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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1/13 12:47:38 |
Name |
Thanatos.OIOF7I |
Subject |
인간이 흘리는 눈물, 그 안에 녹아 있는 인간의 삶. 그리고 마재윤. |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즉, 삶에 있어서 관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과 타인이 관계하고 그 관계의 유대감을 형성 한다는 것. 그것은 자기 울타리 안 영역을
타인에게 조금씩 허용한 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영역 또한 서서히 침범하게 되는 것.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러한 과정은 삶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영역과 타인의 영역의 존재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하는 '이해'라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해라는 요소는 때때로, 아니 혹은 빈번하게 '기대'라는 위험 요소 또한 내포하고 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너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라는. 위험한 기대심리.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이러한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유아적이면서도, 이해타산적이고, 게다가 유치하기 까지하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간 근본론을 가지고 운운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많은 가면들 - 겸손, 희생정신, 도덕, 윤리 등을 강요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게 되고, 가까워 지는 과정에서 기대심리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아까 언급했듯, 사람이기에 비참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존재라는 거다.
그 기대심리와 간혹 그에 따른 이율배반적인 상황들에 상처받아 허덕이고, 자기연민 혹은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들을
보며 동정하고, 손가락질하고, 혀를 찰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이다.
그런 인간들 속에 자신의 재능과, 열정과 모든 것을 쏟아부우며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 있다.
CJ Entus 소속 프로게이머 마재윤.
그는 E-Sports라는 거대한 규모 속에 자신과 타인을 관계지어가며 일반인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닮은 삶이어도 그 또한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의 울타리 안에 여러 사람과 관계지어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그 그대에 보답하며 자신의 재능을 눈부시게 뽐내며 유능한 '프로 게이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를 기대했던 구단주와
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 팀 동료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많은 팬들. 그는 비교적 젊고 어린 나이에 그가 일하는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일반인보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야만 했다.
양대 방송사 스타리그 4번에 걸친 우승과 2번의 준우승.
모두들 그를 '본좌'라 일컬었으며, 그가 당시 뽐내던 포스와 카리스마는 모두를 현혹시킬만큼 강력했고, 매혹적이었다.
팬들은 열광했고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를 주목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떠나 팬들이 지어준 그의
별명대로 E-Sports계의 판을 지휘하고 있는 마에스트로(Maestro)였다.
그가 나에게 던져준 지적 자극은 생각보다 거대한 것이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시대를 풍미했던 황제 임요환도, 천재 이윤열도, 괴물 최연성도.
나에겐 그저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유능한 프로게이머'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의 영역 안에서는 말이다.
'스타그래프트'라는 게임을 십년넘도록 접하고, 취미와 여가생활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그의 등장과 활약은
작은 자극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창작 활동을 하는 나에게, 그를 모델로하는 작품활동으로 까지 이어졌다. 그가 치루는
게임 하나하나, 결과 하나하나가 나의 삶의 작은 행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리저리 말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짧게 말하자면, 그의 팬이 버렸다는 이야기다.
더욱 아이러니했던 것은, 나는 저그라는 종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도 프로토스 유저였으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테란이란 종족이 강세를 떨칠 무렵에는 어느덧 테란 유닛을 컨트롤 하고 지휘하는 내가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의 등장은 저그라는 종족의 재발견과, 그 종족이 주는 스릴감과 매력을 깊고 그윽하게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 속에서. 한치의 의심조차 없이. 그의 재능과 실력을 언제까지고
발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본좌(本座)였고, 최강의 저그 마에스트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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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도 역시 사람이고, 평범한 인간(人間)이었다.
스타그래프트라는 게임 속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와 심리전을 반복하며 유닛들을 컨들하고 전장에서 지휘하는 장군더라도,
그도 하나의 사람이었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끝없는 자의식의 재확인과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두려움.
많은 것들을 안고 극복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그런, 그런 존재였던 거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그의 아성에 가려져있던 그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불완전성과 나약함을 잊고 있었다.
아니, 알고도 모른채 했을 지도 모른다. 그 역시 없을 것 같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슬럼프의 시기가 찾아오고 만것이다.
김택용과의 Gom TV배 MSL 스타리그 결승, 0:3 패배. 그때부터 조금씩 그에게 '패배의식'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높은 프라이드는 그것을 애써 부인하는 듯 했다. 하지만 냉정한 프로의 세계와 현실이 노리고 있던 칼날은 그가 보이는
작은 빈틈을 파고 들기에 충분했다.
Ongamenet 신한 마스터즈 이윤열과의 결승 1:3패배.
이후부터 마재윤이라는 프로 게이머를 떠나서 하나의 인간으로 겪어야할 많은 상처와 고난에 직면하게 된다.
그 치열한 프로의 승부사 세계 속에서 그는 나름 필사적인 모습으로 충분히 고군분투하며 선전했다.
승리할 때도 있었고, 분명 패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기대하던 소수의 무리들은 실망하기 시작했다.
절대 패배할 것 같지 않던, '본좌(本座)'라고 까지 일컬어 지던 그가, 여느 A급 선수들 정도의 활약을 하자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광적으로 열광하던 이들 중 몇몇은 조금씩 그(혹은 그의 위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그의
인기는 높았고, 여지없이 그를 믿고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했다. 팬이라면 당연히, 그 선수가 부진하거나 선전하거나를
떠나서 그를 응원하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떠나서 그가 떨치던 아성과 카리스마, 본좌(本座)라 불리던 그의 스타성이라는 메리트에 매료당한
필자와 같은 무리들은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랬다.
그에게 2007시즌은 그런- 거의 추종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법한, 그런 부담스러울 정도의 사람들이 보내는
기대와 싸우는 한 해였다. 플레이하는 상대와의 승부를 떠나서 그는 많은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보내는 기대심리와,
또한 그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프라이드와 전투를 하게 되는 처지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이 마본좌라 불린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표정하나하나엔 넘치는 자신감과 약간의 거만함(-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이 그의
프라이드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조금씩 패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찾아오는 패배의식과 흔들리는 자신의 위치와 명성. 그리고 상처입는 자신의 프라이드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여김없이 경기결과로 이어졌다. 이어지는 패배. 패배. 패배. 패배.
연배 후의 그의 표정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그가 단순히 우승의 경험이 있는 A급 프로 게이며였다면, 그 당시 스타판도를 좌지우지 하던 본좌급 선수가 아니였다면,
그 혼란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보다 성숙하기 위한 작은 폭풍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단순한 슬럼프라 하기에는 그에게 닥친 심리적 혼란스러움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게이머라는 세계에 몸닫고, 승부를 거듭하고 나아가는 그런 직업이 주어지는 여러 가치관 속 혼란을 넘어
인간과 인간이 관계하고, 형성해가는 세상과 인생관 속의 풍파였으리라- 라고 생각된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의 큰 고비.
내가 보기에 그는 그랬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감수성 파편 쪼가리로 예술이란 것을 끄적대는 내 눈으로 보기에 그는 위태로워 보였다.
그와 더불어, 그를 광적으로 추종하던 무리들은 거듭되는 실망감에 조금씩 본래의 색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것은 곧 분노로 표면화 되어,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많은 비난 글들이
쏟아져 내렸다.
'아직까지 자기가 본좌인 줄 아느냐.'
'슬럼프인건 알겠는데 언제까지 거만할꺼냐.'
'고집부릴 시기는 지난게 아니냐.'
위에서 언급했 듯, 인간이 타인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은 이러한 실망감을 빚어 내기도 한다. 그것에 휘둘리는
소수의 무리들은 그의 인격까지 깍아내리며 인신공격을 통해 자신이 빼앗긴 기대감을 실망과 비난으로 표출시키기도 했다.
냉철한 판단력, 고단계의 심리전.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이 강점이 었던 마재윤은
그러한 변질한 팬들의 냉담한 반응에 애써 태연한 듯한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지만, 그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심리적인 공황상태는, 해를 거듭해서도 경기 결과에 더욱 악영향을 가져왔다.
2008시즌, GOM배 TV MSL 시즌4 32강. 2패의 탈락.
그를 깎아내리던 일부 네티즌들은 여김없이 그를 비난했으며, 그를 아끼는 팬들 조차 많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며칠 전의 Ongamenet 듀얼토너먼트 승자전 이윤열과의 명승부 끝에 2승으로 스타리그에 진출한 것은 그의 MSL 32강
탈락과 그 경기력에 가려져 버린 듯 했다.
가중되는 그의 심리적인 압박감.
패배시 느끼는 자신과의 싸움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승리하지 못할 시에 많은 이들이 분출하는
기대감에 따른 실망감, 분노. 비난. 이 모든 것들이 그에게 큰 심리적인 부담으로 확연히 자리잡기 시작해 보였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7-08시즌 준 플레이오프 Ongamenet Sparkiz 전.
그는 팀의 2:2상황에서 5번째 개인전 주자로 팀이 역전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장에 나섰다.
결과는 거듭되는 실수와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의 연속에 이은 참패.
팀은 2:3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어이없이 웃고있는 상기된 그의 표정에는 참담함이 역력했다. 한때 프로토스에게
절대적인 승률을 자랑하며 '프로토스의 재앙'이라 불렸던 그의 경기력에는 한참 모자란 경기를 펼치며 그는, 패배한다.
필자 역시, 부끄럽지만 한순간 그의 플레이에 실망 섞인 비난을 보냈음을 고백하는 바다.
그를 알게되고, 관계를 형성하고 나의 삶 울타리 영역안에 그를 허용하고 그가 최고라 주장하던 보잘 것 없는 한 작은 팬이,
처음으로 그를 향해 책망섞인 질타를 내뱉었다.
단순히 팀의 플레이오프 사활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해서가 아니라,
게임 내적과 외적 그 모든 압박감이 주는 상황에서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이전 명성을 찾기 힘들어 보일 정도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또한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더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그의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 마저 들었다. 그가 여기까지 짊어지고 온 무게를 충분히 이해하려 했고,
누구보다 더 높게 응원했으며, 그를 절실히 지켜봤던 작은 팬은. 그렇게 소리쳤다. '당신은 패배했다.' 라고.
그리고 그렇게 빛을 잃어가던 패배자 마에스트로는
팀 3:3 동점상황 에이스 결정전에 예상치 못하게 출전했고, 승리했으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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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에이스 결정전의 주자로 나오자 나는 경악했다.
그 무게들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모든 것에 패배했다고 생각했던 그가 당당히 팀의 마지막 주자로
성큼 발을 내디뎠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그를 의심했고 그의 팀 동료들과, 감독을 의심했다.
정규리그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우승을 목표로하는 한 팀의 감독으로써, 팀의 탈락이냐 진출이냐를
결정한 사활이 걸린 절대절명의 중요한 순간에서, 하향세를 그리고 있고 한 번 개인전 주자로 나와 패배한 선수를
최종 진출전에 내보내는 결정이란 결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만약, 그가 패배한다고 하면 2패로 팀을 탈락하게만들었다는 심리적 자괴감이 주는 타격과 리스크의 파장,
많은 이들의 비난, 이 모든 것들 그가 안게 되는 상황이 오게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번 더 감독의 선택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로 마재윤, 그를 결정한 CJ Entus의 조규남 감독의 눈에는 전폭적인 신뢰감. 그러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덧붙혀 필자의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선수가 안게되는 리스크를 감안하면서도 그 선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시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재윤 그 역시 그런 상황들을 이해라도 한 듯,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현재 주어진 난관을 겸혀히 받아들인 듯한,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그는 낭떠러지의 순간에서 기사회생하며 승리했다.
대규모 저글링 교전에서 그의 부대가 승리를 거두고 상대의 본진을 급습하는 순간, 그의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이 카메라에 선명히 잡혔다. 순간 떠오르는 문구.
'패배할 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패배는 했으되, 무릎은 꿇지 않았다. 거듭된 패배와 많은 비난 속에서도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 무릎은
굽히지 않은 것이었다. 꺽였던 자존심과 무릎을 펴고, 많은 이들의 기대가 주는 무게를 이겨내고 그는 다시금 승리해 냈다.
6분 32초.
폭풍과도 같았던 그 짧은 시간이 끝나고 그는 승리가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어느 때보다도 격한 표정으로, 보다 더 힘을 주어 강한 동작으로, 동료들과 손을 마주친다. 그리고 그의 입은 말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그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팀 동료들과, 감독과, 그리고 팬들에게.
하이파이브를 마치고 돌아선 그는 갑자기 복받치는 감정을 주채하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동안 자신을 채찍질 하느라 억눌렀던 서러움과 안타까움, 자신에 대한 책망과 분노, 끝까지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감동, 승리가 주는 짜릿함. 기쁨.
많은 감정들이 그를 훑고 지나갔음이 틀림없다.
팀이 우승한 것도, 자신이 개인전 타이틀을 따낸 것도 아닌, 6분 32초를 거친 단 한번의 승리 끝에
흘린 눈물이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 이외에, 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역시, 타인과 함께 관계지으며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人間)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좌(本座), 마에스트로(maestro), 마통령, 프로토스의 대재앙, 유능한 프로게이머, 억대 연봉선수.
그를 칭하는 수 많은 명칭이 그의 본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그도, 결국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한 것이 아닐까.
물론, 나는 그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서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인간이라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살아가고, 죽는다.
누구도 그러한 사람을 함부로 동정할 수 없다.
그게 곧 인간의 모습이고,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 많은 상처 속에서 어떤 세상관을 가지게 되냐는 문제는 물론, 그 본인의 문제다.
그러한 상처와 방황 끝에 세상에 회의적인 염세주의자가 되던간에, 그 끝자락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희망이라는 빛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꿋꿋이 살아가던 간에, 모든 것은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즉, 자신의 울타리 안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맺음의 관계에 의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따위의 말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란 말이다.
고로, 나는 물론, 마재윤도, 당신도 사람이다.
쉽게 착각하고, 쉽게 이해하려 들고, 혹은 이해하려들지도 않고, 도망치기도 하며, 유치한데다가 자기연민과 자기혐오에
허덕이고, 사람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화도 내기도 하고, 행복해 하기도하는 그런. '사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은 어렵지만, 조심스레 그를 '이해'하려 한다.
부끄럽게도 그의 팬이였다고 하는 사실이 무색해질정도로, 지금 껏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물을 보고 많은 생각과 반성 끝에 고해성사한다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또한 나는 그런 인간의 입장에서 내 자신에게, 마재윤에게, 그리고 그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그의 울타리 영역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마에스트로.
당신의 눈물은 값싼 동정심으로 모든 것을 말하기엔 그 이상 값진 것이었습니다.
언제까지고 당신의 눈물을 잊지 않겠습니다.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 지방에서 작은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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