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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3 22:15:19
Name Timeless
Subject [일반] 비행기 내 환자 발생!
안녕하세요. 한 동안 뜸했었던 운영진 Timeless입니다.

그 동안 인턴 한다고 pgr은 가끔 눈팅밖에 하지 못해 다른 운영진들께 짐을 얹어 드렸었죠.
더불어 쪽지함에 산같이 쌓여있는 쪽지들.. 저에게 쪽지 보내고, 답장을 못 받은 회원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디어!! 인턴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대책 없고, 기한 없는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둘 다 3월부터 실업자라 돈만 쓰고 있네요ㅠㅠ)

이번에 15일 간 미국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경험을 했습니다.
제목대로 '비행기 내 환자 발생'이 바로 그것입니다. 12시간 비행 중 8시간 동안은 먹고, 자고, 싸...(?) 참 평화로웠는데 갑자기 부산해지는 승무원들을 보고 '뭐지? 뭐지? 우리 떨어지는 거야?' 이러고 있는데 기내 방송이 나오더군요.

"기내에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탑승하신 승객 중 의사나 간호사 계시면 승무원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아내는 가정의학과 전문의고, 저는 공중보건의사와 인턴을 끝낸 일반의(둘 다 의사 경력 5년차)인데 방송을 듣는 즉시 긴장이 되더군요.

'응급 환자면 어떻게 하지? 비행기에 의사가 꼭 1~2명은 탄다는데 설마 우리 말고, 의사가 또 있겠지. 괜히 나서지 말자.'

네. 그 1~2명이 저희였나 봅니다. 잠시 후 재차 방송을 하더군요.
굳게 마음을 먹고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어떤 환잔데요?'라고 물어보면서 저희 부부는 힘차게 출동했습니다.

헉.. 영어를 못하시는 70대 인도 할머니시더군요. 다행히 자녀들은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영어를 잘 못하죠. 하하하

증상은 3시간 전부터 시작된 구역감과 중등도 두통이었고, 평소 가끔 편두통을 앓았던 것 외에는 특별한 과거력이 없던 환자였습니다. 둘이서 가족에게 정보를 얻고, 신체검사를 하면서 심각한 질환들(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은 아닐 듯하고, 멀미 또는 원래 있던 편두통 발작으로 잠정 진단해 상비약을 처방했습니다. 1시간 후 경과를 살피니 다행히 증상 호전되었습니다.

환자를 보고 자리로 돌아온 저희 부부는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외래나 응급실에 이런 환자가 왔다면 이렇게 당황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진료 환경(의료기관이 아닌 비행기,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 언어 소통 문제 등)에서의 진료는 참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만약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나는 내 진단에 확신을 가지고 기장에게 인근 공항 착륙을 건의할 수 있을까?

한국 비행기에서는 소위 말하는 '닥터콜'에 응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 혹시 발생할 법적 다툼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죠. 저희도 이번 경험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말 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닥터콜'이 여러 번 나오는데도 과연 나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도가 좀 받쳐줬으면 좋겠습니다. 흑흑

혹시 응급환자에 의한 인근 공항 착륙 경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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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페리안
11/04/03 22:19
수정 아이콘
우와.... 수고하셨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이런 경우가 있군요!!
올빼미
11/04/03 22:20
수정 아이콘
응급환자발생시에 공항으로 착륙은 뉴스감입니다. 실제로 뉴스에도 나오더군요.
11/04/03 22:20
수정 아이콘
도의적으로는 안나갈 수가 없는데 제도가 걸림돌이 되는 상황인가보네요 안타깝습니다;;;
Timeless
11/04/03 22:23
수정 아이콘
회항은 뉴스감이지만 비행기 내 환자 발생은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왠만한 국제선에는 꼭 의사나 간호사가 1~2명씩 타고 있다고 합니다^^:
OnlyJustForYou
11/04/03 22:26
수정 아이콘
오우..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인데..
생각해보니 참 그러네요. 나섰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등 여러 돌발 상황에 의사에게 책임이 가해질 수가 있으니 의사분들도 참 그 상황속에서 나서기 어렵겠군요.
한 번 생각해볼만한 일이네요.
색다른? 어떤 어휘를 사용해야할지 감이 잘 안오는데 유익한? 특이한? 경험을 하셨네요. ^^;
올빼미
11/04/03 22:32
수정 아이콘
조금다른 이야기고 오늘도 들은 이야기지만-_-.. 사람인 이상 눈앞에 내도움으로 한명이 구해질수있다면 몸이 가게 마련입니다. 물에 두명이 빠졌는데 누굴구할래라는 질문은 상당히 우문인게 눈앞의 사람 먼저 구하는게 사람이죠. 물론 이후에 상당히 귀찮아질수는 있겟지만.. 선의로 행한일은 대부분 돌아옵니다.
써니티파니
11/04/03 22:57
수정 아이콘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착륙하는 편으로 마음이 쏠릴 것같아요.
의료보험비가 오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테지요. 물론 잘 아시겠지만;;
운영진의 위엄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살인적인웃음
11/04/03 22:58
수정 아이콘
음..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제도를 바꿔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지식이 아는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일반사람도 응급처치를 할수 있게 어렸을때부터
교육을 받는게 도움이될거 같네요 뭐 단순한 CPR 이라도 아는것과 모른것이 다르니까요.. 역시 제일중요한거는 후에 잘못됬을경우 돈문제가 제일 문제이네요..
용기있는 선택에 감동받았네요
11/04/03 23:08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
인턴 끝난거 축하드려요~
웃는 옵세
11/04/03 23:24
수정 아이콘
인턴 마치셨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요?
유유히
11/04/03 23:56
수정 아이콘
디씨 힛갤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의사분의 수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 달린 리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이거네요.

여기가.. 어디요?
아, 비행기요. 안심하세요.

그때부터 사람을 살려낸 그분은 '의사양반'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의사양반 타임리스님...
pathology
11/04/04 02:58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편두통환자에서 멀미는 원래 잘 옵니다.
그럴때는 CCB를 주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11/04/04 04:47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저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의료지원을 많이 나가기에 노상에서 진료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주변의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래나 병실이나 응급실이 아닌 바깥에서 수십 수백명의 눈길이 제게 쏠리면 간단한 것도 계속 실수하게 되더라구요 흑...ㅜㅜ
마르키아르
11/04/04 05:32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의사의 실수에 대해 관대하지 않죠.

의사도 사람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수도 있고, 착각을 할수도 있는건데.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죠..

왜냐..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이니까요.

이 논리는 평상시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응급상황이 되면 문제를 일으키죠.

만약 타임리스님이 좀전 같은 상황에서, 환자를 보다, 잘못된 판단, 실수를 해서 그 환자가 죽었다면..

그 환자, 가족들이..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지, 사람이 실수할수도 있지..하면서 이해하려 해줄까요?

이질문에.. 당연히 이해해줄수 있지! 라고 자신있게 대답해주실수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닌분도 정말 많은게 우니나라고, 법적으로도 보호를 안해주는게 우리나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저런 상황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의사분들이 정말 많고.. 그분들이 존경받아야 하는거는 맞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의사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수 있냐!! 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은 없었으면 하네요.
슈퍼컴비네이션
11/04/04 06:18
수정 아이콘
자기가 책임을 질수도 있는 상황은 좀 다르죠.

어려웠을텐데 정말 좋은일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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