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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2 13:32
명분을 위한 옥쇄나 생존을 위한 항복이냐로 전쟁 기간 내내 티격태격하는데, '어차피 둘다 백성을 중심으로한 선택이 아니라 지배체제를 중심으로한 선택일 뿐이다'..
이걸 끝에 가서야 깨달았다는 거지요. 서날쇠와의 일화를 되짚어보면 크게 개연성없는 전개는 아닙니다. 물론 실제 김상헌은 자살하지 않았습니다.
19/08/12 15:35
제 기억에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이 대화가 이미 조정에서 항복을 결정한 이후에 이루어졌던 듯 싶은데요.
'항복으로 결판이 난 이상, 본인은 지금까지 옥쇄를 주장해왔던 데 대해 자결로 책임을 지겠다. 항복으로 결론이 났다고 해서 그게 크게 중요한 건 아냐. 어차피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그게 그거니까' 대충 이 정도 느낌? 써 놓고 보니 김상헌이 찐따 같지만, 캐릭터가 아니라 주제의식에 주목해 주세요 흐흐.
19/08/12 14:02
각색인데 저도 그 부분은 별로였습니다. 영화의 김상헌 캐릭터는 사실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항복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백성을 위한 선택인데 김상헌은 유교적 관점에서 그걸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었고 영화 초반에 사공을 그냥 칼로 냅다 배었는데 갑자기 그 장면에서만 백성을 위하죠.
대사만 봐도 김상헌이 백성을 진짜 위하는지 의문인데, 김상헌은 "한 나라의 군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하고, 최명길은 "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캐에 발 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라고 하는데... 덕분에 책에서의 김상헌은 현대인 관점에서 "소신 있는 꼰대" 였는데, 저에게 영화에서는 아예 겉과 속이 다른 위정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지막에는 "낡은 것이 전부 사라져야 백성을 위한 시대가 올 것이다" 하는데 누구보다 유교 사대부였던 김상헌이 갑자기 1600년 조선에 아나키스트로 변하고 일본식 할복자살까지... 대체 백성이랑 자기가 자살하는게 무슨 관계인지, 자기도 옛것이니 자살해서 백성을 위한 시대에 한 몸 보태겠다는 건지... 일본식 할복의 상징도 그렇고 일관성 있게 해석하면 치욕스러워서 자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게 일반적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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