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1/26 21:44:19
Name 우르르쾅쾅
Subject [일반] 자작 소설입니다. ‘대학원생 그녀’ (3)
안녕하세요.
3화 올려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화는 번외편 성격으로 썼습니다
너무 기대 안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원래 오늘 본가에 가려고 했는데 일정을 바꾸어서 내일 가게 되었네요
시간이 남아 뭐 할까 하다가 피지알에 글을 또 쓰거 싶아졌습니다.
피지알 회원님들과 운영진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수와 저는 지수의 랩미팅 이후에 훨씬 편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대화를 지수와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그만 '혹시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혹시병은 남자 공대생이 자주 걸리는 병으로 여사친이랑 친해면, [혹시 애가 나를?] 이라고 생각하면서 여사친이 자신을 좋아할거라 믿기 시작하는 일종의 망상입니다.

제가 학부때 친한 여사친이 있었습니다.
같이 많이 놀았고, 지역 축제 같은 행사도 단 둘이 많이 놀러 갔었습니다.
숙제도 같이 했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같이 했습니다.
도서관 테이블에서 공부하면서 서로 다리로 툭툭 치는 장난을 할 정도로 친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 친구가 저를 좋아 한다고 믿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이미 우리가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펴졌습니다.
어느날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저는 말했습니다.
[민지야,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귀자.]
[덕수야, 나도 너 좋아해. 근데 나는 그렇게는 생각안했어. 나는 지금이 좋아. 내일부터 나 안보고 그러는거 아니지?]
저는 혼이 나간 상태로 대답했습니다. [어. 그래.. 뭔 말인지 알겠어.]
저는 실망하면서 방으로 갔습니다.
[아니, 나랑 그렇게 하다가 저런다고?] 실망감은 분노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같이 왜 그렇게 다녔냐? 진짜 황당하네. 나를 가지고 논건가?]

그때 민지에 대한 저의 마음은 정확히 '분노'는 아니었습니다.
'배신감'이 더 적절한것 같네요.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일 이후에도 저와 민지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민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민지는 저를 정말 남사친으로 좋아 한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민지랑 그 이후로도 많은 대화를 하면서 알게되었습니다.
민지는 남자든 여자든 친구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잘했던 것입니다.
저를 남친 대용으로 가지고 논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민지가  '여자형제'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 그 일 이후로 저는 다른 사람의 함부로 마음을 확신 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진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나도 내 마음을 정확히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은 더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마음을 확신하는 순간이 착각하는 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추정 뿐이다. 100%라고 생각하지 말자.

저는 예전에  아주 친한 친구나 여자친구의 마음을 잘 안다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저는 그런 확신이 없습니다.
아무리 친하고 매일 봐도 제가 아는 것은 최대 20%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최소 80%가 있고 저는 그것을 영원히 정확하게는 알 수 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일은 그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 충분히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런 제가 '혹시병'에 걸린 것입니다.
연구실에 와보니 지수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지수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혹시 지수가 나를 좋아하나?].
과거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아니야, 그냥 좋은 선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곰곰히 지수가 했던 말을 떠오르며, [아니지, 안 좋아하는데 그 럴 수 있나?].

저는 갑자기 지수의 마음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수의 마음을 제 마음대로 확신하지 말고, [추정]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부터는 공대생 혐오를 일으킬 수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유념 바랍니다.]

어떤 모델을 사용할까 고민했습니다.
추정을 하기위해는 모델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지수가 예전에 저에게 말한것이 떠올랐습니다. [덕수 오빠, MLE 말고 다른 파라미터 추정 방법은 큰 의미 없는거 아니에요?]
물론 MLE 말고 다른 좋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MLE(Maximum Likelihood Estimation)을 쓰기로 했고, 기본 가정과 증거(E. evidence)를 정리했습니다.

최종 목표: 지수의 마음 추정
가설 파라미터 H: [지수가 나를 남자로서 좋아한다.]
가설 파라미터 ~H: [지수가 나를 남자로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 는 not 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이제 증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증거들을 보고 조건부 확률 P(E|H), P(E|~H) 값을 구하면 됩니다.
기본 가정 P(H) 값은 10%로 두었습니다.
지수가 모쏠이고 지수의 외모, 저의 외모 등을 고려해서 지수가 초기에 저를 좋아할 확률은 10%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P(E|H) 는 지수가 나를 좋아한다는 가정을하고 그 증거가 나타날 확률입니다.
P(E|~H)는 지수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가정을 한상태에서 증거가 나타날 확률입니다.
이 조건부 확률을 라이클리후드(likelihood 라고 합니다. 각각의 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값의 비율이 중요합니다.)

이제 증거를 보면서 라이클리후드를 추정해 보았습니다.

[증거1]: 지수의 사적 정보 공개 (가족이나 여행 등) | 50% vs 20% | 2.5 odds
만약에 지수가 호감이 있으면 아마도 가족이나 여행등을 말했을 같습니다.
지수의 성격으로 봐서 호감이 없는 상대에게 저런 말을 잘 할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증거2]: ["저도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의 간접고백 | 20% vs 5% | 4.0 odds
지수는 저런말을 거의 안합니다. 아마도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확률이 훨씬 낮지 않을까요?

[증거3]: [조수석은 유나언니꺼잖아요. 저는 뒤에 탈게요] | 40% vs 20% | 2.0 odds
모쏠 지수의 특성상 좋아하지 않아도 저럴 수 있지만, 호감이 있을 때 저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질투]일수도 있고 그냥 [예의]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증거4]: 프랑스식당 + 블랙 원피스 | 60% vs 50% | 1.2 odds
지수가 동기 친구들과 놀때 어떤지는 저는 전혀 모릅니다.
랩미팅에 고생을 해서 정말 그냥 고마워서 비싼 식당을 예약했는데 그 식당 분위기 때문에 원피스를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증거5]: 연구발표 서로 도와주기 | 90% vs 80%
호감이 있든 없든 연구실 동료로서 도와 줄것 같습니다. 그래도 호감이 있으면 더 확률이 높겠죠.

[증거6]: 귀여운 카톡 메시지 | 95% vs 90% | 1.125 odds
지수는 처음 카톡 할 때 부터 귀여운 말투와 이모티콘을 썼습니다.
지수는 실제 말 하는것 보다 카톡을 훨씬 귀여운 말투로 말합니다.

[증거7]: 주말 주중 자주 단 둘이 식사  |  90% vs 70% | 1.286 odds
호감이 있다면 당연히 자주 먹었겠죠. 그러나 호감이 없이 그냥 편안한 선배라고 생각해서도 밥을 자주 먹었을 것 같습니다. 지수도 학식을 싫어 했는데 취향이 우연히 맞았고 제가 차가 있어서 편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제 계산만 하면 됩니다.

초기 오즈(초기 호감/비호감 비율입니다.): P(H)/P(~H) = 0.1/0.9 = 0.111

오즈업데이트(증거들을 보고난 후 반영하여 오즈를 변경합니다. 오즈를 전부 곱하면 됩니다.)
사후오즈: posterial odds = 0.111 * 2.5 * 4.0 * 2.0 * 1.2 * 1.125 * 1.286 = 3.857

이제 최종 단계 입니다. 사후오즈로 부터

[지수가 나를 좋아 할 사후 확률을 구하겠습니다.]

P(H|E) = posterior_odds / (posterior_odds + 1) = 0.794

[80%]가 나왔습니다. 제 예상보다 너무 높게 나왔습니다.

한계점
1. 원래 이모델을 쓰려면 모든 증거들이 '조건부독립', 즉 서로 상관이 없어야해요. 그러나 아무리봐도 증거들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2. 리이클리후드 값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상 분석을 마치겠습니다. 땅땅!


죄송합니다. 재미도 없는 사후확률 계산을 이걸 이렇게나 길게 쓸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쓰고나니 지우기가 아깝네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정도로 심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잠깐 머리속으로 한 두개의 증거들만 사용해서 간단히 암산을 해봤을 뿐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이상한 사람은 아님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학교 근처를 걷고 있는데, 지수를 봤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어요.
옆에는 어떤 남자가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었습니다.
지수는 저를 보지 못했던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습니다.
평소랑 다를게 없는 하루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밤 1시쯤이 되었습니다. 지수가 오더니 [덕수오빠, 이따가 퇴근할 때 저 기숙사까지 태워 주실 수 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 시간도 늦었는데 퇴근 지금 퇴근 할까?]
[네.]

저는 지수를 기숙사까지 태워줬습니다.
연구실에서 지수의 기숙사 까지는 그렇기 길지 않는 거리 입니다. 차로 5분도 안 걸릴거에요.
저는 가능 도중에 지수에게 물었습니다.
[지수야, 나 너 며칠 전에 어떤 남자랑 걸어 가는거 봤다.]
[그사람이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저는 운전하느라 지수의 표정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본의로 절단신공을 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소설이 끝나가네요.
소설이 끝나는게 뭔가 좀 아쉽습니다.
다음화가 마지막화입니다.
이번화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틀림과 다름
25/01/26 21:54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들은 라디오에서 이런 애길 해주더군요.

요즘 연애컨설팅에서 주된 주제는

좋아하는 사람은 상대를 괴롭히지 않는다

대충 이런 멘트였습니다.
jjohny=쿠마
25/01/26 21:54
수정 아이콘
아니... 뼈를 너무 심하게 맞았네요...
25/01/26 21:55
수정 아이콘
저도 절단신공 좀 애용해봤는데 이거 마지막줄 쓰려고 글 쓰신거죠.. 잘 읽었습니다.
larrabee
25/01/26 22:02
수정 아이콘
아니 이걸 여기서 자르신다구요???????
25/01/26 22:18
수정 아이콘
최적의 집필환경인 군만두와 독방을 준비해야...
25/01/27 00:25
수정 아이콘
3편의 내용이 기-승-전 구조 완벽하네요.
의도하고 구성하신건지 아님 스토리가 드라마틱해서 저절로 그렇게 된건지 흐흐.
25/01/27 01:55
수정 아이콘
덕분에 학식 어디로 갈지 정할때 랜덤 픽
프로그램 만들어서 돌리던 기억이 났습니다.
빅뱅이론이 전부 허구는 아니라는걸
공돌이들은 알죠 크크 잘 읽었습니다
25/01/27 10:03
수정 아이콘
경험상..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날 좋아하는지 헷갈릴때는 보통 안좋아하더군요..
그나저나 공돌이식 계산법 아주 쇼킹하네요. 무려 80%나 나왔는데 진실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87069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8690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70088 31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48592 3
103623 [일반] 용대운작가가 근황(?)을 올렸네요. [32] 진산월(陳山月)2732 25/01/27 2732 1
103621 [일반] 해외여행 안 가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139] I.A.L10042 25/01/27 10042 16
103620 [일반] C.I.A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국 연구소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74] EnergyFlow9861 25/01/27 9861 2
103619 [일반] <왓치멘> 다시 읽기. [13] aDayInTheLife2867 25/01/27 2867 2
103618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70. 이제 금(今)에서 파생된 한자들 [2] 계층방정2207 25/01/26 2207 3
103617 [일반] 자작 소설입니다. ‘대학원생 그녀’ (3) [8] 우르르쾅쾅2514 25/01/26 2514 8
103616 [정치] (속보)검찰, 윤석열 구속 기소 [141] 제논17562 25/01/26 17562 0
103615 [일반] 신삼국에서 흥미롭게 연출된 조조와 순욱의 갈등 [16] 라울리스타3951 25/01/26 3951 12
103614 [정치] 한국갤럽 2024 정당지지도 분석 [34] 카바라스10593 25/01/26 10593 0
103613 [일반] [2024년 결산] 건강의 소중함. [28] 세인트4811 25/01/25 4811 15
103612 [정치] 경제에 관한 34가지 단순한 생각 [33] 번개맞은씨앗6344 25/01/25 6344 0
103611 [일반] 자작 소설입니다.'대학원생 그녀' (2) [8] 우르르쾅쾅2904 25/01/25 2904 10
103610 [일반] 자작 소설입니다. '대학원생 그녀' [21] 우르르쾅쾅4873 25/01/25 4873 12
103609 [정치] 업뎃! 2차도 기각!! 법원, 윤석열 구속기간 연장 '불허' [90] 제논20104 25/01/24 20104 0
103608 [정치] 서부지법 폭도들과 사랑제일교회 [45] 어강됴리9231 25/01/24 9231 0
103607 [정치] 국민의힘 서울역 설 인사, 반응은 '싸늘' [75] 하이퍼나이프14295 25/01/24 14295 0
103606 [정치] 다자주의의 종말, 각자도생의 시대. 한국의 체급은 안녕한가? [25] 깃털달린뱀4479 25/01/24 4479 0
103605 [정치] 헌재, 마은혁 불임명 ‘최상목 권한쟁의’ 2월3일 선고 [36] 어강됴리6121 25/01/24 6121 0
103604 [정치] “내란 확정처럼 쓰지말라, 선배로 당부” 복귀한 이진숙 ‘보도지침’ [20] 빼사스6661 25/01/24 666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