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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19 01:46:21 |
Name |
DNA Killer |
Subject |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 필기시험을 다녀와서... |
1. 시험장으로...
일요일에 한국최초 우주인 선발 필기시험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2개의 고사장이 있었는데 저는 매봉역의 대치중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은 1교시 영어(TEPS) 2교시 종합상식 이었습니다.
저의 고사실은 30번이었는데 고사실 안내지도에는 30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9번 고사실 근처에 있겠지 하면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30번은 보이지 않고 29번만 있었습니다.
어라? 옆교실을 보니 한명이 앉아있더군요. 들어가보니 명단이 붙어있는데 고작 3명.
그리고 뭔가 착오가 있는지 한명이 더 추가되어서 4명.
아담하게 시험보겠구나 싶었는데 안내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감독관이 없습니다. ???
네, 그랬습니다. 4명 밖에 안된다고 감독관을 아예 배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다른 교실에 결시자가 있으면 거기서 보도록 조치한 거였죠.
난감한 행정입니다. 물론 이런 시험들이 (확실히 기초체력테스트만 해도 60% 이상이 불참했으니까요) 항상 어느정도 결시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행여나 결시자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ㅡㅡ;
어쨌든 그리하여 29번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결시자는 제가 있던 교실에서 30번 교실의 4명이 다 들어갔으니까... 한 5,6명 되는 것 같네요.
한 반만 보고 판단하기는 뭐하지만 15~20% 정도가 결시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2. 영어(TEPS) 80문항 / 80분
네... 제가 마감 직전에야 지원을 하게 만들었던 주 원인! 영어입니다.
왜 TEPS 인지는.. 서울대, 조선일보와 무슨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좀더 생각해보면 직접 출제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국내 주관의 영어시험을 찾다보니 그런것 같습니다.
어쨌든 영어 좌절입니다. 리스닝에서 잠깐 졸기까지 하고, 꽤 많이 못풀고 찍은 것 같은데 5,6문제는 그렇게 찍은 것 같습니다.
저번 달의 토익 시험 이후로 아예 손을 놓기도 했고, 뭐... 그렇습니다.
3. 종합상식 70문항 / 60분
드디어 그나마 기댈 곳 종합상식.
아이큐 테스트 같은 시험이었습니다. 도형문제, 상식, 기초적인 물리법칙, 경제원리 등등이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이 종합상식을 대비하여 옛날에 샀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태양계>를 봤는데
사실 몇페이지 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던...
그러고 보면 이 책을 샀을 때가 94,5년. 10년 이상이 지났죠.
이번에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이 기억나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어쨌든 우주관련 상식은 3문제 정도 나왔습니다.
별의 온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주선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은?
우주인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가 아닌 것은?
기억나는 것은 이정도입니다.
70문제에 60분이면 뭐, 시간은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몇몇 사칙연산에서 계속 실수를 하는 통에 시간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드디어 종소리가 울리고 시험 종료를 알리는 안내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파바박~ 찍기~
그런데!!!
끝까지 푸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뒷사람이 다 걷어가고도 시간을 더 달라며 몇 분간 끝까지 풀던 그분들!
전날 친척집 컴퓨터를 고쳐주다가 오히려 악화되고 하루를 잡아먹은 스트레스에다가
앞선 영어시험에서의 좌절 등등. 마음이 상당히 황폐화된 상태에서 그 장면을 보는 저는 컥...!
게다가 이 시험은 아이큐테스트성이라 시간만 있으면 무조건 풀수 있는 문제들...
감독관께 “저도 좀더 풀면 안될까요?” 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소심해서 혼자 부글부글~~ 아, 나도 버티고 풀걸...
그러면서도 분노에 눈이 멀어
토익이나 수능 같았으면 다 부정행위 아냐 쳇쳇쳇,
시간 지나고도 더 푼 인간들 전부 떨어져 버려라~~!!! 하면서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아... 사실 제때 못푼 스스로가 문제인데...
양심과 분노 사이를 오가며 돌아오는 내내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ㅜ.ㅜ
※필기시험을 마치며...
필기시험을 보러가면서 어머니께서 시험을 그렇게 준비도 없이 보냐고 한마디 하셨는데...
사실 그랬죠. 꿈에 비해 노력은 새발의 피...
그래서 더 분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을 향한 열망처럼 노력했다면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덜 할테고, 더 잘 볼 수도 있었을테고... 애꿎은 저주를 퍼부을 이유도 없었구요.
저번에 기초체력을 치르신 PGR분들도 계셨는데 이번 필기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한국 두 번째 우주인을 뽑는다면 그때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겠습니다.
아, 생각해보면 어떻게 되었든 정밀신체검사에서 걸릴 것 같지만요.
분노라고는 했지만 질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뽑힐 내 앞의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입으로만 외치는 꿈에 대한 자책...
윤여광님의 수필을 읽으며,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 마음을 되새기며 하룻밤 자고나면 좀 달라질 수 있을지, 철든다는 건 쉽지 않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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