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2/15 23:02:14
Name 빅보이
Subject 기쁨과 슬픔의 교차... 그리고 부끄러움
부산 경성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합격 했습니다.
비록 인서울도 아니고 지방 명문대도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생겼습니다. 내가 그래도 이정도는 되는구나 라는 기분이랄까요?
합격 발표 모니터를 보고 난 1분뒤... 그런 기분은 사라지고 이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비싼 사립대학교를 어떻게 갈 것인가... 내가 갈수 있을까 라구요

중학교 2학년때까지 학원을 다니다가 3학년때부터 학원은 다녀보지 못했고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부산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영어를 좋아했고 부산 소재의 외국어 고등학교도 갈수 있었지만 형편이 넉넉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진학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치른 첫 시험... 반 1등... 전교 9등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꽤나 괜찮은 성적을 유지했고 학급 반장도 해봤으며 학생회 간부까지 맡았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싫어하는 과목과 전공과목도 열심히 공부해서
조금 더 내신을 잘 받았다면 국립대학에 진학하여 조금은 더 쉽게 어머니께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씀 드릴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제가 6살때 어머니는 이혼을 하셨고 재혼을 하셨지만 재혼도 실패하셨습니다.
친아버지는 작년 5월에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구요.
어머니는 양육비를 한푼도 못받으시고 홀로 고생하시며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정말 죄송합니다...
전 항상 변명만 하고 노력은 하지 않은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실업계 여고생이 서울대 수시합격 했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 3년동안 뭘한걸까 라는 생각도 들고... 그저 어머니께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네요

더 죄송한건 대학에 가고 싶은 제 마음을 억누를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분명히 저보다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는 아이들은 팽야팽야
놀다가 아무 걱정없이 대학에 지원하여 합격해서 대학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대학에 가면 열심히 할 자신이 있는데...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도 잘받고 잘 해낼 자신이 있는데.......

오늘은 정말 기쁘기도... 슬프기도... 그리고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날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2/15 23:11
수정 아이콘
...같은 이유로 고민했었던 사람입니다.
정말 하고 싶다면 방법은 나옵니다.
어머님께서 기초 생활 수급자시라면 학교에서 학비 지원 될겁니다.
아니라면..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으십시오.

저는 살아가면서 하는 선택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선택 후에 답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대학을 가지 않기로 하신다 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학을 가는 것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만들어질'확률이 높은 선택일겁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못하는게 아닙니다. 언제나 시작하면 방법은 나오기 때문입니다.) 후회가 남고, 후회를 하다보면 선택한 길을 바로 걸어갈수가 없습니다.
(물론 후회하지 않고 선택한 길을 열심히 걸어간다면 더 좋은 선택이 될지도 모릅니다.)

권유드립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일단 대학 가십시오.
그리고 죽어라고 공부해서 장학금 받아서 다니십시오.
그런 각오로 하십시오.

...저는 대학을 장학금 받고 들어 갔었습니다만, 나중에 성적이 떨어져 학비때문에 휴학을 오래 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학비는 모으지 못했습니다만 방법은 나오더군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돈따위의 핑계로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는' 바보같은 일을 빅보이님은 저지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06/12/15 23:44
수정 아이콘
열심히 하셔서 장학금받으면서 다니세요.
어머님께서 좋아하실거에요. 그리고 힘내세요
06/12/16 00:03
수정 아이콘
꼭 장학금 받고 다니세요.. 사립대 등록금 장난아니거든여^^ 그래도 저도 같은 영문과로서 열심히 하세요~ 화이팅~
정용욱
06/12/16 00:21
수정 아이콘
먹보대학생에 버금가는 저로서 이 글을 보니 부끄러워지는군요.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빅보이님 힘내십시오.
오맙소사
06/12/16 00:32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랜만에 로그인하게 만드는 글이네요..글에서 드러나는 고민이 제가 했던 고민과 굉장히 비슷해서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 다시 후회하진 않겠다란 생각이 중요합니다. 이미 온 길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겠다란 생각을 가지세요..이제 남들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안해도 되지 않습니까 ㅎ
그리고 꼭 대학은 가세요 .. 가서 매학기 장학금 타시고 자신감 붙고 그러면 기회는 자연히 따라올 겁니다.
저같은 경우도 2년 묵묵히 열심히 해서 매학기 장학금 따고 sky로 편입한 케이스입니다만..
절대로 주저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 말을 하고 싶었네요..힘내세요!
06/12/16 00:52
수정 아이콘
영문학과면 과외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거에요.
무엇보다 지금 마음 잊지 마세요, 대학 생활하다보면 여러 유혹이 많거든요. 놀고싶고 나태해지기 쉬워요.
고등학교때는 게으름피우면 혼내는 선생님이라도 있지만 대학은 다 자기가 알아서 해야해요. 정말 다르구나 느끼실겁니다.
성실하게 대학생활 잘하시는게 효도하는길이겠죠.
공방양민
06/12/16 00:56
수정 아이콘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돈이라면 우선 학자금 대출을 받는 쪽이 가장 좋아보입니다. 정부 학자금 대출에서는 집안형편에 따라 학자금 뿐만 아니라 생활비 대출도 해줍니다. 또 경성대 장학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님 정도의 집안형편이라면 생계곤란 장학금도 가능할 것 같구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대학교 1학년. 한창 남들처럼 놀고도 싶고 옷도 사 입고 싶을 때입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하나 하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난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놀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면 더욱 마음에 짐이 생길 뿐입니다. 놀 일이 있으면 더 신나게 노시고 고생하신 어머니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천천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06/12/16 01:16
수정 아이콘
의외로 대학 학비를 해결할만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도 있구요, 일년 수입이 얼마 이하인 경우에는 학교에서 지원도 나옵니다. 그런 경우에는 학교식당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준다거나 하는 혜택도 있습니다. 그리고, 과외자리나 여러 아르바이트 같은걸 하시면서 생활비도 버실 수 있고, 장학생의 경우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시게 되면 좀더 생활비를 아끼실 수 있을겁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양극화가 어떻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고, 자본주의 국가라지만...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의 꿈을 짓밟는 나라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기회들을 미친듯이 찾아보세요. 길은 열립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 사귀던 여자친구도 그런 식으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녔습니다. 인서울의 사립대학교였는데, 일단 성적으로 등록금을 면제받고, 세금영수증을 제출하니 학교에서 장학금이 또 나왔고, 학생식당 밥값은 면제였고(무슨 카드를 줬는데, 그걸 보여주면 패스)... 이런 식으로 학교를 졸업했죠. 기운 내세요!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8097 프로리그 mbc로만 보는 이유 [51] 박대장7237 06/12/17 7237 0
28096 과연 2006년 이얼리 프로토스는 누가 받게 될까요?? [224] 김광훈7381 06/12/17 7381 0
28093 대학선택의 기준은? [40] 비롱투유6186 06/12/17 6186 0
28092 분위기를 반전 시킨 박지호의 세레모니 [33] ROSSA8153 06/12/17 8153 0
28090 부탁드립니다.. 팀플 조합.. [24] 오락광 밴드3845 06/12/16 3845 0
28089 역시 프로리그는 재밌어~(준플옵 경기후기) [9] Hero3732 06/12/16 3732 0
28088 해적? 영웅? [8] 남야부리3745 06/12/16 3745 0
28087 군입대 65일째 면회외박 나왔습니다^^ [19] 치토스4479 06/12/16 4479 0
28086 2007년 1월 1일, 황제는 승전보를 울릴 수 있을까요?? [25] 김광훈5046 06/12/16 5046 0
28085 플레이오프 엔트리 예측 [75] 처음느낌5025 06/12/16 5025 0
28084 음악 한곡 들어보시겠습니까 [5] havi1143612 06/12/16 3612 0
28081 06~0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예상 [39] D.TASADAR4247 06/12/16 4247 0
28080 한빛 Stars VS MBCgame Hero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684] SKY929976 06/12/16 9976 0
28079 프로리그 + 개인리그 = ? [3] Menestrel4211 06/12/16 4211 0
28078 도하 아시안게임이 끝났습니다. [13] XoltCounteR3729 06/12/16 3729 0
28077 오랜만에 새벽 스타를 즐겨보네요 ~ [7] 김경송3684 06/12/16 3684 0
28075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끝났군요. [19] jjangbono4501 06/12/16 4501 0
28071 [축구]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과 예측 [31] 외계인탐구자4142 06/12/16 4142 0
28070 내일 모레 입대합니다^^ [21] 찬양자3711 06/12/16 3711 0
28069 뚤루즈 로트렉 [9] Cozy3971 06/12/16 3971 0
28068 가장 큰 잘못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7] 환타4425 06/12/15 4425 0
28067 기쁨과 슬픔의 교차... 그리고 부끄러움 [8] 빅보이3819 06/12/15 3819 0
28065 내가 하고 싶은 게임. [16] 信主NISSI4092 06/12/15 409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