐 여러가지 대외 활동 계획도 있지만, 틈틈히 시간남는 대로 굳어가는 이 뇌 좀 프레쉬 시켜야 겠슴당.
아직 24살. 팔팔한 88년 생인데, 군대 2년 크리가 정말 크긴 크네요!
엄살이라고 했었던 형들 죄송하구요~ 남친분이 이러한 하소연 하면 여성 유저들도 이해해 주시길~ 크크
그럼 오늘도 마지막 남은 시험을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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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x_soul
11/06/16 02:28
수정 아이콘
변명이지만.. 저도 군대 갔다온 뒤로는 그 어떤 공부던지 예전만큼 잘 안되더라구요...
머리에 잘 안넣어집니다 흑흑
블루팅
11/06/16 02:29
수정 아이콘
공부에 관련한 머리만 굳는건가요??^^;; 제 남친은 군대 갔다오더니 저에 관한한 머리굴리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하는 말이 그냥 절 선임대하듯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군요-_-;; 이건 머리가 굳는다는 내용과 상관이 없는건가;;
바카스
11/06/16 02:30
수정 아이콘
저도 전자과입니다만

군대 가기 전 1학년 때 회로이론만은 열심히 해서인걸까요, 제대하고나서 배우는 전자회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고학점을 얻을 수 있겠더군요. 그러나 전자기학은.. 제대하고 복학하자마자 처음 들은 과목이 전자기학인데 뭔 이딴 과목이 다 있냐면서 회피하더니 시험 기간 때는 이해는 하지 않고 닥치고 연습문제랑 솔루션만 달달달 외우는 저를 볼 수 있더군요.

학교마다 커리큘럼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라울리스타님은 전자공학 2학년 1학기 과정이신것 같은데 앞으로 나올 마이크로프로세서, 통신, 제어, 수치해석 그리고 3학년부터 1주일에 한개 이상씩 쏟아지는 팀 프로젝트 등등 험난한 산이 한두개가 아닐겁니다. ^^;;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과 3학년을 마치고 잠깐 외국으로 어학연수(라 쓰고 도피라 읽는다)온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전자공학 학부과정의 고비는 2학년 2학기~3학년 2학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고장해남
11/06/16 02:30
수정 아이콘
나이가 갑이네요 군대시기도 비슷하구요 진짜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전 군대있을때 1년정도 연등을 꾸준히 했는데도 이 정도이면 뭐 말다했죠 군대가기전에 전공 그저 열심히 외우고 풀고 이해할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그냥 따라가기 급급하네요 그래서 저는 3/1학기 마치고 휴학을 생각중이에요 물론 계획은 다 했구요 여튼 반갑네요 [m]
엄마,아빠 사랑해요
11/06/16 02:31
수정 아이콘
복학할때가 너무 두려워서...상병 휴가때 집에 썩혀있던 DSP와 미분방정식 공업수학책을 소대에 들고와서 미친듯이 풀었습니다.
처음에 가지고 와서 너무 막막한게 (a+b)^2이 생각이 안나더랍니다..흑흑
11/06/16 02:38
수정 아이콘
아아... 같은유 선통신병 출신으로서 일단 반갑습니다 하하

전역한지 3개월 좀 넘는데 토익을 공부하며 정말 답답함을 느끼던터라 공감하는바입니다

영어책을 보면 '내가 분명 아는 단어인데 왜 이리 모르는게 많아졌지?'

하는 생각이들고 집중을 하려해도 입대전 만큼 집중이 도저히 안되고 잡생각만 들다가

정신차리면 와우나 하고있고...

나름 전액장학금도 따봐서 공부할때 집중력과 끈기는 자신있었는데 ㅠㅠ

어쩌겠나요 열심히 하는게 답이니....
몽키.D.루피
11/06/16 02:44
수정 아이콘
확실히 공부 쪽으로는 머리가 굳습니다. 하지만 뭔가 더 넓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살면서 군대에서 책을 제일 많이 봤는데 확실히 사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오히려 제대하고 인터넷이나 하면서 책을 멀리하니까 사고가 굳는 거 같습니다. 책을 좀 읽어야 될텐데..
11/06/16 02:56
수정 아이콘
왠지 모르게 과목이름에서 같은학교일것 같은 느낌이 솔솔 부네요

나이도 같고, 복학생인것도 같네요 ㅠㅠ 힘~ 내세요!!!!
11/06/16 03:05
수정 아이콘
자네 혹시 EE인가 크크
11/06/16 03:10
수정 아이콘
머리가 좋아지려면
1. 위에 쓰신것처럼 깊이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2.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뇌가 자랍니다;;;; 흔한 상식중 잘못된것이 뇌는 유아기때 다 자란다고 하는데, 실험으로 30대 남성 두그룹을 3개월간 규칙적으로 운동한 그룹 안한 그룹으로 나눠서 뇌사진 측정한 결과 운동을 꾸준히 한쪽은 기억과 연산에 관련된 뇌신경이 엄청나게 자랐다고 합니다.

3. 지금 당장 컴퓨터와 pgr을 멀리하세요 크크크
11/06/16 03:11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가서 기욤뮈소 첨알았는데 모조리 다 읽었죠
상실의 시대도 읽었고
베르나르베르베르 책도 모조리 읽고
일본 추리소설 히게오 등등 엥간치 다읽고
그런데 전부 그냥 흥미 위주의 책만 읽은지라
그나마 도움되는책 읽은건 경제용어 및 주식관련책 뿐인데 그냥 심심해서 보다보니 다 까먹고..
결론 : 군대가면 읽는 책은 말그대로 소설. 머리 돌됨
근데 공부할놈은 다 공부하긴 합디다
제 친구는 군대에서 한자자격증 1급 따오던데요(물론 해군임..)
구하라
11/06/16 03:49
수정 아이콘
일병 2호봉.. 오늘 휴가 복귀하는데
사정이있어서 1차를 다써버리고 들어갑니다..
들어가자니 막막합니다.ㅠㅠ
그나마 포상받아서 다음달에 또 나오긴하는데.. 포상없이 11월 상병달때까지 무슨 재미로 살아야할지..(9월엔 유격 어헝 ㅠㅠ)
길게 나온 만큼
들어가서 빈자리를 다시 매꾸는것도 걱정이고..
다시 선임들 기분 맞춰주면서 하루 일과 보낼지도 걱정이고..
본부포대-포대본부라서.. 취사반 빼면.. 행정+PX인데 제가 제일 막내입니다.. 후임도 없습니다..
행정후임은 상병은 달아야 올테구요..
하나뿐인 동기놈은 후임 2명이나 있고.. 잡일 때고 내무생활임무분담제 시간이면
옆에 와서 "아직도 걸레 빠냐?크크크크크크".........
그래도 전 군대가 재밌어서 다행입니다 크크

뭐... 아직은 생활에 여유가 없습니다..
책이라.. 아직까지는 개인정비시간에 책보다는 심신휴식이 최우선입니다
선임들한테 이리저리 치이고 놀다보면 지치고
거기다가 포대인원이 적어서 근무 주야간 위병초소, 불침번 하드하게 돌다보니 틈만나면 쉬어줘야 안쓰러집니다..ㅠㅠ
... 내용과 다르게 몇시간 후면 복귀한다는 사실에
한번 끄적여봤습니다..ㅠㅠ 전역한 친구놈들이 휴가복귀할때 들어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던걸
저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기분을 이해합니다....
아....

(행정계원이다보니 워드 1급 준비하고있습니다! 3분기쯤해서 시험보러 다녀와야겠습니다)
11/06/16 04:10
수정 아이콘
군대도 군대지만, 회사를 가고 사업을 하고 하여튼 뭘 해도 책을 놓는 그 순간부터 머리는 굳습니다. 흐흐흐흐;;; 아.. 이제 어쩔.. 털썩
헤헤헤헤
11/06/16 07:02
수정 아이콘
인하대 전기과네요. 수업때 봤겠네요.

전자과 출신 강사님은 서동진교수님인듯 하고.

기말고사 잘봐요~
11/06/16 08:19
수정 아이콘
창의적공학설계는 공대마다 있지않나요.. 건대 컴공에도 있어요 [m]
11/06/16 08:43
수정 아이콘
군대제대 하고 의욕은 무진장 넘쳐서 학교가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의욕만 넘치고 머리가 도저히 따라가질 못 하더군요.

수업도 뭔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고...아이고 아까운 2년 ㅠㅠ
Humaneer
11/06/16 09:20
수정 아이콘
저도 확실히 머리는 굳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얻은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고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대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의지와 끈기를 획득하셨다고 생각하시고 열공하십시오 ^^
공방양민
11/06/16 10:0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전자기학,회로이론,공업수학 <--------- 이런 과목들은 괜찮은 편이에요 ^^

이제 본격적으로 3학년 올라가면

전자회로, 수치해석, 신호및시스템, 디지털 신호처리, 확률, 초고주파, 각종 프로젝트, 코딩 숙제 등등

한숨만 나오죠..
edelweis_s
11/06/16 10:22
수정 아이콘
전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동안 생활했습니다. 군대는 또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사고하는 능력이 굳었다기보단 2년동안 공부를 하는 '습관'이 전혀 안들다보니(거기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공부 단 한글자도 안했으니;;) 복학해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치가 않네요 ㅜㅜ
켈로그김
11/06/16 12:19
수정 아이콘
저는 군대식 축구를 하고 제대했더니.. 머리는 모르겠는데, 축구실력이 확 줄어버려서..;;
야구로 전향했습니다 -_-;;
11/06/16 13:54
수정 아이콘
유선가설병 전역후에 전자기학 창공 공수에 치여사는 사람 여기 있습니다... 전 차라리 창공, 공수가 낫던데요...
저희 전자기학 교수님이.........

아 2학기가 무섭고 3학년이 무서워요...
11/06/16 14:10
수정 아이콘
수업과목 이름이 너무 똑같아서 우리학교인가 싶었는데
맞군요!
후배님 하텍에서 열심히 공부하세요
전취업할게요 .. 아 제발!
라울리스타
11/06/16 18:41
수정 아이콘
컥! 과목명같은 정보로 학교를 알아내시다니 크크....

선배님들 조언 감사드리구요.

인디님은 꼬~옥 좋은 곳에 취업하시길!
초감각솔로
11/06/16 20:17
수정 아이콘
유선가설병이셨군요..
니퍼의 달인이 되셨겠군요..
저도 유선가설병이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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