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럽의 2부리그 격인 EU 마스터즈 2019 서머의 4강 경기가 있었습니다. 

두 경기 모두 3:0으로 끝났고, 패배한 팀들이 보여준 경기력이 별로였기에 인게임 내용으로는 그다지 따질게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이 4강전에서 나름의 의의를 찾자면, AP 메이지가 바텀에 서는 비원딜 카드가 유럽의 밴픽에서 확연히 정석의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4강전 총 6게임에서 신드라 원딜이 4게임, 에코 원딜이 2게임, 그리고 카시오페아 원딜이 1게임씩 등장했습니다. 8강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하이머딩거 비원딜과 가렌-유미도 선을 보였고요. 물론 마스터즈 대회가 9.17 패치버전에서 치러지기에 롤드컵 메타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가렌 유미 조합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대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그나마 그 가렌 유미 조합도, 너프가 있었다지만 롤드컵에서 분명 나올 것 같고요.

어제 게임에서 'AP 비원딜이 일반 원딜보다 낫다'라고 단정지을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정통 원딜과 겨룬 게임에서의 전적은 일방적으로 정통 원딜쪽이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마스터즈 대회의 수준도 롤드컵과 비교하면 많이 낮으니, 표본으로 쓰기는 좀 애매하죠. 

그래서 'AP 비원딜이 롤드컵에서 대세가 될 것이다' 라고 말할수는 없겠고, 다만 높은 빈도수로 출현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유럽 팀들과, 유럽에서의 부트캠프로 영향을 받을 서구권 팀들이 비원딜 카드를 롤드컵 무대에서 꺼낼 가능성은 꽤 높아 보입니다.

에코 원딜을 플레이한 BIG의 카르찌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G2의 미키가 이전에 에코 원딜이 좋은 픽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 줬었다'고 밝혔습니다. G2가 LEC 팀들보다는 마스터즈에 출전하는 지역 팀들과 더 자주 스크림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그래서 마스터즈의 비원딜 열풍에 G2와의 스크림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들도 나옵니다.

스크림을 통해 AP 비원딜이 적극적으로 유럽 각지에 퍼져나간것이라면, 부트캠프의 분위기도 아마 비슷하겠죠. 동서양의 메타가 갈릴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있었습니다만, 가장 극적인 차이는 비원딜 카드에서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팀과 선수들도 비원딜을 종종 쓰기는 하겠지만, 유럽의 마스터즈와 솔로랭크에서 보이는 추세가 훨씬 더 극적이니까요.

위 캡쳐는 레클레스의 최근 솔로랭크 기록입니다. 신드라를 상당히 빡세게 단련하고 있는 모습. 이번 시즌 레클레스가 카르마, 가렌같은 픽들 몇주씩 연습하고 엄청난 숙련도 보여주면서 승리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롤드컵 전까지 숙련해서 대회에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원딜 신드라는 퍽즈의 5세트 조커 카드로만 여겨졌으나, 지금은 CC 연계와 데미지 딜링에서의 강력함을 인정받아 AP 비원딜의 대표 주자가 되었습니다. 마스터즈 뿐만 아니라 와일드카드 지역 등 자잘한 대회에서도 좀 나왔고, 유럽 솔로랭크에서는 주류 픽이 되었습니다.

에코는 매우 강한 AP 정글러 픽이면서도, 바텀에서도 실험이 되고 있고, 당연히 솔로 라인으로 돌릴 수도 있는 픽이라 이번 롤드컵 최고의 스왑 카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얀코스도 스트리밍에서 그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의 가장 유력한 MDC 후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이머딩거는 원래부터 유럽이나 와일드카드 지역 등에서 쓰는 선수는 장인처럼 계속 써오던 픽이었지만, 최근 AP 비원딜이 뜨는 흐름에서 더욱 조명받고 있고 롤드컵 패치에서는 버프까지 먹었습니다. 

그 외에도 카시오페아 등 다른 비원딜 카드들이 등장할 여지가 남아 있고..

자야, 카이사의 경쟁력이 아직 건재하고 루시안, 이즈, 케이틀린, 애쉬 등 상황에 따라 활약할 수 있는 원딜들이 많기에 메타 자체가 AP 비원딜로 확 쏠리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비원딜의 최고봉인 퍽즈도 원딜 신드라 카드는 정말 아꼈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한 만큼, AP 비원딜이 만능열쇠가 되어 줄수도 없는 일이겠고요. 

다만 서로 연구가 덜 된 상태에서 단판으로 치러지는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쓰는 쪽이나 대처하는 쪽이나, 준비해온 것이 통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꽤 많은 게임의 승패가 갈리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G2는 현재 16세트 연속 야스오 밴을 당하고 있습니다. 퍽즈의 원딜 야스오가 얼마나 강한 파괴력을 지닌 픽인지, 알고도 못 막는 픽인지 이미 많은 유럽팀들이 실감했기 때문이죠. (16세트 연속 밴을 당하기 직전에 원딜 야스오로 3연승) 

유연하게 스왑할 수 있고, 숙련도가 좋은 비원딜 카드는 상대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도 그런 카드들이 통하게 될지, 또 어떤 새로운 픽들이 등장할지, 받아치는 쪽은 어떻게 대처할지 상당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