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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6 22:20:50
Name 계층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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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70. 이제 금(今)에서 파생된 한자들

수풀 림(林)에서 파생된 한자 중에 이제 금(今)에서 파생된 한자들과 짝을 짓는 한자들이 있었다. 林과 今은 비슷한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쓰이는 한자들인 것이다. 今의 자원과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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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今의 갑골문 1, 2, 금문,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이제 금(今)은 갑골문 2에서 획 하나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예부터 지금까지 위가 뾰족한 삼각형 안에 한 획이 있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갑골문에서는 이 한 획이 가로획이었는데 후세에 굽으면서 지금의 今이 되었다. 소전에서는 왼쪽으로 휘었으나 지금은 오른쪽으로 휘었다.

今은 간단한 형태이지만 너무나 간단해서 그런지 그 해석이 매우 분분하다. 《설문해자》에서는 “'이제'다. 모을 집(亼)과 미칠 급(乀)의 뜻을 따른다. 乀은 미칠 급(及)의 고문이다.”라고 풀이했다. 예 위선(葉玉森)은 물건을 덮은 모습을 본떠 현재라는 뜻이 나왔다고 했다. 가오 홍진(高鴻縉)은 모을 집(亼)이 소리를 나타내고 가로획(一)이 지금을 나타내는 지사의 기능을 한다고 했다. 이렇게 今이 자체로 '이제, 지금'을 나타낸다는 해석이 있으며, 이와는 달리 입 구(口)나 가로 왈(曰)을 뒤집은 한자로 원래는 머금을 함(含)이나 읊을 음(吟)을 나타내는 한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 외의 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다.

今의 상고음은 벡스터-사가르를 따르면 /*[k]r[ə]m/, 정장상팡을 따르면 /*krɯm/이다. 위키사전에서는 아직 今의 어원은 알 수 없다고 한다.


今(이제 금)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今+云(이를 운)=侌(그늘 음): 급수 외 한자

今+口(입 구)=吟(읊을 음): 음미(吟味), 신음(呻吟) 등. 어문회 3급

今+口(입 구)=含(머금을 함): 함유(含有), 포함(包含) 등. 어문회 준3급

今+女(계집 녀)=妗(외숙모 금): 어문회 준특급

今+山(메 산)=岑(산높을 잠): 잠아(岑峨: 아주 높음), 제잠(鯷岑: 우리나라의 별명) 등. 어문회 준특급

今+日(날 일)=昑(밝을 금): 어문회 준특급

今+珡(거문고 금)=琴(거문고 금): 금슬(琴瑟), 현금(玄琴: 거문고) 등. 어문회 준3급

今+矛(창 모)=矜(자랑할 긍): 긍휼(矜恤), 자긍(自矜) 등. 어문회 1급

今+离(도깨비/산신 리)=禽(새 금): 금수(禽獸), 가금(家禽) 등. 어문회 준3급

今+竹(대 죽)=笒(첨대 금|속이찬대 함): 대금(大笒), 대함(大笒: 대금의 원말) 등. 인명용 한자

今+艸(풀 초)=芩(풀이름 금): 숙금(宿芩: 황금의 뿌리), 황금(黃芩: 꿀풀과의 풀. 뿌리를 약으로 씀.) 등. 어문회 준특급

今+衣(옷 의)=衿(옷깃 금): 금천(衿川), 청금(靑衿: 유생의 별칭) 등. 어문회 준특급

今+衣(옷 의)=衾(이불 금): 금침(衾枕: 이부자리와 베개), 원앙금(鴛鴦衾) 등. 어문회 1급

今+貝(조개 패)=貪(탐낼 탐): 탐심(貪心), 소탐대실(小貪大失) 등. 어문회 3급

今+王(임금 왕)+呂(성 려)=金(쇠 금|성 김): 금속(金屬), 자금(資金) 등. 어문회 8급

今+金(쇠 금)=鈐(자물쇠 검): 검새(鈐璽: 옥새를 찍음), 동검구(銅鈐口: 구리로 도자기의 아가리를 짜서 물리는 꾸밈새) 등. 어문회 준특급

今+黑(검을 흑)=黔(검을 검): 검수(黔首: 일반 백성), 유금필(庾黔弼: 고려 태조 대의 무장) 등. 어문회 2급

侌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侌+阜(언덕 부)=陰(그늘 음): 음양(陰陽), 녹음(綠陰) 등. 어문회 준4급

含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含+口(입 구)=唅(머금을/의성어/반함 함): 함법(唅法: 약을 입에 머금는 치료법) 등. 급수 외 한자

含+艸(풀 초)=莟(꽃봉오리 함): 인명용 한자

含+頁(머리 혈)=頷(끄덕일 암/턱 함): 암가(頷可: 머리를 끄덕여 승낙함), 탈함(脫頷: 턱이 내려앉아 입을 다물지 못함) 등. 인명용 한자

禽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禽+手(손 수)=擒(사로잡을 금): 금생(擒生: 생포), 칠종칠금(七縱七擒) 등. 어문회 1급

禽+木(나무 목)=檎(능금 금): 임금(林檎: 능금), 임금산(林檎酸: 말산) 등. 어문회 준특급

金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金+山(메 산)=崟(메 음): 금음(嶔崟: 산이 우뚝 솟음), 잠음(岑崟: 높고 가파른 산봉우리) 등. 인명용 한자

金+欠(하품 흠)=欽(공경할 흠): 흠모(欽慕), 흠정(欽定: 황제가 손수 제도를 정함) 등. 어문회 2급

金+水(물 수)=淦(배물샐 감): 감수(淦水: 배 밑바닥에 괴는 물), 감수도(淦水道: 감수가 흐르는 길) 등. 인명용 한자

金+行(다닐 행)=銜(재갈 함): 함매(銜枚), 명함(名銜) 등. 어문회 1급

金+帛(비단 백)=錦(비단 금): 금수(錦繡), 홍금(紅錦) 등. 어문회 준3급

金+金+金=鑫(기쁠 흠): 인명용 한자

陰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陰+广(집 엄)=廕(덮을 음): 인명용 한자

陰+艸(풀 초)=蔭(그늘 음): 음서(蔭敍), 공음전(功蔭田) 등. 어문회 1급

欽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欽+山(메 산)=嶔(높고험할 금): 금연(嶔然: 산이 험하게 솟음), 금음(嶔崟: 산이 우뚝 솟음) 등. 인명용 한자

欽+广(집 엄)=廞(벌여놓을 흠): 흠위(廞衛: 제왕의 장례 행렬 도구) 등. 인명용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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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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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侌·霒의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고문 1(侌), 고문 2, 소전(霒). 출처: 小學堂

侌은 陰의 소리 부분이자 같은 한자로 취급되지만, 《설문해자》에서는 일단은 별개의 표제자이자 霒의 고문으로 수록해 “구름이 해를 덮는 것이다. 구름 운(雲)이 뜻을 나타내고 今이 소리를 나타낸다. 侌은 고문이자 생략형이다.”라고 풀이했다. 단옥재는 云이 원래의 雲이므로 侌은 생략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국시대 초나라 계통의 죽간 문서에서는 이 侌이 단독으로 陰을 대신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霒의 고문 2는 구름 운(云)이 동그랗게 말려 있는 구름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를 그대로 반영한 특이한 한자가 유니코드에 수록되어 있다. 비록 기본 영역이 아니라서 인터넷에서는 자주 깨져서 보이지만.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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霒의 고문 2를 나타낸 한자.

한자에서 드문 곡선도 눈에 띄고, 갈 지(之)자를 능가하는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획의 움직임도 특이하다. 이 한자는 밑의 꼬불꼬불한 획을 단 2획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5획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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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陰의 갑골문, 금문 1, 2, 3, 제계 금문, 연계 문자, 진(晉)계 문자 1, 2, 초계 문자 1, 2. 출처: 小學堂

그늘 음(陰)은 지금의 형태, 즉 언덕 부(阜)가 뜻을 나타내고 그늘 음(侌)이 뜻과 소리를 나타내는 짜임으로 정착되기 전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 와중에 今이 소리를 나타낸다는 점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특이하다.

갑골문에서는 今 아래에 새 추(隹)가 놓여 있었고, 금문에서는 물 수(水)와 닭 유(酉), 阜와 酉, 阜가 놓여 있었다. 전국시대로 들어가면 今에서 파생된 쇠 금(金)이 소리 부분이 되는 형태가 나타나고, 혹은 두 개의 阜 사이에 今이 낀 형태도 나타난다. 초계 문자에서는 머금을 함(含)을 기초로 해 그 밑에 날 일(日)과 云이 놓여 있는 형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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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陰의 진(秦)계 석고문, 진(秦)계 문자,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1, 2, 후한 예서 1, 2. 출처: 小學堂

지금의 陰은 다양한 전국시대 문자 중 중국을 통일한 진(秦) 계통의 문자를 소전을 거쳐 계승한 것이다. 예서에서도 이 형태를 물려받았는데, 전한 예서 2에서는 陰의 전국시대 문자, 곧 金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태를 어떻게 찾아내서 부활시켰다. 후한 예서 1은 侌의 위아래 획을 뭉개서 사람 인(人) 아래에 云이 오는 형태로 바꿨지만, 예서 2는 원래의 侌의 형태를 남겼고 이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늘 음(侌)은 구름(云)이 볕을 가려 생기는 그늘을 뜻하고, 그늘 음(陰)은 이에 또 볕을 가리는 언덕(阜)을 더해 뜻을 강화했다. 곧 그늘이 원래의 뜻이고, 이에서 나아가 볕이 잘 들지 않는 산의 북쪽, 강의 남쪽도 陰이라고 불렀다. 또 고대 동양에서는 이 해가 드는 볕 양(陽)과 해가 가리는 그늘 음(陰)을 반대되는 두 가지의 기초적인 개념으로 이해해, 보이는 것, 남성적인 것을 양으로 가리키고, 숨는 것, 여성적인 것을 음으로 보는 음양(陰陽)이라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STEDT에 따르면, 陰의 어원은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어둡다, 가리다, 황혼을 뜻하는 *r(u/i)m에서 비롯하며, 티베트어에서 어둡다는 뜻의 རུམ (rum), 징포어에서 황혼이 된다는 뜻의 rim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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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含의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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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吟의 소전, 혹체 1(䪩), 혹체 2(訡), 출처: 小學堂

머금을 함(含)과 읊을 음(吟)은 둘 다 입 구(口)가 뜻을 나타내고 今이 소리를 나타내는 한자이나, 배치에 따라 뜻과 소리가 달라진다. 吟은 뜻을 나타내는 부분이 口 외에도 소리 음(音)이나 말씀 언(言)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런 변형이 없는 含과 견주어 보면 含은 물리적인 입, 吟은 입으로 말하는 소리와 관련이 있는 것임을 엿볼 수 있다.

STEDT에 따르면, 含의 어원은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입에 넣는다는 뜻의 *gam에서 비롯하며, 티베트어에서 입에 넣는다는 뜻의 འགམ་པ ('gam pa)와 같은 어원이다. 쉬슬러는 한자 중에서는 상자 함(函)이 동원어이며, 재갈 함(銜) 역시 동원어일 것이라고 보았다. 銜의 소리 부분도 含처럼 今에서 소리를 딴 金임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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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琴의 초계 문자 1, 2, 3, 고문,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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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琴).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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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퇴한묘에서 출토된 슬(瑟) 세트.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거문고 금(琴)은 한국 악기 거문고의 원형인 중국의 전통 현악기 금(琴)을 가리킨다. 현재 자형의 원형인 《설문해자》 소전 珡은 금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로 보이며, 고문은 금과 짝을 이루는 현악기인 슬(瑟)의 고문인 㻎에 소리를 나타내는 쇠 금(金)을 결합한 형태다. 예서에서 珡에 소리를 나타내는 今을 더하면서 지금의 글자가 되었다.

초계 문자는 으뜸 원(元)이나 우뚝솟을 올(兀) 비슷한 문자들이 여러 개 반복되고 있고 소리를 나타내는 金이 밑에 깔려 있는데, 저 문자들은 바로 슬(瑟)의 초계 문자 형태로 슬의 기러기발을 본뜬 글자다. 즉 고문의 㻎+金에서 㻎만 초계 문자로 바꾼, 동일한 구성의 한자다.

금과 슬이 서로 짝을 이뤄 조화되는 것에서, 좋은 부부 관계를 가리키는 금슬/금실이란 낱말이 나왔다. 한자로도 琴의 고문이 瑟의 고문에서 파생되고, 瑟이 琴의 소전에서 파생되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서 나오는 긴밀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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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矜의 초계 문자, 소전,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자랑할 긍(矜)은 《설문해자》에서는 창 자루라는 뜻으로 풀이해, 지금의 뜻인 자랑하다나 불쌍히 여기다는 가차로 보인다. 지금의 자형은 소전을 이어받은 것인데, 정작 소전 외의 고문자들은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今이 아니고 전·후한 예서처럼 하여금 령(令)이나, 초계 문자처럼 令에 口가 덧붙은 목숨 명(命)이 대부분이라 허신이 令을 今으로 잘못 보았다는 견해가 있다. 마침 이 한자의 소리도 다른 今이 들어가는 한자처럼 니은받침이 아니라 이응받침인 것도 令이 들어가는 형성자에 가깝다.

이 한자는 창 모(矛)가 부수인데, 矛가 부수인 한자 중에서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한자는 이 한자가 유일할 것이다. 다만 '불쌍히 여기다'로 쓰이는 긍휼(矜恤)은 기독교 전용 용어 같이 되어가고 있고, '자랑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자긍심(自矜心)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보다 나를 자랑하는 마음이 앞서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억측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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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禽의 갑골문, 금문 1, 2, 소전. 출처: 小學堂

새 금(禽)은 갑골문에서는 今 없이 손잡이가 달린 그물 모양의 사냥 도구를 나타내고 있다. 금문에서 소리를 나타내는 今이 더해졌고, 사냥 도구가 변형되면서 소전에서는 비슷하게 생긴 산신 리(离)로 와전돼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따라서 원래의 뜻은 잡는다는 뜻이었고, 나중에 그물로 잡는 대상인 새라는 뜻이 인신되면서 원래의 뜻은 손 수(手)를 더한 잡을 금(擒)으로 파생되어 나갔다.

잡아 가둔다는 구금(拘禁)이란 말이 이 擒이 아니라 禁을 쓰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일상적으로 쓰이는 한자는 아니지만, 사람을 마음대로 잡았다 풀어줬다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칠종칠금(七縱七擒)에서는 이 한자를 쓴다. 擒의 상대자로 쓰인 세로 종(縱)에 풀어주다는 뜻이 있다. 또 삼국지 얘기지만, 이건 정말로 삼국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인데, 촉한의 승상 제갈공명이 지금의 윈난 성 일대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반란군의 대장 직임을 이어받은 맹획을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주어 그의 마음을 얻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흔히 소설 삼국지의 영향으로 맹획을 남만의 왕으로 여기지만, 실은 한족과 비한족의 마음을 모두 얻어 지도자가 되었을 뿐 역사서에서는 딱히 비한족이라는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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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衾의 소전, 예서. 출처: 小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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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䘳의 금문, 소전, 衿의 예서. 출처: 小學堂

옷깃 금(衿)과 이불 금(衾)도 吟과 含처럼 같은 구성이되 배치가 달라 뜻이 달라지는 한자들이다. 둘 다 옷 의(衣)가 뜻을 나타내고 今이 소리를 나타낸다.

衿은 林 편에서 소개했듯이 원래는 소리 부분이 今이 아니라 今을 소리로 하는 쇠 금(金)이었고, 금문에서는 金이 衣 안쪽으로 들어가고 소전에서는 옆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예서에서 金 대신 今을 소리로 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衾과 같은 구성이 되었다. 한편 소리 부분을 林을 소리로 삼는 금할 금(禁)이 들어가는 襟이라는 또 다른 한자도 생겨, 옷깃 금은 襟, 衿, 䘳 세 한자가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반적인 '옷깃'이란 뜻으로는 심금이나 금도에서 보듯 거의 다 襟을 쓰며, 衿은 '목구멍과 옷깃'이라는 뜻으로 강령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후금(喉衿)을 제외하면 역사 용어들로 나온다. 특히 신라에서 군대의 금장으로 이 한자를 썼기에 衿을 쓰는 단어들은 대부분 신라 시대의 벼슬이나 군제다. 현재 이 한자를 일상적으로 쓸 일이라면,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서울시 서남부의 구인 금천구(衿川區)의 이름일 것이다.

금천은 원래 시흥(始興)의 옛 이름으로, 고구려 시대에는 잉벌노(仍伐奴), 신라 시대에는 곡양(穀壤)이었으며, 고려 시대에는 금주(今州)였다가 조선에서 도호부가 아닌 고을들의 이름에서 주(州)를 산(山)이나 천(川)으로 바꾸면서 금천이 되었다. 시흥이란 이름은 1795년부터 쓰이니 금천에 비하면 의외로 역사가 짧은 편이다.

지금은 금천구와 시흥시가 따로 존재하는데, 이는 시흥군이 1963년 옛 군청 소재지인 지금의 금천구 일대를 서울시에 내주었고 1995년 이 지역이 구로구에서 분리되면서 시흥군의 중심지였다는 역사를 반영해 시흥의 옛 이름인 금천을 구 이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흥동도 시흥시가 아니라 금천구에 있고, 시흥동에 있는 금천구청역의 옛 이름도 시흥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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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金의 금문 1, 2, 3, 제계 금문, 연계 문자, 진(晉)계 문자, 초계 문자, 고문, 소전. 출처: 小學堂

쇠 금(金)은 《설문해자》에서는 “오색 금속의 총칭이며, 이 중 황금이 대표한다. (중략) 흙에서 나기에, 흙 토(土)가 뜻을 나타낸다. 좌우의 점은 쇠가 흙 속에서 남을 뜻한다. 今은 소리를 나타낸다.”라고 풀이해, 今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풀이했다. 이후의 학설에서도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장세초(張世超)나 황 더콴(黃德寬) 등이 금문 1, 2 등에 있는 점 두 개를 금속 덩이를 나타낸 성 려(呂)로 보았다. 가운데 부분이 도끼 모양을 나타내는 임금 왕(王)이냐 흙 토(土)냐의 차이는 있지만. 그러나 今이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아니라 도가니를 본뜬 것이며, 이제 금(今)이라는 한자 자체도 원래는 도가니를 가리킨다는 노간(勞榦)의 학설도 있다. 원래는 土나 王 밖에 있던 점들이 안으로 끼어들면서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다. 한편 위의 초계 문자 金은 아까 琴의 초계 문자에서 나온 그 金이다.

한편, 金은 금문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갑골문에서 불 화(火)와 今이 합한 문자가 발견되었고, 탕 란(唐蘭)은 이 한자를 金으로 해석했다. 이 설이 맞는다면 갑골문에서부터 쇠 금(金)의 소리는 今이 맡아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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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錦의 초계 문자 1, 2, 소전. 출처: 小學堂

비단 금(錦)은 부수가 쇠 금(金)이고 형태도 金이 뜻을 나타내는 다른 金부의 한자처럼 金이 왼쪽 변에 있어서 의미가 쇠와는 상관 없는 비단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실은 이 한자의 부수를 뜻만 보고 정하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수건 건(巾)이 부수가 되어야 한다. 비단 백(帛)이 뜻을 나타내고 金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다. 초계 문자에서는 치마 불(巿)이나 가는실 멱(糸)이 왼쪽 변에 와 金이 소리 부분임이 더 잘 보이는 구성을 보여준다. 《설문해자》에서는 “양읍 지역에서 나는 무늬 있는 직물이다.”라고 풀이해 지역 특산품으로 소개하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비단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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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黔의 진(秦)계 금문, 소전, 진(秦) 전서, 한 예서. 출처: 小學堂

검을 검(黔)은 검을 흑(黑)이 뜻을 나타내고 今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다. 주나라에서는 일반 백성을 여민(黎民)이라 불렀고 진(秦)나라는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진시황 26년) 중국의 모든 제도를 일원화하면서 민을 검수(黔首)라 부르게 했다.《설문해자》에서는 이 검수라는 낱말을 검은색의 피부로 풀이했고, 후세의 주석에서는 일반 백성들이 노동으로 피부가 검게 타기 때문에 여민이나 검수와 같이 일반 백성을 가리키는 색이 검정이 되었다고 한다. 검수나 여민이란 말이 있다고 중국인이 흑인인 게 아니다.

우연히도 이 한자의 음은 우리말의 검다와 같지만, 쉬슬러는 중국 서남부의 좡어에서 구름이 낌, 어두움을 뜻하는 kʰam¹ 이나 베트남의 소수민족 언어인 원시카투어파에서 검정을 뜻하는 *koom 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마침 이 한자는 지금의 구이저우성 일대에 진나라가 설치한 무검군(巫黔郡)·검중군(黔中郡)의 이름에 들어가기도 하며, 구이저우성의 한 글자 약칭도 검(黔)이다.

요약

今(이제 금)은 무엇을 본뜬 한자인지 설이 많으며, 그 자체로 지금을 나타낸다는 설, 含(머금을 함)이나 吟(읊을 음)의 원형이라는 설 등이 있다.

吟에서 侌(그늘 음)·吟(읊을 음)·含(머금을 함)·妗(외숙모 금)·岑(산높을 잠)·昑(밝을 금)·琴(거문고 금)·矜(자랑할 긍)·禽(새 금)·笒(첨대 금|속이찬대 함)·芩(풀이름 금)·衿(옷깃 금)·衾(이불 금)·貪(탐낼 탐)·金(쇠 금|성 김)·鈐(자물쇠 검)·黔(검을 검)이 파생되었고, 侌에서 陰(그늘 음)이, 含에서 唅(머금을/의성어/반함 함)·莟(꽃봉오리 함)·頷(끄덕일 암|턱 함)이, 禽에서 擒(사로잡을 금)·檎(능금 금)이, 金에서 崟(메 음)·欽(공경할 흠)·淦(배물샐 감)·銜(재갈 함)·錦(비단 금)·鑫(기쁠 흠)이 파생되었고, 陰에서 廕(덮을 음)·蔭(그늘 음)이, 欽에서 嶔(높고험할 금)·廞(벌여놓을 흠)이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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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페인
25/01/26 23:4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새 해 福 많이 받으시고, 댁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如是我聞
25/01/27 09:22
수정 아이콘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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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48592 3
103623 [일반] 용대운작가가 근황(?)을 올렸네요. [33] 진산월(陳山月)2880 25/01/27 2880 1
103621 [일반] 해외여행 안 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139] I.A.L10108 25/01/27 101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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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1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70. 이제 금(今)에서 파생된 한자들 [2] 계층방정2224 25/01/26 222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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