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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2/21 23:12:11 |
Name |
공룡 |
Subject |
[후기]온게임넷 챌린지 B조 |
<온게임넷 챌린지 B조 후기>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에도 A조와 비슷한 상황이 이루어졌군요. 프로토스의 강세 속에서 관록이 있는 게이머들이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강력한 신예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죠. 듀얼이 아닌 챌린지에서 이만큼의 중압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듀얼보다 더 두려운 것이 챌린지인 것 같으니까요. 떨어지면 지옥과도 같은 예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공포일 것입니다. 거기에 신예로서는 방송경기의 중압감까지 겹치니 정상적인 컨트롤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관록 있는 기존 선수에 비해 조금은 서툰 부분도 보이고 끝내야 할 타이밍에 끝내지 못해 답답한 점도 있겠지만, 그러한 속에서 점차 발전하는 것이겠지요.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경기를 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1경기> 박지호 vs 이창훈 (내 질럿은 절대 뒤를 보지 않는다!)
박지호 선수의 물량은 확실히 다른 선수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움츠러든 이창훈 선수에게 갑자기 날아든 커세어는 참으로 의외였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박지호 선수의 색깔이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마당까지 확보한 상황이라면 무서울 것이 없는 박지호 선수, 병력을 뽑아내면서 러시를 보냅니다. 그러면서 셔틀플레이도 하죠. 이창훈 선수 역시 뮤탈과 러커 등을 통해 게릴라를 하지만 첨차 질럿은 계속 모일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질럿을 앞세운 커세어, 아칸 조합이 달려들게 되고, 그것을 막을 병력이 이창훈 선수에게는 없었습니다. 옵저버가 터지든 말든 그저 달리기만 하는 질럿과 아콘들의 모습은 이창훈 선수에게 있어서는 악마와 같았을 것 같군요. 이창훈 선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터트린 옵저버가 무색했던 경기였습니다. 다만 물량으로 유명한 박지호 선수를 상대로 성큰을 너무 아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성큰을 아무리 많이 박아도 뚫어버릴 것만 같은 폭발적인 물량을 뿜어내는 박지호 선수인데 말입니다.
<2경기> 김정민 vs 서기수 (이 정도 수비는 워밍업일 뿐이다!)
관록과 패기의 대결이었습니다. 신예에, 온게임넷 공식전 첫 경기라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우라고 말하는 듯, 초반부터 강력한 푸시를 하더군요. 하지만 상대는 김정민 선수였죠. 캐논러시에 이어 바로 옆에 게이트까지 짓고 푸시 하는 서기수 선수에 맞서 꾸준히 뽑아낸 마린과 벙커, 그리고 탱크를 통해 방어를 한 뒤, 결국 멀티까지 하게 됩니다. 서기수 선수로서는 다크 한 기로 멀티 타이밍도 늦추는 등, 노력을 했지만, 컴셋이 달리자마자 그것도 어렵게 되었죠. 무엇보다 김정민 선수의 탱크를 거의 줄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프로토스의 멀티가 빨랐지만 초반 캐논러시와 전진게이트, 병력 등에 쏟아 부은 자원도 만만치 않았지요. 수비를 하면서 그러한 미네랄이나 가스의 손실이 전혀 없었던 김정민 선수로서는 멀티까지 먹게 되니 폭발적으로 팩토리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생산되어 있는 탱크이기에 벌쳐만 생산하면 되었고 순식간에 러시병력이 만들어질 수 있었죠. 그리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났습니다. 조이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닌 퉁퉁탱크와 벌쳐로 드라군 부대를 모두 싸먹었죠. 더구나 드랍을 대비하여 벙커에 있던 마린들까지 모두 데리고 나오는 꼼꼼함도 보였습니다. 특히 드라군과 비슷한 수의 벌쳐가 앞길을 막으면서 마인으로 끊어먹는 컨트롤은 정말 뛰어났습니다. 치열한 수비 후, 단 한 번의 러시로 끝을 낸 깔끔한 승리였네요. A조와 마찬가지로 관록의 선수가 무난히 승리를 가져간 경우였습니다.
<3경기> 김정민 vs 박지호 (아무리 너일지라도 내겐 프로토스일 뿐!)
김정민 선수의 카페에서 첫 경기를 이겼을 때, 승전보를 전하며 썼던 한 줄의 글이 있습니다. “다음 상대는... 프로토스입니다.”
관록의 두 선수가 붙었던 경기였지만, 결국 최근 프로토스에 극강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민 선수의 승리였네요. 위치적으로도 박지호 선수보다는 김정민 선수에게 웃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박지호 선수의 색깔이 묻어나는 물량의 프로토스와 과거의 향수를 일으키는 김정민 선수의 스카이 테란 간의 경기였습니다. 초반 리버를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지호 선수였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마침 나온 레이스에 의해 별 피해를 주지 못했습니다. 그 뒤 곧바로 스타게이트를 늘렸지만 그것 역시 김정민 선수는 캐치를 하고 있었죠. 일찍 멀티를 확보했기에 자원의 압박이 없던 김정민 선수는 스타포트를 셋 더 늘리더니 레이스를 양산합니다. 하지만 박지호 선수의 지상군 역시 엄청났기에 승부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김정민 선수가 드랍십을 이용, 지상군이 몰려올 수 있는 11시 스타팅 지점에 수비벽을 만들어 두었던 점이 참 좋았네요. 어차피 반대쪽으로는 다리 등이 있어서 테란의 소수 병력에 의해 피해를 많이 받을 수 있으니 프로토스의 병력이 그쪽으로 가는 것은 어려웠죠. 더구나 옵저버를 통해 다수의 레이스를 보았으니 캐리어만 따로 운용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초중반 드랍십을 통해 다리 반대편에서 탱크의 공격이 있었고, 레이스에 의해 옵저버 셋이 순식간에 잡히는 모습도 보였죠. 레이스의 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박지호 선수의 캐리어와 지상군이 11시 지역의 수비라인을 뚫을 때, 김정민 선수의 레이스는 6시의 넥서스를 공격하고 있었죠. 그리고 지상공격이 약하다는 레이스에 의해 넥서스가 깨집니다. 더구나 엄청난 터렛과 마인으로 도배를 한 11시 지역을 공격하느라 박지호 선수의 질럿이 전멸하다시피 했고, 어택땅 컨트롤로 인해 귀한 캐리어도 한 기 터지게 됩니다. 그리고 나타난 한 부대 가까운 배틀크루져…
더 이상 프로토스는 하늘의 왕자가 아니었습니다. 레이스, 드랍십, 배틀크루저 등의 스카이 테란에 의해 박지호 선수의 병력은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레이스가 깬 넥서스가 셋, 그리고 배틀쿠르져가 깬 넥서스가 둘이었죠. 재미있게도 투 아머리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언제나 중반 이후 승리의 중심이었던 골리앗은 보이지 않더군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배틀+레이스라는 재미난 조합으로 깔끔한 승리를 따낸 김정민 선수, 미리 올라간 A조의 선수가 강력한 이재훈 선수이기 전에 프로토스라는 것이 기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C조의 박용욱 선수가 1위로 올라오길 바랄지도 모르지요. 단지 프로토스라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4경기> 서기수 vs 이창훈 (미치도록 싸웠다!) - 1시간 6분 01초 의 최장기전
앞선 세 경기가 관록의 선수들에 의한 깔끔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기에 이번 경기를 보고 실망하셨던 분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조금은 아쉬웠지요. 특히 이창훈 선수는 비록 온게임넷 챌린지에서는 그리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바로 전 엠게임 팀리그에서는 2연승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을 정도로 노련한 운영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너무 떨렸던 것일까요? 많은 실수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서기수 선수 역시 이 경기에서 지면 탈락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김정민 선수와의 첫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패기 있는 모습보다는 조금은 수비적인 모습이 많았네요. 초기 더블레어에 이어 더블스파이어 그리고 더블커널까지 선보이며 매우 공격적으로 나섰던 이창훈 선수에 비해 서기수 선수는 드라군을 모으며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드랍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창훈 선수는 히드라와 뮤탈로 정공법을 선택하지만 그것 역시 막힐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뮤탈 게릴라를 포기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어쨌건 중반까지 저그는 계속적으로 공세적인 움직임이었고, 프로토스는 열심히 따라가는 분위기였죠.
그렇게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 중계진에서 시기수 선수의 인구수가 150 가까이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런데 정작 병력은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분산된 병력을 모았을 때, 화면을 뒤덮는 인구수 4짜리 아칸들이 보이면서 그 의문은 풀리게 됩니다. 정신없이 시달렸지만 결국 강력한 지상군을 바탕으로 저그의 멀티를 차례로 괴멸시키지요. 그리고 스카이 계열의 가장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비터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리콜의 모습은 보여지지 않더군요. 셔틀로의 드랍이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아비터를 뽑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지 병력을 가리기 위해서였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드라군 비중이 높았지만 그 뒤로는 아칸과 다크템플러 하이템플러 등 오버로드를 쫓으면서 전진하기에는 어려운 병력구성이었기에 아비터의 클락킹 기능은 별로 쓸모가 없었죠. 아비터로 오버로드를 쫓으면서? 아비터의 공격력이야 있으나마나 해서 차라리 없애줬으면 하는 프로토스 유저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괜히 없는 공격력에 딸려가서 터렛 때리다가 터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점차 줄어든 멀티에 깜짝 놀랐을까요? 이창훈 선수의 공세는 점차 힘을 잃고 수비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리저리 멀티를 깨러 다니는 게릴라를 주로 하게 되지요. 하지만 서기수 선수는 꾸역꾸역 먹은 멀티를 바탕으로 계속 아칸을 만들어 결국에는 두 부대 이상의 강력한 아칸 지상군을 확보하게 됩니다. 남는 미네랄은 모두 꽃밭에 투자하지요. 그렇게 탄탄한 수비 속에서 차례로 무너지는 저그의 멀티들은 마침내 섬으로 되어 있는스타팅 지점만 남게 되었고, 미네랄 역시 전 맵에서 사라져만 갑니다. 시간은 40분, 50분을 지나 1시간에 가깝게 되고, 결국에는 온게임넷 최장기록을 갱신할 무렵 다수의 아비터를 이용한 프로토스의 공세에 저그의 진영은 허물어지게 됩니다.
이창훈 선수는 상대의 미네랄이 고갈되고, 더 이상 드랍 할 수 있는 유닛이 사라져서 무승부를 노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리고 거기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 프로니까요. 그리고 서기수 선수 역시 이전까지 몰아치던 이창훈 선수의 강력한 힘에 최대한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을 테구요. 저그의 미네랄 보유량을 모르는 상황에서 떨어져가는 미네랄도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조금은 소극적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이 보였네요. 하지만 처음 공식경기에 출전하는 신예의 입장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어쨌건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고, 꽃밭과 형광등을 질리도록 보여준 서기수 선수의 승리였네요. 두 선수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5경기> 박지호 vs 서기수 (같은 종족 싸움에서는 나도 컨트롤 한다!)
4경기에서 서기수 선수의 힘이 많이 빠진 것일까요? 조금은 아쉬운 컨트롤을 보이며 자멸을 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질럿과 드라군이 갖춰진 곳에 질럿만 달려드는 모습이 참 아쉬웠죠. 하지만 투게이트를 유지하고 테크를 올리면서도 박지호 선수의 강력한 물량을 그럭저럭 비등하게 막아낸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역시 박지호 선수는 강했습니다. 일명 ‘꼴아박지호’ 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컨트롤을 해주지 않기로 유명한 박지호 선수였지만 같은 종족 싸움에서 그랬다가는 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초기 매너파일런에 이어 유닛싸움에서도 열심히 컨트롤을 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본진에 템플러아카이브를 본 뒤에도 드라군을 최대한 무빙시키며 상대의 프로브를 잡아줬죠.
반대로 말한다면 서기수 선수로서는 매너파일런을 당한 모습이라던가, 단 한 기의 다크로 로보틱스를 강제로 공격했던 모습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파일론이 막힌다면 모를까 다크템플러 한 기로 로보틱스를 때리기 전에 옵저버 정도는 나오니까요. 나중에 다크 특공대를 통해 넥서스를 파괴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상황이었죠. 박지호 선수의 무난한 승리로 결정이 난 모습이었습니다.
그토록 무서웠던 신예의 광풍이 듀얼도 아닌 챌린지에서부터 벽을 만난 느낌입니다. 역시나 방송경기에 대한 중압감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렇게 된다면 신예들이 많이 속한 조에 있는 기존 선수들은 상당히 마음이 놓일 것 같군요. 그리고 기존 선수들이 많이 포함된 F조와 같은 경우가 오히려 죽음의 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예선에서의 경기력은 기존 선수들을 능가할 정도이지만, 방송경기라는 점 때문에 그 경기력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군요.
가장 아쉬운 선수는 이창훈 선수입니다. 팀리그에서의 활약과 최근의 상승세를 본다면 2연패로 탈락한 것은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첫 경기를 승리할 경우 조 1위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했었으니까요. 프로토스가 두 명이나 들어있는 조에서 테란도 아닌 프로토스 두 명에 의해 탈락했다는 점은 더욱 아쉬움이 될 것 같군요. 하지만 여전히 팀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있으니, 실망하지 말고 이번 경기를 거울삼아 다음에는 좀 더 멋진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정민 선수가 1위 결정전에 올라가게 된 것, 그리고 프로토스 중 한 명이 이번에도 올라가게 된 것이 참 기쁩니다. 어쩌면 이번 챌린지 1위 결정전은 프로토스들의 잔치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다음 C조 경기에는 박용욱 선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나머지 세 선수가 신예라는 점에서(마재윤 선수는 좀 그렇지만) A,B조 경기가 힘이 되었을 것 같네요. 더구나 조 1위에 올라가기만 하면 자신 있는 같은 종족 싸움과 테란 전만 있을 테니 1위결정전도 눈앞에 둘 수 있을 테구요. 물론 그건 다른 두 선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재훈 선수의 대 테란, 대 프로토스 전은 매우 강력하고, 김정민 선수 역시 요즘 프로토스에 무패이니까요. 아무튼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만 마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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