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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1/26 13:11:01 |
Name |
글곰 |
Subject |
[경기분석] 저그는 무엇으로 사는가 -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필수 요소 |
2005년 1월 25일 온게임넷 챌린지리그 1위결정전 A조 2경기: 김정민(T-3) 대 김준영(Z-6) / 알케미스트
2005년 1월 25일 MBC게임 팀리그 GO 대 SOUL 5경기: 변형태(T-11) 대 변은종(Z-7) / 루나
일반적으로 테란과 동일한 자원을 채취하는 저그는 테란을 상대할 수 없다. 그렇기에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는 초반에 빠른 멀티를 가져가기 마련이며, 항상 테란보다 많은 가스를 채취하려 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미네랄 350+@(해처리+드론+드론의 자원 채취량)는 결코 녹록치 않다. 해처리를 하나 적게 지으면, 그 자원으로 대신 병력을 생산하거나 테크트리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그는 테란 상대로 해처리를 적게 짓고도 많은 가스를 채취할 수 있는 맵이 유리하다. 동일한 자원을 채취하면서도 더 빠른 테크트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해처리 상태에서 레어 테크를 올린 것과 3해처리 상태에서의 레어 테크를 비교해 보면 이 점은 명약관화하다.
또한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가질 수 있는 유리함은 기동성에 있다. 저글링과 럴커, 무탈리스크는 테란의 마린 메딕 탱크보다 이동력이 좋다. 그렇기에 테란이 저그의 멀티를 공략하기 위해 병력을 이동시킬 때 저그는 기동성을 활용, 저글링 럴커 빈집털이나 무탈리스크 게릴라로 테란의 본진을 괴롭히곤 한다. 테란은 저그의 멀티를 공략하러 가는 길이 멀면 멀수록 괴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기에 좋은 맵은 앞마당에 가스가 있으며, 앞마당 해처리에 건설한 성큰 콜로니만으로 본진 입구까지 동시에 방어가 가능하고, 상호간에 거리가 먼 가스 멀티가 사방에 퍼져 있는 맵이다. 바로 오늘 언급할 두 경기에 쓰인 맵, 루나와 알케미스트가 그러하다.
하지만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는 데는 또 하나의 기본이 있다. 저그는 언제나 테란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주어야만 한다. 자원채취를 방해하고, 멀티를 늦추며, 테란의 병력을 조금씩 소진시켜 주어야 테란의 한방 병력이 저그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지 않는다.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모은 테란의 한방 병력은 저그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기 마련이므로, 저그에게 있어 테란에 대한 견제는 필수요소다.
두 경기 모두, 긴 러쉬 거리와 저그의 빌드오더에 맞춰 테란이 비교적 빠른 앞마당 멀티를 선택하고 확장에 성공한다. 앞마당에 가스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 저그에게 유리하나, 테란의 입장에서도 많은 탱크와 배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 그리고 김정민과 변형태는 모두 안정적으로 2가스를 채취할 수 있었다. 물론 변형태가 초반 빠른 배럭으로 치즈러쉬를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저그도 한참 동안 드론 대다수가 자원을 채취하지 못했고 테란은 멀티가 빨랐기에 그렇게까지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저그의 플레이가 차이 나기 시작한다. 변형태를 상대한 변은종은 상대의 빠른 멀티 시도를 확인한 후 일단 해처리 추가보다 테크트리를 선택, 앞마당을 성큰으로 방어하며 2가스 무탈리스크를 계속 생산한다. 그리고 이 무탈리스크로 테란의 본진에 계속 게릴라를 시도한다. 물론 이 게릴라는 테란의 병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규모였지만, 문제는 그 시간동안 테란의 병력이 방어에 묶여 한 번도 공격을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저그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고 변은종은 무탈리스크 게릴라를 통해 얻은 시간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 가스멀티를 추가로 가져가며 또한 하이브 테크트리를 올린 것이다. 결국 테란은 레이스를 모아 가디언에 대한 대비까지 마친 이후에야 병력을 진출시킬 수 있었지만, 이미 저그의 테크트리는 완성되고 몇 개나 되는 멀티의 방어도 충실해진 상태였다. 저그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울트라리스크+가디언이라는 초호화 조합을 완성했고 테란에게 이를 막을 병력은 없었다.
반면 김정민을 상대한 김준영의 플레이는 달랐다. 김준영은 더블커맨드 테란에 맞서 뒷마당까지 추가로 가져가며 지속적으로 병력, 테크트리보다 확장에 주력한다. 알케미스트에서 자원전은 일반적으로 저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함정이 있었으니, 저그가 조합을 완성할 때까지 테란에게 지나친 여유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김준영은 초반의 늦은 저글링 럴커로 테란에게 피해를 전혀 주지 못했으며, 3해처리로 시작했기에 무탈리스크를 생산하는 것도 늦었고, 무탈리스크가 모인 후에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테란을 내버려두었다. 한편 게릴라에 의한 피해를 받지 않은 테란은 마음놓고 병력 생산과 업그레이드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 저그전 결전병기인 사이언스 베쓸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다.
저그가 목동체제(다크스웜을 동반한 저글링 울트라)를 완성하고도 테란에게 밀리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충실하게 업그레이드된 테란의 병력이 다수 있는 상황이고, 또 하나는 테란이 베쓸을 많이 모았을 때이다. 그리고 김정민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상황이었다. 저그가 게릴라를 하지 않음으로써, 테란에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김준영은 다수 모인 김정민의 베쓸에 지속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고, 그 피해가 누적되어 결국 그 많은 자원에도 불구하고 무력하게 패배하고 만다.
물론 3해처리 빌드가 2해처리 빌드보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빌드가 아니라 그 이후의 플레이에 있다. 변은종은 빠른 무탈리스크로 테란의 본진을 들락날락하며 테란의 병력을 계속 제자리에 묶어 두었다. 그러면서 번 시간을 테크트리와 확장에 사용한 것이다. 반면 김준형은 폭탄드랍 페이크 외에는 거의 게릴라를 시도하지 않았고, 테란에게 병력을 생산하고 멀티를 안정화할 시간을 듬뿍 허용했다. 특히 저그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사이언스 베쓸을 줄이려는 시도가 중반까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저그는 언제나 테란을 상대로 시간을 얻어내야 하며, 그 방법은 바로 무탈리스크나 드랍을 활용한 게릴라이다. 변은종은 그런 식으로 무탈리스크 견제를 통해 테란의 시간을 빼앗고 또한 자신의 시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김준영은 견제를 시도하지 않아, 비록 자신의 시간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테란에게 그 이상의 시간을 허용해 준 것이다. 그 동안 테란은 마음껏 자원을 채취하고 병력을 모으고 업그레이드를 하며 베쓸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저그 김준영의 패인이며, 많은 저그 유저들은 이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기억하자. 저그는 테란을 상대로 견제를 해 먹고 산다.
-글곰 이대섭.
sipdae.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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