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2/24 18:38:37
Name 사랑해 Ji
Subject [일반] 그 남자가 내게 온 날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저에게는 더 특별한 날입니다.

  그저 평범한 하루였던 그 날 젊은 남자가 물리치료실로 들어왔습니다. 차트에는 산재로 체크됐었고 제가 치료를 맡게 됐죠.
그 남자를  보는순간 제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 엄청 마른체구에  크지 않은 키, 귀염상인 얼굴에 동글동글 안경을 썼고 무엇보다 생산직이라는 직업까지..  주 야간으로 일하는 동생이 항상 걱정이었는데 그 남자를 보자 저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이 나오더군요.

1:1로 이루어지는 치료는 참 어색합니다. 그때는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저는 말주변도 없어서 치료를 할때는 필요한 대화 이외에는 침묵이지만 그 남자를 치료 할때는 달랐습니다. 일단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거든요. 그렇다고 수다스럽지도 않았고 그 남자도 딱히 말이 많은 편은 아닌지라 형식적인 대화도 부담스럽지 않을만큼 편했습니다. 그렇게 3일쯤이 됐을때 그 남자가 취미가 뭔지 물어봅니다. 갑자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싶어서 게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중학생때 혼자 스타리그도 보러다녔고 잘 하지는 못하지만 스타도 종종 했었고 그때는 한창 와우를 하던때라 그렇게 대답하니 그 남자가 저를 빤히보다가 빵 터지며 웃더군요. 제 머리위로는 온통 물음표가 떠있었고 왜웃어? 하는 제 표정이 보였는지 그 남자가 대답합니다. 너무 의외라구요. 게임 좋아하는 여자 많다고 했더니 제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네요.

그때 제 머리가 허리까지 왔었고 생머리는 관리하기 귀찮아서 살짝 펌을 했었는데 그런 모습이 그 남자가 생각하기에는 꽂꽂이가 취미인.... 여자로 보였었나 보더군요. 그 대화 이후로 이 남자는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무슨게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누군지 어떤경기가 제일 재밌었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더군요.  그 후로 며칠 뒤 이 남자가 오늘 시간있냐고 묻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하는 생각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커피를 사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카페에서 이 남자가 5분을 말없이 커피잔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들어 저와 마주하고는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합니다. 제게 여러 사정이 있어서 바로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저도 그 남자가 좋았기에 고백을 받았고 그렇게 만나게 됐어요.

그 남자가 지금 제 옆에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자기가 전에 나한테 이브날에 고백했다고 하니 자기가 그랬냐며 웃더군요크크크크 그러면서 그딴건 중요한게 아니야 하고 모른척하네요 크크크크크 맞아요. 그딴건 중요한게 아니죠.

사랑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꼭 빼닮은 우리 아들.. 그리고 이 남자 둘을 너무 사랑하는 저.. 이렇게 세사람이 지금 함께 있고 행복하다는게 중요한거겠죠. 오늘은 그날의 추억으로 더 행복한 밤이네요.

피지알 여러분들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구아구쩝쩝
21/12/24 19:01
수정 아이콘
메리 크리스마스~
League of Legend
21/12/24 19:07
수정 아이콘
행복하시네요.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Hammuzzi
21/12/24 19:16
수정 아이콘
달달하네요. 너무 좋아요. 항상 행복하세요
진산월(陳山月)
21/12/24 19:23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각박한 시절...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 참 고맙습니다.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세계 띵호잉루
21/12/24 19:27
수정 아이콘
요새 바이럴 세력이 작업인거같...
건전한닉네임4
21/12/24 19:37
수정 아이콘
아 바이럴에 속아넘어가면 안되는데 너무 달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21/12/24 19:40
수정 아이콘
이제 자유게시판까지...

이거 오래된 멘트지만
솔로천국커플지옥이라도 외쳐야 하는 분위기군요. 크크크
21/12/24 19:56
수정 아이콘
크리스마스 시즌이 보통 이렇지 않습니까. 크크크크
밥오멍퉁이
21/12/24 19:52
수정 아이콘
아 결혼해서 애기까지 있으시니까 봐드립니다 진짜 행복하세요
21/12/24 20:06
수정 아이콘
생산직...
21/12/24 20:17
수정 아이콘
글에서 사랑과 행복이 느껴지네요.
21/12/24 20:20
수정 아이콘
달달하네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21/12/24 20:22
수정 아이콘
너님은 역시 산타였던 것인가...
미러스엣지
21/12/24 21:38
수정 아이콘
국정원 여러분 크리스마스에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21/12/24 21:41
수정 아이콘
아 너무 좋앙.. 행복하세요!!
ItTakesTwo
21/12/24 23:00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물리치료사이신 것 같네요.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글이라 살포시 추천 누르고 갑니다.
어둠의그림자
21/12/25 00:02
수정 아이콘
사랑하는만큼 아이 하나 더 가지실거죠?
설레발
21/12/25 01:07
수정 아이콘
아이는 기본 셋입니다. 아시죠?
연필깍이
21/12/25 02:29
수정 아이콘
국정원 좀 치네
지니팅커벨여행
21/12/25 07:58
수정 아이콘
요즘들어 세게 작업하네요.
유게며 자게며 곳곳에서 이런 글들을 보다니 참 달달합니다?
다음에는 둘째 후기를 써 주시겠군요.
21/12/25 10:38
수정 아이콘
부럽다..
우리 와이프도 게임 좋아해주세요 ㅠㅠ
김선신
21/12/25 11:00
수정 아이콘
오늘 쌍둥이 갑시다!
21/12/25 17:14
수정 아이콘
기왕이면 튼튼하고 기운 넘치는 아들 쌍둥이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519 [일반] 즐거운 PGR21 신규 운영위원 모집합니다.(마감되었습니다) [16] jjohny=쿠마12535 21/12/13 12535 10
94563 [일반] 코로나19 경구 치료제에 대한 짧은 생각 [34] Sunnyboy11598 21/12/27 11598 10
94562 [정치] 리얼미터 4주차, 윤석열 40.4%, 이재명 39.7% [144] 유료도로당22562 21/12/27 22562 0
94561 [정치]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의 반이재명 연대 ? [47] 맑은하늘13361 21/12/27 13361 0
94560 [정치] 한국의 언론이 보수 정당을 망치고 있다고 봅니다. [38] 아이군15465 21/12/27 15465 0
94559 [일반] 허수는 존재하는가? [92] cheme17848 21/12/27 17848 53
94558 [일반] (스포주의) 스타워즈 로그 원 리뷰 [36] 원장10428 21/12/26 10428 0
94557 [일반] 연도별 일본의 대표 애니송 모음 70 ~ 80년대 (2) [7] 라쇼11867 21/12/26 11867 6
94556 [일반] 연도별 일본의 대표 애니송 모음 70 ~ 80년대 (1) [6] 라쇼9571 21/12/26 9571 4
94555 [정치] 김건희, 허위이력 논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268] 어강됴리33998 21/12/26 33998 0
94554 [정치] 대담을 하루에 하나씩 찍는것 같은 이재명 후보 [107] 어강됴리22815 21/12/26 22815 0
94553 [정치] [여론조사] 윤석열·이재명 '동반 하락' 속 안철수 지지율 7.5% '껑충' [76] 호옹이 나오19397 21/12/26 19397 0
94552 [일반] (스포)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 후기. [29] 캬라18347 21/12/26 18347 12
94551 [일반] (스포주의) 크리스마스날 본 스파이더맨 후기 [21] 랜슬롯7493 21/12/26 7493 9
94550 [일반] (스포) 스타워즈 오리지널 (에피소드 4 5 6) 시청후기 [50] 원장7278 21/12/26 7278 3
94549 [정치] 이재명 36.6%, 윤석열 27.7%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국민의힘 지지자 36%, '후보 교체 필요' + @ [170] 올해는다르다24487 21/12/26 24487 0
94548 [일반] <노스포> 약간은 실망 스럽지만 잘 본 고요의 바다 후기 [15] 마빠이9167 21/12/26 9167 1
94547 [일반] 마법소녀물의 역사 (1) 70년대의 마법소녀 [8] 라쇼17944 21/12/26 17944 15
94546 [일반] 여친있는 남자가 그제 레알 불쌍한점(24일 프로포즈 후기) [67] 42년모솔탈출한다16198 21/12/26 16198 38
94545 [일반] [팝송] 웨스트라이프 새 앨범 "Wild Dreams" [4] 김치찌개5975 21/12/26 5975 2
94544 [일반] 국익관점에서 바라본 시사 평론 [10] singularian12391 21/12/26 12391 0
94543 [정치] 또 다른 "Yuji" [59] 어강됴리16317 21/12/25 16317 0
94542 [일반] 연말, 틱틱붐, 자소서 쓰다 쓰는 개인적 이야기들. [10] aDayInTheLife8471 21/12/25 8471 1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