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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03 23:17:24
Name nickyo
Subject [일반] 안녕하세요, 찌질이 nickyo입니다.
훗훗훗

일요일 저녁입니다.
벌써 월요일이 다가옴에 몸서리가 쳐지네요.

근 반년이 넘게 한 여자때문에 계속 찌질한 글을 자유게시판에 드립해 와서 이제는 손발오글거리게 하는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nickyo입니다. 사실 그 점은 기분이 좋아요. 매번 저 자신을 찌질이라고 하는데, 전 찌질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누가봐도 쟤 못났네 싶을 정도로 못났고, 자랑할 것 없는 삶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쿨하기 까지하면 왠지 거추장스럽기도하고, 사람은 찌질하게 살면서 남는 찌꺼기들이 다 비료가 되는거라 싶어서 찌질이인채로 사는게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한때는 냉소적이고 위에서 내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키보드 워리어로써 이 곳에서 꽤 이미지가 박혀있기도 했었고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비 보수적인(진보라고 하기에는 진보가 아니고, 보수는 보수인데 우리나라내에서 보수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입장으로 매번 댓글을 달아서 그런 쪽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었고
일본 문화나 만화이야기로 떠들썩하게 떠들었던 적도 있었고
가벼운 유머글을 몇몇 분이 즐거워 해 주시면서 그런 글을 시리즈로 썼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어떤 이미지를 가진 사람일지 좀 궁금하기도 하네요.

반년이상 써 온 찌질이글의 주인공이신 분에게 마지막 메일을 보냈습니다. 며칠이 지나 오늘 수신확인이 떴고, 마지막 희망도 끝났네요. 아무런 반응도 없는걸 보니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떠오르시는 그 기분이 맞을 것 같네요. 이걸로 본격 한번 더 찌질해지고 싶었는데 참기로 했습니다. 끝난일이니까 흘려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거든요. 찌질하게 순정을 갈망하는 나 자신이 좋아지면 안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제 이 분이 주인공인 찌질한 글은 아마 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분이랑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요.



사실 상처를 입으면 글이 참 잘나옵니다. 품질이 좋다는 자신의 의미가 아니라, 쓰고 싶은 말들이 솟아납니다. 모든게 잘 풀리고 평화로울때는 키보드 앞에서 앉아있을 때가 별로 없는데, 꼭 뭐가 안되면 여기에 하소연을 합니다. 참 고마운 공간입니다. 고마운 사람들이구요. 어디에도 말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얼굴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성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털어놓습니다. 댓글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 공감을 해주시는분들, 말 없이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충분함, 그 이상의 위로를 받으며 버텼습니다.



사실 제가 누군지 아는 현실의 친구들이 이 곳의 이야기를 접하면 정말 많이 놀릴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저런 이야기는 아주 친한 친구들한테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걸 상담? 한다거나 속풀이를 하거나, 슬퍼서 술을 먹거나 할 친구들이 없다는건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대신에 매번 생산적이고 활기찬, 언제나 삶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바른 친구들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래서 찌질한 것은 인터넷에서만 허용되지요. 여기서 찌질해 지면서 한 세번은 차인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일종의 구원을 얻은 곳이기도 합니다. 조금 아쉽다면, 여긴 차였다고 소개팅을 주선해주지는 않는 것 정도일까요?하하.




일본에 지진이나서 일본도 못가게 되어서 한국에서 이것저것 할 일을 만들고 배우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 사이에 여러번 찌질해지기도 하고, 여유를 찾으려 애 써보기도하고, 그렇게 여기서 많은 것을 얻어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별 이야깃거리도 없지만 그냥 참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학교 선배이시기도한 Utopia님부터 정말 부족한 글을 가끔 칭찬해 주셨던 abrasax_:JW님,xena님,王天君님,신쪼님. 글을 잘 읽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는 Kaga Jotaro님,피트리님,RabidWolves님,goGo!!@heaveN.님,다다다닥님, 김민규님, 달마루님, 一切唯心造 님,MMW님. 트위터에서도 댓글에서도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DeathMage님, 네오유키님, 착한밥팅z님, 잭와일드님, 모모리님. 어머니의 안부를 함께 걱정해주신 미드나잇님, 28살 2학년님, 미스터H 님, 승리의기쁨이��님  ,ILikeOOv님 ,응큼중년님 ,Paran님 ,스폰지밥님 ,litmus님 여러분. 부족한 제게 팬이라고까지 농담을 던져주시는 발그레 아이네꼬 님.  시사글에서 자주 뵈며 그 지식에 감탄했던  루크레티아님, 클2님. 제 진로에 함께 걱정해주시며 많은 조언을 해주신 Eva010님, 프즈히님, 사파이어님, AhnGoon 님, 4차원의 반응으로 피식 웃게 해주시는 츄츄님 등등 그 외에도 이름을 다 적지 못한 많은 분들..

제 글을 읽으시면서 즐거워해주신, 혹은 오글거리신, 또는 '얘 뭐야 크크크크'하고 웃어주신. 그리고 그 외에 많은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취미삼아 배우고 있는데,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게되면 그때 꼭 차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네요.

이제 전 저녁운동을 가야겠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찌질해 지기도 하고, 가능한 찝찝함 없이 건강하게 피식 웃을 수 있는 유머글도 올리고, 좋은 음악, 만화, 영화, 책 등을 소개도하고, 이런 별 일 아닌 이야기도 떠들고, 시사적인 문제에서 건강한 토론도 하며 그렇게 이 공간을 즐기겠습니다. 매번 힘들때마다 많이 힘을 얻고 갑니다. 다들 고마워요. 전보다 더 좋은, 재밌는, 찌질한 글로 만날 수 있게 힘낼게요.


왠지 이것도 좀 오글거리네요.

친목질이라고 혼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다들 한 시간남은 일요일 마저 편안히 즐기시고..
아침부터 활기차게 즐거운 한 주, 행복한 일 가득한 일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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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03 23:24
수정 아이콘
남자가 찌질거리는건 그 다음을 위해서니까 괜찮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딘가에는 다른 인연이 있을겁니다~
코리아범
11/04/04 00:07
수정 아이콘
아 트위터에서의 그 이야기가 그것이었군요.
젊음이 좋은게 아무리 찌질해도 덜 후져보이더군요.
nickyo 님 만의 이야기가 생겼다고 생각하시고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릴게요
음 저와 어느정도는 거의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다는게 반갑기도 하네요 크
11/04/04 00:42
수정 아이콘
평소 nickyo님의 글 자주 읽고 있었는데 댓글한번 달지 못했네요. 인터넷에서 글을 쓰며 위로받는다고 하셨는데 비슷한 마음으로 읽는 사람 역시 위로받게끔 하는 재주가 님에겐 있으셔요. 어떤 글이 됐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지니쏠
11/04/04 01:21
수정 아이콘
앗..정말 좋아하던 주제였는데. 하지만 니쿄님을 위해선 잘 된 일이겠죠? 니쿄님글을 볼때마다 저도 누군가가 생각나니, 어쩌면 절 위해서도 잘된 일이겠어요. [m]
지옥염소
11/04/04 03:03
수정 아이콘
저도 댓글은 많이 못 달았지만 재밌게 보고 있었습니다- 주제넘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이 모든게 nickyo 님을 더 성장시키고,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응원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찌질한 글 앞으로도 대환영입니다- 앞으로도 글 많이 써주세요 :)
다다다닥
11/04/04 07:11
수정 아이콘
nickyo님 입장에서는 이제 그 분께 마음을 정리하시려 준비하시니 '최선'을 아닐지라도 '차선' 정도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으시겠지만 미련 한 방울까지 툴툴 털어내셨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죄송한 얘기일 수 있지만 nickyo님의 아릿하면서 한편으로는 재기발랄한 글을 못 볼 걸 생각하니 그 점은 너무 아쉽네요.
11/04/04 10:58
수정 아이콘
nickyo님의 글을 읽을 때면, 지금은 모든 것이 안정되어 아픔이란 걸 잊고 사는 제게도 아련했던 지난 날이 떠오릅니다.
몇번의 키보드워리어질, 그리고 신입사원인 지금은 하루하루에 쫓겨 모바일로만 백년에 한번 댓글다는게 고작이지만, 제게도 곪은 아픔을 글만으로서 다독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끔 nickyo님의 글을 읽고 센티해져 예전의 제글을 찾아읽어보면, "거참 신기한 노릇일세. 어떻게 이런 '감정있는' 글을 썼을꼬. 그리고 정말로 시간은 흐르는구만" 이란 생각이 든답니다.
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nickyo님도 얼른 행복해지셔서 '암만 노력해봐도' 그간의 퀄리티의 아련한 글이 절대 안나올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고(?) 있는 제가 이상하죠? 흐흐 정말 치맥 한잔 해요 전 집도 직장도 학교에서 멀지 않답니다.

아 오글거려

이 글의 테마는 오글이군요. [m]
착한밥팅z
11/04/04 12:02
수정 아이콘
죄송한말씀이지만 안찌질합니다 흐흐
항상 글 잘읽고 있어요.
닉넴만보고 글클릭하는 몇 안되는 분이랍니다.
다음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얼른 치맥하러 오십숑 흐흐흐
더이상의 친목질은 트윗에서 합시다용 [m]
11/04/04 12:15
수정 아이콘
제가 없다니 약간 실망입니다? 흐흐.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서 코끝으로 타자를 치느라 길게는 못 써드립니다.
Love&Hate
11/04/04 13:23
수정 아이콘
정말 끝인가요?? 아직 끝이 아닐거 같단 생각도 드는데 말이죠
DeathMage
11/04/04 15:03
수정 아이콘
데헷^-') 친절하신 니쿄님- 하시는일 잘되시길 바랍니다!
Minkypapa
11/04/04 15:22
수정 아이콘
가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동률이나 신승훈급엔 아직 못미치시는 것 같습니다. 분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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