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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4 07:02:35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제갈량의 첫 번째 북벌.
눈시BB님처럼 수준 높은 글은 쓰지 못하지만 역사라고 조금이라도 아는 건 삼국지 뿐이고
그나마도 스스로 어떠한 의견을 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삼국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삼국지에 여러 전투가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전투 중 하나가
아마 제갈량의 북벌일 것입니다. 그 중 첫 번째 북벌은 너무나도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초중반까진 상당히 성공적이었지만 결국에 아쉽게 실패하고 말지요.

제갈량의 북벌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지라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제갈량의 의도를 찾는 게 수월한 북벌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제갈량빠로선 무언가 더 아쉽고 그렇기도 합니다.


1차 북벌은 일단 후방의 위협을 없애기위해 남만 정벌을 끝내고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225년 봄에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간 뒤 그 해 가을 정벌을 마치고 돌아오지요.
굉장히 빠른 정벌이었고 실질적인 피해도 거의 없었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 후 남쪽에서 조공되는 물자로 인해 안 그래도 면적대비 생산량이 높은 익주의 물자는 상당히 풍족해 졌습니다.

그 뿐 아니라 북벌을 대비해 군사 훈련과 제대로 된 전쟁준비를 2년 가까이 합니다.
마침내 227년 군을 이끌고 한중 면양현에에 주둔하지요. 이 때 그 출사표로 유명한 상소문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건흥 6년(228년) 마침내 제갈량의 첫 번째 북벌이 진행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다르게 제갈량의 1차적 목표는 전한의 수도였던 장안을 점령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장안은 현대에도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엄청난 규모였고 화약무기가 없던 시절 정공법으로 점령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거대한 성이었습니다.

(장안성의 규모를 대충 요약하면 전체 둘레는 약 25km. 동서남북 각각 평균 6km,
성벽의 평균 높이는 10m이상, 성벽의 두께는 7~8m, 성 둘레에 파 놓은 해자의 폭은 30m, 깊이는 3m
의..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성이었지요. 실제 삼국지 전체에서 장안을 점거한 건 이각이 여포를 상대로 점거한 것이 유일한데,
당시 10만 규모로 포위를 했고, 그나마도 정공법이 아닌 성 안의 내분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지도로 그리면 제갈량의 의도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삼갤 구라뱅뱅님)

일단 제갈량은 군을 크게 두 부대로 나눕니다.
하나는 자신의 본대이고 다른 하나는 조운/등지의 별동대이지요.
위나라와 본대 vs 본대의 전면전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갈량은 조운/등지로 하여금
미로 진군하게 하면서 최대한 위나라에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실제 이 때문에 위나라도 군을 나눠야 했는데, 문제는 어떤 게 본대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위는 당연히 들어온 정보를 신뢰하게 되고 조운/등지에 자신의 본대를 보냅니다.

일반적인 상식인 마속 vs장합, 조진 vs 조운의 매치로 생각되는 이 상황은
당시 대장군이었던 조진 vs 조운, 제갈량 vs 장합의 매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누가봐도 매치업에선 촉이 유리한 상황이었지요.
조운은 조진의 본대를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제갈량의 본대는 기산으로 향하고 순식간에 양주를 점령해 나갑니다.
이 때 양주의 남안, 천수, 안정의 세군이 촉에 항복을하게 됩니다.


제갈량의 본대는 천수에 주둔해 당시 북벌의 핵심이었던 가정을 점거하기 위해 가지요.
가정을 점거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정을 점거함으로써 위군과의 대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조운이 미로 향한 루트는 그 길이 너무나도 험난합니다.
결국 촉군과 위군이 제대로 맞닥들일 수 있는 곳은 가정이 거의 유일하고 이 길목만 잘 지키면
이동안 제갈량의 본대가 양주를 확실히 점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제갈량이 조운의 군대를 나눈 또 하나의 이유가 보이는데,
제갈량의 본대가 천수등를 점령하는 사이 조진의 본대가 한중을 점거하는 뒷치기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고
다른 이유는 조진의 본대가 미친척하며 험한 산길을 통과해 천수로 향하는 변수를 모두 막고자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의 꼼꼼한 성격이 여기에서 잘 나타나지요.


또 하나는 양주 점거 뒤의 국경선을 확실히 긋기 위해서인데,
전쟁에선 점령도 중요하지만 점령후의 방어 역시 너무나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럼 가정을 제대로 점거하면 지도의 빨간선처럼 가정의 루트와 함께 진창, 그리고 위수의 험난한 지형이
자연스럽게 방어선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쉽게 말해 가정, 진창, 한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국가 경계선이 생기는 것이지요.

보다싶이 제갈량의 북벌은 절대 장안의 점령이 목적이 아닌 양옹주를 갈라 대치하기위한 의도가 확실히 보입니다.
(당연히 위연의 자오곡계책은 그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제갈량의 그림과도 완전히 동떨어진 계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천수를 점령하던 제갈량은 가정으로 진격중인 장합을 막기위해 선봉대를 보내지요.
이 때 선봉을 맡기로 논의가 된 장수로는 위연, 오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연은 이 작전에 투입되기에는 마속보다 더 적합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오천만 땡겨줘요, 그럼 장안으로 돌진할게요. 하는 위연에게 적과 맞써 전면전을 벌이는 게 아닌,
대치 방어를 해야하는 상황의 장수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가정에서 촉은 위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해서도 안 됐고,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럼 남은 것은 오의와 마속뿐인데, 오의는 위연과 다르게 전쟁경험이 그렇게 월등히 많지도 않았고
황실의 외척인지라 평소 자신이 옆에서 그 재능을 지켜보단 마속을 더 신용합니다만...
아시다싶이 이는 제갈량의 가장 큰 실수, 너무나도 결정적인 실수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제갈량의 꼼꼼한 성격은 나오는데, 당시 위연이외에 가장 전쟁경험이 많았던
위에서 투항한 장수인 왕평을 부장으로 딸려 보냅니다.


가정에서 해야할 마속의 역할은 아주 뚜렷했는데, 바로 처음 조운/등지가 했던 그 역할.
그걸 하는 것이 마속의 임무였지요. 최대한 전면전을 피하고 시간을 끌며 대치상황으로 만드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 마속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바로 등산, 거점을 버리고 산으로 올라가버리지요.
왕평은 마속에게 진언하지만 제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황당한 건 적군인 장합도 마찬가지였을테고
너 대체 뭐하는 것임? 하는 생각으로 물길을 끊어버리고 이에 촉군은 당황하게 됩니다.
마속은 이마저도 제대로 정돈하지 못하고 장합의 공격에 대패를하게 되지요.

이 때 유일하게 왕평만이 자신의 밑의 천명의 장수를 잘 통솔해 흩어졌던 군을 다시 모으고 천천히 후퇴합니다.
이 전투에 참가했던 거의 모든 장수들, 장휴, 이성, 황습등이 벌을 면치 못하는데 오직 왕평만이 승진하게 됩니다.


이렇게 거점을 잃어버린 제갈량은 가정을 잃음으로써 처음 그렸던 방어선이 깨져버렸고
가정으로 진격하자니 거점이 없고 천수에서 전면전을 하자니 부담이 너무 심해 결국 천수에 있는 천세대의 가구만
강제로 한중으로 이주시키며 후퇴합니다..

그리고 마속은 참수당하고 제갈량은 병사들에게 사죄하며,
스스로 관직을 우장군으로 강등하는 것으로써 첫번째 북벌은 끝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로써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고 준비가 잘 되었던 제갈량의 북벌은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했냐, 실패했냐가 아닌 제갈량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쟁에 임했느냐를 보면 훨씬 더 재미있고 깊게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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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11/04/04 07:49
수정 아이콘
마침 삼국 이쯤 보고 있었습니다. (89화였던가?)

이 등산가 자식이....
무리수마자용
11/04/04 08:06
수정 아이콘
노스페이스 마속... 가정전투가 마속의 첫 실전경험이었을까요. 어쩌면 산성에서 농성하는 것처럼 험준한 지세에 힘입어 방어를 하려는 계획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11/04/04 08:48
수정 아이콘
장안을 점거한건 마초가 있지 않나요??
하야로비
11/04/04 09:55
수정 아이콘
똑같이 산을 타도 누구는 등애인데 누구는 마속이죠-_-+
Amunt_ValenciaCF
11/04/04 11:16
수정 아이콘
예전에 서안 놀러갔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천수시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동네에서 대군을 이끌고 정연하게 진격했던 제갈량은 정말 엄청난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수십만명이 죽이고 죽고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하구요. 지금은 예전에 그렇게 비옥했나 싶을만큼 황량하더라구요.
11/04/04 11:27
수정 아이콘
왜 왕평을 부장으로 삼았을까요 왕평을 그냥 주장(?)으로 삼지 않았나 의문입니다
낭만토스
11/04/04 11:28
수정 아이콘
지도를 보니 정말 첩첩산중이네요.
군량보급관 고생 좀 하셨겠소
진리탐구자
11/04/04 11:54
수정 아이콘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짓>을 한 덕에 북벌 영원히 실패하고 제갈량에게 까임거리 제공하고...쯧쯧.
11/04/04 12:1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상대였던 장합은 원소vs공손찬 전때부터 전장을 누볐고
조조vs유비의 클라이막스인 한중전에서도 하후연의 후임이었던 역전의역전의역전의 노장
객기부리지 않고 온전히 명만 매크로로 수행할 장수가 적격이었을텐데

뭐 제갈량 인간 인증이겠죠
마프리프
11/04/04 12:34
수정 아이콘
1차북벌은 진짜 제갈량이 가장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온 북벌이라고 생각됩니다 옹양겸병이라는 대전략안에서 조진본대의 기곡으로 유인이라는 전략적 목표달성 전술적으로 가정만 틀어막으면 모든게 해결된 상황이었고 이미 90%는 완성된 상황이었죠 마속에게준 군대도 적은수가아닌 여러기의 군대를 보냈다고 나오고 거기에 모든 사서에 마속이 제갈량의 절도를 어겼다고 나오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오로지 왕평이 정말 부장으로서 할수있는거의 200%를 해줬다는걸볼때도 너무 아쉽고요 왕평이 장합상대로 2전 1승1무로 기산에선 천명가지고 북을울려대서 장합이 나아가지못했고 덕분에 촉군의 대학살을모면, 노성에선 굳게지켜서 장합,사마의 역관광 기산이후 왕평을 중용하는 제갈량을보면 진짜 기산때 판단이 너무 아쉬워요
눈시BB
11/04/04 15:57
수정 아이콘
역시 지도가 있어야 뭔가 이해되네요. 가정이랑 진창이 대충 근처에 있겠지라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참 머네요. =_=;
아무튼 우리 등산가 마속... 참 자알 했네요 -_-; 근데 가정 뚫려서 포기할 정도면 병력 차이가 그렇게 심했나요? @_@ 어느 정도로 추측이 되죠? 그래도 나름 계속 준비 해온 한 방일 텐데요.

아무튼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저도 그냥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쓰는 것일 뿐이예요 ㅠㅠ) 북벌이나 다른 삼국지 글 기대하겠습니다 +_+)
11/04/04 16:19
수정 아이콘
제갈량1차북벌당시군사가 6~7만정도고 가정에2만5천을 투입했죠 전 병력의 절반가까이를 맡겼는데 등산할줄이야..... [m]
마프리프
11/04/04 16:38
수정 아이콘
참고로 가정의 사진링크입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samgugji&no=270920&page=1&search_pos=-
명대사 송양공이 싸워도 이길자리를 골라줬는대......
진짜 제갈량이 너무 안타까운게 가정에서 마속이 대패할 가능성은 확률로 따지면 불타는 이릉에서 갑자기 비가내려 육손이 모사재인 성사재천외치며 죽을 확률,사마의가 중풍걸린척 쓰러졌는대 진짜로 돌아가실 확률,위연이 자오곡으로 내달려 허도의 흙을 주군의 봉토에 뿌릴확률,유선이 촉안그리워요 드립이후 뒤로돌아서 계획대로다며 썩소할확률보다 낮으면 낮았지 높진않을겁니다......
슬렁슬렁
11/04/04 18:07
수정 아이콘
누구도 이해할수 없는일을 마속은 왜 했을까요.. 무슨 그럴듯한 설이 있나요?
눈시BB 님 임진왜란 이야기도 그렇고 sungsik 님 삼국지 이야기도 참 재미있네요. 여유 되시면 다른 이야기도 좀더 써주시면 참 좋겠네요 ^^
도달자
11/04/04 21:09
수정 아이콘
산이좋았던 남자 마속인가요 크크크크크크... 장합이고 북벌이고 가정이고 산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올랐을뿐인가봅니다.
패스미
11/04/04 23:48
수정 아이콘
애초에 마속이 지시에 따라 목책 두르고 참호파고 배에 힘 꽉주고 버텼으면 되었을 것을.. 괜히 나대다가 망한거죠.
11/04/05 00:39
수정 아이콘
전황을 보니 마속의 판단은 내 생각대로 다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었군요.
장합 입장에서 본다면, 천하의 제갈량이 상대인데 가정을 지키는 병력이 하나도 없다? 당연히 어딘가 복병이 있을 거라 예상하겠죠.
게다가 그 산에 매복한다는 게 도망갈 곳이 없으니 들킬 경우 리스크는 어마어마할 테고요.
자아도취에 빠지다가 자기 꾀에 패망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네요.
건방진사탕
11/04/05 00:53
수정 아이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48425 불펌같은데 작성자분 맞나요? [m]
11/04/06 01:18
수정 아이콘
건방진사탕님의 글에 이어 불펌인 것 같아 댓글 답니다.

www.jjang0u.com 의 짱공 글터라는 게시판에도 이 글이 올라와 있던데 작성자분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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