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5/30 20:02:05
Name 찬양자
Subject [일반]  마왕을 보았다.(Erlkonig)
야구 없는 월요일은 잔인하네요...
나가수로 인해서 음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계속 오페라관련 글만 쓰다가 오늘은 특별히 독일가곡(Lied)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Lied는 독일의 가곡이며 이는 19세기 이후 괴테, 하이네, 낭만파 서정시의 자극을~~블라블라 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써있네요.
간단하게 말해서 Lied란 시와 음악의 결합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든 음악이 시와 음악의 결합이 아니냐!라고 말씀하신다면, Lied는 시의 단어하나부터 모든 문학적 표현을 음표하나하나, 반주부분의 멜로디, 나아가 쉬는 부분까지 모두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나타난다고나 할까요.

소개해 드릴 곡은 유명한 슈베르트의 마왕(Der Erlkonig)입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초반부 에피소드인 자동차 연쇄살인마사건에서 살인마가 자동차로 사람을 이리저리 몰아가면서 희열을 느끼는 장면에서 계속 이 노래가 사용되더군요.

마왕에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야기하는 사람, 공포에 떠는 아이, 그 아이의 아버지, 아이를 죽이려는 마왕. 이 4명을 각각 다른 캐릭터로 한 노래안에서 표현해야 하기에 이 노래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성악가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 재밌겠네요.^^

일단 가사를 소개합니다.

해설자-이렇게 늦은 밤 어둠과 빗속을 뚫고 달리는 자 누구인가..그는 아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 아들을 꼭 껴안은 채 아이를 따뜻하게 해주고 있네.
아버지-아들아, 무엇에 그리 떨고있느냐.
아들-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나요? 저기 왕관을 쓰고 긴 옷을 입은 마왕이요!
아버지-아들아 그건 안개란다.

마왕-귀여운 아가야~ 나와 함께 가자, 함께 재밌게 놀자, 아름다운 꽃, 비단옷도 입혀주마.
아들-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 목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마왕이 제게 속삭이고 있어요!
아버지-아들아, 진정하렴. 이건 바람 소리란다.

마왕-자 나와 함께하자 아가야, 나의 딸들이 너와 함께 하기 위해 춤과 노래를 부를꺼야.
아들-아버지! 나의 아버지! 저기 마왕들의 딸이 보여요!
아버지-아들아. 그건 늙은 수양버들이란다.

마왕-예쁜 아가야, 네가 탐나는구나, 너의 사랑스러움에 눈을 뗄 수가 없구나. 네가 원치않는다면 널 억지로 데려가야겠다!
아들-아버지!!아버지!!그가 날 덮치려 해요!! 마왕이 절 잡으려 해요!!


해설자=다급해진 아버지는 말을 빠르게 몰았다.
울부짓는 아이를 품속에 안고 집에 도착하였지만...
아이는 죽었다.



Lied를 얘기할 때 Dietrich Fischer-Dieskau(디스 카우)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죠. 꽤나 젊었을 때의 영상입니다. 제 생각에 마왕의 백미는 어둡고 침침한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마왕의 등장엔 밝은 멜로디를 주었다는 부분입니다. 슈베르트는 이 부분을 통해서 우락부락한 마왕의 모습이 아니라 간교하게 사람을 꾀어내는 마왕의 모습을 그려냈죠.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Ian Bostridge(이안 보스트리지)의 마왕입니다. 마왕의 노래부분에서의 눈빛과 절규하는 아들의 노래부분에서의 눈빛의 대비가 볼만합니다.



소프라노들이 잘 부르지 않는 마왕이지만 Anne Sofie von Otter(안네 소피 폰 오터)의 마왕을 소개합니다.  특별하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불렀기 때문에 소개해봅니다. 마왕과 아들의 표현에는 손색이 없지만, 확실히 소프라노가 아버지를 노래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수의 마왕이 가장 맘에 드시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I.O.S_Daydream
11/05/30 20:14
수정 아이콘
저는 이안 보스트리지의 마왕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저걸 많이 들었습니다.
디스 카우의 마왕이 이안 보스트리지보다 반음 정도 낮은 것 같은데, 맞나요? 시작하는 음이 F# 근처에서 노는 것 같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악보 키가 B플랫이라서 시작음이 G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여하간 저는 가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자 명곡을 꼽으라면 이 곡을 꼽죠.
그리고 피아노 속주가 저렇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_-;
손목 힘이 장난이 아니게 들어갈 것 같은데, 참... 대단합니다.
아,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같이 부르는 건 신선하네요.
아주 좋습니다만, 마왕 파트에서 현악기보다는 다른 악기(이를테면 클라리넷만?)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누구죠? 옆모습 보니까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떠오르기는 합니다만 아닌 것 같고...

[수정] - 첫번째 마왕의 시작 키가 F였네요. 화면 보고서야 깨달았습니다.
11/05/30 20:30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pgr 노래스승님 크크.
저는 이안 보스트리지의 마왕이 맘에 드네요. 성악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피아노의 분위기와 표정변화가 굉장히.. 사실 가사를 보고 들어도 모르기때문에.. 그냥 그 표정변화로써 받아들여지는 무서움이 있네요. 흐.. 다만 소리 자체의 웅장함은 첫번째 분이 더 좋은것 같아요. 그냥 모르고 듣는 저로써는 마왕이라는 곡에 쓰인 가사의 분위기를 이안 보스트리지분이 참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네요. 무섭고 신기한 느낌이에요 하하
밍밍밍
11/05/30 20:50
수정 아이콘
와...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음악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제가 들어보았을때 이안 보스트리지가 더 듣기 좋네요
11/05/30 20:58
수정 아이콘
중딩때 음악시간에 지겹게 들었던 마왕인데..새롭네요. 그만큼 제가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제가 들었던 버전은 디스카우 라는 분이 부르신 윗버전인거 같네요.
분홍돌고래
11/05/30 23:18
수정 아이콘
관현악곡이나 독주곡 등의 기악곡만 좋아하는터라, 가곡이나 오페라 등의 성악곡에는 영 흥미가 없었는데요.
올려주신 3명의 각기 다른 '마왕'에 푹 빠져서 다 들었습니다. 알차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온전히 목소리에 집중하기에는 역시 피아노만 함께한 마왕이 듣기에 좋았어요.
그 중에서도 깡마른(?) 이안 보스트리지의 노래는 풍부한 표정 때문인지 이 부분은 마왕이구나, 아들이구나... 하고 구분이 잘 되어서
독일어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지금 부르는 가사가 이런 내용이겠구나. 이 내용을 노래하는구나. 라며 더 공감하며 들을 수 있었구요.
개인적으로 몇 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참여해봤던 경험 때문인지 마지막 영상에서는 성악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에만 집중을.... ;;;;
Ten기원
11/05/31 00:48
수정 아이콘
피셔 디스카우, 이안 보스트리지 둘다 너무나 좋아하는 성악가고 이 두사람의 마왕... 정말 자주들었네요
거의 매일 몇번씩 듣다시피 하며 지냈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안 보스트리지의 마왕이 더 좋습니다. 한 성악가가 노래를 하면서 4인의 역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그에 관해 완벽하다시피 표현을 하는 이 모습에 정말 반해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런 표현을 낼 수 있을까요
저는 노래하기도 벅차던데...ㅠ_ㅠ

제가 학창시절에...(올해 졸업했습니다만...) 마왕하면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있죠...
수많은 바리톤 형님들과 후배들이 노래에 도전을 했으나 ... 물론 못했다는건 아니고요. 연습을 했었죠...
그러나... 마왕을 완벽하게 반주해주는 피아노 학우들이 없었네요...
정말 3연음의 연속은 보는 사람마저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는데요. 아무리 잘 치는 피아노 학우들도 꼭 중간에 몇번씩은 실수를 하더군요.

그래서 피아노 치는 학생들의 로망(?)이자 전설로 남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저희 학교에는 전해지고 있지요...
강력세제 희더
11/05/31 10:45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마왕을 하나 소개하자면
가곡 반주 전문 피아니스트인 그레이엄 존슨이 하이페리언 레이블에서 완성한 슈베르트 리트 전집 중에 포함된 것인데요
세 명의 성악가들이 캐릭터들을 분담해서 노래한 버전이 있습니다.
소프라노 크리스틴 새펴가 아이 역할, 테너 존 마크 애인즐리가 해설과 마왕을, 베이스 마이클 조지가 아버지 역할을 노래하죠
몇 분 안되는 짧은 리트를 통해 소 오페라와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맛볼 수 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9473 [일반] [잡담] 최근 즐겨 듣는 노래 [19] 달덩이4867 11/05/31 4867 0
29472 [일반] 가르시아가 결국 한화로 옵니다 [54] 모모리7792 11/05/31 7792 0
29471 [일반] 나가수]피디의 권한과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66] 부끄러운줄알아야지6458 11/05/31 6458 0
29470 [일반] 왜란이 끝나고 (임진왜란 시리즈 완결) + 정기룡에 대해서 [31] 눈시BB14027 11/05/31 14027 7
29468 [일반] 2011년 어느 늦은 밤 - 기센 여자 상대하는법 - [4] fd테란7043 11/05/31 7043 4
29465 [일반] 빅뱅의 대성씨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고자가 사망했습니다. [109] juckmania13367 11/05/31 13367 0
29464 [일반] 내일부터 2010-11 NBA 파이널이 시작됩니다... [24] 유르유르4290 11/05/31 4290 0
29463 [일반]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남방에 대해 [5] 네로울프4313 11/05/31 4313 0
29462 [일반] 한나라당의 B학점 이상 반값 장학금 추진 정책에 대한 잡설 [44] 머드4560 11/05/31 4560 0
29461 [일반] 드라마 이야기 -한성별곡 正- [15] Memex5971 11/05/30 5971 0
29460 [일반] 갤럭시S 때문에 500만 원 정도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네요... [51] ArcanumToss8821 11/05/30 8821 0
29459 [일반] 어린이 논개체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5] 쎌라비4276 11/05/30 4276 0
29458 [일반] PGR21에 제 친구 한명을 꼬셨습니다. ^^ [17] 으랏차차5145 11/05/30 5145 0
29457 [일반] 송은이씨가 리액션에 대해서 사과를 했네요. [46] 쎌라비8418 11/05/30 8418 0
29455 [일반] 마왕을 보았다.(Erlkonig) [9] 찬양자4911 11/05/30 4911 1
29454 [일반] 나가수, 이번 주 노래들을 곰곰히 3번 듣고 쓰는 감상평. [34] 아침싫어은둔6519 11/05/30 6519 0
29453 [일반] 혼자서 집으로 오는 길이 참 멉니다. [7] 귀여운호랑이4395 11/05/30 4395 0
29452 [일반] 다음 뉴스기사에 댓글 다는 사람들의 생각도 '다름'의 관점으로 봐야할까? [21] 삭제됨4246 11/05/30 4246 0
29451 [일반] BBK 기묘하게 흘러가네요 !?! [16] V.serum7826 11/05/30 7826 0
29448 [일반] 서울유나이티드 정종관 선수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31] Amunt_ValenciaCF6687 11/05/30 6687 0
29447 [일반] 우리 함께 꿈꾸자!!(2011 청춘콘서트 부산 후기) [11] 건실3239 11/05/30 3239 3
29446 [일반] 뜬금없지만 한솥도시락 관련 소식 [45] step8492 11/05/30 8492 3
29443 [일반]  [임시공지] 운영진입니다. [32] 항즐이7124 11/05/30 712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