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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7/24 15:39:01
Name 히엔
Subject 변형태 성장하다.

스타리그 결승전을 다시 보면서 느낀 생각들과 '추측'이다. 백퍼센트 맞다고 자신할수는 없다.  

1. 결승전을 다시 한번 보면서 - 한번 보기엔 아까운 경기였으니까 - 내가 변형태라면 어떻게 김준영을 공략할까 생각을 해보았다.

...김준영은 흔히 운영형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컨트롤에 의지하는 면이 큰 저그이다. 흔히 운영형이라 불리는 박태민이나 마재윤처럼 김준영은 상대와의 심리전이나 수싸움에 능하지 않으며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는 운영보다는 전투를 통해서 승리를 이끌어낸다.

  김준영은 뮤탈컨트롤은 좋지만 러커 컨트롤은 약간 아쉬울 때가 있다. 싸움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고 마재윤처럼 절대 안지는 수준은 아니란 이야기이다. 그 자신도 그걸 느끼는지 요즘들어서는 레어단계에서 전투보다는 테란의 앞마당을 노리는 움직임을 종종 보여준다. 진영수처럼 한방병력 컨트롤이 뛰어난 테란과 싸울때 그랬다.

그런 김준영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하이브이다. 그의 하이브 운용은 독보적이다. 러커 컨트롤은 디파일러가 나오니까 오히려 더 잘해지는 것 같다. 저글링 움직임이 정말 부드럽다. 스커지를 사기적으로 잘써서 베슬이 남아나지 않는다. 플레이그와 다크스웜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걸 생각해보면 김준영은 러커컨트롤이 약간 미흡한 것이 아니라 다수 유닛보다 소수유닛 컨트롤이 특히 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그렇게 테란과의 전투에서 이득을 보거나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으면서 네번째 가스 멀티를 확보한다. 그리고 소때이다.

그런 김준영을 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난전을 시도. 죽더라도 드론을 노린다.

  다크스웜과 플레이그를 사용하는 저그에 맞서서 테란이 정면승부에서 이길수 없게 된지는 오래되었다. 결국 테란이 선택할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난전이다. 난전은 변형태의 주특기이기도 하고. 변형태는 마재윤을 이기기 직전까지 갔다. 그것에 변형태는 한가지를 더했다. 드론을 노리자.

물론 일꾼은 손쉬운 먹이감으로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할 대상이긴 하다. 그렇지만 결승전에서 변형태는 의식적으로 드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병력을 던져서라도 드론을 잡는 모습, 다크스웜을 돌파하며 드론을 노리는 것, 드랍쉽에서 내려온 마린이 드론을 쫓아다니는 것 등등...5경기에서 가스멀티를 날려버릴 기회가 있을때도 변형태는 드론을 먼저 노렸다.

다시 보면서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느꼈다. 얼마나 많은 마메가 마재윤의 해처리를 깨다가 죽었나? 피가 철철나는 해처리를 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일점사를 해보지만 결국 으아아악하며 케찹이 되고 만다. 마재윤 - 김준영급의 상대로 테란이 최대한 병력을 오래 살려가며 소수유닛 컨트롤로 저그의 피해를 누적시킨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디파일러 활용에 극에 달한 그들은 작은 게릴라 병력따윈 손쉽게 제압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시간내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목표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

또한 드론을 의식적으로 노린다는 것은 김준영의 후반을 막는 효과도 함께 낸다. 자원타격을 받아야 김준영의 소때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테니까.

3. 광전사의 치밀한 두뇌 플레이

2경기에서 드랍쉽에 내린 마린들은 디파일러 마운드를 공격하지 않고 스포닝풀과 스파이어를 공격했다. 나는 이것을 실수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면서 생각을 하니까 뭔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스포닝풀이 없으면 저글링이 없다. 마인제거를 할수가 없다.

스파이어가 없으면 스커지가 없다. 베슬제거를 할수가 없다.

이 두가지는 김준영의 가장 큰 무기이다. 그걸 일시적으로나마 봉쇄했다.

그 사이 테란은 센터를 잡고 마인을 깔며 멀티를 동시에 시도한다. 저글링과 스커지가 봉쇄된 김준영으로서는 그런 테란의 행동을 저지하기 쉽지 않다. 김준영이 피해를 복구했을때는 이미 테란은 멀티가 동시에 세군대나 늘어나 있는 상태이다.

그걸 감안하고 보니까 느껴졌다. 이 경기가 매우 치밀한 계산하에 만들어진 경기란 것을.

1) 일단 벌처견제를 시도한다. 그와 동시에 빠른 멀티도 한다.

2) 저그는 벌처견제를 막음과 동시에 테란의 빠른 멀티도 막아내기 위해 다수 속업 저글링을 뽑을수도 있다. 그건 속업된 벌처가 넓은 센터와 입구의 두갈래길에서 컨트롤로 막아낸다. 막지 못하더라도 벌처는 테란이 베럭이 늘어날 시간 정도는 벌어준다.

저그가 드론대신 저글링을 다수 뽑았는데 허무하게 막힌다면 손해이다.

3) 더블 후 김준영의 제 삼멀티를 공략하기 위해 병력을 보낸다. 죽더라도 돌격해서 드론을 잡는다. 김준영의 자원적 피해는 누적된다. 따라서 김준영의 소때 출현시기도 늦춰진다.

4) 제 삼멀티 병력이 전멸하는 동시에 투팩으로 구성된 한방병력이 진출해서 저그 앞마당까지 압박한다.

5) 거기서 끝내면 좋다. 하지만 저그의 병력에 막히거나 최악의 경우 전멸될수도 있다. 그 상황을 위해 미리 드랍쉽을 날려둔다.

6) 저그는 테란의 병력을 막은후 복수를 위해 북진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후방 침투된 드랍쉽이 저그의 발목을 잡는다. 저그에게 자원적 피해를 한번더 주는 효과도 있다.

7) 드랍쉽이 저그의 발목을 잡는 사이 테란은 센터에 마인을 깐다. 미리 벌처에 속업해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와 동시에 테란에게는 가스멀티가 들어오며 이 가스는 투팩테란이 베슬을 모을수 있게 해준다.

8) 저그보다 더 많이 먹었다. 이제 신나게 싸워도 된다.

오오, 변형태 오오...


4. 변형태, 한층 성장하다.

실력이 늘어서 4강을 간것이 아니라 4강을 가서 실력이 늘은 것 같다. 맥심이란 잡지에 - 건전한 성인남자들 투성이인 피지알에서 어떤 잡지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 실린 프로게이머 인터뷰에서 변형태는 이런 말을 했다. 결승전을 보며 그 말이 생각났다. 롱기누스에서 소때에 밀리고 리버스 템플에서 박살이 나는 변형태의 모습과 경기후에 이런 테란맵에서 패하는 변형태의 저그전은 답이 없다고 성토하는 말들도.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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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스
07/07/24 15:50
수정 아이콘
1번에서 첫번째 줄에 마재윤이 아니라 김준영 아닌가요? 5경기 얘기가 나오길래...

그리고 드랍쉽으로 디파일러 마운드보다 스포닝풀과 스파이어를 테러한 건 저도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보입니다. 컨슘이 개발되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디파일러 마운드를 깨는 건 그렇게까지 크게 딜레이를 못 시켰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그 선수 입장에서도 디파일러는 필수 유닛이다 보니 깨질 것 같으면 미리 지어두기가 쉬워도 스파이어 같은 건 그런 생각을 일찍 하기가 좀 어렵죠. 빌드 타임도 무지 길구요.
survivor
07/07/24 15:56
수정 아이콘
5경기는 짜여진 판이 엄청났죠. 다만 한끝이 모자랐을뿐...
마녀메딕
07/07/24 16:45
수정 아이콘
잠시 숨을 돌릴때 벌쳐로 마인을 심어주는 플레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명히 김준영선수가 치고 나올 타이밍인데 마인때문에 달려나오지 못하더라구요. 덧붙이자면 경기에서의 성장뿐아니라 지지후의 그의 모습도 성장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하늘유령
07/07/25 01:26
수정 아이콘
16강 8강 4강 준우승....이제 우승만 남았습니다.
07/07/25 02:07
수정 아이콘
이선수 정말 성장하는 속도가 한눈에 보여서 너무 즐겁습니다.
선수분께는 욕일지 모르겠지만,
운과 실력보다 근성으로 끝까지 가보자는 선수인것같습니다.(물론 실력또한 뛰어나구요)
그래서 더 즐겁니다.
변형태선수 다음시즌엔 어디까지 달릴지 기대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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