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식사하면서 윤용태선수 대 전상욱선수의 WCG 예선 2경기 재방송을 보았습니다.

황당하더군요;;;
스캐럽이라는 게 말을 잘 안 듣는다는(쉽게 말해서 먹튀죠) 소리를 많이 들었고
최근 몇 달간의 경기를 보았을 때 그것이 제대로 입증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재방송 - 그러니까 한 일주일 전쯤 경기는...

이건 뭐;;;
컨트롤 안 한 SCV를 스캐럽 3기를 쏴서 겨우 한 발 맞추는;;;;

공방에서 커세어 리버를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많이 당하는 편인데,
처음에는 진짜 심하게 당했습니다만,
요새는 이골이 난데다가 맷집이 늘어서(...) 웬만해서는 땡큐 하면서 막아냅니다.
내가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어도(공포의 캐논 40개;;;)
상대방이 결코 나올 수는 없게 만드는, 소위 말하는 올멀티까지 보여준 게 대략 보름 전이네요.
그런데 공방에서는 스캐럽 거의 말을 잘 듣더군요.
드론 쏙 빼는데 한방 맞아서 드론 대략 4~5마리가 죽지를 않나;;;
순회공연 가는 리버 때문에 진땀 뺐습니다;
(워낙 컨트롤이 안 좋아서(APM≈200이지만 EAPM≈100입니다) 스캐럽 불발 유도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 스캐럽 때문에 더더욱 황당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내 경기에서는 백발백중하던 스캐럽이 "우째 이런 일이..."
"아니 스캐럽이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일 줄은..."

일본어에서 유명한 표현 중 하나로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라는 사찰에 군을 주둔시키고 천하를 거의 거머쥐기 직전에
아케치 미츠히데라는 장수가 그 사찰에서 배신을 해서 오다는 자살하고
배신한 아케치를 죽인 도요토미가 결국 천하를 장악하죠.
이 때 생긴 표현이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입니다.

윤용태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처음에는 "어어 셔틀이 왜 12시쪽으로 가는 거지? 본진 방어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나중에 해설분이 "본진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으면 토스가 심각한 피해를 입어도 이길 수 있는 구도로 갈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괜히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을 놓고 공격성 때문에 빙 돌아간 느낌입니다만
어쨌든간에 본진 SCV가 다 잡혔으면 - 즉 스캐럽이 죄다 백발백중했으면 윤용태선수가 이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카닉이 막혔으면 말 다했죠.
그런데 먹튀 스캐럽;;;
프로토스 팬분들을 절망에 빠뜨릴 역대 최악의 스캐럽;;;

"-_-"

그래서 스캐럽이 또 다른 의미로 계륵인가 봅니다.
테크를 일단 가면 안 쓰기는 좀 그렇고 쓰자니 불발의 가능성이 높은;;
해설하시는 분께서 "스캐럽 불발 유도해야죠"라는 말을 하실 때에는
또 어느 면에서는 속이 터지기도 하죠;;;

그 어느 유닛보다도 프로토스를 울고 웃게 만드는 스캐럽...
오늘 그 스캐럽의 진면목을 보는군요...

글이 좀 이상했죠;;

한줄요약.
아무리 적이 혼노지에 있기로 스캐럽만 할쏘냐.


p.s. 오죽했으면 성전 동영상 중에 이런 글귀가 있었겠습니까;;
'저에게는 캐리어가 부대단위로 나오고 "스캐럽은 백발백중하며" 할루시 리콜이 펼쳐지고
드라군이 뇌업을 하는 광민의 영광이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