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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18 18:38:40
Name skzl
Subject 연습생 시스템 이후의 스타리그, 그리고 이제동
예전 임요환 선수가 전성기를 살짝 지나갔을 때, '신인선수가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의 컨트롤이 발전의 여지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시작한 선수들이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초기에 시작한 선수들을 뛰어넘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컨트롤과 생산, 그리고 타이밍.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량을 쏟아내며, 신인들이 소위 말하던 '올드'를 압박해나갔던 시기가 2005~6년 사이가 아니었나 합니다.

사실 우리가 소위 '양산형'이라고 말하는 경기가 가장 많이 나왔던 시기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특히 테란 유저의 경우, 앞마당 먹고 물량으로 휘몰아치면 대부분 저그나 프로토스가 우수수 쓸려나가버렸던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홍진호 선수가 이 시기에 부진에 빠졌고, 박경락 선수도 이 시기에 은퇴를 선언했지요. 피지컬이 나머지 모든 능력을 압도한 시기. '연습생' 시스템이 체계화 되고 난 이후에 생겨난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양산형 경기란,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인데 패턴이 같다면 공략이 가능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같은 패턴의 경기가 극복이 되지 않았던 시기가 바로, 2005~6년의 스타계였고, 그 이유는 연습생 시스템을 거친 신인선수들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올드 선수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우수수 쓸려나갔던 것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방송 경기가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한 세대교체가 일어났던 것이 이 시기가 아니었나 해요. 올드 선수 중에 조용호 선수의 피지컬 능력을 뛰어 넘은 저그가 몇이나 되었을까요. 그런 조용호 선수가 곰 클래식의 '스크랩'에 출연하였을 때, 마재윤 선수나 이제동 선수의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따라잡지 못해서 은퇴를 결심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05년 이후에 형성된 강자 구도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아주 완만하다는 것입니다. 본좌 마재윤 선수가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그때부터 서서히 최강자로 군림했던 '택뱅리쌍'이 아직까지 건재하구요. 이성은, 염보성, 이재호 등 당대에 강력했던 테란 유저들이 근래에는 부진한데 비해, 김정우, 김윤환, 김명운 등 저그 유저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차지하는 듯 합니다. '최연성' 선수가 그랬던 것 처럼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모든 이전 선수들을 꺾어내고,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찬탈하는 일은 더욱 보기가 드물어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컨트롤과 배짱, 경기 운영등으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다가, 점차 경험을 쌓고 실력을 올려나가는 패턴이 자주 등장합니다. 2005년에 이제동가 등장했을 때 피지컬이 사상 최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2009년이 된 지금도 그의 피지컬은 사상 최강입니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피지컬을 기본으로 숙련한 다음에도 충분한 경험을 쌓지 않으면, 강자가 될 수 없는게 현실이라는 것이지요.

흔히 스타가 '상향평준화되었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상향평준화가 되어서, 한 선수가 독주하는게 이제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상향평준화'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습득된 '피지컬'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기본기는 이제 모두가 비슷합니다. 상향평준화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전략과 유연함 그리고 승부근성이 승부의 당락을 결정짓는 변수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요? 기본기는 상향평준화가 될 수 있지만, '경험'과 '승부욕'은 상향평준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향평준화'가 되어버린 근래에 와서야, 정말 오랫동안 변치 않을 강자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이제동 선수입니다. 데뷔 이후 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3년 간 최강자의 반열에 올라있으니까요. 이제동을 이제동이게 만드는 것이 비단 피지컬 뿐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연습생 시스템 도입 이후, 올드 선수들이 우수수 정리되고 난 근래 들어서야 스타리그가 정말 안정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배여버린 경기 습관을 극복하고, 기본기부터 다시 닦아나가며 재도약을 꿈꾸는 일부 올드 선수들에게는 정말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한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부활하여서,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에 의미있는 이름을 새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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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18 18:58
수정 아이콘
이곳에서 본 어느 분의 댓글이 생각납니다
야구가 발전한다고 해서 150km 160km 170km
계속해서 투수의 구속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분 말씀처럼 스타크래프트도 이제는 구속이 그 한계까지 다다른 것이고
그렇담 제구력 변화구 경기운영 승부근성등등이 다시한번 부각되는 시대일지도 모르죠
영웅의물량
09/12/18 19:0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이영호를 보니-_-
이제동과 이영호, 누가 먼저 극한까지 이를지 기대가 막 됩니다.
09/12/18 19:03
수정 아이콘
ph님// 제 글의 취지와 거의 흡사한 이야기인 듯 합니다.
09/12/18 19:03
수정 아이콘
영웅의물량님// 아. 이런. 오늘 경기는. 좀. 아. 스. 트. 랄. 어흑!!
블랙독
09/12/18 21:14
수정 아이콘
ph님// 구속에 비유한거 정말 적절하네요
09/12/18 22:00
수정 아이콘
양산형이라는 말 대신 완성형이라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피지컬을 바탕으로 운영을 습득해나간다고요. 슬슬 스타판이 한계에 다다른게 아닌가 조금 걱정도 됩니다.
09/12/18 23:35
수정 아이콘
10년이 넘어서야 마스터된 건가요? 참 오래 끌기도끌었습니다만 벌써 끝을 보긴 아쉽네요.
09/12/18 23:40
수정 아이콘
private님, FlyZerg님// 저는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성형이란 말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왔지요. 규칙이 뻔한 양궁 같은 경기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욱 발전하지 않습니까. 마인드컨트롤에서부터, 세세한 전략 운영, 그리고 더욱 섬세한 컨트롤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아득하게 높은 경지만이 있겠지요.
프리티카라승
09/12/19 00:14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기에 스타는 정말,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요즘 경기들을 보면 눈이 가지 않는 경기가 없습니다.
예를들어서요,// 옛날같으면 10경기중 6경기가 수면증을 유발한다면
요즘엔 10경기중 9경기가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의 피지컬은 동등해 졌습니다. 이를가르는건 한순간의 판단, 경험정도입니다.
정말 바둑이나 장기같은 경기들이 펼쳐질것입니다.
09/12/19 00:18
수정 아이콘
프리티카라승연님// 딱 제가 생각하는 바 대로 입니다. ^^
09/12/19 03:26
수정 아이콘
무척 공감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읽기, 운영능력, 순간적 센스 와 같은 것들은 피지컬처럼 상향평준화되기 어렵지만서도
근래의 게이머들에게 있어 이 판에서 더높이 더오래 살아남기 위해 겸비해야할 요소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피지컬적인 향상또한 꾀하려하며 새로운 세대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올드게이머들에게 저 또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적집단초전
09/12/19 11:45
수정 아이콘
2005년보다는 2007년이 전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2004,5년의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던 팀창단.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한 후 완성된 선수수급을 위한 팀의 팜 시스템. 이 팜 시스템의 효율성이 바로 세칭'곰티비세대', 혹은 드레프트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육성시켰고 2년이 지나서 이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자 이런 신인들의 피지컬이 임이최마박강홍조등의 이전시기 최고의 선수들을 몰락시킨 장본인이지요.

제작년까지만해도 사실 이건 스타리그의 흥행을 몰락시킨 프로리그 주5일제보다 더한 역적이었습니다. 인기선수들을 몰아냈으니까요. 하지만 2010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런 안정적 연습시스템은 곰티비세대 이후 게이머들에게는 슬럼프가 적은 안정적인 기량을 유지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바탕 거친 구조조정끝에 리그가 안정화가 된 것이지요. 지금의 택뱅리쌍과 다른 게이머들이 과거와는 달리 오랜기간 롱런하는데는 이러한 팀체제의 안정적인 연습환경이 큰 도움이 됬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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